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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파라파 더 래퍼와 리듬 액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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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非主流)란 ‘주가 아닌 흐름’을 가리키는 말이다. 여기서 흐름이란 개체(個體)가 아닌 집단(集團)을 이르는 말이므로 ‘비주류 작품’처럼 특정한 하나를 가리키는 데 사용하는 것보다 ‘비주류 장르’처럼 무리를 가리키는 데 사용하는 것이 적절할 표현일 것이다.

또한 주류, 비주류는 시간의 영향을 받는다.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비주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대중에게 흡수되면서 주류로 인정받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번 주 비주류 게임 코너는 특정 게임이 아닌 지금은 주류지만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비주류였던 ‘특정 장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바로 ‘리듬 액션’ 장르가 이번 소재다.

◀ 같은 보리로 만들었다고 맥콜이 술이 아니다. 즉, 비주류 제품이라는 말이다. 어라? 그럼 비주류 게임은 술이 안들어간 게임이라는 건가(-_-)?


태초에 SCEJ가 리듬 액션을 창조하시느니라

한 때 우리나라에 DDR 열풍, 아니 광풍이 분 적이 있었다. 「댄스! 댄스! 레볼루션」이라는 바다 건너 나라에서 만든 오락기 하나가 대한민국 온 국민에 춤바람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게임센터는 물론이고 노래방, 쇼핑센터, 백화점 등 사람이 모일만한 곳에는 어김없이 놓여져 있던 DDR 머신. 특히 다이어트 머신으로 둔갑해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면 몇 칼로리가 소모되는지도 화면에 표시될 정도였으니 그 실상을 짐작할 만하다. 국내의 모 업체는 DDR에서 영감을 받아 「PUMP IT UP」이라는 게임을 발빠르게 만들었고, 오히려 DDR을 능가하는 인기를 얻어 떼돈을 벌기도 했다. 뭐, 저작권을 무시하고 모방한 것이다, 아니다 하면서 법정 소송까지 가기도 했지만, 이거야 여기서 다룰 일이 아니니 패스!

▲ 일세를 풍미한 「DDR」. 이건 세 번째 버전이다

▲ 이쪽은 속칭 「펌프」. 최근까지 다양한 버전이 계속 나오고 있다

 

어쨌거나 무서울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DDR」은 지금에 와서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인기가 사그라들었지만, 일본에서는 꾸준히 후속편이 발매되는 등 나름대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DDR」로 대표되는 리듬 액션 게임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비트 매니아」가 있겠고, 계속 거슬러 올라가면…. 그렇다! 바로 리듬 액션 게임의 태동이라고도 할 수 있는 「파라파 더 래퍼」가 있었다.

리듬을 타면서 정해진 타이밍에 정해진 버튼을 눌러 곡을 이끌어 간다는 아주 간단한 시스템의 「파라파 더 래퍼」는 지금까지는 없었던, 그러나 그 이후에는 수많은 유사작품을 이끌어내며 게임의 주류로 자리 잡게 만든 일등공신이었다. 이루 리듬 액션 게임은 플레이어의 버튼 입력이 화면상에 표현되는 캐릭터의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계통(파라파 더 래퍼 → 버스트 어 무브 → 스페이스 채널 파이브 → 기타루맨)과 반주를 배경으로 정해진 신호에 맞춰 박자를 완성해가는 계통(비트 매니아, 드럼 매니아, 키보드 매니아 등의 매니아 시리즈 → 팝픈 뮤직 → 태고의 달인), 곡에 맞춰 플레이어가 직접 몸을 움직여 신호를 입력하는 계통(댄스 댄스 레볼루션 → 삼바 데 아미고 → 파라 파라 더 댄스) 등으로 나뉘어 지금까지 꾸준히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다.

비록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비주류로서 큰 관심을 가지지 못했지만, 뛰어난 게임성으로 인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던 「파라파 더 래퍼」. 이번 비주류 게임에서는 「파라파 더 래퍼」를 중심으로 그 후예들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 파라파의 인기를 업고 완구로도 다수 발매됐다


I gotta believe!

악보를 보면서 선창자가 부르는 리듬을 기억, 자기 차례에 정해진 버튼을 타이밍 좋게 누르면 흥겨운 리듬과 함께 곡이 이어진다. 「파라파 더 래퍼」는 오직 이 설정 하나밖에 없다. 누르는 버튼 역시 ○, △, □, ×, L, R 등 여섯 개뿐. 천방지축으로 섞여 나오는 것도 아니라 조금만 집중하면 쉽게 따라할 수 있다. 뭐, 천성적으로 박자치일 경우에는 조금 곤란하겠지만…. 이런 간단한 설정의 게임이 리듬 액션이라는 주류의 시조가 된 이유는 멋진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이용한 더 멋진 스토리, 그리고 너무나 멋진 음악 때문이다.

