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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미피케이션 ①] 게임은 이미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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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적인 요소를 게임이 아닌 분야와 접목해 시너지를 내는 게이미피케이션은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유망한 분야로 손꼽히고 있는 게이미피케이션, 그러나 정작 이것이 무엇이고, 어디에 활용되는지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게임메카는 동양대학교 김정태 교수의 기고를 통해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기고는 총 2편으로 이뤄지며, 1편은 게이미피케이션의 정의와 사례를 살펴보고, 2편에서는 게이미피케이션 관련 인재육성 및 진출 예상 분야를 다룬다.


지난 9월, 동양대학교에 ‘게이미피케이션 전문가 양성’ 과정이 생긴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게이미피케이션’의 기본은 교육, 의료, 기업 마케팅 등 다양한 영역에 게임과 같은 재미 요소를 넣어 능동적인 참여와 빠른 동기유발을 노린 것이다. 듣기에 매우 생소한 단어인 ‘게이미피케이션’, 그러나 주위를 잘 둘러보면 크고 작은 사례가 사회 속 곳곳에 이미 뿌리내리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게이미피케이션’이 무엇인가를 먼저 알아보도록 하자. 기본적인 방향은 어원에서 찾을 수 있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은 ‘게임(Game)’과 ‘~이 되게 함’이라는 뜻의 라틴계 접미사 ‘ification’을 합친 말이다. 뜻을 풀어보면 ‘게임화’ 또는 ‘게임화 하기’, 좀 더 서술하면 ‘게임처럼 만들기’ 정도다. 특별히 게이미피케이션에서는 기존의 소비자,사용자,손님,시청자 등을 총칭하여 플레이어로 간주한다.

옥스퍼드 사전에는 여기에 ‘게임적 사고’ 방식(게임씽킹)을 강조하고 있다. ‘게임 요소를 게임이 아닌 분야에 적용해 사용자가 쉽고 재미있게 몰입하도록 유도하고, 게임과 같은 매커니즘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한다’로 ‘게이미피케이션’을 정의하고 있다. 언뜻 잘 와 닿지 않는 이 개념을 실제 생활과 엮어서 생각하면 금방 피부에 와 닿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가장 가까운 예가 ① ‘하이패스’다. 운전자(플레이어)는 간단한 단말기 부착만으로도 간편하게 톨게이트를 빠져나갈 수 있다. 계산원에게 일일이 돈을 내던 기존의 운전자들 보다 우월한 ‘지위‘를 부여받은 ‘하이패스 플레이어’들은 ‘요금소 통행 퀘스트’를 신속하게 클리어하고 시간과 요금도 절약할 수 있다. 지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상의 문제(답답한 요금소 통행 문제)를 일종의 게임 퀘스트로 보고, 운전자는 하이패스라는 신 교통시스템에 ‘탑승(onboarding)’하여 지루한 대기시간도 해결하고, 보상으로 통행료도 줄일 수 있게 된다.

 하이패스는 게이미피케이션의 보상가시화 전략인 SAPS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일단, 하이패스 단말기 부착한 운전자는 특정한 지위(Status)와 보장받게 되어, 하이패스 전용선으로  접근(Access)이 가능하며, 지구온난화 방지와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기여(Power)함은 물론, 출퇴근시 최대 ‘요금 50%할인’이라는 보상(Stuff)도 받을 수 있다. 


▲ 간편하게 톨게이트를 빠져나갈 수 있는 하이패스 (사진출처: 하이패스 공식 홈페이지)

‘커피 10잔에 공짜 커피 한 잔’과 같은 보상을 내거는 쿠폰 프로그램은 ‘게이미피케이션’의 고전 사례라 말할 수 있다. 이 단골우대 프로그램은 온라인게임 운영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데, 카페 주인이 게임 퍼블리셔, 손님이 게임플레이어인 셈이다. 충성도 높은 플레이어들이 꾸준히 방문해야 수익이 나는 온라인게임과 마찬가지로 카페 주인도 단골손님을 자주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그저 공짜 커피한잔(보상, Stuff) 뿐 아니라, 단골손님의 얼굴, 취향, 생일 등을 기억하여 특별함(지위,Status)을 느끼게 하는가 하면, 신상 메뉴가 나오면 최초 시식권(접근,Access)을 제공은 물론, 대접(파워,Power)받는다는 느낌을 부여하는 것은 게이미피케이션의 골격인 보상가시화(SAPS) 전략이다.


▲ 매장에서 충전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별 배지'를 제공하고
등급에 따라 보상을 제공하는 스타벅스의 게이미피케이션 활용 사례
(사진출처: 스타벅스 공식 홈페이지)

최근 TV 프로그램에는 아예 대놓고 ‘게임요소’들을 활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매번 새로운 미션에 도전하는 ‘무한도전’이나 출연자 간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다룬 ‘런닝맨’, 얼굴을 가리고 노래하는 수많은 사람 중 진짜 가수를 찾아내는 과제를 수행하는 ‘히든싱어’ 등의 인기 TV프로그램 곳곳에서 게임디자인요소들이 적용되어 있다. 아프리카TV를 중심으로 크게 유행하고 있는 ‘인터넷 방송국’이나 ‘개인방송’은 출연자(BJ)와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채팅창이나 별풍선시스템은 그 자체가 온라인게임의 커뮤니케이션 및 보상 시스템과 꼭 빼닮아있다.
 
