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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게임 거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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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게임 거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 23일부터 이틀에 걸쳐 한국게임개발원에서 국제게임마케팅세미나를 주최했다. 이번 행사는 코에이, 스퀘어_에닉스, 남코, SUCCESS, 엔터브레인 등 일본 업체 고위관계자들이 참석하여 국내 게임과 일본 게임 시장에 대해 맥을 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코에이의 에리카와 회장과 패미통 하마무라 편집장은 공통으로 이런 말을 해 주목을 받았다. “비디오게임 타이틀의 중고 거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며 앞으로 이런 것에 대해 적절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중고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면 개발사들에게 돌아와야 하는 수익이 적어지고 그렇게 되면 더 나은 게임을 개발할 여력이 적어지며 나중에는 게임 개발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게임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상품에 대해 중고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국내 상황에서는 당황스러운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게임분야에서만은 우리보다 앞서 있는 시장에서 성공한 그들의 말을 다른 귀로 흘려보낼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국내 비디오게임 타이틀은 매번 같은 패턴을 보인다. 출시되면 반짝하고 빛을 발하다가도 약간의 시간만 지나면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이는 PC게임보다도 하락폭이 더 크기 때문에 종합적인 게임판매 순위를 보면 항상 PC게임보다 비디오게임이 처지는 이유가 된다. 그러니까 와레즈와 복사 CD가 판을 치는 PC게임보다도 게임이 안정된 판매를 보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중고 거래가 너무나 비대하게 활성화되었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세미나에서 만난 게임 유통사의 관계자도 이런 말을 했다. “게임을 빨리 클리어 하고 중고로 팔면 정가의 70%정도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게임은 중고 시장에 많이 나온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곱씹으면서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게임은 중고가 없고 판매량도 꾸준히 지속된다.”

또한 국내에서 비디오게임의 중고 거래가 활발한 것은 정부의 역할도 컸다. 일본 비디오게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게이머들이 정상적인 구입방법을 막아 버렸기 때문에 음지로 숨어들었고 이때부터 밀수와 편법, 복사, 중고 거래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PS2 정식발매가 시작되면서 대부분의 불법 거래가 사라지고 있으나 중고 거래는 쉽게 없어지지 않고 있다. 한번 비대해진 중고 거래는 국내 정품도 완전히 같은 취급을 당하고 있으며 데모나 체험판이 극히 드문 비디오게임은 저렴한 가격에 정품을 중고로 구입하는, 중고라도 게임플레이에서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특수한 상황이 더욱 그런 것이다.

필자도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중고 거래가 비디오게임 시장을 살찌우는 한 축이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제는 걱정이 앞선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 출시되어도 제작사와 유통사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분명 한계가 있는 것이다. 우리 게이머가 바라는 한글화나 동시 발매가 어느 순간 중단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아직은 초보단계지만 국내 게임 개발사에서도 나중에는 비디오게임 개발을 하기 힘들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단순 수입뿐이다.

많은 게임 유통사들이 중고 거래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중고에 대한 일반 사회의 인식도 그렇거니와 항상 와레즈와 복사 CD 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 간과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지금 당장 중고 거래를 중단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비디오게임 시장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중고 거래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천천히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공통분모를 만들어 내면서 대비해야만 장기적으로 유익하다. 일부 게임 개발사나 유통사에게 돈을 더 벌어주자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이런 논의가 시작되는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정부에서 법으로 금지시키는 것보다는 휠씬 낫지 않는가? 게임의 중고 거래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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