 ▲ 주인공을 제치고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양파 선생님(영어명은 다마네기 마스터)

 ▲ 독특한 패션의 파라파. 게임의 인기와 함께 캐릭터의 인기도 상당했다

 

 ▲ 서태지가 컴백하면서 써서 화제가 됐던 모자도
사실은 파라파의 패션에서 컨셉을 따왔다는 소문도… 

 

종이인형 캐릭터의 신선한 충격

2D 캐릭터에는 앞과 뒷모습밖에 없다. 따라서 그 캐릭터가 화면을 두고 한 바퀴 빙글 돈다거나 하는 연출은 그 어느 게임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표현할 수가 없는 것이다. 반면에 3D 캐릭터는 비록 화면에 보이는 모습은 평면일지라도 프로그램 내에서 입체적인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 바퀴가 아니라 열 바퀴도 돌 수 있다. 따라서 3D 게임은 화면의 확대, 축소, 회전 등이 가능한 것이다.

그럼 「파라파 더 래퍼」는 어떨까? 게임을 해보면 알겠지만 「파라파 더 래퍼」에서는 화면이 좌, 우로 이동하거나 축소, 확대되는 등 시점이 자주 변한다. 또한 캐릭터가 한 바퀴 빙글 돌기도 한다. 즉, 3D 게임인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빙글 도는 모습을 보면 캐릭터에겐 옆이 없다. 앞모습과 뒷모습을 딱 붙여놓은 것 같은 폴름. 말 그대로 종이 두 장을 앞뒤로 딱 붙인 종이인형 같은 모습이다. 정확히 말하면 옆이 없는 건 아니다. 옆이 없다면 3D가 될 수 없으니 말이다. 옆은 있되 종잇장처럼 얇은 모습. 이런 캐릭터들이 나와 재미있는 표정과 신나는 춤을 추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캐릭터 디자인이었다

사춘기 청춘소년의 파란만장한 러브 스토리

간단한 조작법만큼이나 「파라파 더 래퍼」의 스토리 역시 간단하다. 예쁜 여자 친구 써니를 위해 무술을 배우고, 운전면허를 따고, 생일을 위해 직접 케이크를 만들고, 파티에 가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파라파. 게임은 현실 생활에서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소년의 모습을 정감 있는 연출과 대사들로 표현하고 있다. 중간에 부자 라이벌도 등장하고 드라이브하던 중 딴생각을 하다 교통사고를 내거나 갑자기 찾아온 복통으로 인해 분위기 좋던 둘만의 시간이 망쳐지는 등 숱한 곤란을 겪으면서도 오직 여자 친구를 위해 일편단심으로 헌신하는 파라파의 모습은 사춘기 청춘소년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 써니와 즐거운 드라이브를 즐기는 파라파

▲ 써니의 생일에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맞기도 한다

▲ 써니(해바라기)의 아버지(선인장)를 처음 만나는 파라파

▲ 파라파의 써니에 대한 사랑은 계속된다. 쭈~욱~

 

음악이야 말로 이 게임의 백미

중독성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그것에 푹 빠지는 경우 이런 말을 쓰곤 한다. CF에서 흘러나오는 시그널 음악, 코미디언이나 탤런트의 유명대사, 도박(이건 아닌가?)…. 모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는 것들이다. 「파라파 더 래퍼」에 등장하는 노래들 역시 그렇다. 첫 스테이지에 등장하는 양파 선생님이 흥얼거리는 노래부터 시작해 여경 아줌마가 가르쳐주는 랩, 벼룩시장 판매원 아저씨의 흥겨운 리듬까지 어렵지는 않지만 사람 마음을 강하게 잡아끄는 음악이 귀에 착착 감겨온다. 물론 이 음악들은 게임을 위해 오리지널로 만든 곡들이다. 또한 가사가 영어로 쓰여졌기 때문에 전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든지 팝송을 듣는 느낌으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다. 이 기사를 위해 실로 몇 년 만에 「파라파 더 래퍼」를 다시 플레이해봤는데, 게임 초반 양파 선생님이 불러주시던 그 노래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Kick! Punch! It's all in the Mind
If you wanna test me, I'm sure you'll find
that all the things I'll teach ya is sure to beat ya
neverthless you'll get a lesson from teacher now

▲ 써니를 지키기 위해 쿵푸를 배우는 파라파

▲ 게임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발박자를 맞추게 된다

▲ 반으로 갈 수록 커맨드는 어려워지지만

▲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써니를 향해 부르는 파라파의 노래에는 가슴이 찡~


「파라파」의 후예들

앞서 설명했듯 리듬 액션이라는 장르는 「파라파 더 래퍼」를 시작으로 무수히 많은 가지를 뻗기 시작한다. 그 중에서 「파라파 더 래퍼」의 같은 계열, 즉 플레이어의 버튼 입력이 화면상에 표현되는 캐릭터의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계통의 두 작품 「버스트 어 무브」와 「스페이스 채널 5」에 대해 알아보자.

