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한 구세대 VS 나홀로 신세대’ 게임계 불안한 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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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티쓰리엔터테인먼트가 한빛소프트의 지분 약 27%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로 등극했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게임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캐주얼 게임 열풍이 기존 온라인 게임업계 질서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고 있다.

19일, `오디션` 개발사인 T3엔터테인먼트가 한빛소프트의 지분 약 27%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로 등극했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게임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로 시작하여 국내 게임업계의 ‘살아있는 역사’에 해당하는 한빛소프트가 매출액에서도 규모가 작은 업체에 피인수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지난해 한빛소프트의 매출액은 662억원이었으며, T3엔터테인먼트는 317억원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크기만 따지면 소형 경차가 중형차를 집어삼킨 격. 문제는 신형 소형차의 연비나 속력이 구형 중형차의 그것을 오래 전에 추월했다는 부분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최근 3년 동안 이루어진 시장침체와 세대교체가 정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통적 PC게임의 자리를 한국형 MMORPG가 차지하고, 다시 그 자리를 갈아치운 것이 캐주얼 게임이듯이 게임업체 간에도 급격한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단일게임 매출업체, 게임전문개발사 잇단 IPO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캐주얼 게임 열풍은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탄생시켰다. 여기에 ‘오디션’, ‘스페셜포스’, ‘프리스타일’은 최근 대형 후속작 개발을 발표하면서 게임 별 브랜드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캐주얼게임의 연이은 급부상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게임업체는 바로 제이씨엔터테인먼트와 드래곤플라이, 게임하이와 같은 중소 규모의 전문게임개발사다.

해당 업체의 지난해 매출 규모는 게임하이 320억, 제이씨엔터테인먼트 278억, 드래곤플라이 264억이다. 퍼블리셔가 아닌 전문게임개발사로써 분기별로 꾸준히 매출액을 성장시키며 높은 순이익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이들 게임업체의 공통점이다.

특히 제이씨엔터테인먼트와 드래곤플라이는 당초 단일 게임 서비스로는 증시에 상장할 수 없다는 코스닥위원회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코스닥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다. 그만큼 현재의 실적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양 사는 후속작 및 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일찌감치 게임 퍼블리싱에도 뛰어든 상황이다.

얼마 전 코스닥에 우회상장한 게임하이의 매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서든어택’과 ‘데카론’. 전문게임개발사로써는 드물게 두 개 이상의 성공한 게임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초 가장 유력한 증시상장 업체로 손꼽히던 게임하이는 소리 소문 없이 조용하게 코스닥 우회상장의 길을 선택했다. 오는 7월 초 마무리되는 인수 합병 작업을 통해 사실상 적자기업인 ‘대유베스퍼’는 형체만 남기고 게임하이가 그 자리를 채울 예정이다.

지난해 ‘던전앤파이터’로 448억원의 매출액을 거둔 네오플은 장외기업 중에 가장 ‘알짜배기’로 손꼽히고 있다. 이외에도 ‘실크로드’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조이맥스와 ‘열혈강호’의 엠게임 역시 증시 상장을 위한 출사표를 내던진 상황이다.

웹젠, 그라비티, 한빛소프트 전통의 게임업체 ‘휘청’

중소 규모의 전문게임개발사들이 활약하는 동안, 전통의 강호들은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빛소프트와 웹젠, 그라티비다.

T3엔터테인먼트가 한빛소프트를 인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디션’의 성공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지만, 이는 한빛소프트의 연이은 부진이 스스로 불러온 결과였다. 회사가 총력을 기울였던 초대형 프로젝트인 ‘그라나도 에스파다’와 ‘헬게이트: 런던’은 연이어 ‘기대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결정적으로, 지금의 한빛소프트의 기반이 된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 유통에 대한 전권이 블리자드 앞으로 돌아가면서, 회사는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초 루머처럼 떠돌던 ‘M&A(인수합병)설’은 T3엔터테인먼트가 지분을 인수하는 것으로 실현되었다.

한빛소프트와 같은 시기에 ‘썬’을 내놓았던 웹젠의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제 3세력에 의해 적대적 인수 위협을 받으며, 경영권 방어에 애를 써야 했다. 주주총회자리에서 폭력사태가 일어나는 등 ‘만신창이’가 된 웹젠이 선택한 것은 대규모 구조조정. 이미 지난해 회사의 창업멤버가 떠나고 한 차례 구조조정을 실시했던 웹젠 입장에서는 더욱 뼈아픈 선택이었다.

‘뮤2’. ‘프로젝트 위키’, ‘파르페스테이션’, ‘일기당천’ 등 개발 프로젝트가 차례로 중단되었고, 기대작 ‘APB온라인’의 퍼블리싱 권한의 일부를 포기해야만 했다. 회사는 전문경영입을 영입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얼마 전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에 무료서버 추가라는 ‘초강수’를 빼 들었다. 지난해 기대작 ‘라그나로크2’는 ‘게임이 설익어 나왔다’는 혹독한 평가를 받으며 텃밭에 해당하는 일본에서 오픈베타테스트를 중단해야만 했다. 사실상 회사의 주인도 일본 서비스 파트너인 겅호로 바뀌는 수모를 겪었다. 일본에서는 ‘라그나로크’ 운영자(GM)가 게임머니를 부정 생성, 거래하는 사건이 벌어지며, 이에 반발한 유저들이 대거 이탈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게임업계 세대교체, 긍정적 체질개선으로 이어질까?

지난 3년 동안 게임업계는 트렌드를 이끌만한 제대로 된 ‘킬러콘텐츠’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된 침체를 겪었다. 전통의 게임업체는 신작 출시 지연, 매출액 감소, 경영권 위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바다이야기’ 이후 게임산업 전반에 드리워진 부정적인 시선도 쉽게 걷어지지 않고 있다.

단일게임으로 IPO에 성공한 개발사 역시 퍼블리싱에 진출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 2년 동안 새로운 게임을 출시하는 데는 마찬가지로 지지부진하다. 또한 상장예비심사 과정을 통과한 업체의 활기가 코스닥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지도 미지수다. 현재 증시에 상장된 대부분의 게임업체들은 높은 수익율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저평가’에 시달리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일본에서 온라인 게임 성장율은 급격히 둔화되었고, 중국에서 한국 게임의 비중은 30% 아래까지 떨어졌다. 동남아 역시 일찍 진출한 중국기업들의 발 빠른 대처에 비해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풍요 속의 빈곤’처럼 게임업계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단일게임의 수익에 의존하고 안정적인 개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조건적 ‘몸집 불리기’는 과거와 똑같은 경영 실패를 불러온다. 세대교체를 위한 샴페인은 조금 늦게 터뜨려도 좋다. 반면교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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