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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기] 블리즈컨과 게임스컴에서 지스타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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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이야기지만, 게임쇼는 ‘공짜’가 아니다.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를 비롯하여 독일 쾰른 메쎄까지 행사장 대여료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행사장 진행에 동원되는 인력만 수 천명이다. 행사 비용은 주최자와 참여하는 업체, 협찬사, 그리고 일반 관람객이 일부 부담한다.

블리즈컨 2009가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센터에서 이틀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지난 22일 오지 오스본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폐막했다. 2만 6천장의 표가 수 분 만에 매진되었고, 표는 이베이를 통해 웃돈을 받고 거래되었다. 125달러의 다소 높은 입장 가격이나 같은 시기에 독일 쾰른에서 게임스컴(GamesCom)이라는 대형게임쇼가 개최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블리즈컨, 과연 16만원의 가치가 있다? 없다?

블리자드는 게임축제가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을 만들어냈고, 매해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새로운 확장팩을 시작으로 ‘스타크래프트2’, ‘디아블로3’가 차례대로 발표될수록 블리즈컨은 더욱 커다란 소통의 장이자 새로운 뉴스의 진원지로 확대되고 있다. 네 번째 블리즈컨은 지난해보다 1홀이 추가된 4홀을 썼다. 메인 무대가 설치된 D홀의 규모나 디자인은 초대형 록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현장 가운데에 있는 뉴스룸에서는 메인 이벤트, 토너먼트, 개발자 토론 등 블리즈컨의 모든 이벤트를 18시간 동안 인터넷으로 전세계에 생중계했다.

▲ 블리자드는 쾌적하고 안전한 관람환경을 만들기 위해 2만6천명 이상의 관람객은 받지 않았다.

블리자드는 출시일을 계획해놓고 게임을 만들지 않지만, 블리즈컨에서는 항상 깜짝 발표를 했고, 그 자리에 새로운 개발 버전의 현장 시연대를 내놓는 서비스를 잊지 않았다. 각 게임의 핵심 개발자들이 직접 무대 위에 올라 새롭게 개발하고 있는 게임 시스템과 기능들에 대해 설명했다. 평소에 보기 드물었던 크레이티브 디렉터 크리스 멧첸 부사장도 새로운 성우진을 이끌고 무대에 등장했다. 전세계에서 800여명의 미디어가 프레스 등록을 마쳤고, 각 대륙 별 인터뷰가 1시간 간격으로 진행했다.

블리자드는 그들의 표현대로 ‘목적의식이 뚜렷한 팬들이 찾아오는’ 쇼를 기획하고 만들었다. 새로운 뉴스도 중요하지만, 직접 현장을 찾아온 팬들을 위한 서비스와 이벤트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완성도를 위해서는 게임 발매는 물론이고 출시일도 지킬 수 없다(?)는 원칙을 가진 회사지만, 현장을 찾은 팬들을 위한 새로운 개발 버전은 꼭 내놓았다. 이에 그들의 팬들은 게임 패키지 2개 이상을 살 수 있는 가격을 지불하고 블리즈컨을 찾았다.

인터넷 시대를 돌파하는 ‘여유’의 종합게임쇼, 게임스컴

전세계가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뉴스를 현장에서 일제히 공개하는 종합게임전시회는 갈수록 그 의미를 잃고 있다. E3, ECTS, 도쿄게임쇼 같은 종합게임전시회가 그것이다. 이 중 ECTS는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졌으며, E3는 비즈니스 쇼로 규모를 대폭 축소되었다가 올해 겨우 예전 형식으로 돌아왔다. 닌텐도가 불참하는 도쿄게임쇼 역시 해마다 참여가 줄어들고 있는 게임회사나 유저들을 독려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올해 해운대 벡스코로 개최장소를 옮긴 우리의 지스타도 예외는 아니다.

 ▲ GC는 라이프치히에서 쾰른으로 전시장소를 옮겼지만 여유로운 특유의 분위기를 잃지 않았다.

더 이상 게임쇼는 새로운 정보를 가장 먼저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가장 빠른 뉴스는 인터넷을 통해 전달된다. 최신 게임 트레일러도 수 초 만에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간다. 매년 깜짝 놀랄만한 뉴스를 전해주었던 블리즈컨마저 행사 이전에 확장팩 정보가 새어나가는 등 예년의 철저했던 보안유지를 할 수 없었다.

