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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이나후네 케이지, `오만함이 일본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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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나후네 케이지 전 캡콤 상무 이사

이나후네 케이지. 게임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만한 이름이다. 그는 캡콤 상무 이사로 역임하면서 ‘록맨’, ‘귀무자’, ‘데드라이징’ 등 수많은 게임을 히트 시킨 게임 개발 총괄자다. 여러 게임을 성공시켰고 성공한 인사로 대우 받는 그는 때때로 일본 게임 업계를 향해 “일본 게임 업계는 죽었다!”라는 강한 발언을 하는 등 쓴소리를 자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지난 해 11월, 23년간 근무했던 캡콤을 떠나 새로운 회사 ‘Comcept’를 설립, 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 중이다. 과연 무슨 생각으로 안전하면서 높은 자리인 ‘캡콤 상무 이사’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일까? 그 이유와 생각을 오늘(31일), ‘NDC 2011’에서 들을 수 있었다.

오만은 성장 최대의 적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일본 게임 시장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다. 소니의 PS2와 닌텐도의 게임보이 어드밴스는 전 세계 게임 시장을 지배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러나 현재 일본 게임 업체는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에서 10년 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체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일까?

“10년 전 일본 게임 업체는 오만했고 방심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 게임 업체들은 다른 국가에서 절대 일본을 따라올 수 없을 거라고 자신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이 때문에 현재 일본 게임 업체는 계속 쇠퇴하고 있습니다.”

이나후네 대표는 ‘오만함이 있으면 절대 성장할 수 없다.’면서 일본 게임 업계 쇠퇴의 원인을 ‘오만’으로 보았다. 10년 전부터 그는 그렇게 느껴왔으며 한국, 중국 등 다른 국가의 개발자와 만나면서 일본이 금방 추월당할 것으로 확신했다.

“10년 전 한국에 왔을 때 한국의 개발자를 만나고서 나의 생각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현실에 안주 중인 일본 개발자와 달리 한국 개발자들은 ‘우리가 게임 산업을 이끌어 가겠다’는 강한 눈빛을 갖고 있었습니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중국 대학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그들 역시 10년 전 한국 개발자들이 갖고 있던 눈빛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일본인으로서 저는 위기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한국의 온라인 게임 산업은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에 대해 이나후네 대표는 당연히 이루어질 것이었다고 말하면서 한국은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랐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온라인 게임 개발 및 서비스 능력을 갖췄습니다. 일본에서도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할 때에는 한국의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참고한 뒤에 진행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10년 전 일본이 그러했듯이 한국이 지금 상황에 안주하고 방심하면 금새 정상의 자리를 내줄 것입니다. 결코 오만하지 말고 방심하지 마십시오. 자신을 갖는 것은 중요합니다만 그것이 지나치면 결국 모든 것을 잃는 근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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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1억 5천만대 판매고를 기록한 PS2. 2000년대 초반은 일본 게임 업계의 전성기였다

‘나 한 사람만 좋다’가 아니라 ‘함께 나아가자’는 생각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오만’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나후네 대표는 ‘다른 문화권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사람마다 잘 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특히 국가, 문화에 따라 이러한 차이점은 더욱 커지죠. 이러한 점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의 힘을 빌리면서 그 사람의 강함을 배워가는 것, 이것이 바로 ‘오만’을 방지하는 방법입니다.”

일본 게임 시장은 다른 국가보다 더욱 폐쇄적이다. 이나후네 대표도 캡콤에 있을 때 지형적으로 동떨어진 것과 배타적인 일본인 특유의 성격 등으로 인해 해외 개발자와의 협력이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문화권 개발자와 협력함으로써 더욱 캡콤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데드라이징2’다. ‘데드라이징’의 1편은 일본에서 개발했지만 2편은 캐나다의 개발자와 함께 개발한 작품이다.

“현재 히트하고 있는 게임이 평생 히트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하나의 국가에서 잘 된다고 그 게임이 평생 보장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다양한 지역의 유저 반응을 확인하고 해외 개발자와 협력하여 더욱 성장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노력하지 않는 것은 결국 쇠퇴를 의미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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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문화권 개발자와 협력의 결과인 `데드라이징2`

계속 노력하기 위해 캡콤을 나왔다

이나후네 대표가 캡콤을 나와 ‘Comcept’를 설립한 것은 끊임없이 노력하기 위해서였다. ‘Comcept’는 게임 개발 업체가 아니라 게임의 ‘컨셉’을 만들어 가는 회사다.

“게임 개발에 있어서 ‘컨셉’은 매우 중요합니다. 게임 개발의 80%는 ‘컨셉’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개발자와 크리에이터가 있다 하더라도 게임의 ‘컨셉’이 엉망일 경우 좋은 게임은 나오지 않습니다. ‘컨셉’을 제대로 만들면 좋은 게임을 만들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소설, 음반 등 여러 가지 콘텐츠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컨셉’은 중요한 요소죠.”

현재 ‘Comcept’는 20명의 소규모 회사지만 직원들이 유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이나후네 대표는 자랑했다.

“조만간 우리가 준비한 것의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결과가 실망스럽다 하더라도 저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실패하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분석하고 개선해 나가면 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불가능하다고 한계를 긋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한편 한국 게임의 미래에 대해서 이나후네 대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앞으로 나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시작하기도 전에 ‘무리다’라고 판단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모습에 저는 일본 게임 업체에 실망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다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은 ‘NDC 2011’처럼 지식을 독점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개발자와의 협업에 관심이 높습니다. 이러한 것 때문에 한국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오만’만 경계한다면 한국 게임 업체의 성장은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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