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연말이 되면 모두들 ‘정리’하기에 바쁘다. 그동안 인사 못한 사람들에게 안부도 전해야 하고, 또 술도 마시며 허물어진 우정과 관계를 정리하기도 한다. 또 중요한 연말 정산도 있고. 사실 12월 31일과 1월 1일은 날짜 하루 차이일 뿐인데 햇수가 넘어가는 것은 개인이든 단체든 어디에나 큰 경계선으로 작용한다.
2008년이 불과 며칠 남지 않았다. 힘차게 새해를 맞으며 올 한 해도 잘해보자 다짐했던 게임업계 분들과 게임메카의 독자제위들. 한 해가 마무리되는 이 시점에 어떠하신가. 다들 계획대로 열심히 보람 있게 2008년을 보내셨는가. 어떤 이들에게 2008년은 아주 가혹한 한해일 수 있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최고의 한 해일 수 있을 것이다. 답들은 각자 내시라.
상황은 개개인이 다 다르겠지만 여러분들이 보낸 올 한 해가 모여 게임업계의 큰 뉴스들을 만들어냈다. 이번 주 이구동성은 특집으로 2008년 게임업계를 뒤흔들었던 뉴스들을 한번 정리해 보았다. 모든 뉴스를 다룰 수 없는 만큼 큰 뼈대만 추려서 얽어봤는데 전체적인 모양은 다음과 같다. ‘가능성을 품은 한 해. 그리고 여전히 희망을 버릴 수 없는 2009년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인수열전
기업사낭꾼 그리고 사냥감들. 약육강식이라는 생태계 불변의 진리 앞에서 게임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불안정한 시장의 상황을 반영한 것일까? 올 한 해 게임업계에서는 그 어느 때 보다 ‘헤쳐 모여’가 활발했다. 이 중 일부는 어쩔 수 없이 또 일부는 제 발로 사냥꾼들의 ‘먹이’가 되었다.
기업인수의 중심에는 오디션으로 ‘대박’을 친 티쓰리엔터테인먼트가 있다. 티쓰리엔터테인먼트는 한빛소프트 인수를 시작으로 열림 커뮤니케이션 등을 사들였고, 현재도 추가로 인수할 개발사를 찾고 있다. 정말 왕성한 식욕이다. 아직 루머에 불과하지만 ‘오디션’을 서비스했던 예당 온라인을 인수한다는 이야기도 돈다. ‘오디션’을 팔지 못해 힘들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티쓰리 엔터테인먼트는 용 됐다. 용도 그냥 용이 아니라 세계에서 제일 빠르게 성장한 축에 드는 ‘성장호르몬 과다분비 용’으로 선정됐다. 그런데 이 성장호르몬이 제 돈을 주고 산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항간에는 호르몬제를 사기 위해 빚을 꽤 졌다는 소문도 있는데 당사자만 정확히 알 일이다.
2008년에 이루어진 대형 M&A 중 NHN게임즈의 웹젠 인수를 빼 놓을 수 없다. NHN은 NHN게임즈에 돈을 빌려줬고 NHN게임즈는 그 돈으로 웹젠을 샀다. ‘한다’, ‘안 한다’ 이야기도 많았고 물 밑에서 인수가 진행 중일 때도 양사는 오리발을 딱 내밀어 사람들을 헷갈리게 했다. 넥슨도 ‘던전앤파이터’의 네오플을 인수하며 기업인수 전쟁에 뛰어들었다. 네오플의 허 민 대표는 회사를 넥슨에 넘기고 미련 없이 훌훌 털고 떠났고 이 바닥의 ‘전설’이 되었다.
장난 같지만 허 민 대표가 떠난 자리에는 서 민 대표가 새롭게 취임했다. 그런가 하면 FPS의 명가를 자처하는 드래곤플라이는 판타그램을 인수했다. 이미 블루사이드와 사업을 진행해고 있었던 드래곤플라이는 판타그램의 인수로 ‘삼각편대를 구축했다’라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한쪽 날개를 맡기에 판타그램은 너무 쇠약하다라는 평도 함께 들어야 했다. 그냥 이미 자립하기 힘든 판타그램이 드래곤플라이에 기댔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미묘한 신경전 법적 분쟁
말 그대로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었다. 최근 검찰은 블루홀 스튜디오와 엔씨소프트 직원 한 명을 `리니지3`의 기술을 유출한 혐의(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및 배임)로 전(前) 개발실장 박모씨 등 전 직원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앞서 8월에는 엔씨소프트는 퇴사한 ‘리니지3’ 전직 개발실장 박 모씨 등을 대상으로 개발 정보 및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며 65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두 건의 ‘표적’은 대부분 일치한다.
‘표적’들은 ‘리니지’ 시리즈를 이끌어온 핵심 관계자들이다. 이들은 ‘리니지3’의 개발이 중단된 후 엔씨소프트를 나와 블루홀 스튜디오를 설립해 MMORPG ‘S1’를 개발하고 있었다. 한때 가족이었단 이들의 싸움은 한쪽이 새 가족을 맞으면서 가문 대결로 비화되었다. 지난 8월 NHN이 ‘S1’을 퍼블리싱 하기로 하면서 게임업계의 두 거대공룡 NHN와 엔씨소프트 사이에 한 때 미묘한 기류가 흐른 것이다. 당사자들이야 ‘상관없다’고 말하지만 불편한 속마음은 누가 봐도 보인다.
