엔씨소프트의 ‘리니지3’는 개발을 선포한 지 약 1년여 만에 총책임자의 면직으로 개발 일정이 불투명하게 됐다. 조이온의 ‘거상2’ 또한 3차 클로즈베타테스트까지 진행했지만 내부 문제들로 인해 이후 서비스가 오리무중이다. 작년 월드컵 시즌 우후죽순 쏟아졌던 축구게임 중 대부분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상태다.
게임을 개발한다는 소문만 무성한 채 일정이 무한 연기되거나 결국 개발 자체가 중단되는 ‘함흠차사(咸興差使)’ 게임들. 게임메카는 게이머들이 궁금해하는 한국 온라인게임들의 고질적인 개발일정 연기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분석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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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은 ‘뒷전’ 공개가 ‘우선’ |
‘함흥차사’ 게임들의 공통점은 첫 단추부터 잘못끼웠다는데 있다. ‘일단 내고 보자’는 게임업체의 조급증이 개발일정 연기의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업계는 지적한다.
게임발표에만 치중하다보니 팀구성 및 개발일정에 헛점이 드러나기 일쑤다. 심지어 중소개발사의 경우 개발팀도 제대로 구성하지 않은 채 기획서 몇 장으로 투자만 받은 후 도망치는 일명 ‘먹튀’ 개발자들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졸속으로 발표된 게임들이 온전히 개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실제로 모 중소개발사 게임의 프로토 타입만 본 후 계약을 체결한 퍼블리셔의 담당자는 “게임의 성공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한 개발자들이 계약 직후 대부분 회사를 빠져나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한탄했다.
직접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사람들은 본인이 만들고 있는 게임의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그래서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한 게임의 경우 ‘우선 팔고 보자’는 심보로 공개용 버전을 개발하는데 시간과 인력을 집중 투자한다. 화장실 가기 전과 후가 다르다고 했던가? 투자를 받고 난 후 우리가 그토록 기다렸던 게임은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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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들이 투자한 돈으로 움직이는 상장 게임사들의 경우는 또 다르다. 상장사들은 회사의 움직임을 정기적으로 주주들에게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게임사의 경우 주로 프로젝트 진행 여부에 따라 주가가 시시각각 변동하기 때문에, 신작 프로젝트의 개발 상황을 필수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공개한 프로젝트에 큰 차질이 생긴다 해도, 상장사들은 자사의 주식 폭락을 막기 위해 어떻게든 프로젝트를 끌고 갈 수 밖에 없다. 이밖에 투자자에게서 투자금을 받거나, 게임의 소재가 되는 만화나 소설 등의 판권을 외부에서 사들인 경우도 계약 관계로 인해 게임사 마음대로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는 어렵다. |
이렇게 여러 외부적인 계약관계에 둘러싸인 게임들은 개발과정에 큰 문제가 생긴다 해도 중간에 마음대로 개발을 중단할 수 없다. 그들의 선택은 두 가지, (욕 먹을 것을 각오하고) 퀄리티가 낮은 상태로 게임을 공개하거나, 아예 잠정적으로 일정을 연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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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섣불리 유행 따라 가다 침묵한 게임들 |
유행에 민감한 한국 게임업계에서 비슷한 소재의 게임들이 동시에 공개되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다.
‘카트라이더’의 폭발적인 인기로 캐주얼 레이싱게임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왔고, ‘스페셜포스’와 ‘서든어택’이 의외의 성공을 거두자 한국게임계는 한꺼번에 FPS게임판으로 바뀌었다. 또 댄스게임 ‘오디션’의 성공 이후 게임사들은 온라인 댄스게임을 너도나도 개발했다.
하지만 이렇게 ‘중박이라도 쳐보자’는 심정으로 유행만 따라간 게임들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게임은 손에 꼽힐 정도. 대부분 클로즈베타테스트 혹은 그 전에 소리 소문 없이 개발이 중단된 상태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6년 월드컵 특수를 노리고 공개된 축구게임을 들 수 있다. 당시 개발중이라고 공개한 게임만해도 십여 개. 하지만 이중 ‘피파온라인’, ‘레드카드’, ‘킥스온라인’, ‘익스트림사커’ 4개의 게임만이 오픈베타테스트까지 진행됐다. 월드컵 시즌에 발 맞춰 게임을 선보이려 했던 상당수의 축구게임들은 현재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일정이 잠정적으로 연기된 상태다. 개발자들은 본인이
개발하고 있는 게임과 비슷한 게임이 공개됐을 경우, 황급하게 컨셉을 바꾸거나 더
새로운 컨텐츠를 추가해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게임 일정은
처음 약속했던 시기보다 연기되고, 나중에는 게임사조차 게임의 공개시기를 알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치닫고 마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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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팀 간의 알력다툼에 게임은 함흥차사 |
위에서 언급한 외부요인들 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을 좀먹고 있다. 게임사 내부 사정으로 오픈이 연기되는 경우로, 특히 개발팀 사이의 알력다툼이 게임 출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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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씨소프트는 언론에 리니지 3 개발자들의 댄스강습 모습을 공개했고, 거상 2 또한 3차례의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진행했지만 내부적인 사정으로 일정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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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수십 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대기업의 경우 각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는 해당 게임의 성공여부가 곧 자신의 위치를 말해준다. 그래서 프로젝트에 대한 중간평가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를 통과시키기 위해 개발 외적인 문제들에 크게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큰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책임자들은 프로토 타입만 봐도 게임의 성공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다”며 “하지만 그들의 권한을 유지하거나 내부적으로 투자를 더 받기 위한 명목으로 성공여부가 불투명한 게임을 계속 유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그렇게 2~3년 이상 끌고 나간 프로젝트는 빛을 보지 못한 채 사장되고, 내부의 개발자들은 ‘되지도 않을’ 게임을 붙잡으며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것은 대기업에서 하나의 프로젝트가 생성되고 해체되는 단계를 당연시한다는 데 있다.
대기업에서는 다수의 게임을 동시에 제작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프로젝트가 조용히 사라진다 해도 중소개발사만큼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만약 상장회사의 경우라면 법인을 따로 설립해 신작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방법도 있다. 법인 자체가 틀리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공시할 필요가 없어 문제가 생길 경우 쉽게 개발을 중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신작을 개발중인 한 개발자는 “현재 대기업의 상당수가 수십 개의 프로젝트 중 하나만 성공하면 된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 하나 하나의 프로젝트가 속에서 썩어가도 나 몰라라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의 기대감만 하늘 높이 올린 채 감감무소식이었던 게임들의 내/외부적인 문제들을 집어보았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 없듯 게임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신선도를 잃을 수 밖에 없다. 게이머들의 기대감을 담보로 한 채 시간만 끈다면 분명 좋은 결과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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