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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는 한 달에 한 번 보드게임 개발사 포푸리의 우치 대표와 함께 좋은 보드게임을 소개하는 코너 [보드게임]을 연재합니다.

보드게임계의 전설적인 타이틀 '글룸헤이븐'. 방대한 스케일과 깊이로 유명한 이 게임의 독립형 버전인 '글룸헤이븐: 사자의 턱'을 플레이했습니다. 원작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던전 앤 드래곤(이하 D&D)' 스타일의 던전 크롤링을 보드게임으로 완성도 있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TRPG 감성을 보드게임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할까요? 아울러 던전 마스터 없이도 판타지 모험을 즐길 수 있을까요? 실제 플레이를 통해 확인해봤습니다.
던전 크롤링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담은 알찬 구성
글룸헤이븐: 사자의 턱은 부담스럽지 않은 규모입니다. 박스 크기도 휴대하기 좋은 정도고, 던전 크롤링 게임으로서 필요한 구성품을 모두 담고 있죠.
박스를 열면 직업별 능력 카드 봉투와 토큰 정리함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토큰 정리함을 꺼내면 그 아래에 캐릭터 피규어가 있는 박스가 있습니다.
캐릭터는 도끼투척수, 철거전문가, 공허감시자, 적위병까지 4종입니다. 각각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요, D&D의 전사, 도적, 마법사 등을 연상시키는 클래스 디자인이기도 합니다. 직업마다 고유한 능력의 카드 덱이 있고, 레벨 업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덱 볼륨이 커지기에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양한 몬스터 토큰과 카드, 시나리오 북과 맵 타일, 캐릭터 시트와 레벨 업 트랙까지, 구성품 하나하나가 던전 크롤링을 위해 설계됐습니다.
아트워크는 판타지 던전 분위기를 충실히 담아냈고, 카드 일러스트레이션 완성도도 준수합니다. 전작이었던 글룸헤이븐과 다르게 책에 맵을 인쇄한 방식이라 세팅하기도 훨씬 쉽습니다.


카드 전투로 풀어가는 던전 탐험
글룸헤이븐: 사자의 턱의 핵심은 카드 기반 전투 시스템입니다. 시나리오 북을 펼치고 맵 타일을 배치하면 던전 탐험이 시작됩니다. 몬스터와 조우하고 전투를 벌이며, 보상을 획득해 캐릭터를 성장시킵니다.
전투는 손에 있는 카드를 선택해 행동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각 카드에는 상단과 하단 액션이 구분되어 있어, 한 턴에 카드 2장을 내려놓으면 상단과 하단 액션을 하나씩 실행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D&D의 주문 슬롯을 연상시키는 자원 관리 시스템의 핵심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주도권 시스템입니다. 각 카드에는 주도권 숫자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낮은 숫자를 선택하면 먼저 움직이고, 높은 숫자를 선택하면 나중에 행동합니다. 먼저 움직여 적을 제압할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반응해 상황에 대응할 것인지. 이 선택이 매 턴마다 고민거리가 됩니다.
몬스터 행동은 카드로 구현된 AI 시스템이 결정합니다. 던전 마스터 역할을 카드가 대체하는 것이죠. 몬스터 패턴은 예측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대응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점점 소진되다가 결국 제거되는 방식이라 턴 계산을 잘못할 경우 행동력 부족으로 전투에서 패배하게 됩니다.

반전매력이 살아 있는 ‘철거전문가’
필자는 캐릭터 중 가장 작은 철거전문가를 골랐습니다. 게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9장뿐이지만, 딜러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철거전문가는 쉽지 않았습니다. 치료 능력도 없어 휴식을 통해서만 체력을 채울 수 있고, 행동 카드는 9장뿐이라 초반에는 행동력 부족으로 수도 없이 탈진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라고 생각하며 플레이를 반복했죠.


게임 중반에 다다르면서 다양한 맵이 등장하며 철거전문가가 두각을 나타내는 전투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딜러답게 한 번에 폭발적인 대미지를 퍼붓는 카드가 늘어나고, 장애물을 파괴하면서 광역 피해를 입히는 등 화끈한 전투를 맛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인원 구성은 다인 플레이를 추천합니다. 혼자서도 두 캐릭터를 운영하며 플레이할 수 있지만, 캐릭터 전환과 관리가 번거롭다고 느껴졌습니다. 여럿이 함께 전략을 논의하고, 각자 역할을 분담하며 협력할 때 이 게임의 재미가 드러난다고 봅니다. 파티 구성과 시너지를 고민하고, 누가 어떤 카드를 쓸지 소통하는 과정에서 협력 전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던전 마스터가 전투 중심으로 전개하는 D&D 느낌
전투 시스템 자체는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카드 조합 다양성, 매 턴마다 고민되는 선택, 최적화를 찾아가는 퍼즐의 재미까지, 시스템만 놓고 보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시나리오를 클리어했을 때의 성취감도 명확합니다.


