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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1`과 `스타2` 병행, 이것이 최선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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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시즌2 로고 (사진 제공: 한국e스포츠협회)

출범 이래 최초로 ‘스타1’과 ‘스타2’, 두 가지 종목을 한 시즌 내에 병행하는 프로리그가 지난 5월 20일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개막했다. ‘스타1’ 종목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던 대표 선수들의 ‘스타2’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기대감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했으나, 한편으로는 짧은 시간 안에 두 게임을 모두 소화해야 하는 선수들에게 지워진 짐이 너무 무거운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뒤따랐다.

이러한 걱정은 이내 현실로 드러났다. CJ 엔투스를 상대로 하루 2승을 거두며 ‘스타2’ 기대주로 떠오른 KT 신예 프로토스 원선재, ‘차원 분광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스타2’ 종목 첫 승을 거둔 SK텔레콤의 도재욱, ‘스타2’ 종목으로 정규시즌 100승 달성에 성공한 삼성전자 허영무 등 일부 선수가 다소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였으나, 대부분의 선수들이 ‘스타2’를 통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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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2` 종목 최초 프로리그 공식전 승리를 기록한 도재욱 (사진 제공: 한국e스포츠협회)

접한 기간이 길지 않은 신규 종목 ‘스타2’로 짧은 시간 안에 괄목할만한 경기력을 뽑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개막전에 모두 ‘스타2’로 출전한 제 8게임단 이제동과 KT 이영호였다. 이제동의 경우, 추적자와 광전사 그리고 불멸자가 주를 이룬 프로토스 지상병력을 상대로 상성 유닛이 아닌 바퀴만으로 맞섰으며, 이영호는 초반에 중점을 둔 4차원관문 러쉬를 감행한 상대의 움직임을 확인하고도 ‘스타2’보다는 ‘스타1’이 연상되는 다소 호흡이 느린 운영으로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관계자 및 팬들이 안타깝게 여기는 부분은 선수들이 결코 연습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5월 10일 진행된 미디어데이에서 이영호는 ‘스타2’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새벽 4시까지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전한 바 있다. 즉, ‘스타2’에 대한 선수들의 노력과 연습이 부족했다는 것보다 준비 기간이 너무나 짧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다.

즉, 선수들에게 신규 종목에 적응할 기간을 충분히 주지 않은 채, 맹목적인 현신과 노력만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삼성전자 송병구는 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종목 병행 역시 그간 문제시되어온 선수들의 처우 개선이 미비하다는 증거 중 하나가 아니겠냐고 지적한 바 있다. 즉, e스포츠의 주인공인 선수들의 입장이 뒷전으로 밀려난 점이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10년 이상 활약한 ‘스타1’의 말로가 아름답지 않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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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빙 스타리그 2012 로고 (사진 제공: 온게임넷)

관계자들이 더욱 큰 우려 사항으로 손꼽는 부분은 ‘스타1’ 종목에서도 경기력 저하가 눈에 뜨인다는 점이다. 지난 개막전에서 제 8게임단의 염보성은 저그의 올인성 러쉬를 앞마당 멀티까지 지켜내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으나, 병력이 너무 섣부르게 진출한 탓에 상대의 공중병력에 그 동안 축적한 바이오닉 병력을 허무하게 소진하며 고배를 마셨다. 프로리그와 함께 진행 중인 스타리그에서도 팬들은 선수들의 경기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부분에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시즌 결승에 진출한 SK텔레콤과 KT의 경우, 경기가 모두 마무리된 이후에 주어진 약 한 달 간의 스토브리그(리그를 쉬는 기간) 동안에야 본격적으로 ‘스타2’ 연습에 돌입할 수 있었던 상황이다. 즉, 이번 ‘스타1’과 ‘스타2’ 병행 방식은 지난 시즌까지 팀의 높은 성적을 위해 ‘스타1’에 매달려야 했던 선수들에 대한 보호가 부족하지 않냐는 것이 현재 제기되는 중론이다.

특히 온게임넷에서 진행 중인 스타리그에 진출 중인 선수들은 더더욱 ‘스타1’에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따라서 두 종목을 모두 연습해야 하는 선수들은 갑자기 늘어난 연습량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스타2’ 종목에 출전한 선수들은 “힘들지만 열심히 해보겠다”라며 각오를 다지고 있지만, 선수 개인의 열정과 노력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곤란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선수들은 물론 팬들 역시 ‘스타1’ 경기력 저하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0년 간 함께 울고 웃던 ‘스타1’ 종목의 말로가 깔끔하지 못하다는 것이 가장 큰 불만사항 중 하나다. e스포츠의 시작과 중흥을 이끌어온 ‘스타1’이 성과에 걸맞지 않은 대접을 받고 있으며, 주최 측 역시 ‘스타2’ 병행에 급급하여 ‘스타1’의 존재를 잊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한 e스포츠 팬은 “시대 흐름에 맞춰 스타2 전향이 불가피했다면 ‘스타1’이 아름답게 종결될 무대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나”라는 의견을 남겼다.

‘스타2’에 대한 팬들의 이해력 부족 역시 문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프로리그가 펼쳐진 용산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 방문한 팬들은 ‘스타2’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며 경기를 관람했으나, 게임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무한 상태라 경기 흐름을 읽기 어려웠다는 평이 제기되고 있다. 즉, 선수들은 물론 팬들 역시 ‘스타2’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타1’과 ‘스타2’ 병행 방식, 무엇이 문제인가?

