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계의 서태지, 라그나로크의 이명진 작가 - 원화 명인 릴레이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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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천국 일본은 만화, 애니메이션, 원화 등이 매울 발달한 곳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는 이러한 일본 만화나 그림에 뒤쳐졌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게임이나 만화를 보면 국내에도 훌륭한 원화가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 천국 일본은 만화, 애니메이션, 원화 등이 매울 발달한 곳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는 이러한 일본 만화나 그림에 뒤쳐졌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게임이나 만화를 보면 국내에도 훌륭한 원화가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게임 계 원화 명인 릴레이 탐방’은 국내에 숨은 실력자들을 만나 진행하는 인터뷰다. 그 첫 타자로는 ‘라그나로크’의 세계를 창조한 이명진 작가가 선정됐다.

이명진 작가, 그의 첫인상

의외다. 만화 ‘라그나로크’의 이미지처럼 활발하고,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처럼 시끌벅적 할 것만 같던 작가 이명진이었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이명진 작가는 한없이 순수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그런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럼에도 그림 얘기가 오고 가면 눈빛이 달라졌고 보다 열정적인 열변을 토해냈다.

때는 바야흐로 1992년, 젊은 작가 이명진은 국내 만화계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키며 데뷔를 장식했다. 그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데뷔작인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을 연재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단행본 9권까지의 총 판매부수가 이미 100만부를 넘어서고 있었다.

▲ 최근 애장판으로 다시 출시된 라그나로크

그 후 이명진 작가는 국방의 의무를 마친 뒤 새로운 작품을 출판해 냈다. 바로 ‘라그나로크’인데, 이 작품은 만화계와 게임계에 교두보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화 ‘라그나로크’의 경우 판타지에 한복을 넣는 등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일조했고, 게임 ‘라그나로크’는 8등신 캐릭터 등 사실적인 표현의 온라인 게임이 대세였던 대한민국 게임판 판도를 귀여운 캐릭터로 바꾸어 놓았다.

뿐만 아니라 ‘라그나로크’의 원화, 일러스트 등도 해외에 널리 알려지며 우리나라의 게임 문화와 만화를 널리 전파했다. 과연 이명진 작가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 같은 거대한 포부를 가지고 있었을까?

시간을 거슬러 이명진 작가가 그림을 처음 접했을 때로 돌아가 보자.

▲ 그라비티에서 만난 이명진 작가. 게임메카를 위해 자신의 연습장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그림은 이명진 그림이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림을 처음 접했을 때 내 나이는 4살이었습니다. 황금날개123이라는 만화가 있었는데 이 만화를 통해 그림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죠.”

4살이라고 하면 굉장히 어린 나이. 그럼에도 그는 우연히 접한 만화를 보고 그림에 심취했고, 연습장은 물론 달력 뒤에도 그림을 잔뜩 그리는 등 열심히 작업(?)활동에 전념했다.

일찍이 그림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던 그가 지금의 ‘이명진 스타일 그림’을 완성하게 되는 시점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당시 사회는 그림, 특히 만화가라는 직업에 보수적이었다. 때문에 이작가는 그림에 필요한 도구를 구입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었다. 그리고 이 때 자신의 일생일대의 라이벌이자 지금의 ‘이명진 스타일 그림’을 있게 한 장본인을 만났다고 한다.

▲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이명진 스타일 그림

중학생 신분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이명진 작가는 고병규라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 친구인 고병규는 동갑임에도 불구하고 이명진 작가를 형이라 부르며 따라다녔다고 한다.

고병규라는 친구도 만화가를 꿈꾸고 있던 지라 자신의 작품이 담긴 연습장을 매일 들고 다녔는데, 이작가는 그 연습장을 보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정말이지 깜짝 놀랐습니다. 까까머리 중학생인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숨겨진 고수였던 것이었습니다. 친구 고병규의 연습장에는 어떤 초능력자를 다룬 만화가 있었는데, 시티헌터나 북두의 권에서 볼 듯한 사실적인 8등신 캐릭터, 거대한 건물이 부서지는 장면 등은 이미 중학생의 실력을 뛰어넘고 있었습니다.”

동갑내기 친구의 그림에 대한 이명진 작가의 첫인상이다. 단순히 재미난 친구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숨은 고수였다는 거다.

“그림에 저만의 스타일을 가져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이때부터였습니다. 아무래도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려면 이 친구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 그림에 화려한 색상도 많이 사용하고 인체비율을 맞추기 위해 정말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아, 이 그림은 이명진 스타일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끔 하고 싶었던 거죠
(웃음).”

한국의 美를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

만화 ‘라그나로크’를 한 번이라도 펼쳐 본 독자라면 알 것이다. 버선, 노리개, 저고리 등 서양 판타지 세계 속에 숨어있는, 오로지 대한민국 국민만이 캐치할 수 있는 한국적인 요소를 말이다.