하지만 몇 차례 플레이를 반복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우리가 이 던전에 왔지?', '이 몬스터를 왜 죽여야 하지?'라는 부분입니다. 시나리오마다 목표는 제시되지만,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습니다. 캐릭터 배경이나 동기도 명확하지 않았죠.
D&D 세션과도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던전에 들어가고, 몬스터를 만나고, 전투하고, 보상을 받는 패턴. 성장을 위한 레벨 업 등으로, 특히 던전 마스터가 전투 중심으로만 진행했던 세션은 '글룸헤이븐: 사자의 턱'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물론 D&D는 던전 마스터의 즉흥성 덕분에 예상치 못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고, 플레이어 제안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글룸헤이븐: 사자의 턱은 구조화된 시스템으로 명확한 규칙과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며, 준비 시간이 짧고 진행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도는 제한적이고, 몬스터는 기계적인 패턴을 따를 뿐 감정적인 연결은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협력 게임이지만, 이전에 소개했던 아컴호러 카드게임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아컴호러 카드게임은 챕터마다 스토리가 펼쳐지고, 어떤 단서를 수집하고, 어떤 선택을 했는가에 따라 스토리 방향성이 달라집니다. '왜 조사하는가'에 대한 답이 명확하죠. 혼돈 토큰을 뽑을 때의 긴장감,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의 전개, 패배해도 극적이고 기억에 남는 순간들. 플레이하면서 '우리만의 이야기'도 생깁니다.

반면 '글룸헤이븐'은 '어떻게 이길까'라는 전술 퍼즐에 집중합니다. 최적화된 카드 선택을 찾고, 대미지를 계산하고, 전략을 수립합니다. 몬스터 패턴은 예측 가능하며, 효율적인 전투 수행을 목표로 합니다. 최적의 해답을 찾고, 명확한 성공과 실패를 마주하며, 효율적인 클리어를 통해 엔딩으로 달려가게 됩니다. 어떠한 쪽을 선호하는가는 플레이어 성향에 달려 있습니다. '퍼즐 풀기'를 좋아하는지, '경험하기'를 좋아하는지에 따라 게임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전투는 재미있으나, 서사의 깊이는 부족하다
글룸헤이븐: 사자의 턱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카드 기반 전투 메커니즘은 신선하고, 손패 관리와 전술적 깊이가 있습니다. 직업별로 차별화도 잘 되어 있어 매 턴마다 의미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전략을 세우는 협력 플레이의 재미도 충분합니다.
본편보다 가볍고, 준비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입문할 때는 규칙이 복잡하긴 하지만, 익히고 나면 진행이 매끄럽습니다. 콘텐츠 볼륨도 적절하고, 전술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는 정말 높습니다. 심지어 이를 도와주는 앱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명확합니다. 시나리오 배경은 있지만 서사의 깊이는 부족합니다. '왜?'에 대한 답이 약하고, 선택에 따른 스토리 변화도 거의 없습니다. 던전 입장, 전투, 보상이라는 패턴이 반복되고, 시나리오마다 구조가 비슷해 드라마틱한 순간이 적습니다. 클리어의 성취감은 있지만 여운은 약했습니다. 몬스터 AI는 전략적인 장애물로 기능하지만, 감정적 연결은 생기지 않습니다. 아울러 시나리오 당 1~2시간이 걸리고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신중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전투와 효율을 추구하는 플레이어에게 추천
이 게임을 강력히 추천하는 대상은 명확합니다. 전술적인 전투를 좋아하고, 최적화와 효율을 맞추는 것을 즐기는 게이머, 점차 강해지는 적과의 전투를 즐거운 도전 과제로 받아들일 플레이어라면 만족할 것입니다. D&D 스타일의 던전 크롤링을 던전 마스터 없이 즐기고 싶거나, 캐릭터 성장과 레벨 업의 재미를 추구하는 유저에게도 좋은 선택입니다.
2~4인이 모여 함께 전략을 논의하고 팀워크를 발휘하고 싶은 그룹에게도 추천합니다. 스토리보다 전투 자체를 즐기는 타입이라면, 이 게임의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아컴호러 카드게임 같은 이야기 중심 게임을 선호하거나, 캐릭터 배경과 동기가 중요시하거나, '왜?'라는 질문에 답이 필요한 게이머에게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과정의 드라마를 중시하고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원하거나, 감정적 몰입을 우선시한다면 다른 게임을 먼저 고려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가벼운 게임을 선호한다면 진입 장벽이 높을 수 있습니다. 긴 플레이 타임이 부담되거나, 복잡한 규칙에 어려움을 느끼는 입문자에게도 다른 선택을 권장합니다.
D&D 스타일 던전 크롤링을 성공적으로 구현
글룸헤이븐: 사자의 턱은 잘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전투 시스템은 정말 훌륭하고, D&D 스타일의 던전 크롤링을 보드게임으로 성공적으로 구현했습니다. 협력 전술 게임으로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이 게임의 정체성은 명확합니다. '전투 퍼즐' 게임이며, 전술적 깊이와 최적화의 재미를 제공합니다. 서사보다는 시스템에 집중했고, 명확한 목표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D&D의 던전 크롤링을 즐겼다면 이 게임에 만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아컴호러 카드게임과 같은 서사적인 게임을 선호한다면 기대와 다를 수 있습니다. 결국 자신이 어떠한 성향의 플레이어인가에 따라 게임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겁니다. 자신의 게임 성향을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PS. 글룸헤이븐: 사자의 턱은 본판인 '글룸헤이븐'과는 다르다고 알려져 있으며, 특히 최근 한국어판이 출시된 '프로스트헤이븐'은 또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리뷰는 '글룸헤이븐: 사자의 턱'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습니다. 글룸헤이븐과 프로스트헤이븐은 추후에 플레이하게 된다면 비교하며 리뷰해보겠습니다.
우치평범한 보드게임 개발자.보드게임 회사 '포푸리'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보드게임 플레이로그로 인스타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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