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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상황 반영하는 문화, 게임도 예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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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음악, 영화, 문학 등 ‘문화’라고 통칭하는 것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 콘텐츠가 만들어진 시기와 지역의 상황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피카소 ‘게르니카’, 윤동주 시인의 ‘서시’, 봉준호 감독 ‘괴물’, ‘설국열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런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내부자들’과 ‘귀향’ 등의 작품도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사회 이슈를 담아낸 덕에 이목을 끌 수 있었다.

게임 역시 출시 당시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문화 콘텐츠로 꼽힌다. 특히 감상이 주가 되는 다른 콘텐츠와는 달리 플레이를 통한 간접 경험이 가능해, 더욱 실감 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게다가 기본적인 제작 기술만 있다면 누구든지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먼저 국내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 25일 온라인상에서는 ‘데스크버스터’라는 게임이 화제가 됐다. 이 게임은 제한시간 50초 내에 최대한 많이 책상을 치는 게 목적인 게임이다. 피격 타이밍은 책상 밑으로 지나가는 ‘셔터 찬스’ 카메라 아이콘이 손 밑에 위치할 때다.


▲ '데스크버스터' 메인 이미지 (사진출처: '데스크버스터' 공식 홈페이지)

이 게임을 보면 현재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 중인 테러방지법 반대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가 떠오른다. 박근혜 대통령은 필리버스터로 테러방지법 통과가 계류된 상황에 대해 ‘20분간 책상을 치며’ 울분을 토했다. 이처럼 필리버스터를 둘러싼 일들이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시기적절하게 ‘데스크버스터’가 출시되어 주목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데스크버스터’ 제작자는 ‘20분간 책상을 친’ 행위 자체에 주목해 개발한 게임이며, 특정 대상과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에도 국내 상황을 반영한 게임이 하나 출시됐다. ‘남한을 위한 제목 없는 게임(An Untitled Game for South Korea)’이라는 이름의 웹 기반 게임으로, 2015년 11월에 있었던 광화문 민중총궐기에서 소재를 따온 작품이다. 플레이어가 의경이 되어, 광화문을 닮은 건물로 진격해오는 시민을 막아야 하는 일종의 디펜스게임이다.


▲ '남한을 위한 제목 없는 게임' 플레이 이미지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위 두 작품의 공통점은 당시 국내를 뜨겁게 달궜던 이슈를 게임으로 풀어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작자의 의도를 강하게 삽입하지 않았다. 콘텐츠를 접하는 대상자가 직접 사안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해외에서는 좀 더 제작자의 의견이 강하게 들어간 게임도 나온다. 해외 개발사 머니홀스는 북한의 제1위원장 김정은을 소재로 한 ‘글로리어스 리더(Glorious Leader)’를 2014년에 공개했다. 당시 미국 소니픽쳐스는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더 인터뷰’ 개봉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 콘텐츠 모두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 '더 인터뷰' 포스터


▲ '글로리어스 리더' 메인 이미지

‘더 인터뷰’는 테러 단체의 협박으로 개봉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가, 소수 영화관에서 뒤늦게 개봉됐다. 유튜브를 통한 상영도 병행했다. 그러나 ‘글로리어스 리더’는 데이터 해킹으로 인해 개발이 중단된 바 있다. ‘더 인터뷰’와 ‘글로리어스 리더’ 모두 미국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을 담아낸 콘텐츠였던 데다, 정체불명 테러 단체에 의해 위기를 겪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독도 탈환' 게임 실행 이미지

반면, 일본 개발사 팀 다케시마가 무료 배포한 게임 ‘독도 탈환’처럼 공감보다는 비난을 이끌어낸 작품이다. 일본이 자체 지정한 ‘다케시마의 날’에 배포된 이 게임은, 이승만 대통령을 물리치고 한국으로부터 독도를 탈환하자는 내용의 게임이다. 게임 속에는 한국인들이 일본인 3,000명을 독도에 억류했다는 등의 허위 사실도 삽입되어 숱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일부 일본 언론을 비롯한 우익 단체는 ‘독도 탈환’ 배포를 환영하며, 독도 문제에 대한 의견을 간접적으로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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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새롬 기자 기사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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