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블로그] 리얼한 현실 속 자살게임 `디스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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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어느 날, 한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이 이유 없이 하나 둘 자살을 시도한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거나, 샤프로 자신의 목을 찌르고, 권총으로 머리를 쏘는 사람들. 가까스로 생명을 건진 한 여학생이 죽기 전 눈 앞에 선명하게 보인 글자를 말한다.

평화로운 어느 날, 한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이 이유 없이 하나 둘 자살을 시도한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거나, 샤프로 자신의 목을 찌르고, 권총으로 머리를 쏘는 사람들. 가까스로 생명을 건진 한 여학생이 죽기 전 눈 앞에 선명하게 보인 글자를 말한다.

“당신의 인생은 실패했습니다. 리셋하십시오”

얼마 전 한국에 출간된 `리셋(테츠야 츠츠이. 학산문화사)`이란 만화의 일부분이다. 이 만화가 눈길을 끄는 건 주민들의 자살이 아파트 단지 사람들만 접속할 수 있는 게임 `디스토피아`에서 시작됐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게임에 접속함과 동시에 자신과 똑 같은 모습의 캐릭터를 갖게 된다. 가족과 옆 집 친구는 물론 실제 게임을 하고 있는 방, 아파트 옥상, 수위실, 공원 등 모든 것이 현실과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다.

게다가 도둑고양이가 사는 골목에는 액체폭탄과 주사기가, 아이들이 노는 공원에는 지뢰가 산더니처럼 쌓여있고, 주차장에는 대포가 배치되어 있다. `디스토피아`의 창조주(개발자)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온갖 형태의 살육을 즐기도록 완벽하게 `레벨 디자인` 해놓았다.

그들은 `디스토피아`에 모여 친구의 머리통을 잘라 축구를 하고, 아파트 옥상에서 피범벅이 된 채로 번지점프 놀이를 한다. 하지만 전혀 두렵지 않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당신의 인생은 실패했습니다. 리셋하십시오” 라는 말과 함께 다시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1권으로 완결된 책의 앞장에 “게임의 진화를 생각하다가 이런 만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섬뜩한 일이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게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게임 `디스토피아`의 등장인물은 모두 `아는 사람`이다. 그것도 가장 가까이 사는 가족이고, 친구다. 외계인도 좀비도 나오지 않는 지극히 단순한 게임. 하지만 아파트 주민들은 `디스토피아` 안에서 그 어느 게임보다 극한의 쾌감과 공포를 느끼게 된다.

마약처럼 게임 속 세계에 빠져든 아파트 주민들은 현실과 게임을 구분하지 못하고 결국 `리셋 증후군(컴퓨터의 리셋버튼처럼 현실에서도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빠져버렸다. 주민들은 급격한 정신적 충격을 받을 때마다 새로운 인생으로 `리셋`하고자 아무 망설임 없이 자살을 시도한다.

`리셋 증후군`은 지난 2005년 김 일병 총기난사 사건으로 국내에 널리 알려졌다.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도 태연한 표정의 김 일병을 두고 사람들은 `리셋 증후군에 빠진 게임중독자`라 불렀다.

전문가들은 리셋 증후군에 대해 “게임에 중독된 사람들은 현실과 게임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죽음을 크게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며 “특히 심리적 압박감이 느껴질 경우 순간적으로 현실과 온라인을 구별하지 못하고 범죄나 자살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만화에서 `리셋 증후군`에 빠져 자살한 남자는 이런 내용의 글을 남긴다.

“상식적이고 분별있는 인간은 게임과 현실을 결코 혼동하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그 인식은 잘못됐다. 우리의 뇌가 이 보완된 게임 세계에 완전히 적응하고 만다면, 보완된 세계가 진짜 현실이라고 뇌가 선택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게임세계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리셋 증후군 환자를 가장 많이 생산해내는 게임. 어쩌면 이것이 현실과 근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게임의 최종 목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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