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는 조이고 업주들은 흩어지고, 인문협이 불매운동을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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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인터넷문화협회(이하 인문협) 홈페이지에 최근 ‘아이온’과 관련된 공고와 포스터가 떴다. ‘프리우스는 우리 PC방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NC 아이온은 아닙니다.’

사단법인 인터넷PC방문화협회(이하 인문협) 홈페이지에 최근 ‘아이온’과 관련된 공고와 포스터가 떴다. ‘프리우스는 우리 PC방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NC 아이온은 아닙니다.’

인문협은 이 문구를 포스터 형식으로 제작해 다운로드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지난 11월 ‘아이온’ 출시와 맞물려 엔씨소프트의 대 PC방 정책을 놓고 마찰을 벌인 인문협은 ‘아이온’ 입간판 철수, 클라이언트 삭제 등 소극적인 방식의 ‘불매운동’을 진행해 왔다. 이번 포스터 배포는 PC방에 있어 ‘아군’과 ‘적군’을 명확히 나눈 만큼 기존의 방식보다는 더 적극적인 ‘저항’의 의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일선 업주들의 시선은 그다지 달갑지 않다. 무엇보다 이런 형식의 보이콧은 무의미하다는 것이 대부분 일선 업주들의 생각이다. 성북구에서 PC방을 운영중인 한 업주는 “손님이 아이온을 찾는데 클라이언트를 삭제할 수 없다.”며 “포스터를 안 붙이고 편가르기를 한다고 해서 아이온을 찾는 사람들이 거기에 공감을 하고 다른 게임을 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성북구 인근에서 또 다른 PC방을 운영중인 업주는 “지금 PC방 존립 자체가 위기인데 손님을 골라 받을 수 없지 않느냐. 엔씨소프트의 PC방 정책에 전적으로 동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문협의 대처 방식은 현장에서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 인문협이 최근 다운로드를 실시한 아이온 보이콧 포스터  

PC방 존재근거 약해지면서 이익단체인 인문협 협상력 약해져

인문협은 PC방 업주들의 요구를 대변하는 이익단체이다. 그러나 인문협이 가진 협상력은 전국 2만여 개가 넘는 PC방 업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기에는 미약하다는 것이 업계의 관점이다. 게임을 위한 공간인 PC방은 게임업체와 공생해야 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PC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에는 게임산업에서 PC방이 차지하는 위상은 매우 높았다. ‘리니지’의 성공을 기반으로 거의 모든 게임사들이 PC방 영업에 뛰어들었고 게임산업의 성장과 함께 PC방도 성공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각 가정에 게임용 PC의 보급이 확대되고 인터넷 인프라가 확대되면서 PC방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특별한 상황이나 특별한 혜택이 없는 한 게임을 하기 위해 PC방을 찾는 발걸음이 뜸해진 것이다.

PC방의 달라진 위상은 인문협이 게임업체에게 압력을 가했던 논리조차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2005년 넥슨이 PC방 과금제를 정액제에서 종량제로 바꾸면서 인문협은 게임업체와 물리적인 충돌을 빚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여줬다. 당시 인문협 측의 입장은 ‘종량제로 바뀌면 업주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라는 논리로 게임업체가 공생의지를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008년 현재 업주들은 오히려 종량제가 낫다는 입장이다. ‘쓴 만큼 내는’ 종량제가 합리적인 정책이라고 인정하는 업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마포에서 5년째 PC방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끼워팔기는 여전히 부담스럽지만, 솔직히 종량제가 아닌 정액제라면 아이온이 포함된 엔씨의 PC방 요금정책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라며 “우리 매장의 경우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3, 서든어택만 돌려도 매출의 반 이상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업주는 넥슨 사태를 두고 “인문협이 불과 몇 년 앞을 예상하지 못하고 ‘생떼’를 썼다는 이미지를 피할 수 없다. 많은 일선 업주들이 협회를 불신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종량제 전환을 이유로 물리적인 충돌까지 빚어가며 게임업체를 압박했지만 3년이 지난 후 정작 업주들이 느끼는 입장은 180도 바뀌어 있었다.         

인문협이 성과로 내세우는 PC방 등록제 시행 연기, ‘스페셜포스’ 띄우기 등도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2004년 인문협은 ‘카운터스트라이크’의 과금정책에 대한 반발로 당시 무료로 제공된 ‘스페셜포스’를 대체게임으로 선정했고. ‘스페셜포스’는 이후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이 사례는 인문협이 내세우는 성공사례 중 하나로, 인문협은 이후 게임업체와 마찰이 일어날 때마다 대체게임을 선정해 발표해왔다. 이번 ‘아이온’사태에서도 인문협은 ‘아이온은 죽이고 프리우스는 살린다’라는 강경한 문구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스페셜포스’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대체게임이 성공한 경우가 없다. 게다가 ‘아이온’과 맞붙어 대작 범주에 드는 ‘프리우스’가 실패할 경우에는 유일한 성공사례로 꼽히는 ‘스페셜포스’마저 인문협의 대체게임 선정의 덕을 봤다고 말할 근거가 미약해진다. 성북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대체게임인 프리우스가 힘을 못 받으면 역으로 스페셜포스의 성공사례도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대체게임 선정 때문이 아니라 (게임자체가) 시대의 흐름과 게이머의 요구를 잘 읽어 성공했다는 주장이 훨씬 설득력 있게 들린다.”고 말했다.

