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6회에 걸쳐 각종 세기의 괴게임들을 소개해 온 본 코너지만, 이번에 소개할 작품만큼은 이제까지 단순히 ‘괴스러운 게임이 있다’의 수준을 넘어보고자 한다.
그렇다. 필자가 이 기사를 쓰는 이유는 괴게임만의 독특한 매력을 즐겨보라는 의미가 아닌, 혹 미래에 이 게임을 구입하게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리는 일종의 경계석, 혹은 시금석이 되고자 하는 바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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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여러 가지 종류의 괴게임이 있다. 일반적인 게임의 상식을 뛰어넘은 독특한 감각의 신 장르가 있는가 하면, 게임 제작자들이 점심시간에 밥 먹은 다음 시간 남아서 발가락으로 만든 괴게임도 존재한다. 지금 소개하는 괴작게임 ‘트윈 칼리버(Twin Caliber)’가 바로 후자에 속하는 타이틀이다.
트윈 칼리버는 이름도 생소한 레이지(Rage)라는 이름의 회사에서 개발했으며, 디지털플랜스엔터테인먼트에서 발매됐다. 이 두 회사는 트윈 칼리버 덕분에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한마디로 망했다는 소리다).
특히 디지털플랜스엔터테인먼트는 트윈 칼리버를 유통한 죄로 게이머들에게 욕만 줄기차게 먹다가 회사가 망한 비운의 케이스라 할 수 있다. 개발사 레이지(Rage:분노라는 의미) 역시 이름값 대로 게이머들에게 분노만을 남긴체 회사문을 닫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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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에게 향해진 총구가 뭔가를 경고하고 있는듯 하다!
조그마하고 아늑한 도시에 한 여인이 도착한 이후부터 도시 주민들 사이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기묘한 일들이 계속 발생하고 누군가에 의한 주술의식이 거행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그리고 한달 후..
조그마하고 아늑했던 그 도시는 점점 황폐화되어 주민들은 돌연변이(아무리 봐도 좀비)로 바뀌어 가고 혼돈이 밤을 지배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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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해진 도시(?)
거칠지만 의지가 강한 주인공 포트먼 (직업은 보안관)과 폭력적이고 거만한 죄수 발데즈는 교도소 고립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이 기괴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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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지만 의지가 강한 주인공 포트먼
현 시점에서 보면 진부한 B급 헐리우드 영화의 전형적인 설정을 밟고 있지만 트윈 칼리버의 스크린샷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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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이고 거만한 죄수 발데즈
온가족의 플레이스테이션2라는 카피에서 벗어나 유혈과 폭력이 난무하는 강렬한 총격장면은 많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두 개의 아날로그 스틱을 이용하여 쌍총질을 해댈 수 있다는 점은 큰 기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왜!! 이 게임은 어쩌다 괴작 게임의 반열에 올라버리고 말았을까?
게임장르-호러. 이 게임의 장르는 호러/HORRO 라고 당당히 표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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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한글을 잘못 배운게 아니라면 분명 장르는 호러다
좀비들과 함께 벌이는 피와 살의 축제가 게임 내용이라면 이 게임의 장르는 호러가 맞다. 하지만 이 게임을 30초만 즐겨본다면 당신은 곧 이 게임의 진짜 장르가 뭔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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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전 공개된 스크린샷에 속지 말자!
그렇다. 이 게임의 장르는 코메디/COMEDY 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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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바꿔야 하지 않을까?
이 게임의 무대는 분명 교도소다. 교도소에 고립된 주인공들이 좀비들을 상대로 멋진 총솜씨를 뽐내는 것이 게임의 주된 내용인데, 문제는 캐릭터들의 각 신체 부위가 따로 논다는 것이다. 팔다리가 꺾이고 허리가 접히는 건 둘째 치고,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가끔 앞을 바라보고 총을 쏘는데 총알은 뒤로 나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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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주인공이 사용하는 권총은 이것?
게다가 보안관과 죄수라는 두 명의 주인공이 한 화면에 특별한 구분선도 없이 동시에 나와서 게임이 진행되는데, 애들 생긴 게 하도 성의 없어서 누가 동료고 누가 좀비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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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좀비인지 구별 되슈?
게임의 기본적인 구성도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게임의 진행은 물론이요 캐릭터의 위치조차 플레이어가 마음대로 설정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두 개의 아날로그 스틱을 동시에 조작하여 총기류를 난사하는 것은 좋았지만, 캐릭터를 마음대로 이동시킬 수가 없다!! 덕분에 주인공들은 허공에 팔다리 휘저으며 오버액션을 취하다가 적들도 없는 상황에서 앞구르기를 해대곤 한다.
게임은 무조건 강제 스크롤로 진행되며 플레이어가 취할 수 있는 액션은 오직 두 개의 아날로그 스틱을 손가락이 문드러지도록 조작하여 다가오는 좀비들을 처리하는 것뿐. 적을 조준하는 것은 자유지만 조준선을 따라 정면으로밖에 공격할 수 없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위나 아래에서 공격해오는 적들은 처리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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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사신들 (..응?)