그런가 하면 한빛소프트와 형님, 아우하며 지내던 빌로퍼의 플래그십은 ‘헬게이트:런던’의 시장안착 실패, 한빛소프트의 피인수 등 거듭 악재를 맞으며 결국 폐쇄 되었다. 빌 로퍼는 플래그십을 폐쇄하며 “미소스와 헬게이트:런던의 지적재산권은 모두 플래그십 스튜디오가 보유하고 있다.”고 밝혀 한국에 있는 관계자들을 당황케 했다. 결국 한 식구와 다름없던 한빛소프트와 플래그십은 “법적분쟁도 불사하겠다.”며 으르렁댔는데 다행히 티쓰리와 한빛의 높으신 분들이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문제를 해결했다.
플래그십의 핵심 개발자들은 각자 살길을 찾아 다른 곳에 둥지를 틀었고, 한빛과 티쓰리는 ‘헬게이트: 런던’을 리뉴얼 해 2009년에 다시 재런칭 할 계획이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피해를 본 것은 한빛의 투자자들과 ‘헬게이트:런던’의 유저뿐이었다.

“한동안 뜸했었지!” 대작 신작 러쉬, 내년에도 희망고문은 계속된다
‘디아블로3’의 발표는 2008년을 강타한 가장 큰 신작소식이었다. 누구나 예상했지만 누구도 확신하지 못했던 ‘디아블로3’는 블리자드 특유의 보안 속에 꽁꽁 숨겨져 있다가 5월 파리에서 깜짝 등장했다. 블리자드는 2007년 ‘스타크래프트2’ 공개에 이어 2008년 ‘디아블로3’를 발표하며 기대했던 카드를 모두 꺼내놓았다. 오랫동안 뜸을 들이며 완성도를 다듬어 온 ‘아이온’ 역시 오픈베타테스트를 실시하며 ‘리니지3 개발중단’ 파동으로 주춤하던 엔씨소프트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아이온’은 국산 MMORPG로는 간만에 성공적인 상용화 초반(사용화 첫 달 50억 매출 추정)을 보내며 시장에 일단 안착했다. ‘아이온’의 안착은 침체되어 있던 국내 게임시장에 활력을 가져왔다는 평가와 ‘MMORPG에서 블록버스터 대작이 아니면 성공하기 힘든 것인가’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함께 불러왔다.
하지만 2008년 초반 원작을 리뉴얼 한 ‘십이지천2’의 성공과 국내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현지화로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대박’을 친 ‘크로스 파이어’의 선전은 2008년 눈 여겨볼 만한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아 한 가지 더. MMORPG ‘아틀란티카’의 성과 역시 2008년이 거둔 중요한 수확이다. 기존 획일적인 방식으로 기획되었던 소위 한국형 ‘MMORPG’와는 다른 길을 갔던 ‘아틀란티카’는 2008년 초 오픈한 MMORPG중에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아이온’과 비슷한 시기에 런칭되었던 CJ인터넷의 MMORPG ‘프리우스’ 역시 ‘아니마 육성’ 시스템을 내세우며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마 2008년을 기점으로 MMORPG 시장은 고퀄리티 대작 위주로 흘러가는 현상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보는 관측들이 많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를 제외한 중국, 동남아, 유럽 등 해외 시장은 한국 온라인게임 개발사들이 충분히 눈독을 들일만한 가치가 있고, 구매력 높은 ‘아저씨 유저’ 시장 역시 아직까지는 건재하다는 것이 부분적으로 증명되었다.
정부 역시 IT산업과는 별도로 게임산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게임산업진흥 중장기계획) 잔인할 수도 있지만 2009년에도 ‘희망고문’을 버텨내야 하는 게임업계다. 그래도 아예 희망이 없는 것보단 낫지 않는가? 이렇게 자위해본다.

‘게임 밖에 없다’ 외화벌이의 선봉에선 수출 역군들
2008년은 게임수출 연간 10억 불 시대 개막된 해이기도 하다. 예당온라인 3천만불 수출 탑 수상, 조이맥스 2천만 불 수출탑 수상, 엠게임 천만 불 수출탑 수상, 드래곤플라이 5백만 불 수출탑 수상 등 각 업체마다 좋은 실적을 거두었다. 국내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해외 수출로 대박을 친 업체도 속속 등장했다.
