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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한 편의 영화다(콜 오브 듀티: 유나이티드 오펜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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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 오브 듀티: 유나이티드 오펜시브

차라리 한 편의 영화라고 부르는 것이 나을 성 싶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손에 땀을 쥐는 긴장으로 점철된 2차대전의 향연… 시리즈가 더해갈수록 조금은 삐딱한 방향으로 기울었던 ‘메달 오브 아너’의 선례를 떠올리며 “유럽전쟁의 약발도 이제 떨어질 때가 됐지”라는 생각이 든 최근이지만 역시 그래이매터스튜디오는 달랐다. ‘최고의 액션엔 최고의 확장팩’으로 보답한다는 그들의 마인드가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 한 편의 영화에 가까운 장면들이 펼쳐진다

인피니티워드가 확장팩 개발을 그래이매터스튜디오로 넘겨준 것은 새로운 프로젝트의 개발과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이유가 가장 크다.

▶ 그래이매터스튜디오의 역량이 십분발휘된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의 제작으로 두터운 팬 층을 형성하고 있는 그래이매터스튜디오는 많은 숫자의 타이틀을 만들어내진 않았지만 id소프트를 비롯한 거물급 제작사들로부터 신뢰할 수 있는 개발사 중 단연 No.1으로 손꼽히고 있는 개발사. 자칫 대작으로 평가받던 원작의 이미지를 훼손할 우려도 많았지만 오래도록 엔진의 연구를 거듭하고 개량한 끝에 등장한 ‘유나이티드 오펜시브’는 성능향상과 더불어 물샐틈없는 구성으로 그래이매터스튜디오다운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 히틀러 최후의 도박이라고도 알려진 벌지전투. 실제 사진과 게임

숨 막히는 전장의 향연
1944년 한겨울 벨기에 바스통에서 벌어진 벌지전투(Battle of Bulge)로 시작되는 유나이티드 오펜시브의 미션은 처음부터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미 낙하산부대의 정찰분대로 편성된 주인공은 갑작스런 독일군의 매복공격을 받고 곧장 철수를 감행, 지프를 타고 신나는 추격전을 벌이며 범상치 않은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 상당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바스통의 마지막 미션

오리지널에서도 볼 수 있었던 추격전이지만 이어지는 벌지전투 방어전과 더불어 초반의 미션들은 콜 오브 듀티 확장팩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장면들로 가득 채워져 숨 돌릴 틈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사방에서 떨어지는 포격을 피하고, 마치 중공군처럼 언덕에서 쏟아져 나오는 독일군을 막기 위해 참호에서 머신건을 쏘아대는 장면은 만만치 않은 확장팩의 난이도를 예고해주고 있기도 하다.

▶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시키는 교회 폭파 광경

오리지널을 즐겨온 유저들이라면 잘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이와 같은 초반 미션에서 느낄 수 있는 그래픽적인 변화는 실제를 방불케 하는 폭파효과다.

▶ 다양한 폭파장면들

힘겨운 방어전을 벌인 후 P-51에서 떨어뜨린 폭약이 눈앞에서 굉음을 내며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는 장면을 비롯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차량에서 주목할만한 그래픽의 발전을 느낄 수 있다. 미세한 개량이지만 보다 사실에 근접해진 화기의 총격음과 모든 무기에 제공되는 가늠쇠효과 또한 잔재미거리를 찾는 마니아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요소(예비군훈련경험에 비추어볼 때(-_-;) 칼빈소총의 진동과 효과음은 100% 재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전투와 더불어 미국의 낙하산부대, 영국의 SAS 코만도, 러시아의 일개보병으로 이어지는 연합군들의 이야기진행순서는 원작의 형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 독일공군이 밀어닥치기 전, 폭풍 속 고요

▶ 주인공은 기체의 앞 뒤를 오가며 죽은 기관총 사수의 역할까지 다해야한다

▶ 목적지에서 폭탄을 투하하는 장면

이 중 게임출시 전부터 게이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멤피스벨의 공중전이 단연 주목할만한 미션이라 할 수 있다. 적의 기지에서 돌아올 확률이 1/3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영국의 기지에서 나찌 점령하의 유럽 곳곳을 폭격하는 위험한 임무를 24번이나 무사히 수행해 낸 최고의 폭격 부대 멤피스벨. 그 중 마지막 임무인 25회차 출격을 그리고 있는 이 임무는 ‘하늘의 요새’라고 불리는 별명답게 기체 내에 탑재된 10정의 머신건으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독일공군(Luftwaffe)의 요격기들을 막아내고 폭탄을 투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홀란드에 낙하산을 타고 상륙한 주인공은 잉그람부대와 합류, 보급로 차단임무를 함께 수행한다

▶ 오토바이에다, 심지어는 해상전까지 벌이는 다채로운 종류의 영국군 미션

물론 공중전을 벌인다는 혹자의 기대엔 미치지 못하며 2D 매핑으로 구현한 눈속임에 불과하지만 B-17 플라이포트리스 내부에서 바라보는 하늘의 전경은 감탄이 절로 흘러나올만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비록 영국군의 미션들은 미국과 러시아의 미션보다 조금 취약한 면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B-17 폭격으로 시작되는 임무만큼은 대단히 인상적인 장면으로 그 취약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할 수 있다.

