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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는 한 달에 한 번 보드게임 개발사 포푸리의 우치 대표와 함께 좋은 보드게임을 소개하는 코너 [보드게임]을 연재합니다.

게이머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H.P. 러브크래프트'. 작가 이름보다는 그가 쓴 광기의 산맥과 그가 만들어 낸 기이한 가상신화인 '크툴루 신화'로 더 잘 알려졌죠. 크툴루 신화는 인간이 등장하기 전부터 우주를 초월하는 절대적인 존재들이 있었고, 그 존재들의 수하들 혹은 그들의 영향력이 현재 살고 있는 우리 시대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배경을 바탕으로 삼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게임이나 콘텐츠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보드게임에서 크툴루 신화를 깊이 있게 다루는 작품이 바로 '아컴호러 카드게임'입니다. 기존에 있었던 아컴호러 보드게임을 카드 형태로 바꾼 것이죠. 현재는 두 게임 모두 독자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카드게임은 보드게임에 비해서는 세팅이 간편하고 접근성이 높으며, 플레이 중 경험치를 얻어 카드를 업그레이드하며 진행하는 방식에서 덱빌딩 느낌이 많이 납니다.
국내 보드게이머 사이에서는 카드게임을 딱지라 칭하기도 하는데, 아컴호러 카드게임 역시 대부분 카드로 게임이 진행되기에 '아컴호러 딱지'라 하여 소위 '아딱'이라 불립니다. 이러한 애칭이 붙을 만큼 국내외에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죠. 그래서 이번에는 이 '아컴호러 카드게임'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크툴루 신화를 담은 카드
아컴호러 카드게임은 크게 두 가지 버전을 찾을 수 있습니다. 초기에 나온 딜럭스 확장과 신화팩 6종이 하나의 거대한 캠페인을 이루는 버전, '지구의 끝자락'부터 조사자 확장과 캠페인 확장 2종을 세트로 구성해 판매하는 버전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독립 캠페인 확장과 조사자만을 모아놓은 조사자 확장 세트도 있습니다.
게임 안에는 중립 카드와 함께 캐릭터 역할별로 덱을 구성하는 조사자 카드가 나눠져 있습니다. 여기에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 사건 카드, 해결해야 하는 미션에 대한 목적 카드, 장소를 알려주는 장소 카드로 구성됩니다.





시대적 배경은 보통 1920년대 정도로 설정됩니다.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다양한 그림과 함께 간략한 내용이 제시되죠. 시대적 분위기를 살린 일러스트는 게임에 대한 몰입도를 크게 높여줍니다.
카드 품질은 다른 보드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카드를 섞고 만지는 일이 많아 빠르게 낡곤 합니다. 그래서 플레이어 대부분은 카드에 슬리브(카드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커버)를 끼워서 사용합니다. 특히 캠페인을 여러 번 플레이하다 보면 카드가 쉽게 손상될 수 있어, 카드 슬리브는 거의 필수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사위 대신 토큰을 뽑아 운을 시험한다
아컴호러 카드게임은 보통 2-4인이 함께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협력 게임으로 전개됩니다. 카드로 구성된 장소를 돌아다니면서 단서를 확보하고, 목적 카드를 해결해야 합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독특한 메커니즘은 '혼돈 토큰 시스템'입니다. 주사위 대신 '혼돈 주머니'라 불리는 주머니에서 토큰을 뽑아 성공과 실패 여부를 정합니다. 난이도에 따라 실패 토큰 비율이 올라가는 방식입니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확률을 넘어, 플레이어에게 고유한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토큰을 뽑는 그 순간의 떨림은 주사위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죠.


또 다른 특징은 흔히 '캠페인'이라 불리는 연속되는 하나의 큰 시나리오와, 그 아래 구성된 6개의 작은 시나리오로 이루어진 구조입니다. 각 시나리오는 이전 시나리오 결과에 영향을 받으며,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달라집니다. 이런 시스템은 단순히 게임을 넘어 하나의 인터랙티브 소설을 읽는 듯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덱 빌딩 요소도 중요합니다. 조사자별로 특성과 제한된 카드 풀이 존재하며, 공개된 시나리오에 따라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 풀이 더 늘어나거나 추가 카드가 생기기도 합니다.
필자가 본격적인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시나리오는 ‘던위치의 유산’부터였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은 던위치의 유산 중 열차를 탐색하는 시나리오였는데요, 열차라는 공간 특성으로 인한 카드 배치와 여러 인물의 방해, 마지막으로 스포일러라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놀라웠던 기믹은 '카드게임의 한계란 건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정도였습니다.



균형 잡힌 플레이 경험, 2인 플레이 추천
아컴호러 카드게임은 2인 플레이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평가됩니다. 혼자 조사자 둘을 플레이 하며 캠페인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여럿과 하는 플레이를 추천합니다.
그 중 2인 플레이는 가장 균형 잡힌 플레이 경험을 제공합니다. 역할 분담이 명확하면서도, 서로 협력하며 전략을 논의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네가 이 장소를 조사하는 동안 내가 적을 막을게' 식의 협력이 자연스럽게 이뤄지죠. 한 시나리오당 60~12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2인일 때 가장 템포가 좋게 진행됩니다. 모아야 하는 단서 토큰이나 몬스터 체력도 플레이어 숫자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2인이 적정한 난이도가 느껴졌습니다.
3~4인 플레이도 가능하지만, 인원이 늘어날수록 다운타임(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소통 과정이 복잡해집니다. 특히 각자의 덱 구성과 전략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숙련된 플레이어끼리 모이는 것이 아니라면 게임 클리어 과정에서 험난한 상황을 이겨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끝없이 확장된다, LCG의 양날의 검
아컴호러 카드게임은 LCG(Living Card Game) 모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매직: 더 개더링처럼 랜덤 부스터 팩으로 카드를 뽑는 TCG(Trading Card Game)가 아니라, 고정된 구성의 세트를 구매하며 카드를 확보하는 방식을 LCG라 부릅니다. LCG 방식을 토대로 플레이어는 동일한 카드 구성을 손에 넣으며, 이를 기반으로 조사자를 꾸려볼 수 있습니다.
하나의 완결된 캠페인을 즐기려면 캠페인 확장과 조사자 확장을 구매해야 합니다. 입문자라면 기본판까지 구입해야 하는데, 이를 포함하면 상당한 투자가 요구됩니다. 하지만 확장마다 새로운 조사자, 카드, 그리고 무엇보다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제공되기 때문에, 아컴호러 카드게임 팬이라면 출시 때마다 구매하게 됩니다.

