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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저, 진정 게이머의 마음을 가진 이들` 데이비드 브레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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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브레빅은 ‘디아블로’ 시리즈와 `헬게이트:런던(이하 헬게이트)`의 아버지다. ‘디아블로’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랜더마제이션(게임맵, 아이템, 몬스터 등이 랜덤하게 바뀌는 시스템)’을 구현해 낸 인물이며, 게임 디자인에도 깊이 관여했다. 또 블리자드 노스 재직 당시 `스타크래프트`의 성공요인으로 꼽히는 배틀넷 시스템 구축을 주도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디아블로` 시리즈 성공의 일등공신이다.

그는 주위 사람들(특히 플래그십 스튜디오 개발자들)로부터 열혈 게이머로 불린다. 게임 개발 못지 않게 게임 플레이를 즐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게임에 열성적인 한국 게이머들을 `진정한 게이머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게임메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플래그십 스튜디오에서 `헬게이트`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데이비드 브레빅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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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스타2006 당시의 `헬게이트` 삼인방. 우측부터 데이비드 브레빅 CVO(개발 총괄 책임자), 빌로퍼 CEO(최고 경영자), 맥스 쉐퍼COO(최고 운영 책임자)

게임메카: 당신은 ‘디아블로’ 시리즈와 ‘헬게이트:런던’에서 ‘랜더마제이션’ 시스템을 구현해 냈습니다. 이 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나요?

데이비드 브레빅: 우리 게임의 근간인 ‘랜더마이제이션’은 대학 시절 ‘모리아’라고 불렸던 유닉스 게임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모리아는 텍스트 기반의 게임으로,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모리아의 광산(The Mines of Moria)’을 모험하는 내용이었죠. 모리아의 랜더마이제이션 시스템이 `디아블로`에 영감을 불어넣었습니다. 이후에 우리는 여기저기에 많은 부분을 추가했고, 결국 우리가 만들어낸 더 깊은 수준의 랜더마이제이션 시스템을 창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게임메카: 어떤 계기를 통해 게임 개발자의 길을 걷게 됐나요?

데이비드 브레빅:게임 개발자가 되는 것은 저의 유일한 바람이었습니다. 6학년이 되었을 때(13살 당시), 학교에 다른 몇몇 기계들과 함께 애플II(8비트 컴퓨터)가 들어왔고, 전 바로 빠져버렸죠(hooked). 아버지는 제게 애플II를 사주셨고, 그 뒤 프로그래밍을 독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게임과 그래픽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됐고, 매일매일 잡지에 나오는 코드를 작성하고 그것들을 수정하는데 시간을 보내게 되었죠. 얼마 후, 저는 남은 인생 동안 이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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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존경하는 게임 개발자 혹은 위인이 있나요?
 

데이비드 브레빅: ‘앨런 아담(Alan Adham 현 블리자드 회장)’을 만나자마자, 게임 개발자로서 그는 저의 멘토이자 롤-모델이 되었습니다. 앨런은 블리자드의 창립자로, 많은 게임들을 디자인하고 개발한 사람이죠. 그는 아주 현명하고, 무엇이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지에 대해 놀라운 센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 그와 같은 재능이 있었으면 하고 바랬죠.

▲ 좌측부터 데이비드 브레빅, 맥스 쉐퍼, 빌로퍼

뿐만 아니라 빌과 에릭(역자 주: 플래그십 스튜디오의 ‘빌 로퍼(Bill Roper 현 플래그십 스튜디오 대표)’와 ‘에릭 쉐퍼(Erich Schafer 현 헬게이트 게임 디자이너)`처럼 뛰어난 재능을 가진 다른 많은 사람들과도 함께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정말 운이 좋은 거죠.

게임메카: 게임을 개발하면서, 가장 큰 기쁨(혹은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데이비드 브레빅:사람들이 제가 만든 게임을 얼마나 많이 즐기고 있는지 얘기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이건 아마 다른 많은 개발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가져다 주는 뭔가를 만드는 작업을, 제가 즐기기 때문입니다.

게임메카: 한국의 게임개발자 지망생들에게 게임개발에 있어 조언을 해준다면?

데이비드 브레빅: 우선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가슴 속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뭔가가 있다면, 그게 가능할 수 있는 길을 찾으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날, 게임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길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믿는 바를 굽히지 말고, 스스로를 믿어야 합니다. 그러면 결국 스스로가 놀라게 될 일이 생길 것이니까요.