 

버스트 어 무브

지금은 합병해서 스퀘어에닉스가 됐지만 「드래곤퀘스트」로 유명한 에닉스가 발매한 리듬 액션 게임이다. 뭐, 실질적인 제작은 프레임 그래픽스라는 회사가 맡았고 에닉스는 발매만 했지만…. 어쨌거나 1998년에 발매된 「버스트 어 무브」는 「파라파 더 래퍼」가 싹을 틔운 리듬 액션이란 비주류 장르에 비료를 듬뿍 뿌려 준 기념작이다. 발매 초기에는 「파라파 더 래퍼」의 표절작이라는 비난도 많았지만, 방향키와 ○, × 버튼으로 조합으로 커맨드를 입력하고 그에 따라 캐릭터들이 실제 댄서의 모셥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설정은 「버스트 어 무브」의 작품성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또한 2인 대전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상대의 댄스를 방해하는 필살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 대전의 요소를 강화한 점 역시 GOOD!

이 인기에 힘입어 1999년에 후속작 「버스트 어 무브 2」와 2001년에 「버스트 어 무브 댄스서밋 2001」이 등장했지만 1999년에는 또 다른 리듬 액션 게임의 화제작 「스페이스 채널 5」 때문에, 그리고 2001년에는 이 장르가 시들기 시작해 전작만큼의 반향은 얻지 못했다. 그렇지만 좋은 음악들과 캐릭터에 따라 다양한 타입의 댄스를 맛볼 수 있어 팬들의 뇌리에 깊숙이 자리 잡은 게임 중 하나로 꼽힌다.

▲ 네 박자 리듬에 맞춰 방향키와 버튼을 입력하면 OK

▲ 상대를 방해하는 필살기가 돋보였다

 

스페이스 채널 5

1999년에 등장한 최고의 화제작(?)은 세가가 만든 「스페이스 채널 5」가 아닐까? 세가의 게임기 드림캐스트로 등장한 「스페이스 채널 5」은 스페이스 채널 5라는 방송의 리포터 ‘우라라’가 음악과 댄스를 통해 우주정복을 노리는 악당으로부터 납치당한 시민을 구하고 악의 야망을 분쇄한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과 함께 플레이어의 실력에 따라 시청률이 올라가는 시스템을 채용, 게임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기본은 「파라파 더 래퍼」와 같이 선창되는 리듬을 보면서 커맨드를 외우고 자기 차례에 커맨드를 입력하는 간단한 방식이다. 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 우라라의 등장과 함께 노래 가사가 마치 뮤지컬처럼 게임 내용을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었고, 우라라의 현란한 댄스 실력과 구출한 시민들과 일사분란한 군무(群舞)를 추는 부분 등은 플레이어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제작사 세가는 「스페이스 채널 5」를 단순한 리듬 액션이 아니라 뮤지컬 액션이라고 홍보했을 정도.

드림캐스트로 발매됐던 전작과 달리 후속작 「스페이스 채널 5 part 2」는 2002년 2월 14일(발렌타인데이)에 PS2로 발매되어 큰 히트를 기록하는 등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곧 후속작이 나올 법도 한데…. 어쨌거나 「스페이스 채널 5」는 「파라파 더 래퍼」가 싹을 틔우고 「버스트 어 무브」가 비료를 준 리듬 액션 게임을 화려하게 꽃피운 기념작이다.

▲ 우라라의 등장은 충격 그 자체였다

▲ PS2로 등장한 후속편에서 더 예뻐진 우라라


또 다른 후예를 기다리며…

「파라파 더 래퍼」, 「버스트 어 무브」, 「스페이스 채널 5」 등의 등장으로 인해 리듬 액션은 비주류를 벗어나 당당히 주류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요즘 출시되는 게임 중에는 쓸만한 리듬 액션이 보이지 않아 조금 불안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02년에 「파라파 더 래퍼 2」가 나왔지만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음악은 만국 공통어다. 비록 가사를 표현하는 언어가 다르다 해도, 그 멜로디만으로도 사람들은 충분히 음악 속에 담겨 있는 정신을 교감할 수 있다. 비록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다른 나라의 게임을 원활히 즐기기 어렵지만 음악이 메인인 게임이라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의 발상을 새롭게 전환시켜 줄 독특한 리듬 액션 게임이 계속 등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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