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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세대를 뜻하는 유행어인 늙크크 게이머들은 게임 플레이 중 독특한 특징들을 보여준다. 모바일게임에서 노안으로 인해 UI 글자 크기를 키우거나 PC방 카운터에 빈자리를 묻는다. 또한 음성채팅 설정 미숙이나 고전 용어 사용 등으로 세대 차이가 드러난다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영크크', '늙크크'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YB/OB, 신세대/구세대, 젊은이/늙은이 정도의 단어다. 특히 나이든 사람들을 통칭하는 '늙크크'의 경우 최근 굉장히 자주 사용되고 있다. 옛날부터 나이든 사람들을 놀리는 단어는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 비하적 표현이었던 반면, '늙크크'는 비하적 느낌이 적은 편이라 더 활발히 사용되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혹시 나도 늙크크?', '늙크크 상사들의 입버릇 특징', '늙크크 안되는 법' 같은 내용들이 주변에서 자주 공유되고 있다. 나도 조심하라는 거겠지.
게임을 하는 도중에도 늙크크 게이머는 티가 난다. 요즘 게이머, 일명 '영크크 게이머'들은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했고 디스코드로 소통하며 스트리밍 방송을 보고 즐기는 경우가 많은 반면, 늙크크 게이머들은 고전 콘솔에서부터 아케이드, 디스켓으로 부팅하던 PC, 초창기 PC통신 등을 모두 겪어오며 자라왔기 때문에 살아온 환경이 아예 다르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적응하려 애를 써도 영크크 게이머들이 보기엔 뭔가 어색한 특징들이 배어 있다. 오늘은 이런 늙크크 게이머들의 특징들을 정리해 봤다.
TOP 5. UI/UX먼저 키우고 본다
노안이라고 하면 할아버지들이 돋보기 안경 끼는 것만 생각하지만, 슬프게도 그렇지 않다. 보통은 40대 초중반, 빠르면 30대 후반부터 이러한 원시 증상이 나타난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지고 수정체를 조절하는 근육의 힘이 약해지면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물체나 글씨에 초점을 맞추는 능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 게임에서 글씨를 보기가 조금씩 힘들어지고, 작은 글씨일수록 얼굴을 가까이 대면 초점이 안 맞고 멀리 떨어뜨리면 작아서 안 보이는 이중고를 겪는다.
그렇기에 많은 늙크크 게이머들은 모바일게임을 다운로드 받자마자 제일 먼저 UI/UX 설정 메뉴에 들어가 글자 크기를 키운다. 비교적 젊은 늙크크일수록 자존심 때문에라도 이를 억지로 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자막이나 메뉴가 보이지 않아 게임에 지장이 생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글씨 크기를 키우게 된다. 주변에는 이렇게 말한다. '노안이 아니고 눈이 안좋아서 그래. 내가 원래 좀 난시라서...'
▲ 글씨 크기 변경 옵션 없는 게임들은 피함 (사진제작: gemini)
TOP 4. PC방 카운터에 '자리 있어요?' 묻기
90년대 말, 스타크래프트의 흥행과 함께 시작된 PC방 문화는 30년 가까이 유지되면서 상당히 많이 변화했다. 초창기 PC방만 해도 직원이 공책에 수기로 입장시간과 퇴장시간을 적어가며 요금을 계산했고, 플레이하고자 하는 게임 CD를 카운터에서 제공해주거나, 음식 섭취가 절대 금지인 경우도 많았다. 물론 저때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소싯적 PC방 좀 다니다 세상만사에 치여 한동안 PC방을 끊었던 늙크크 게이머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이 있다. 입장하자마자 카운터에 가서 '4명 빈자리 있어요?' 라고 물어보는 것.
옛날 PC방들은 카운터에서 좌석 정보를 일일히 관리했고, 선불제로 이용하는 사람도 많았기에 이러한 문의가 필수적이었다. 자리가 있으면 바로 내주고, 없더라도 '5분만 기다리면 저쪽 자리 비어요' 같은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키오스크가 필수가 된 요즘 PC방에서는 사실상 카운터는 음식 제공과 청소 등의 역할만 할 뿐 자리 관리를 해주지는 않는다. 10년만에 PC방 와서 요즘 시스템을 잘 모르는 늙크크 게이머들만이 종종 물어올 뿐이다.