PC방 등록제의 경우에는 일선 업주들이 인문협에 대해 가장 불만을 많이 표시하는 부분이다. 업주들이 가장 불만을 가지는 점은 현장에서 원했던 ‘등록제 철폐’가 아닌 ‘등록제 시행 연기’를 얻어냈다는 부분이다. 자격요건이 명시된 등록제가 시행됨으로서 설비와 업소위치에 제약이 생기면서 추가적인 비용이 들고 일부 점포들은 폐업의 위기까지 몰렸다는 것이다.

▲ 2005년 넥슨 앞에서 펼쳐진 인문협 회원들의 시위.

인문협, ‘내부 출혈경쟁, 업체의 우월적 지위로 단결력 확보 어려워’

사실 등록제는 PC방 업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문제이다. 등록제 폐지를 외치는 목소리 한편에서는 등록제의 시행으로 포화상태였던 PC방 시장이 정리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목소리들이 분명히 존재했었다. 기대하는 쪽은 현재의 PC방 시장이 포화상태로 업소들끼리 내부 출혈경쟁을 하고 있어 운영이 더욱 힘들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들은 인문협이 일명 ‘500원 PC방’을 단속해주길 원하고 있다. 협회가 나서 시간당 이용가격을 정하고 통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문협은 이 같은 행위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단속하는 ‘가격담합’에 해당한다며 사실상 제한이 불가하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출혈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협회 차원에서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인문협 조영철 정책국장은 “협회로서는 업주들끼리 잘 지내시라 라는 정도의 이야기밖에 할 수 없다.”라며 “하지만 업주들끼리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실제로 이런 이야기가 얼마나 먹힐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즉 과도한 경쟁으로 업주들 간에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단결력을 발휘하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인문협 측이 파악하고 있는 PC방 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 역시 포화상태에 다다른 PC방 시장과 그로 인한 내부 출혈경쟁이다. 인문협 측에 따르면 연간 20~25%정도의 PC방 업소가 주인이 바뀌고 있다. 경쟁력이 없는 매장이 폐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신규 시장 진출자들에게 매장을 넘기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조영철 정책국장은 “어렵다고 해도 PC방은 여전히 자영업 분야에서 진출하기 쉬운 업종이다. PC방 운영에 대한 수요가 끊임없이 있기 때문에 과밀화된 시장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문협 입장에서는 게임 없이는 영업이 안 되는 PC방의 한계를 업체들이 이용한다는 불만이 제일 크다. 콘텐츠 공급자라는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대화나 타협 없이 밀고 나간다는 이야기다. 조영철 정책국장은 “업체들의 경우 PC방이 어쩔 수 없이 요금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한계를 이용해 일단 밀어붙인다. 대화를 하자고 하면 법으로 하자고 하고 ‘끼워팔기’등 부당행위를 제소해 승소하면 판결대로 고치겠다고 한다. 사실 (법적으로)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상생을 위해서 대화를 해고 타협을 해야 하는데 물꼬가 안 트인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문협, 상황이 안 좋아도 대화 될 때 까지 문제제기 계속할 것

조영철 국장은 업주들로부터 효과가 없다고 지적 받는 ‘아이온’의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아직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스텝을 다 밟지 않았다. 현재는 보이콧 정도의 단계로 실패라고 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조 국장은 “세계 어디에도 PC방에 따로 과금을 하는 나라는 없다. 국내 업체들에게 PC방 과금에 대해 이야기하면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인문협에 따르면 블리자드가 PC방에 과금을 하는 지역은 한국밖에 없다) 이야기를 자꾸 하는데, 애초에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과금을 하게 근거를 마련해 준 이들이 국내 업체들이다.”라며 “국내업체들이 PC방과 대화를 하지 않는 한 협회는 힘이 있던 없던 계속 생존을 위한 저항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화제가 되는 ‘아이온’은 계기일 뿐,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업체를 향한 ‘생존권 저항’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인문협 측은 말한다.

조영철 국장은 “사실 지금 상황에서는 뾰족한 해답이 없다.”며 “포화상태의 시장을 해결하는 방법은 수요를 늘리거나, 공급을 줄이면 된다. 산업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수요를 늘리는 것이다. 수요를 늘리는 것은 협회만 노력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게임업계가 함께 보조를 맞춰줘야 한다. 일단 대화가 가능하다면 어떤 방식으로던지 상생의 해답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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