일각에서는 ‘스타1’과 ‘스타2’의 병행 방식에 의문을 던졌다. 현재 프로리그는 전반전 3세트를 ‘스타1’으로, 후반전 3세트를 ‘스타2’로 진행한 뒤에, 승부가 나지 않으면 ‘스타2’ 종목을 기반으로 한 에이스 결정전으로 최종 승패를 가른다. 여기에 모든 선수들은 ‘스타1’과 ‘스타2’를 한 번씩 번갈아 가며 출전해야 하는 규정을 지켜야 한다. 즉, 지속적인 출전을 위해서는 두 종목에서 모두 안정적인 성적을 거두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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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방식 및 규정에 대해 한국e스포츠협회 측은 “종목을 바꿔 가며 출전하는 것을 강제하지 않으면 추후 ‘스타2’로 완전히 전향이 되었을 때, ‘스타1’에만 집중했던 선수들은 갈 곳이 없어진다”라고 밝혔다.

즉, 특정 종목 전담 선수의 등장을 억제하고 신규 종목 ‘스타2’에 대한 경기 경험을 소속 선수들이 고루 나눌 수 있도록 조정하여 ‘스타2’ 전향 이후에 낙오되는 프로게이머가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다소 강제적인 규정을 마련했다는 것이 협회의 입장이다. 실제로 개인전과 팀플레이전이 병행되었던 이전 프로리그 방식의 경우, 팀플레이 전담 선수들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시되어 팀전이 제외된 사례가 있다.

이번 프로리그는 총 3라운드로 진행된다. 그렇다면 초반 라운드는 ‘스타1’, 후반 라운드는 ‘스타2’로 경기를 진행하며 신규 종목에 대한 준비 기간을 길게 가져갔다면 어땠을까? 이에 대해 한국e스포츠협회는 “모든 팀 관계자들과의 협의 하에 병행 방식 및 규정에 대한 합의를 보았다”라며 “또한 ‘스타2’로 경기를 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계약을 진행한 후원사들이 있어 ‘스타2’를 완전히 배재한 경기 진행은 불가능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프로리그의 공식 명칭은 SK플래닛 ‘스타2’ 프로리그 시즌2이다. 계약 상의 이유로 이번 프로리그의 공식 명칭에도 ‘스타2’를 포함해야 했으며, ‘스타1’을 함께 함께 넣을 경우 로고의 구도가 나오지 않아 제외했다는 것이 한국e스포츠협회의 설명이었다.

‘함께 하자’ 명분만 있는 블리자드-KeSPA-온게임넷-곰TV 4자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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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리자드-한국e스포츠협회-온게임넷-곰TV가 참석한 `스타2` 비전 선포식

사실 현 KeSPA 소속 선수들의 ‘스타2’ 경기력 논란이 더욱 가속화되는 이유 중 하나는 가까이에 비교 대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지난 2010년부터 ‘스타2’에 집중해온 GSL 출전 선수들과의 경기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며, 기존 ‘스타1’ 프로게이머의 실력에 실망스러움을 느끼는 팬들이 많은 것이다. 실제로 지난 5월 20일에 진행된 GSL 결승전에서 맞붙은 정종현과 박현우는 7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며 관중들의 눈을 사로잡는 경기를 선보였다.

지난 5월 2일 개발사 블리자드와 한국e스포츠협회, 온게임넷과 곰TV의 ‘스타2’ e스포츠 활성화에 대한 4자 협력 체제 구축을 다짐한 비전 선포식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선포식 현장에서 제기된 ‘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현재도 아직 청사진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온게임넷과 곰TV의 경우 개인리그에 대한 선수 교류를 약속했으나 아직 한국e스포츠협회와 곰TV의 교류는 여전히 드문 형태다.

특히 소속을 막론하고 모든 선수들의 출전을 보장하는 GSL과 달리 한국e스포츠협회의 프로리그는 협회 소속 선수들의 출전만 현재 가능한 상태다. 프로리그 간 선수 교류에 대해 양자는 긴밀한 협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 정통한 한 e스포츠 관계자는 “한국e스포츠협회의 경우 대기업 팀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소속팀에게 우위를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며 “또한 협회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연회비를 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자금력이 있는 팀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전했다. 즉, 협회 소속이 아닌 팀들의 프로리그 출전을 이사진 측에서 반기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의견이었다.

실제로 한국e스포츠협회는 MLG, IEG를 비롯한 해외 e스포츠 단체와의 MOU를 진행한 바 있으나, 국내 관계자인 곰TV와는 별도의 성과가 아직 도출되지 않았다. 수많은 고민과 장거리 토론을 통해 어렵게 뜻을 합치기로 한 4자 협력 체제가 ‘스타2’에 추진력을 보태주기 위해서는 ‘협동’이라는 상징성을 뛰어넘는 실질적인 결과물이 하루 빨리 제시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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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e스포츠협회-MLG-IEG 파트너쉽 MOU 체결식 (사진 제공: 한국e스포츠협회)
 

한국e스포츠협회 및 기존 ‘스타1’ 선수들의 ‘스타2’ 종목에 대한 도전은 이제 막 출발선을 벗어난 상태이다. 첫 술에 배부르랴, 라는 속담처럼 시즌 초반에 제기된 문제점을 토대로 ‘스타2’ 종목 도입이 실패했다는 평을 내리기는 어렵다. 또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스타1’은 본인의 바통을 ‘스타2’를 비롯한 신규 종목에 넘겨주어야 할 시점이라는 부분에는 대부분의 e스포츠 관계자 및 팬들이 공감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팬들에게 넓은 마음으로 ‘스타2’ 도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잡음을 이해해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특히 빠르면 오는 10월부터 ‘스타2’ 전면 전향을 계획하고 있는 한국e스포츠협회 입장에서 봤을 때, 현재 쥐고 있는 뜨거운 감자를 시원스럽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스포츠 사상 가장 큰 격변기로 손꼽히고 있는 현재, 한국e스포츠협회 및 국내 e스포츠 관계자들이 ‘스타2’에 대해 어떠한 답안을 내놓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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