2008년의 정확한 국산게임 수출 실적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게임산업협회 집계 10억 6천만 불) 하지만 2007년에 이어 2008년에도 국산 온라인 게임의 수출은 두 자리 수 이상의 성장폭을 보인 것으로 잠정 집계 되고 있다. 특히 2008년 중반을 지내며 원화 대비 달러, 엔이 폭등하며 ‘경제는 어렵지만 수출 게임업체는 웃는’ 기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2008년 한국 게임업계는 수출 실적 증가라는 수치의 성장 뿐만 아니라 시장확대에 따른 건전성 또한 동시에 확보했다. 한국의 게임업체들은 그동안 수출이 집중되었던 중국, 동남아 뿐만 아니라 북미, 유럽을 넘어 남미까지 시장을 확대해 잠재시장을 선점하고 고객을 확보했다. 때문에 본격적인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2009년에 한국 게임업계의 역할에 보다 많은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효자산업’이라는 단어는 바로 이럴 때 쓰는 것이다.
그때 그 사람들” 모든 것은 사람이 만든다. 어디에서 무얼 하나?
민간인 신분으로 우주여행을 한 로드 브리티쉬 리처드 게리엇은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화제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자신이 개발한 ‘타뷸라라사’의 실패로 ‘로드 브리티쉬’에서 ‘우주먹튀’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리처드 게리엇’을 떠나 보내는 김택진 사장이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김택진 사장은 열애설이 난 윤송이 SKT 전 상무와 비밀리에 결혼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원래는 마음이 없었는데 열애설 때문에 본격적으로 결혼 이야기가 오갔단다. 기자는 가끔 이렇게 중매쟁이의 역할도 한다. (믿거나 말거나) 11월 출산을 마친 윤송이 전 SKT 상무는 엔씨소프트의 부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다. 그녀의 복귀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이 같이 존재하지만 평가는 내년 이 맘 때 즈음이나 가능할 것 같다.
1세대 게임개발자인 김학규와 이원술, 송재경은 각각 MMORPG 개발에 착수했다. 김학규는 동양풍 MMORPG를, 송재경은 인기 판타지 작가 전민희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MMORPG를 그리고 이원술은 자신의 대표작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MMORPG를 각각 개발 중이다. 각각 ‘그라나도 에스파다’, ‘XL1’, ‘스타이리아’로 쓴맛을 본 경험들이 있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2008년에 이어 2009년 역시 계속 ‘희망’에 기대 열심히 개발할 동기가 부여된 상태다.
그런가 하면 한국 e스포츠(정확히 말하면 스타크래프트)의 구세주 임요환은 12월 22일 제대를 하며 ‘30대 프로게이머’라는 꿈을 향해 한 발짝 다가섰다. (2009년 서른이 되는 그는 제대하자마자 SK T1에 선수로 복귀한다.) 2009년이 되면 e스포츠도 거진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한국의 e스포츠는 ‘스타’ 판이다. 2008년 말미에 한 국회위원이 개최한 ‘e스포츠 발전 정책 토론회’에서는 여전히 ‘스타 위주의 판을 바꾸어야 한다’, ‘국산종목을 육성해야 한다’라는 원론적인 문제제기들만 반복되고 있다.
과연 e스포츠란 무엇인가. 국산 종목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는 있는가. 있다면 게임산업과 연계해 국산종목의 세계화는 어떻게 이루어내야 하는가. 세계 e스포츠 시장 한국이 지분을 넓힐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인가. 2009년에 이런 문제에 대한 실마리들이 풀리길 기대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인가?

“꼴찌가 금방 1등할 수는 없다” 여전히 전쟁터지만 여유로움을 가지자.
4회째를 맞는 지스타는 개최 이래 가장 작은 공간에서 치뤄 졌지만, 가장 많은 방문객을 기록하며 규모와 방문객은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블리자드는 올해도 역시 WWI(파리)와 블리즈컨(애너하임)을 연달아 개최하며 블리자드 팬들을 즐겁게 했다. 2년을 쉰 E3는 2009년 복귀가 거의 확정된 상태로, 옛 명성을 되찾을 지가 관건이다.
E3가 왕좌를 비운 사이 여러 게임쇼가 저마다 그 자리를 노렸는데, 권좌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것으로 평가된 행사는 독일에서 개최중인 게임컨벤션쇼다. 2008 독일 게임컨벤션 쇼는 국내 미디어에 의해 지스타가 닮아야 할 쇼로 연일 치켜세워졌다. 배워야할 점도 많고 행정상의 난제도 극복이 되어야 하지만 한국이 가장 배워야 할 점은 그네들의 여유가 아닌가 한다. 성과를 위해, 상품을 위해, 모델들의 사진을 위해, 또 마케팅을 위해 다 좋다. 근데 한 가지는 잊지 말자.
게임은 기본적으로 즐기라고, 즐거우라고 하는 것이다. 게임쇼도 마찬가지다. 지스타를 기획하는 정부나 업체들은 얼마나 게임쇼를 즐기기 위한 장소로 꾸몄는지, 또 지스타에 참가한 게이머들은 내가 이곳에서 얼마나 즐겼는지 각자 반성할 부분이 있지 않을까? 정답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물음을 가지고 2009 지스타를 기획, 참가 한다면 분명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꼴찌가 닥달한다고 금방 1등 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것들부터 하나씩 챙겨간다면 30등, 20등, 10등 성적은 올라갈 것이다. 2008년이 그랬듯 2009년도 여전히 ‘희망고문의 해’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여유는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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