게임메카: 당신은 투철한 게이머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근래 즐겨하는 게임이 있습니까? 또 지금까지 플레이 해본 게임 중 당신에게 큰 영향을 준 게임(혹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은 무엇입니까?

데이비드 브레빅: `헬게이트`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들도 많이 즐깁니다. 최근에는 ‘포케몬 다이아몬드(Pokemon Diamond)’와 ‘헤일로3(Halo3)’,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를 플레이 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보냈지요.

지금까지 게임을 하면서 인상 깊고 기억에 남는 순간을 열거하자면 꽤 많지만, 그 중 몇 가지를 얘기하자면 ‘슈퍼 마리오(Super Mario)’에서는 첫 번째 비밀(시크릿 스테이지)을 찾았을 때였고, ‘둠(Doom)’을 플레이 할 땐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기도 했답니다. ‘풀 쓰로틀(Full Throttle)’을 하면서는 너무 웃겨서 눈물이 다 났고, ‘에버퀘스트(Everquest)’의 마지막 에픽(Epic) 퀘스트를 끝냈을 때도 생각이 나는군요.

게임메카: 빌로퍼 대표는 지난 인터뷰에서 당신을 ‘나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신에게 빌로퍼 대표와 에릭 쉐퍼는 어떤 인물입니까?

데이비드 브레빅: ‘빌 로퍼’와 ‘에릭 쉐퍼’는 비디오 게임 산업에서 최고의 인재들 중 두 명입니다. 그 둘을 정말 존경합니다. 10여 년을 함께 일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죠. 둘 다 정말로 재능이 있으며, 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사랑합니다. 또한 두 사람 모두 제게 많은 것을 가르쳐줬답니다.

게임메카: 몇 번인가 한국을 방문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데이비드 브레빅: 한국을 정말로 좋아합니다!(I really like Korea!) 한국에 갈 때마다 멋진 시간을 보냈죠.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우선 사람들이 정말, 정말 멋지다는 것입니다. 한국에 갈 때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너무나 잘 대해주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한국이 PC게임의 메카라는 것입니다. 한국인들은 ‘진정한 게이머의 마음(the heart of the true gamer)’을 가지고 있어요. 여러분이 처음 게임을 접하는 걸 볼 때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정말 놀라울 뿐입니다(역자 주: 한국 사람들이 게임에 빨리 적응하고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 능력이 놀랍다는 뜻. 해외에선 보통 온라인 게임도 PC게임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다른 많은 사람들이 한국 게이머들 같다면 좋을 텐데 말이죠!

게임메카: 조금 곤란한 질문을 하겠습니다. ‘디아블로’ 시리즈와 ‘헬게이트:런던’ 중 어떤 작품에 더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까?

데이비드 브레빅: 그건 정말로 불가능하군요. 게임에서, `헬게이트`는 제 미래입니다. 반면 `디아블로`는 제가 풋내기(kid)였을 때 만들기 시작한 것이죠. 어쨌든 디아블로와 헬게이트 모두 제 인생에 있어 거대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 질문은 부모에게 “가장 소중한 아이가 누구냐”는 질문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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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아블로` 시리즈는 데이비드 브레빅의 자식과도 같은 게임이다. 그는 `디아블로`의 핵심 기술인 ‘랜더마이제이션’을 구현해 냈고, 게임 디자인에도 깊이 관여했다. 아이템, 게임 맵, 몬스터가 랜덤하지 않은 `디아블로`를 `디아블로`라고 할 수 있을까?

게임메카: ‘디아블로’ 시리즈와 ‘헬게이트:런던’ 모두 악마와 인간 영웅들 간의 대결을 그린 게임입니다. ‘악마와의 대결’이라는 컨셉을 잡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데이비드 브레빅: 아마도 제가 ‘궁극적인 전투(ultimate battle)’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인간 대 악마”는 제가 늘 사랑해온, 오래된 이야기랍니다.

`헬게이트`와 `디아블로`의 이야기는 몇 가지 다른 점이 있죠. `디아블로`에서는 악마를 ‘멈추기’`위해 노력했었지만, `헬게이트`에서는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있는 ‘진실’과 ‘선’을 이용해 악마들의 ‘확장’을 막아야 합니다. 저는 늘 악마에 대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즐겨 왔답니다.