한편, 독일 쾰른에서 개최된 게임스컴에서도 중요한 것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닌 콘텐츠와 운영이었다. 전신이었던 ‘게임컨벤션(GC)’의 특징을 그대로 이어받은 이 쇼는 방문한 게이머들이 편안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놔두었다. 소니의 PS3 가격인하나 ‘길드워2’, ‘페이블3’같은 소식 이외에 눈에 띄는 신작 발표는 없었지만, 게임스컴은 24만명 이상의 게이머가 방문하고 즐긴 유럽의 대표적인 쇼로 자리매김했다. 넓은 행사장에서 게이머들은 원하는 시간만큼 여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고, 비즈니스 방문객들도 별도의 센터를 통해 상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 요란한 이벤트보다는 콘텐츠의 내실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지스타 하루 입장료 4,000원 당신의 선택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게임쇼는 ‘공짜’가 아니다.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를 비롯하여 독일 쾰른 메쎄까지 행사장 대여료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행사장 진행에 동원되는 인력만 수 천명이다. 행사 비용은 주최자와 참여하는 업체, 협찬사, 그리고 일반 관람객이 일부 부담한다. 블리즈컨 2009의 경우 양일간 입장료가 125달러(한화 약 15만6천원)이며, 독일 쾰른에서 개최된 게임스컴의 경우 하루 입장료는 주말 현장 판매 부스를 기준으로 하루 15유로(한화 약 2만7천원)에 해당한다. 만약 4일 모두를 참관하려고 하는 경우, 약 31유로(한화 5만5천원)의 입장료를 치러야 한다. 가까운 일본의 도쿄게임쇼의 입장료는 일일 1200엔(한화 1만6천원)이다.

국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고비용으로 느껴지지만 북미, 유럽의 경우 인건비 및 일반 진행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반 관람객들이 지불하는 비용으로 전체 쇼를 운영하는 것은 턱 없이 부족하다. 대체로 가장 많은 비용을 내는 것은 해당 지역 지자체나 정부, 쇼에 참여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방문 관람객의 숫자와 이슈 그 자체가 그들이 비용을 지불할만한 ‘가치’가 된다. 더 많은 참관객이 방문하고, 더 많은 이슈가 생길수록 참여하는 업체들은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게임쇼에 참여한다. 비즈니스 상담을 제외하면, 게임쇼의 일반 전시 참여는 게이머 혹은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되는 것이다.

  ▲ 지난해 지스타가 개최된 일산 킨텍스의 모습, 5회를 맞은 지스타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반면, 상대적으로 지스타의 일반 관람 비용은 매우 저렴하다. 지난해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지스타의 하루 입장료는 4천원이었다. 그렇다면 지스타의 운영이나 내용은 어떨까? 노출이 심한 옷차림의 여성 도우미가 각종 경품이 제공되는 이벤트를 제공하여 게이머들의 플레이를 유도했다. 심지어 이들이 입은 복장은 게임 캐릭터 코스튬도 아니다. 덕분에 게이머보다 고가의 카메라 장비를 가져와 촬영하는 사람이 더 눈에 띄는 일도 발생한다.

현장에서 처음 공개되는 일부 신작 게임을 제외하고 각종 프로모션 이벤트는 게임 그 자체보다 플레이를 통해 얻어지는 경품에 집중되어있다. 각 게임사들은 각종 경품을 담을 수 있는 커다란 쇼핑백을 경쟁적으로 제공했다. 지스타는 매년 마지 못해 참여하는 업체들의 불만과 눈치작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가의 부스 참여 비용에 비해 효과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 그들의 볼멘소리다. 지스타는 현재까지도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스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게임쇼가 될 것인가?

미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유료 컨벤션 및 컨퍼런스 개인 참가 비용은 일반적으로 100달러에서 200달러 선이라고 한다. 우리로서는 쉽게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액수다. 가치가 있는 전문 콘텐츠에는 그만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기본적 명제가 있는 까닭이다. 지스타가 4천원의 가치에 있는 것은 지스타 혹은 게임 콘텐츠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엑스를 비롯한 전문전시공간에서 개최되는 많은 수의 전문 컨벤션 행사들이 그럴 듯한 포장만 내세운 껍데기 행사로 치러지고 있다.

오히려 불모지인 국내 상황에서 4천원이라는 입장료는 게이머들의 문턱을 낮춘 긍정적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앞서 말했던 게임전시회와 비교해서 가장 방문 연령층이 낮은 전시회가 지스타다. 여기에 ‘평생 공짜’ 부분유료화 게임에 길들여진 한국 온라인 게이머들에게 앞서 이야기한 수 만원 이상의 입장료는 쉽게 지불하기 어려운 가치인 것도 사실이다.

  ▲ 올해 지스타가 개최되는 부산 해운대 벡스코, 만약 부스 채우기에만 급급하다면 달라질 것은 없다.

블리자드는 오직 팬들을 위한 행사를 개최했다.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블리즈컨 개막식 인사를 통해 “당신들이 없었다면 블리즈컨은 불가능했다”라는 말을 전했다. 게임스컴은 이전의 종합게임쇼에서는 제공하지 않았던, 게이머들이 마음껏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냈다. 그들은 대상과 목적을 정확히 고려한 행사를 준비하여 매해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올해 지스타는 어떤 계획과 콘텐츠를 가지고 관람객을 불러들일 고민을 하고 있을까? 개별 업체들에게 전시 부스의 책임을 떠넘기고, 수출액 얼마라는 타이틀의 실적과 규모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대작 게임 공개에만 목을 매어서도 안 된다. 신작 온라인 게임 플레이는 차라리 안방 컴퓨터에서 즐기는 것이 더 편하다. 인터넷을 뛰어넘어 현장을 찾는 팬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제공되어야 한다. 지난해 일산에서 해운대로 장소만 옮긴 쇼라면 게이머들이 굳이 찾아갈 이유가 없을 것이다. 부디 블리자드가 올해 흥행을 책임져주길 바라는 것이 계획의 전부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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