게다가 아날로그 스틱의 감도도 최악이라 조금만 오래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양손의 엄지손가락이 찢겨져 나가는듯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
게임의 난이도는 낮은 편이다. 좀비들이 하도 느려서 이로 인해 게임오버를 당하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앞에서도 설명했듯 좀비와 동료가 잘 구분이 안 되는데다가 아날로그 스틱의 조작감이 엉망이라, 실수로 동료를 쏴서 게임이 끝나는 경우는 일상다반사로 발생한다.
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호러를 표방하면서도 좀비들의 움직임이 느려 터졌다는 점이다. 제 딴엔 좀비라고 불시에 땅에서 솟아오르거나 천정에서 뚝 떨어져 공격해오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위협적이라기 보단 애처로워 보인다. 천신만고 끝에 주인공 근처까지 다가온 좀비들도 발치기 한방에 나가떨어져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아가면서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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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에 쫄지 말자. 알고보면 불쌍한 녀석들이다.
게다가 매트릭스나 맥스페인의 영향을 받았는지 슬로우모션 기법을 남발하는데, 문제는 이것이 좀비들이 죽을 때만 연출된다는 점이다. 주인공들이 멋지게 적들을 사격할 때는 가만 있다가(비록 총알이 뒤로 나간다거나 팔다리 관절이 전부 꺾이긴 했어도) 총 몇 방 맞으면 온갖 액션은 다 잡아가면서 슬로우모션 기법까지 걸려 죽어가는 좀비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속에서 열불이 뻗친다.
한글화 수준도 이 게임의 가치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말이 필요 없다. 직접 화면으로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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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싸. 고고고고고! (스.. 스타크래프트??)
이 게임의 또 다른 문제는 18세 이용가 등급을 받았으면서도 좀비나 기타 적들이 피 한 방울 안 흘린다는 점이다. 해외판에서는 온갖 총알세례를 받으며 살점이 뜯겨져나가야 할 좀비들이 피한방울 안 흘리면서 (대신 정체모를 회색 액체를 흘리긴 한다) 허수아비들처럼 픽픽 쓰러지는 모습인 대체 이 게임이 왜 18세 이용가 등급을 받은 것인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이 게임도 단점만으로 똘똘 뭉쳐있는 것만은 아니다. 극악을 달리는 아날로그 스틱의 조작감 덕에 이 게임을 처음 플레이하는 게이머는 양 엄지손가락의 감각이 없어지는 초체험을 하게 되겠지만, 이 단계를 지나고 나면 손아귀 악력이 증가하는 부수적 효과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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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손가락만으로 팔굽혀펴기를 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한글화가 매우 충실하게(대사의 품질은 미뤄두자) 되어있다는 점도 3류 액션영화에 관심이 많은 게이머들에게 어필하는 부분이다.
괴게임 치고는 엔딩을 보기 쉽다는 점도 나름대로의 장점이다. 전반적인 난이도도 그렇고, 비록 게임 자체를 붙잡고 있기 힘들다는 건 문제지만(엄지손가락의 고통은 논외로 하자) 후딱 엔딩보고 팔아치울 수 있다는 점은 이 게임이 게이머들에게 베풀고 있는 마지막 배려다(팔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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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근대적인 컨티뉴 화면
차마 더 이상 이 게임의 장점에 대해 언급하다가는 게임기자 생명 끝날지도 모르니 이쯤 해두겠다.
사실 괴게임 7탄으로 데스크림존과 소드 오브 소단, 라이징 잔을 두고 고민했다. 하지만 모두 현 시점에서는 직접 플레이해보기 힘든 게임들인데다가 한글화도 되있질 않아 괴스러움의 진정한 맛을 느끼기 힘들다는 판단 하에 트윈 칼리버를 소개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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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손가락을 원하는가!
혹 이 기사를 보고 트윈 칼리버를 구입하는 우를 범하진 말길 바란다. 만약 구입하게 되더라도 1만원 이상에는 절대 구입하지 말자. 일단 구입하면 되팔긴 글렀다 생각하고, 평생 소장할 마음가짐을 갖아야 한다.
필자는 다행히도 이전에 이 게임을 처음 구입했다가 다음날 바로 팔아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구입 당시 무슨 최면에 걸리지 않았을까 의심이 든다. 당시 게임을 권해준 용산의 모 게임샵과는 이미 인연을 끊은 상태다.
이 게임에 대한 더 이상의 자세한 소감문은 필요가 없다. 집에 돈이 넘쳐나다 못해 썩어 문드러진다거나 최근 로또 1등에 당첨 되서 플레이스테이션2용 게임을 모두 구입해야 직성이 풀릴 사람만 구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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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당첨되면 사라! 두 개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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