네이버, 다음 등 우리가 매번 들여다보는 포털 사이트에도 소위 ‘게이미피케이션’이 녹아들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실시간 검색순위’다. 다른 게이머와의 순위경쟁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상황을 보여주는 ‘리더보드’는 대표적인 게임메커닉이다. ② 가장 많이 검색되는 키워드와 그것을 엮어내어 보는 사람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이 ‘실시간 검색순위’에 숨어 있는 게임 요소다. 리더보드 외에도 포털사이트 구석구석에는 각종 포인트나 뱃지들이 숨어있어 네티즌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도록 게임화 되어있다.  

② 이 리더보드는 게이미피케이션의 기본골격을 이루는 MDA(Mechanics, Dynamics, Aesthetics) 프레임워크 중의 하나인 게임메커닉스의 대표적 요소이다. 


▲ 실시간 검색순위에는 게임 요소 중 하나인 '리더보드'가 반영되어 있다 (사진출처: 네이버 메인 갈무리)

이 외에도 언론에서도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을 가장 위에 따로 보여주는 ‘추천댓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추천 수 경쟁’이라는 재미 요소를 주고있다. 좀 더 많은 추천 수를 받기 위해 재치 있는 댓글을 생각해내거나, 다른 독자에게 ‘추천’을 눌러줄 것을 부탁하는 행위가 ‘추천댓글’이라는 새 요소를 통해 유발된다. 다시 말해 ‘댓글’에 경쟁이 붙으며 보다 많은 글이 달리고, 이를 통해 언론사는 각 이슈에 대한 흥미도를 따져볼 수 있다는 이점을 가져간다. 이 추천 숫자는 게이미피케이션 디자인의 핵심요소 ③ PBL의 Point에 해당된다.

③ PBL(Point, Badge, Leaderboard)는 게이미피케이션 디자인의 3대 핵심요소라 일컫는다.


▲ 추천과 별점으로 경쟁하는 재미를 살린 '댓글' 
해당 화면은 게임메카 이구동성 '모바일과 지스타의 불협화음, 답 찾아야 할 때' 편 댓글

다시 말해 우리는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단어가 널리 알려지기 전부터 게임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왔다. 또한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시점은 2002년이다. 그렇다면 2000년대 초반부터 쓰이던 이 용어가 2010년 대에 접어들며 보편화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스마트폰 사용 확산과 마케팅 패러다임의 변화, 게이머 연령대 확대다.

2013년 기준 국내 사용자 3,000만 명을 훌쩍 넘긴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나 앱만 켜면 필요한 서비스를 바로 제공받을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가 소셜 네트워크 미디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는 ‘게임 포인트’ 격 수치인 ‘좋아요’나 ‘리트윗’이 있다. 이 ‘포인트’를 최대한 많이 모으는 것이 또 다른 재미 요소이자 목표가 되어 참여를 이끌어낸다. 스마트폰은 이러한 ‘포인트 쌓기’를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할 수 있도록 했다.

소셜 네트워크 미디어와 함께 대두된 것이 바로 ‘입소문 마케팅’이다.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광고를 내보내는 기존 마케팅과 달리 제품을 이용해본 소비자가 본인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이를 홍보하고, ‘좋아요’나 ‘리트윗’을 포인트로 받는 마케팅이 자리잡았다. 다시 말해 소비자 스스로가 ‘마케팅’을 게임처럼 즐기는 흐름이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 게임에 익숙한 세대가 사회 주류 연령대로 자리잡으며 게이미피케이션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소비자가 늘었다. 미국 게임산업협회 ESA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 성인 중 70% 이상이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50대 이상 장년층도 30%가 게임을 취미로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 게임 플레이어 나이별 분포 (미국 ESA, 2011)

이처럼 시대 변화에 맞춰 사회 안에서 먼저 대두된 게이미피케이션은 각광 받는 신 기술로 분류되고 있다. 2013년 7월에는 IT시장 전문조사기관 가트너가 선정한 ‘뜨는 기술(emerging technology)’에 이름을 올렸으며 2014년까지 글로벌 기업 2,000곳 중 70% 이상이 게이미피케이션에 기반을 둔 응용프로그램을 하나 이상 도입하리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아울러 가트너가 발표한 ‘게이미피케이션 2020 보고서’에 따르면 게이미피케이션은 최근 유망 트렌드 및 신기술과 융합되어 경영혁신, 종업원 행동 및 성과 개선, 교육의 질 개선, 자발적 소비자 참여 플랫폼 출현 등 다양한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서술됐다.

 

* 필자: 동양대학교 김정태 교수
초등학교 때부터 게임을 유난히 좋아해 학창시절 내내 거의 매일 오락실에 들락거렸다. 대학 때 인디게임회사 설립 경험이 있으며, 대기업에서 게임제작/인큐베이팅/퍼블리싱을 수행했다. 또한 게임 개발사/게임 미디어/게임 아카데미/지스타/미국 현지 게임사 등의 조직세팅과 운영을 해왔다. 최근에는 '게이미피케이션·게임아트쇼'를 기획해 게임예술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게이미피케이션 융합산업협회'를 결성하고, 전문가 양성 교육에 매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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