▲ 아... PC방을 10년만에 와 봐서... (사진제작: gemini)
TOP 3. 마이크 항시 켜놓기
요즘 팀 게임 다수는 음성채팅이 필수다. 게임 자체에서 지원하는 경우도 있고, 디스코드 등 타사 플랫폼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옛날에 채팅으로 하나하나 쳐 가며 말하던 것을, 음성채팅으로 빠르게 소통하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옛날엔 극소수만 가지고 있던 마이크 기기가 최근에는 헤드셋이나 컨트롤러 내장형 마이크 등을 통해 거의 대부분이 가지고 있다는 것도 크게 작용한다. 물론 성향에 따라 음성채팅을 잘 안 쓰는 사람도 있으니, 사용 유무와 늙크크와 영크크엔 크게 관계가 없다.
문제는 쓰는 방법이다. 늙크크 게이머들은 말할 때만 버튼을 누르고 평소엔 꺼 놓는 단설 키(Push-to-Talk) 활용에 미숙하거나 존재 자체를 몰라서, 개방형 마이크(Open Mic)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가정 내 TV 소리, 가족들의 음성, 키보드 타건음 등 생활소음이 고스란히 모두에게 송출된다. 혼자 들으려고 틀어놓은 음악 역시 모든 사람들에게 다 들린다. 문제는 본인만 그걸 모른다는 것.
▲ 마이크 끄고 켜는 기능을 쓸 줄 모름 (사진제작: gemini)
TOP 2. 잠시 담배/커피타임 갖죠
MMORPG에서 레이드를 뛰거나, FPS나 AOS 같은 팀 대전 장르를 즐길 때는 장시간 팀원들과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안 그래도 바쁜 현대 사회에서, 이왕 시간을 내서 만났으니 오랜 시간 집중해서 성과를 내자는 것. 짧게는 2~3시간에서 그 이상 이어지다 보니, 중간중간에 쉬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리고 대다수의 경우, 이를 늙크크 게이머들이 제안한다. 그것도 매우 자주.
늙크크 게이머들은 대부분 체력이 매우 약해서 오랜 시간 앉아서 게임을 하기 힘들어하며, 눈도 쉽게 침침해진다. 방광도 약해져서 화장실도 자주 가야 한다. 간혹 신체적으로는 멀쩡한 늙크크 게이머들도 있는데, 이들 역시 직장 생활과 사회 경험에서 이미 '담배 타임'이나 '커피 타임'으로 일컬어지는 정기적 휴식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그렇다. 늙크크 게이머들에게 쉬는 시간이란 단순한 신체적 휴식을 넘어 삶의 방식에 가깝다. 그러니, 늙크크 게이머들이 잠시 쉬어가자는 말을 반복해도 너무 눈치주지 말자.
▲ 어쩔 수가 없다 (사진제작: gemini)
TOP 1. 흘러간 용어들이 무심결에 튀어나온다
"하이루~ 방가방가*^^*" PC통신 초창기 채팅 용어를 대표하는 90년대 중후반 언어다. 저때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 저런 용어를 인터넷에서 쓰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터넷 언어 트렌드가 수십 번은 바뀌었기 때문에, 먼 과거에 혼자 남아있기는 의외로 어렵다. 그런데, 게임 안에서는 수십년 전 용어들을 쓰는 사람들을 곧잘 만날 수 있다. 게임 용어라는 것이 한정된 이들만 쓰는 단어이기에 일반적인 인터넷 용어보다 유행을 덜 타고, 비슷한 게임을 오래 하다 보니 진화할 기회를 잡지 못한 늙크크 게이머들이다.
이들이 많이 쓰는 용어는 ㅡㅡ, -_-;;, ^^ 등의 이모티콘(영크크들은 이모지를 주로 사용한다), ~셈, ~님아 등 고전적 어미(영크크들은 ~임, ~함 등의 무심한 어휘와 닉네임 직접 호출, 혹은 초성발음 등을 활용한다), 열렙, 득템, 즐겜 같은 옛날 단어들(영크크들은 저런 단어가 필요한 게임을 안 한다), 헐, 아놔 등 무심결에 튀어나오는 감탄사, 문장 끝이나 어절 사이에 말줄임표(...)나 물결표(~) 남발 등이 대표적이다. 대화 몇 번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늙크크인지 알 수 있게 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