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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대기업,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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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대기업,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

삼성전자는 2002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9조 7,904억원이며 같은 기간동안 LG상사는 14조 7,512억원을 기록했고 SK글로벌 또한 같은 기간동안 누적 매출 13조 4,858억원을 올렸다. 대기업이라는 명칭이 진정으로 어울리는, 조 단위의 매출을 쉽게 돌파하고도 불만이 많았는지 근 20조원이라는 상상도 하기 힘든 돈을 만진다. 보통의 게임회사로는 엄두도 못 낼 수준이다.

그런데 이들 대기업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게임이라는 분야에서 한 몫 잡아보려는 욕심을 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십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이 게임으로도 눈을 돌리는 것을 보면 그만큼 가능성이 많다는 의미로도 풀이가 가능하지만 그 속내를 보면 안타까운 부분이 많다. 모 대기업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국내 판권을 위해 ‘엄청난 돈’을 쓸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하며 또 다른 대기업은 각지의 플스방에 기기를 배포하면서 협박에 가까운 행태를 벌였다고 한다. 이유가 무엇이고 결과가 어떻든 수십조원을 만지는 대기업이 할 일은 아니다.

국내 게임시장은 아직도 너무나 부족하며 정리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 사회의 인식부터 시작해서 심의, 유통, 가격, 경쟁력 등등을 보완하고 수정하여 다듬어야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게임회사들도 중소기업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일부 몇몇 기업만이 자생력을 갖추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인터넷과 온라인게임 선진국이라는 자부심과는 별도로 중국과 대만, 일본의 추격은 지금 이 시간에도 맹렬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기업들조차 국내 시장만을 바라보고 국내 게이머로부터 돈을 벌겠다는 속셈은 이해하기 힘들다.

필자가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먼저 게임시장의 파이를 키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잡아서 한 몫 벌겠다는 속셈이나 이제서야 양지로 나온 비디오게임 시장에 비집고 들어와 돈 좀 벌어 보겠다는 의도를 어떻게 풀이해야 좋은가. 왜 국산 온라인게임을 키우고 잘 다듬어서 그 튼튼한 마케팅력과 유통망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할 생각은 없느냔 말이다. 사회의 인식을 전환시키고 게임을 건전하고 좋은 놀이 문화로 정착하기 위해서 그들이 하고 있는 노력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금 게임시장이 대기업이 만족할만한 수준이란 말인가.

게임을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만들어 파급효과를 가지도록 꾸준히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일개 게임 개발사가 하기에는 너무나 벅차다. 이미 해외로 성공적인 진출을 하고 있는 국산게임들의 예를 봐도 현지 유통사와 관계사들은 결코 게임 하나에 만족하지 않으며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낸다. 피카츄와 미키마우스가 우연의 산물이 아님을 매우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상품들이 역으로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그 누구도 못할 것이다.

일개 사람도 자신이 버는 돈과 지위에 따라 할 일이 다르듯이 작은 가게를 경영하는 자영업자와 재벌 총수가 추구해야하는 방향은 다르며 달라야만 한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자동차와 반도체, LCD, 핸드폰 분야 세계 최고를 이룩한 자랑스런 대기업들이여, 부디 그 힘을 조금만 나눠 주길 바란다. 국내 게임 시장이 성숙해지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게임들이 쏟아져 나와 미국와 일본에 뒤지지 않는 문화가 형성되었을 때,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더 큰 돈을 해외에서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니 그때를 위해 지금은 도와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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