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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사회적 현상까지 일으켰던 초특급 게임 IP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개발사의 고집이나 퍼블리셔의 무리한 운영으로 인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사례들이 적지 않다. 전설이라 불렸던 게임들이 어떠한 이유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그 안타까운 사례들을 정리했다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짜잔! 절대라는 건 없군요"라는 명언처럼, 게임계에 영원한 것은 없다. 게이머를 넘어 일반인들에게까지 이름을 알리며 엄청난 인기를 누리던 초특급 게임 IP들 역시 그렇다. 보통 한 번 궤도에 오른 IP는 인기가 오르내리는 경우는 있더라도 나락까지 가는 경우는 적다. 특히 시리즈가 오래되고 입지가 탄탄할수록 한 두 번의 삽질은 넘어갈 만한 체력을 지닌다.
그러나, 간혹 개발사의 이상한 고집이나 퍼블리셔의 트롤짓 등으로 인해 초인기 IP가 한 방에 훅 가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나면, 뉴비 게이머들은 해당 게임의 존재조차 잘 모르는 경우까지 생긴다. 한때 사회 현상까지 불러온 IP로서는 꽤나 뼈아픈 몰락이다. 전설이라 불렸던 게임들 중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사례들을 한데 모아 보았다.
TOP 5. 커맨드 앤 컨커
RTS 장르의 기틀을 다진 웨스트우드의 '커맨드 앤 컨커(C&C)' 시리즈는 90년대 PC 게이머들의 뇌리를 지배했던 전설이다. '듄 2'로 RTS의 기틀을 세웠다면, 그것을 표준화시킨 것이 C&C였다. 단일 시리즈로만 누적 판매량 3,000~4,000만 장 이상을 기록했고, 특히 1996년작 '레드얼럿'은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블리자드가 워크래프트 시리즈를 거쳐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판을 뒤집긴 했지만, 이 역시 C&C가 다져 놓은 저변이 있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그러한 거대 IP는 EA라는 거대한 포식자의 소화액에 녹아내려 버렸다. EA에 인수된 후 개발진 잔혹사를 겪더니, 2010년작 '커맨드 앤 컨커 4 타이베리안 트와일라잇'에서 결정타를 날렸다. C&C의 상징이자 존재 이유였던 기지 건설과 자원 채취가 모조리 삭제되고 이동식 기지 시스템이 도입되자 팬들은 경악했고,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황천길로 떠났다. 이후 커맨드 앤 컨커 온라인이 취소되고 개발진이 모조리 해고됨에 따라 다시 못 올라올 나락으로 향했다. 비록 2018년 모바일게임 '커맨드 앤 컨커 라이벌'이 그럭저럭 괜찮다는 평가를 받긴 했으나, 태양과 같았던 과거의 영광에 비유하면 촛불 같은 밝기다.
▲ 시리즈를 한순간에 나락으로 향하게 만든 주범, 타이베리안 트와일라잇 (사진출처: EA 공식 홈페이지)
TOP 4. 앵그리 버드
2009년 혜성처럼 등장한 '앵그리 버드'는 스마트폰 초창기를 화려하게 장식한 모바일게임 대표작이었다. 새총을 당겨 돼지 집을 부수는 직관적인 재미로 누적 50억 다운로드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웠고, 이후 영화와 테마파크까지 진출하며 '모바일 시대의 마리오'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앵그리 버드 개발사 로비오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글로벌 슈퍼스타였고, 이 IP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후속작들에서 로비오는 하트 시스템과 가챠, P2W 과금 요소들을 무리하게 쑤셔 넣기 시작하면서 시리즈를 타락시켰다. 심지어 유저들이 과금 요소로 떡칠된 신작 대신 과거에 유료 구매했던 '앵그리 버드 클래식'만 계속 플레이하자, 스토어에서 클래식 원작을 강제로 삭제해 버리는 악수까지 뒀다. 그야말로 팬들과의 기싸움이었다. 결국 로비오는 2023년 세가에 인수되며 씁쓸한 마무리를 맞았다. 세가의 품에서 앵그리 버드 시리즈는 소닉과 같이 캐릭터 상품과 영화 등으로 중심축을 옮기고 있지만, 게임으로서 부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소닉을 되살렸던 세가가, 과연 앵그리 버드도 되살릴 수 있을까? (사진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공식 X)
