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만우절, 게임계 거짓말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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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만우절입니다. 만우절에는 역시 거짓말이 제 격이죠. 깜빡 속는 일도 속이는 일도 오늘만큼은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날 입니다. 하지만 만우절이 아닌 이상 거짓말에 그냥 웃고 넘어가기는 힘들겠죠? 만우절을 맞아 2000년대 한국 게임업계를 휘저었던 ‘거짓말’들을 몇 가지 모아 보았습니다.

4월 1일. 만우절입니다. 만우절에는 역시 거짓말이 제 격이죠. 깜빡 속는 일도 속이는 일도 오늘만큼은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날 입니다. 하지만 만우절이 아닌 이상 거짓말에 그냥 웃고 넘어가기는 힘들겠죠? 만우절을 맞아 2000년 이후 한국 게임업계를 휘저었던 ‘거짓말’들을 몇 가지 모아 보았습니다.

거짓말일까 아닐까? NHN게임즈의 웹젠 인수

뭐니뭐니해도 작년 한해 기업인수전의 가장 큰 화제는 NHN게임즈의 웹젠 인수였습니다. 인수가 성사되기 전 한 차례 ‘NHN이 웹젠을 인수한다’는 루머가 업계와 시장을 한차례 쓸고 갑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루머는 조금 구체화 되고 코스닥은 NHN에게 루머에 대한 조회 공시를 요구했죠. NHN의 답변은 ‘NO’.

NHN과 웹젠은 “NHN로의 피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며 “다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외 다수 업체와 전략적 제휴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검토 중에 있으나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라며 ‘아니다’라는 입장을 확실히 합니다. 결과적으로 양사 모두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공시상으로는 말이죠. 왜냐하면 웹젠은 NHN자회사 NHN게임즈에 인수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인수 자금은 NHN에서 나왔습니다. 이렇게 보면 양사는 또 거짓말을 한 셈이지요.

물고 물리는 거짓말 열전 그라비티-소프트뱅크

기업인수전에서 시치미 때기로는 그라비티와 소프트뱅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거짓말’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무리지만 그라비티 매각과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그라비티 그리고 소프트뱅크 사이에 어떤  신경전이 오갔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라비티의 전 오너인 김정률 회장은 2005년 나스닥 상장 5개월 만에 소프트뱅크 계열 겅호온라인의 자회사 EZER에게 회사를 매각합니다. 매각대금만 4000억 원에 이르는 대형 M&A였죠. 깜짝 M&A이기도 했지만 이후의 과정은 더 드라마틱합니다. 소프트뱅크 측은 인수 뒤 “현 경영진이 될 수 있는 한 오래 남아 있으면 한다.”며 평화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하지만 얼마 뒤 상황은 반전됩니다. 경영진들은 소프트뱅크 측 이사들에게 내몰리듯 회사를 떠나갔고 윤웅진 사장은 명예훼손으로 그라비티를 고소하기에 이르죠. 소프트뱅크는 공금유용을 이유로 김정률 회장을 압박합니다. 김정률 회장은 공금횡령 포착 전 매출누락금액과 그 이자를 갚고 서울 지검에 자수합니다.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1년 뒤 싸이칸으로 복귀한 김정률 회장은 이렇게 외칩니다. “겅호(소프트뱅크 자회사)도 일고 인정해 준 공금횡령이었다!” ‘라그나로크’의 일본 서비스를 앞두고 자금이 부족했던 회사 사정을 겅호 측에 설명하고 일본에서 발생했던 로열티 매출을 일부 해외 마케팅비용으로 표시해, 매출 누락시켜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심지어 그는 그라비티 매각 직전에도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을 통해 공금횡령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확인을 재차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소프트뱅크는 겅호 온라인을 자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겅호 온라인은 당시 일본 내에서 ‘라그나로크’의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회사 매출의 98%가 ‘라그나로크’였죠. 자스닥 상장업체인 겅호 온라인의 시가총액은 당시 약 3조 500억 원에 육박했지만 ‘라그나로크’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회사였습니다. 인수 당시 그라비티와 겅호는 ‘라그나로크’의 일본서비스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었고 키를 쥐고 있던 김정률 회장은 대담하게도 그라비티를 넘기는 조건으로 1조원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거듭된 ‘딜’ 끝에 4000억 원에 그라비티를 겅호에 넘겨버리죠.

이쯤되면 누가 거짓말을하고 누가 진실을 이야기하는지 분간하기 힘듭니다. 조금 떨어져서 보자면 겅호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막상 상품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별로’였기 때문에 김정률 회장을 걸고 넘어 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실제로 그라비티의 전 임원 중 한 명은 나중에 사석에서 “김회장이 (당시 개발중이던) 라그나로크2가 안 될 줄 알고 미리 몸 값 좋을 때 팔아버린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매각 직후 “온라인게임 기술 별 것 없다. (그라비티 매각이) 일본으로의 기술유출 아니다.”라는 김 전 회장의 호언장담은 상당히 근거 있는 것이었나 봅니다. .

