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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플래그십 호는 왜 침몰할 수 밖에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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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4일 플래그십 스튜디오 폐쇄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소식을 듣고 있자니 불현 듯 영화 ‘타이타닉’이 떠올랐다. 웅장하고 화려했던 ‘타이타닉’ 호는 내부의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바다 속으로 침몰하고 말았다.

2003년 10월, 플래그십 호(號)가 첫 출항에 나섰다. 이 배는 블리자드라는 항구를 빠져 나와 바다로 거칠 것 없이 항해했다. 목적지는 온라인 게임시장. 선장인 빌로퍼는 블리자드 노스를 이끌고 ‘디아블로’라는 걸출한 게임을 개발해 낸 인물이다. 승무원의 이력도 화려하다. 맥스 쉐퍼와 에릭 쉐퍼, 데이비드 브래빅과 피터 휴, 타일러 톰슨, 필쉥크 등 그야말로 블리자드 노스의 핵심 맴버들이 고스란히 플래그십 호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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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빌로퍼 사단이 또 한 번 큰 일을 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게다가 든든한 친구 한빛소프트는 발벗고 나서 플래그십 호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했다. 한빛소프트는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지역의 퍼블리싱 길까지 뚫어 플래그십 호가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항해 5년 만에 플래그십 스튜디오 호는 침몰했다. 자잘한 암초에 부딪혀 선체가 기우뚱하더니, 결국 5년도 못버티고 개발비 고갈이란 거대한 구멍이 뚫려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버린 것이다.

플래그십 호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다. 당초 목표는 ‘헬게이트:런던’을 2006년 내에 출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개발 기간이 약 1년 가량 길어지면서 자금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한빛소프트 측으로부터 긴급자금이 여러 차례 수혈됐지만, 그야말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설상가상 `헬게이트:런던`의 북미와 유럽 패키지 유통사인 EA의 발매일 압박까지 받았다. 플래그십 입장에선 투자사들의 요구에 반대할 순 없는 입장이었다. 그렇게 했다간 당장 자금이 끊겨버릴 상황이니 말이다. 플래그십은 게임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헬게이트:런던’ 패키지를 출시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부터 플래그십 호는 급격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기대 속에 ‘헬게이트:런던’이 출시됐지만 사람들은 냉담했다. 딱 봐도 미완성된 게임이었다.

 

부족한 커뮤니티 시스템과 콘텐츠, 늦은 업데이트와 버그까지. 온라인 게임으로서 치명상이 될 수 있는 허점이 많았다.

 

‘헬게이트:런던’은 당초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낼 수 밖에 없었다. 이는 곧 한빛소프트와 플래그십스튜디오에게 또 다른 자금난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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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게이트:런던`에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은 한빛소프트마저 휘청거렸다. 결국 한빛소프트가 티쓰리 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되면서 플래그십 호의 선채는 갈라지기 시작했다. 한빛소프트에게 다시 손을 내밀 수도 없는 상황.

결국 플래그십 스튜디오는 배수진을 칠 수밖에 없었다. 코메리카 은행으로부터 ‘헬게이트:런던’의 지적재산권을 담보로 자금을 수혈 받았다. 하지만 이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영화 `타이타닉`에서 거대한 선채가 바다속으로 내리 꽂히는 것 처럼 플래그십 호도 2008년 7월 13일 바다의 심연 속으로 사라졌다.

플래그십 스튜디오의 실책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들이 당초 목표했던 독립개발사로의 면모를 갖추지 한 것이 가장 큰 패착이다. 40인 규모로 시작한 신생개발사로서 `헬게이트`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무리수였다. 블리자드 노스 핵심 개발자 출신이란 그들의 자신감은 `적어도 디아블로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미소스` 개발자들이 합류하면서 개발자 수는 금세 약 80명으로 늘었다. 수익기반이 전무한 상태에서 외부 투자만으로 유지되는 `규모있는` 개발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결국 플래그십 스튜디오는 ‘헬게이트:런던’이란 거대한 프로젝트에 올인(All in)하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외부 투자만으로 운영되는 플래그십 스튜디오가 `헬게이트:런던`이란 `큰 것` 한방을 노린 것 자체가 무리수로 작용한 것이다. 결국 플래그십의 무모한 욕심은 `자금난`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헬게이트:런던’은 플래그십 스튜디오에 있어 ‘모 아니면 도’의 위험부담이 큰, 한마디로 `도박`에 가깝게 변질된 것이다.

이제는 흔히 이야기하는 ‘이름빨’이 먹히지 않는 시대가 됐다. 개발자 혹은 개발사의 명성만으로 게이머들은 지갑을 열지 않는다. 완성도 있는 게임이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지금의 게임 시장은 전 세계 게임들이 경쟁하는 시대다. 빙산 하나에 침몰하고 만 타이타닉 호처럼 내실없이 겉만 화려한 게임은 더이상 설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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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게임소개
미래시대에 걸맞는 다양한 형태의 무기를 활용해 하프라이프의 온라인버전을 체험하는 느낌을 선사하다가도 도검과 같은 무기를 활용할 때에는 3인칭 시점으로 전환, 마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같은 MMORPG를 즐기...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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