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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G 2004, World Cyber Ge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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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 월드 사이버 게임즈 2004(WCG2004)가 한국시간으로 11일 폐막됐다.

이번 WCG 2004는 예선전 포함 2,500만 달러라는 거대 자본을 투입하고 해외(샌프란시스코)에서 본선을 펼치는 등 그야말로 전세계인의 게임축제로 발돋움 하려는 듯했다.

정부는 물론 업계관계자들은 WCG 2004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으며 본선 티켓을 놓고 펼쳐진 국내예선전만 해도 언론들의 취재열기가 뜨거웠다. 한마디로 시작은 그럴싸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WCG 2004는 그야말로 엉성하기 이를 때 없는 속빈강정에 불과했다. 본선전이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주최측(ICM)의 미숙한 행사운영과 현지 관중들의 썰렁한 반응으로 오히려 외화낭비만 하고 온 것이 아니냐는 빈축만 샀다.

개막전까지만 해도 CNN, 뉴욕타임스 등 해외언론들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제법 들뜬 분위기로 스타트 라인을 끊었다. 하지만 대회는 첫날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우선 중국, 말레시아, 몽골 등 3개국의 일부 국가대표선수들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입국거부를 당해 당초 63개국이 참여하기로 했던 대회가 59개국으로 축소됐다. 말레시아와 몽골선수는 선수단 전원이 입국거부 당했고 중국선수 중에는 카운터스트라이크 종목의 우승후보로 거론된 선수도 자국으로 되돌아가야만 했다. 주최측인 ICM은 부랴부랴 설득에 나섰지만 미국 측의 완강한 반응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이때부터 파행적인 대회운영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대회 흥행 면에서는 더욱 참담했다. ICM은 경기장인 시빅 오디토리움에 5대의 대형스크린을 설치하고 경기장 밖에서는 부대행사로 시청 앞 광장에 200여석의 객석과 무대를 마련, 뻑적지근한 대회행사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직접 찾아온 관객들의 반응은 썰렁하기 이를 때 없었다.

현지 관객들의 냉담한 반응은 11일 열린 스타크래프트 결승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스타크래프트 결승전을 관람한 관객은 불과 300여 안팍. 그것도 선수단과 대회관계자가 대부분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드러나 대회 하이라이트라는 말을 무색하게 했다. 또 대회기간중 가장 인기 있었다는 디스코인플라자 야외공연도 200명 좌석에 30여명의 관객만이 자리를 채우는 등 대회 곳곳에서 초라한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에서는 관객동원이라도 하겠지만 생면부지의 미국에서도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미흡한 대회운영과 들쑥날쑥한 경기일정은 그나마 참석한 관객들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후원사 중 하나인 엔비디아는 내외신 기자단들의 공식일정을 사전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하지만 ICM은 이에 대한 해명이 전혀 없어 언론으로부터 빈축을 샀다. 또 스타크래프트 결승전 같은 주요경기의 시간이 수시로 변경되고 이에 따른 공지도 미흡해 관람객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연이은 파행운영과 관객들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이 대회의 최대 수혜자는 공교롭게도 후원사인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총 2,500만 달러의 전체 대회예산중 50%를 후원했다. 삼성전자는 경기장 주변에 400여개의 삼성 로고가 들어간 대회기를 걸고, 샌프란시스코 시내버스 30대, 케이블카 20대, 옥외로고 20개에 삼성광고를 실시하는 등 후원사로서의 광고효과를 톡톡히 챙겼다. 하지만 삼성의 거창한 광고와는 대조적으로 실제행사장에서는 누구하나 찾지 않는 썰렁한 관람석뿐이었다.

이렇듯 대회가 파행적으로 전개된 데에는 ICM의 준비소홀을 가장 큰 이유로 들 수 있다. 우선 대회기간동안 샌프란시스코는 호텔 등의 직원들의 파업기간이어서 최소한의 서비스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일교차가 심한 샌프란시스코의 날씨 때문에 감기에 걸린 선수들이 속출, 정상적인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했다. 세계적 규모의 행사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현지사정에 대해 조금이라도 파악더라도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다.

이번 대회는 WCG가 얼마나 허술하게 준비된 그들만의 잔치에 불과했는지를 알게 해주는 한편의 해프닝이었다. 내년에 싱가폴에서 개최될 WCG 2005는 이번 대회를 거울삼아 좀더 내실 있는 행사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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