현재까지 출시된 캠페인만 해도 한국어판 기준으로 9개 이상이며, 각각 독특한 테마와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례로 '던위치 레거시'에서는 전통적인 호러 스릴러 느낌을, '카르코사로 가는 길'에서는 실제와 연극무대를 넘나들면서 1920년대 살롱 문화를 느껴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확장 모델이 지닌 단점도 명확합니다. 모든 확장을 구매하려면 수십만 원 이상이 필요하며, 카드 풀이 늘어날수록 관리가 복잡해집니다. 또한 인기가 높아 새로운 확장이 계속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따라가는 것도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토큰 뽑기에 대한 호불호는 명확히 갈려
아컴호러 카드게임에 대해 커뮤니티에서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선 높은 진입장벽입니다. 보드게임보다는 접근성이 높은 편이지만, 복잡한 룰과 불친절한 설명서로 인해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습니다. 필자도 첫 플레이 때는 룰북을 여러 번 뒤적이며 진행했고, 온라인 FAQ를 참고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한두 번 플레이하고 나면 룰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고,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불합리한 난이도'에 대한 논쟁도 흥미롭습니다. 혼돈 토큰 뽑기에서의 운 때문에 완벽한 전략을 세워도 실패할 수 있고, 이로 인한 좌절감을 호소하는 플레이어가 적지 않습니다. 반대로 이런 불확실성이야말로 크툴루 신화의 본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죠. 인간이 우주적 공포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게임 메커니즘으로 표현한 것이라 해석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실패도 재미가 될 수 있다 생각합니다. 항상 인간이 승리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독특하게도 게임에는 플레이어가 맞닥뜨린 여러 상황에 대해 결말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엔딩이 다소 밋밋할 때도 있지만, 게임이 끝난 후 돌아보면 '나만이 세계의 진실을 아는 듯한 느낌을 연출한 걸까'라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어찌되었던 크툴루 신화는 모두가 알 수 없는 숨겨진 진실이니까요.

확장판 구매에 너무 매몰되지 말아야
아컴호러 카드게임을 시작하려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구매 순서는 기본판과 던위치 레거시로 시작해, 개인 취향에 따라 고르는 것을 추천합니다. 기본판으로 게임이 취향에 맞는지 확인하고 던위치 레거시로 캠페인의 재미를 경험한 후, 그 다음부터는 마음에 드는 확장을 선택하면 됩니다. 구할 수 없는 캠페인을 웃돈을 주면서까지 구매하지는 않으시길 바랍니다.
필수 액세서리는 카드 슬리브와 장소 화살표 토큰을 추천합니다. 카드 슬리브는 앞서 설명했듯이 카드를 자주 섞는 플레이 특성상 거의 필수라 할 수 있습니다. 장소를 표시하는 화살표 토큰도 플레이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참고할 만한 온라인 커뮤니티로는 '아컴파일즈(https://cafe.naver.com/arkhamfiles)'나 '보드라이프(https://boardlife.co.kr/)' 등이 있습니다. 덱 구성 팁, 시나리오 공략, 번역 관련 정보 등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죠. 아울러 아컴 카드 앱은 게임을 플레이 할 때 메모나 시나리오 진행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게임에 재미를 느끼셨다면 한번쯤 활용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플레이 비용 측면에서는 기본판이 약 5만 원대, 한 캠페인을 완성하려면 20만 원 내외가 필요합니다. 모든 확장을 구매하려면 100만 원 이상이 들 수 있지만, 한 번에 모두 살 필요는 없습니다. 캠페인 하나를 충분히 즐긴 후 다음을 구매해도 늦지 않죠.
카드게임으로 크툴루 신화의 우주적 공포를 경험한다
아컴호러 카드게임은 카드 형태를 빌린 인터랙티브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크툴루 신화 팬, 스토리 중심 게임을 좋아하는 플레이어, 협력게임 애호가, 혼자서도 깊이 있는 게임을 즐기고 싶은 솔로 플레이어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반면 간단한 게임을 선호하거나, 높은 진입장벽을 꺼리는 초보자, 예측 가능하고 공정한 게임을 선호하는 플레이어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확장팩을 지속적으로 출시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단점에도 한 번 빠져들면 헤어 나오기 힘듭니다. 혼돈 주머니에서 토큰을 뽑는 순간의 긴장감,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황하는 재미, 동료와 함께 위기를 헤쳐나가는 성취감, 무엇보다 스토리의 깊이가 이 게임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테이블 위에서 1920년대 아컴의 거리를 거닐며, 인간의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우주적 공포와 맞서고 싶다면, 아컴호러 카드게임이야말로 최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조사자여, 혼돈 속에서 진실을 찾아낼 준비가 되셨습니까?
우치평범한 보드게임 개발자.보드게임 회사 '포푸리'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보드게임 플레이로그로 인스타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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