기업의 거짓말은 주로 인수 합병에 관련된 것들입니다. 몇몇 경우를 제외하곤 드러내놓고 진행하지 않는 일이라 혹은 대외 홍보 담당자도 몰라서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어떤 부분에서는 거짓말로 상대를 속여가며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비정한 기업세계의 냄새도 풍기네요.  

두 번째는 게임에 관련된 거짓말들입니다. 앞의 거짓말이 애써 감추려는 대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게임에 관한 거짓말은 기대심리에 따른 부풀리기에 가깝습니다. 또 소비자들의 의도가 루머와 결합하는 경우도 있죠.   

불법복제 꾸짖는 거짓말들

불법복제를 이야기 하면 항상 등장하는 ‘쯔바이 사태’입니다. 일단 그 사정부터 들어볼까요?

“2002년 팔콤은 ‘쯔바이’를 내놓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영웅전설’, ‘이스’등 이미 팔콤의 게임을 경험한 한국 게이머들 사이에선 “쯔바이를 한글화 해달라!”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급기야 서명운동까지 일어난다. 그 정성에 감복한 팔콤은 쯔바이를 한글화 해서 내놓았지만…한정판이 등장하자마자 와레즈 등에 급속히 퍼져 서명운동에 참여한 인원수 만큼의 판매도 하지 못했고 이에 격분한 팔콤은 이후로 한글화를 하지 않았다.” 대충 이런 내용의 ‘전설’입니다. 이것은 사실일까요? 당시 쯔바이 한글판 유통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쯔바이 한글판이 망했다고요? 아니에요. 팔만큼 팔았어요. 한국 유통사도 서명운동에 참여한 인원들이 다 구매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죠. 바보도 아니고. 적당히 찍어서 잘 팔았습니다. 큰 돈은 안되었지만요.”

그럼 왜 팔콤은 그 이후로 한글화를 하지 않을까요? 이유는 팔콤이 개런티와 라이센스 비용을 높게 요구해 아무도 손을 대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팔콤과 라이센스를 체결할  때 기본 2만장 유통(예를 들자면 말입니다)을 책임져줘야 하는데 국내 현실상 (2만장 판매가)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면 아예 내지 않는 것이 이익이라는 것이죠. “팔콤이 게이머들의 배신에 분노해 이후 한글화를 내지 않았다.”라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근거 없는 낭설입니다. 그것보다는 "쯔바이 같이 요구가 많았던 게임도 돈이 안 되더라."라는 인식이 한국 유통사들에게 퍼진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 것이 맞겠죠.

불법복제에 관련된 낭설은 또 있습니다. 손노리의 ‘화이트데이’입니다. ‘화이트데이’는 게임자체로도 유명하지만 ‘판매 1만 패치다운로드 10만’으로도 유명합니다. 즉 패키지로 1만 장 팔렸는데 불법 다운로드로 9만이 다운받았다는 ‘전설’을 가진 게임입니다. 사실 이 루머 역시 확인할 수 없는 ‘거짓말’에 가깝습니다. 언젠가 손노리 홈페이지에 “화이트데이 판매량은 1만장인데 패치 다운로드는 10만입니다.”란 넉두리성 게시물이 올라왔고 이것이 확대 재생산 된 것이지요. 물론  `화이트데이`의 불법복제가 심했던 것은 맞지만 다운로드는 중복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어 이것 자체가 증거로 쓰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도 않았고요.

`쯔바이`와 `화이트데이`의 `거짓말` 모두 한국의 불법복제 상황을 탓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화이트데이’ 이후 ‘판매는 0 다운로드는 00’식의 루머가 공공연히 퍼지기도 했습니다. 이른바 공식화 된 것인데 이런상황을 통해 불법복제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감이나 자학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불법복제는 줄어들지 않는 것일까요. 혹시 반감을 가지면서, 하면 안된다고 말 하면서 다운로드 받고 계신 것 아닌가요?

아마도 이런 ‘거짓말’들은 2000년 이후 한국의 인터넷 환경이 급격하게 발달한 것에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인프라가 좋아지니 불법복제도 늘어나고 소문도 눈덩이처럼 커집니다. 처음엔 작게 시작했지만 나중에 새끼를 칠 정도로 확고한 ‘진실’이 되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진실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부풀려지더라도 거짓말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생기죠. 거미줄처럼 넓게 퍼진 웹에 말의 씨앗이 뿌려지면 금새 자라게 되는 것이지요.  ‘거짓말’은 이렇게 시대상도 반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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