그리고 저는 경계선이 불분명한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흑’과 ‘백’이 분명할수록 더 영웅적인 이야기로 느껴지거든요. 사실 우리 삶에 있어서도 ‘인간 대 악마’, ‘선과 악’은 매일같이 마주치는 것들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시간 동안에는 그렇게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않지만요. 그 문제들이 보다 세밀하게 잘 정리되면어느 쪽인지 (선과 악, 인간과 악마) 보다 쉽게 택할 수 있겠죠.

게임메카: ‘헬게이트:런던’의 캐릭터들 중 어떤 직업을 선호하십니까(혹은 즐겨하십니까)? 또 개발하면서 가장 애정이 갔던 직업은 무엇입니까?

데이비드 브레빅: 제가 가장 좋아하는 클래스는 전투요원입니다. `헬게이트`의 아주 초창기 게임 컨셉트는 ‘디아블로와 FPS의 만남’이었죠. 제 생각에는 전투요원이 이러한 초기 게임 컨셉트에 가장 가까운 캐릭터입니다. 또 검기사와 수호기사에 아마도 우리가 가장 많은 공을 들였지 않나 생각됩니다. 근접 전투 캐릭터를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거든요.

게임메카: ‘디아블로’는 본래 턴 제 RPG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디아블로’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데이비드 브레빅: 예, 맨 처음 `디아블로`는 턴 방식의 게임으로 디자인 됐었죠. 그 당시 RPG들은 다 그랬습니다. 많은 RPG들이 턴 방식이었고, 그래서 같은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었죠. 당시 ‘X com’이라고 불린 게임을 무척 좋아했었는데, 그래픽의 스케일이나 원근감 같은 부분들을 모델로 삼기도 했답니다. ‘보드(board)’ 주위로 움직일 수 있는 큰 박스 모양의 커서가 있었고, 플레이어가 그 커서를 움직이면 그 다음은 컴퓨터의 차례. 그런 식이었죠.

6개월 정도 그렇게 개발을 하고 있을 무렵, 빌이 저를 불러서는 ‘실시간(real-time)’으로 바꾸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잠시 동안 그것에 대해 얘기를 나눴고, 저는 빌에게 그건 지금까지의 개발 작업을 꽤 뒤로 돌리는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어쨌든 그 방식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하루가 걸려(in 1 day) 만들었죠.

(만든 프로그램을 구동하니) 내가 몬스터를 클릭하는 그 순간, 영웅이 걸어가면서 스켈레튼을 공격하고, 그러면 스켈레튼이 쓰러지는 거였습니다. 뭔가 마술 같은 걸 만들었다고 생각했죠!

게임메카: 많은 한국 게이머들이 ‘헬게이트:런던’의 그래픽을 보고 PC 업그레이드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PC 사양에 대한 최적화는 어느정도 이루어진 상태인가요?

데이비드 브레빅: 최적화는 잘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모델링의 저해상도 버전을 가지고 있고, 가능한 많은 그래픽 카드에서 구동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최종적인 우리의 최적화에 상당히 만족합니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게임을 플레이 하기 위해 PC를 업그레이드하고 싶어 하진 않죠. 하지만 우리는 (PC를 업그레이드하면) 게임이 더 멋지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어쨌든 우리의 목표는 더 많고 다양한 비디오 카드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오래 된 시스템에서도 게임을 잘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지금도 꾸준히 작업을 하고 있으며, 잘 되어가고 있답니다.

게임메카: 게임메카와 헬게이트메카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데이비드 브레빅: 우선 게임메카와 헬게이트메카의 유저 여러분들이 저와 우리의 게임에 보여주는 관심에 매우 감사 드립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여러분 같은 다른 많은 분들이 우리가 오랜 기간 힘들게 일하는 가운데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없다면, 게임을 만드는 것은 그렇게 재미있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부디 열심히 만든 게임을 재미있게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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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게임소개
미래시대에 걸맞는 다양한 형태의 무기를 활용해 하프라이프의 온라인버전을 체험하는 느낌을 선사하다가도 도검과 같은 무기를 활용할 때에는 3인칭 시점으로 전환, 마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같은 MMORPG를 즐기...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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