어째서 그는 자신의 그림에 이토록 한국적인 문화를 집어넣으려고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답변을 들어봤다.

“예전에 잠시 해외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유럽 지역이었는데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굉장히 각광받고 있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사무라이나 기모노 같은 일본 전통 문화들이 서양 사람들에게 인정받는걸 보았습니다. 그걸 보고 결심했죠. 제 그림을 통해 한국문화를 알리자고 말이죠.”

특히 그는 동양문화와 서양문화를 접목시켜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라그나로크’다. ‘라그나로크’는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두면서 캐릭터에게 색동 저고리를 입히고 버선을 신게 했다. 그의 한국문화에 대한 열정은 게임 ‘라그나로크’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게임 ‘라그나로크’에는 태권도를 사용하는 캐릭터가 있고, 사극에서 본 조선시대를 연상케 하는 마을 페이욘이 등장한다.

▲ 라그나로크 게임에 등장하는 태권소녀

“예전에 미국 코믹 페스티벌에 팬 사인회를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 한 미국인이 저에게 라그나로크의 캐릭터 중 사라와 아린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그들이 입는 옷이 마음에 무척 든다고 했는데, 만화에서 이 두 캐릭터는 가장 한국적인 느낌을 풍기는 캐릭터 입니다. 그래서 인지 싸인회를 마치고 흐뭇한 마음에 귀국한 적이 있어요.”

이렇듯 그는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 다분하다. 그래서인지 앞으로는 태극기의 팔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고 싶다고 귀띔했다.

한국 대표 작가, 게임과 만화의 갈림길에 서다

만화 ‘라그나로크’ 애독자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만화의 연재가 잠정적으로 중단된 것. 이명진 작가가 게임 ‘라그나로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아예 원작자 및 기획자 입장으로 발벗고 뛰어든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팬들의 반발은 컸다. 그러나 온라인 게임은 ‘라그나로크’ 세계를 창조한 이명진에게 있어서 신천지였고, 이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원작자의 힘이 필요했다.

실시간으로 게이머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온라인 게임 개발과 만화 연재를 병행할 수는 없는 법. 이명진 작가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그렇다고 해서 그가 그림 그리는 일에 완전히 손을 땐 것은 아니다. 게임의 원화부터 캐릭터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고, 만화 ‘라그나로크’ 애장판 발매 때도 그의 의견이 적극 수렴돼 표지 디자인부터 구성까지 완벽히 적용됐다.

현재 국내 그림 업계는 숙성기 단계

어두컴컴한 골방에 틀어박혀 톤을 자르고 붙이던 만화가들의 작업환경. 그러나 지금은 그림을 그리던 사람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떳떳하게 자신의 그림을 보이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

더불어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이 발전하면서 소위 말하는 ‘그림 그리는 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국내 내노라하는 원화가들은 일본에도 많이 진출해 있고, 엔씨소프트, 넥슨 등 대규모 개발사에서 아트디렉터로서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이명진 작가는 “현재 이름있는 원화가들은 게임 업계에 포진돼 있다”며 “이들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않는 이상 원화가를 꿈꾸는 지망생들이 피나는 노력 없이는 판도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 완성된 그림을 들고 한 컷

“국내 게임업계가 대규모로 발전함에 따라 이제는 원화가들도 그림만 잘 그려서는 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게임은 음악, 영상, 그림, 기획 등 다양한 것들이 접목돼 있는 엔터테인먼트고, 이를 한 장의 그림에 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다방면에 뛰어난 인재가 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명진 작가는 오로지 그림에만 집착해서는 훌륭한 원화가가 될 수 없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 지망생들은 자신들끼리의 커뮤니티도 굉장히 활발하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 많다”고 전하며 “국내 그림 업계와 게임 업계가 충분히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날이 오는 것 같다”며 말을 마쳤다.

인터뷰 시작 때만 하더라도 수줍은 미소만 보이던 그다. 그러나 인터뷰가 막바지에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그림과 게임, 한국문화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젊은 청년이 돼 있었다. 물론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역경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목표를 보고 끝없이 달려왔던 그였기에 지금 이 자리에 꿋꿋이 앉아있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앞으로 이명진 작가를 통해 한복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최고의 드레스가 될 날을 기대한다.

▲ 연습장에 슥삭슥삭 하더니 1분만에 완성하더이다~!

▲ 이명진 작가가 게임메카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 게임메카 기자들을 위한 그림까지 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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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그라비티
출시일
게임소개
'라그나로크'는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으로 유명한 작가 이명진이 자신의 판타지 만화 '라그나로크'를 구현하기 위해 만들...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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