TOP 3. 식물 대 좀비
2009년, 팝캡이 선보인 '식물 대 좀비(Plants vs. Zombies)'는 유저 모드에서 머물던 타워 디펜스 장르를 메이저 무대로 끌어올린 작품이었다. 기발한 식물과 아기자기한 좀비들로 이루어진 캐릭터 역시 호평을 받았고, 하드코어 게이머부터 라이트 게이머까지 남녀노소 모두가 즐겨 하던 게임이었다. 당시만 해도 이 귀여운 식물들이 평생 내 정원을 지켜주고, 인기를 등에 업고 다양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로도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2011년, 팝캡이 EA(또!)에 인수되면서 잔혹극이 시작됐다. 후속작 '식물 대 좀비 2'에서 과도한 F2P 과금 모델을 도입하고, 이에 반대하던 원작자마저 해고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민심이 급속히 이탈했다. 현재 기준으로 보면 2편은 그나마 양호한 정도였지만, 이러한 문제점을 더욱 업그레이드 시킨 3편은 몇 년째 수술대에 오른 채 방황 중이다. 순수한 재미로 가득했던 정원에 과금 잡초가 무성하게 심어놓은 꼴이다. 기대를 걸어 봤던 외전격 게임 가든 워페어 역시 3편을 마지막으로 사망 선고를 받았으니, 식물도 좀비도 모두 썩어가는 슬픈 현실이다.
▲ 시들시들하던 IP를 관짝에 넣고 못을 박은 3편 (사진출처: EA 공식 홈페이지)
TOP 2. 기타 히어로
2000년대 후반, 기타 컨트롤러를 들고 락스타가 된 듯한 기분을 선사한 '기타 히어로'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자랑했다. 특히 3편은 단일 비디오 게임 최초로 매출 10억 달러(한화 약 1조 4,000억 원)을 넘겼다. 실제 기타 모양의 컨트롤러 하드웨어가 함께 판매되어 높은 단가와 수집 욕구를 동시 충족시켰으며,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대중문화 전반에 큰 파급력을 가져왔다. 손가락에 쥐날 때까지 기타 컨트롤러를 누르며 방구석 지미 헨드릭스를 꿈꿨던 이들이 넘쳐났다.
그러나 자비 없는 우려먹기가 시리즈의 막을 내렸다. 액티비전은 기타 히어로 시리즈가 붐을 일으키자마자 불과 2~3년 사이에 밴드 히어로, DJ 히어로, 특정 밴드 전용 타이틀, 모바일 외전 등 수십 개의 신작을 마구잡이로 쏟아냈다. 소비자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했고, 수많은 시리즈들끼리의 다툼 끝에 시장 전체가 순식간에 냉각되며 매출이 폭락했다. 결국 시리즈 명맥이 순식간에 끊겼고, 2015년 리부트를 선언하며 복귀한 신작 '기타 히어로 라이브' 역시 사실상 실패함에 따라 시리즈 생명이 완전히 끝나버렸다.
▲ 아직 저 기타가 집 구석에 처박혀 있다 (사진출처: ebay)
TOP 1. 러브 플러스
2009년 NDS로 출시된 '러브 플러스'는 연애 시뮬레이션의 개념을 뿌리째 바꾼 혁명이었다. 스마트폰도 아직 보급되지 않았을 무렵, 연인과 함께 일상을 보내고 각종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진행한다는 콘셉트는 그야말로 현실을 대체할 만한 충격이었다. 게임 속 여자친구와 온천이나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패키지 상품이 생기고, 급기야 도쿄에서는 한 남성이 러브 플러스 캐릭터인 네네와 정식 결혼식까지 올리는 등 그야말로 사회적 신드롬을 낳았다.
하지만 3DS로 출시된 후속작 '뉴 러브 플러스'에서 시리즈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각종 시스템적 문제와 무수한 버그, 밸런스 문제가 터졌고, 코나미는 이것을 즉각 인정하고 고치는 대신 철면피 스킬을 시전하며 민심을 잃었다. 결국 핵심 개발진마저 회사를 떠난 뒤, 모바일로 반전을 꾀하며 출시한 '러브 플러스 에브리' 역시 첫날부터 서버 과부하로 무려 두 달간 점검에 들어가는 초대형 참사를 저질렀다. 뒤늦게 정식 오픈했을 땐 이미 팬들이 다 떠난 뒤였고, 결국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단명했다. 그로써 시대를 뒤흔들었던 여자친구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