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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W 불매운동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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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000만명밖에 안되는 대만에서 리니지+라그나로크의 동시접속자수가 40만명에 육박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온라인게임 강국인 우리나라가 중화권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얻은 결과다.

온라인게임의 기술력과 서비스 노하우가 대만보다 앞섰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다. 잘 만든 게임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이 작용하고 있었다. 바로 대만인들의 ‘국민성’이 온라인게임에도 투영됐다.

필자는 지난해 하반기 운 좋게도 대만 온라인게임 시장을 둘러볼 기회를 갖고 그들의 온라인게임에 대한 생각을 들어볼 기회를 가졌다.

대만출장 중 필자는 한국의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는 한 게임회사 대표를 만나 “한국을 비롯한 외산 게임이 대만시장을 주름잡고 있는데 뭔가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대만은 어떠한 제품도 애국심에 호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외국산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면 아무리 자국제품일지라도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이 대만시장의 논리다. 또 대만 국민들 역시 ‘애국심’을 내세워 마케팅을 펼치는 회사를 외면한다.

여기에는 온라인게임도 예외일 수 없다. 다만 대만 게임업체들의 근간에는 외산게임 위주의  시장이 머지않아 자국게임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확신이 자리잡고 있었다.

최근 블리자드의 온라인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의 상용화를 앞두고 게임시장이 시끄럽다. WOW 불매운동의 저변에는 게이머 뿐 아니라 게임업체들의 불만도 섞여 있다.

유저들은 ‘불공정 약관’과 ‘다른 국가보다 높은 월정액’을 내세워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있고 게임업체들은 이와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정부 또는 민간 차원에서 외산게임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게임업체에선 영화의 ‘스크린 쿼터제’와 같이 ‘온라인게임 쿼터제’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서 생각해볼 것은 게임업체들이 말하는 ‘외산게임에 대한 대책마련’이 우리나라 특유의 ‘애국심 마케팅’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게이머들이 전개하는 불매운동 역시 행여나 ‘외산게임이기 때문에 가격을 낮춰야 한다’식으로 전개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기존의 어떤 국산게임도 가격 때문에 불매운동까지 전개된 적은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미국 블리자드가 ‘왜 하필 WOW를 문제삼냐’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상황을 본다면 국내에선 이미 게이머와 게임업체들의 ‘애국심 마케팅’이 시작됐다고 볼 수도 있다.

대만시장의 논리로 따진다면 자국게임, 외산게임 가릴 것 없이 유저들은 가장 재미있는 게임을 선택하면 된다. 또 월정액만큼의 만족을 주지 못하는 게임이라면 그 게임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기 마련이다.

물론 무 자르듯이 ‘이것이 애국심 마케팅’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이번 WOW 상용화는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다.

하지만 이글 서두의 리니지, 라그나로크 예처럼 ‘잘 만든 게임’이 시장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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