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씨소프트를 퇴사한 ‘리니지3’ 개발진들이 기술유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됨에 따라 게임 기술유출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해외 게임사에 기술을 불법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어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 한국 온라인게임, 무분별한 해외 기술유출로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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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가 경쟁력 중 가장 큰 힘을 지닌 IT산업. IT 핵심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는 자사의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개인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전체 서버에 공유하거나 메신저의 무단사용을 금지하고, 출입시 외장용 하드디스크까지 철저히 검사하고 있다. 또한 해외 유출 위험이 있는 경우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긴밀한 협조 아래 기술유출을 막고 있다. 실제로 IT 기술의 선두주자인 삼성전자는 핵심 기술유출 적발 건수만 해도 2003년 중반 이후 70여 건이나 되며, 지난 해에는 한 메모리 반도체 회사의 대표와 연구원이 4천억 대의 반도체 기술을 해외로 유출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어 언론에 IT 기술유출의 심각성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
하지만 정작 지난 10 여년간 암묵적으로 이루어졌던 한국의 온라인게임 기술유출 문제는 이번 `리니지 3` 기술유출 수사를 시작으로 뒤늦게 수면 위에 떠오르게 됐다.
2006년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기술유출 사례 중 IT부문의 기술유출이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중국 등 IT 후발 국가에 기술이 유입되어 한국과의 기술격차가 급격하게 좁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휴대폰 분야 기술의 경우 후발국가와의 격차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도 90% 이상이 해외 기술유출에 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나 일본의 온라인게임 기술이 빠른 속도로 한국을 추격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해킹으로 인한 피해로 볼 수 만은 없다”며 “오랜 시간 밑바닥부터 행해진 국내 게임사들의 무분별한 기술유출로 인해 한국 온라인게임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 게임 개발자, 죄의식 없이 자유롭게 기술 공유
게임산업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핵심 기술이 무분별하게 유출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 개발자들이 게임을 회사가 아닌 개인의 자산으로 인식하는 데 있다.
많은 개발자들은 메신저를 통해 친분있는 타 게임사의 개발자와 게임소스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있으며, 입사를 위한 포트폴리오 제출시 자신이 몸 담았던 프로젝트의 게임소스를 공개하는 경우도 일반적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로 고유한 핵심 기술이 소리 소문 없이 유출되는 건 불가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본적으로 회사의 자본을 들여 공식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경우 그때 사용된 모든 문서 기재사항과 기술은 회사의 자산이다.
게임분쟁연구소의 정준모 변호사에 따르면 개인이 메신저나 포트폴리오를 통해 타 회사에 게임소스를 유출하거나 이직 후 이전 회사의 기술을 사용해 게임을 만드는 행위 모두 이번 `리니지3`의 혐의와 같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한 명백한 위법행위다.
하지만 개발자들은 “개인적으로 소스를 타 게임사의 개발자와 공유한다 해도 단순히 재미삼아 보는 것일 뿐”이라며 “공유한 소스를 게임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소스 유출만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게임이라는 문화 컨텐츠의 특성상 많은 게임 개발자들이 자신을 회사에 소속된 직원이 아닌 게임의 소유권을 가진 아티스트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며 “이로 인해 엄연한 IT 산업의 일종인 게임 기술유출 문제의 심각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게임회사, 좁은 업계에서 얼굴 붉혀 뭐하나
오랜시간 행해져 온 개발자들의 불법 기술유출이 지금까지 크게 문제시되지 않은 것은 게임회사가 이러한 사안들을 확인하고도 묵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임분쟁연구소의 박성욱 이사는 “게임업계 내 기술유출 건의 경우 보통 대부분의 사안들이 서로 합의를 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며 “좁은 게임업계에서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람들이기에 서로 얼굴 붉혀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리니지 3` 기술유출 사건이 무분별하게 기술이 유출되고도 쉬쉬하고 있던 게임업계에 기술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의 핵심 게임기술이 아무런 제재없이 국내외로 무방비하게 유출되고 있는 가운데, 게이머들은 똑 같은 게임만 나온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온라인게임 후발국가들은 한국 온라인게임을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한국게임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적. 그는 바로 개인의 장미빛 미래를 위해 자존심을 팔고 있는 한국 게임업계 자신임을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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