▶ 1943년 7월 4일 쿠르스크 전선의 러시아군

동부전선에서의 주도권이 독일에서 소련으로 넘어간 가장 큰 계기였던 ‘쿠르스크 전투’를 담고 있는 러시아의 미션은 ‘유나이티드 오펜시브’다운 대미를 장식한다.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그리고 있었던 원작에서도 그랬듯이 탄창 한 자루만을 지급받은 일개 병사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러시아군의 미션은 전장의 한복판에 있다는 느낌을 200% 이상의 살려내며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막바지 스토리라인을 새로운 쇼크로 뒤흔들어대는 것이다.

▶ 떨어지는 포탄 사이로 트럭을 타고 진격하는 러시아군. 오리지널의 러시아군 첫번째 미션을 떠올리게 한다

폐허가 된 전투지에서 빗발치는 총알을 피해 백병전을 벌이거나 폐쇄된 공간에서의 근접전을 주로 다루고 있는 러시아미션은 엄청난 양의 탱크와 보병들이 밀어닥치는 마지막 임무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머리털만 내밀어도 날아오는 탄환과 동료들의 비명소리, 급기야 하늘에서 날아오는 스투카의 폭격까지 ‘아비규환’이라는 말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그 현장의 느낌은 최고의 연출력과 사실성이 조합된 한 편의 영화에 가까운 것이었다.

▶ 참혹한 전장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고 있는 러시아의 시가전들. 왼쪽은 화염방사기 발사 장면, 울펜슈타인보다는 조금 부족해보인다

굳이 흠을 잡자면 몰입도에 비해 싱글플레이의 길이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정도랄까. 일반적인 1인칭액션유저라면 약 8시간의 플레이타임으로 엔딩을 볼 수 있는 유나이티드 오펜시브는, 바꿔 말하자면 게임의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아쉬움이 더해지는 완성도를 가진 게임이라 평할 수도 있겠다.

▶ 카르코브 심장부로의 진격

싱글만큼이나 훌륭한 멀티플레이
퀄리티는 나쁘지 않았지만 ‘하는 사람들끼리만 하는’ 원작에서 비약적으로 향상한 멀티플레이 또한 이번 작품의 소장가치를 높여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는 ‘리턴 투 캐슬울펜슈타인’의 제작사답게 그래이매터스튜디오는 유나이티드 오펜시브에 울펜슈타인 스타일의 랭킹시스템제를 도입, 협동공격에 상당한 메리트를 부여하고 있다. 무분별한 인간사냥만으로 점철되는 기존의 멀티플레이를 지양하기 위해 도입된 랭킹시스템은 전술을 다양화하고 임무완수를 위한 재미를 배가시켜 중독성 높은 멀티플레이를 게이머들에게 선사한다.

1인칭 액션게임이 보여주는 멀티플레이의 대세가 그렇듯 방대한 맵 11개가 새롭게 추가된 이번 작품 역시 배틀필드 1942 스타일의 게임전개를 따르고 있다.

탱크와 지프 등 다양한 탈 것이 새로운 잔재미를 부여하고 있는 유나이티드 오펜시브의 멀티플레이는 배틀필드 1942처럼 적진을 점령하는 도미네이션 모드가 주를 이루지만 협동플레이에 큰 메리트가 부여됨으로서 잘 만들어진 싱글플레이의 느낌이 드는 멀티를 재현한다. 이는 원작에서 싱글플레이만을 즐기며 아쉬움을 달랬던 1인칭 마니아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을만한 이번 확장팩의 가장 큰 발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전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세계 2차대전이라는 것. 조금은 지겨워질만한 소재이지만 ‘콜 오브 듀티’만 같은 완성도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그래픽에서부터 연출, 효과, 음악, 스토리라인, 멀티플레이에 이르기까지 ‘돈 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유나이티드 오펜시브는 장인정신을 갖고 만드는 게임의 완성도가 어느정도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게임과 영화는 ‘엔터테인먼트’라는 한 테두리 안에 있지만 능동적인 참여와 수동적인 참여라는 점, 예술이 아니라는 점과 예술로 승화될 수 있다는 점으로 분명히 구분되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 그 경계선은 희미해져가고 있다. 그리고 유나이티드 오펜시브와 같은 게임만 앞으로 계속 나와 준다면 언젠가 그 경계선은 무의미한 구분이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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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C
장르
FPS
제작사
그레이매터인터랙티브
게임소개
'콜 오브 듀티: 유나이티드 오펜시브'는 '콜 오브 듀티'의 확장팩이다. '콜 오브 듀티: 유나이티드 오펜시브'에서는 벌지 전투, 시실리 침공 등 10개 이상의 새로운 싱글 플레이 미션과 탱크배틀, 도미네이션 등...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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