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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변해가는 모바일게임 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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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위해 휴대폰 교체하는 학생 급증

봄볕이 내리쬐지만 아직 쌀쌀한 바람이 부는 4월 어느 날 용산전자상가 중 1미터 남짓한 복도를 사이에 두고 휴대폰 판매점이 줄지어 있는 골목은 점원들의 호객행위로 활기를 띠고 있다.

“휴대폰 보고 가세요. 신규, 기변 모두 가능합니다”

“사진은 기본이고 동영상 촬영, MP3 기능 없는 게 없습니다”

“아저씨, 휴대폰 좀 오래되신 거 같은데 보상기변도 있으니 알아보고 가세요”

한 휴대폰 상점점원이 막 전화통화를 끊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려는 필자에게 다가와 새로 출시된 휴대폰을 건네며 말을 걸었다. 조금 오래된 구형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 터라 기변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휴대폰을 자세히 본 적이 없어 구경할 요량으로 점원 손에 이끌려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전자상가 휴대폰 매장도 과거에 비하면 많이 달라진 모습

5평 남짓한 상점 안에 잘 닦여진 듯한 진열대 위에는 제조사 별, 기능 별로 가지런히 정리된 휴대폰이 즐비했으며 주말이어서 인지 휴대폰을 구입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필자처럼 점원의 손에 이끌려 상점으로 인도된 다른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디자인과 기능을 가지고 있는 휴대폰을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점원에게 묻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부분이 여성고객이었지만 상점 한켠에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아버지와 함께 휴대폰을 구입하기 위해 점원과 열심히 뭔가에 대해 상의하고 있었다. 남학생이 연신 모바일게임에 대한 것을 말하는 것으로 봐서 모바일게임을 즐기기에 좋은 휴대폰을 구입할 모양이다.

▲휴대폰 매장에서 이러한 기기변경을 자극하는 문구들은 쉽게 접할 수 있다

“모바일게임으로 선호하는 휴대폰이 있긴 한데…” 점원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남학생은 그 휴대폰에 대한 설명을 아버지께 하고 있다. 모바일게임을 즐기기 위한 휴대폰이 목적이었나보다. 얼마간의 실갱이 끝에 신형 휴대폰을 손에 넣은 남학생은 믿겨지지 않는 듯 휴대폰 상자를 이리저리 만지작거렸다.

“공부 열심히 하라고 사주는 거야”라는 아버지의 말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떤 게임을 즐길 수 있는지에만 관심을 보인 남학생은 모바일게임을 시작하면  2~3시간은 기본이라며 배터리가 뜨거워지기 전까지는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마니아라고 자신을 칭했다.

최근 ‘게임전용폰이다’, ‘3D 모바일게임이 발매된다’ 등의 광고가 많이 노출되면서 이렇게 모바일게임을 하기 위해 신형 휴대폰으로 기변을 하는 학생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는 것이 점원의 설명이다.

▲주 이용층에 따라 장소도 변화…명당은 단연 교실

“매형, 휴대폰 뭐 써요? 게임 좀 재미있는 거 있어요?”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된 어린 처남이 반장된 기념으로 엄마가 사준 최신형 휴대폰을 들고 연신 자랑이다.

“새로 산 휴대폰인데 뽀대 좀 나죠? 요즘 핸드폰 새로 샀다고 자랑하는 녀석이 많아져서 셈났는데…. 모바일게임도 잘 되요”라고 말하는 처남에게 “중학생이 휴대폰이 뭐 그리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모르는 소리 하지 말라면서 요즘 휴대폰 없는 학생이 어디있냐며 반문했다.

“쉬는 시간만 되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휴대폰 꺼내들고 모바일게임해요. 이것도 유행이에요”

이렇게 중학교 2학년 학생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높은 휴대폰 보급률을 기록하고 있는 국내에서 더 이상 모바일게임은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다. 앞절에서 소개한 한 남학생의 예처럼 최근 TV CM을 비롯해 여러 채널을 통해 다양한 모바일게임 광고에 노출된 학생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모바일게임을 쾌적하게 즐기기 위해 최신형 휴대폰 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덕분에 요즘에는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학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모바일게임의 장소가 학교로 옮겨가고 있다. 무가지의 확산으로 출퇴근시간에 학생들을 제외한 모바일게이머들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

“에이! 조금만 더 하면 상위랭킹에 등록될 수 있는 기록인데…. 버스가 자꾸 흔들리니 타이밍에 맞출 수가 없네”

“야~ 줘봐. 타이밍보다 니 폰이 느려서 그런 거 아니야? 실력보다는 폰이 문젠 거 같은데? 내 껄로 해볼까?”

통학버스 안에서 남학생 둘이 휴대폰 액정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모바일게임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이들이 플레이하고 있는 모바일게임은 대표적인 원버튼게임인 ‘물가에 돌 튕기기’.

학생들에 설명에 따르면 요즘 이런 원버튼 모바일게임이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란다.

“온라인게임도 인기지만 모바일게임 인기도 만만치 않아요. 주로 랭킹을 경쟁할 수 있는 모바일게임을 주로 하죠”

“특히 원버튼게임이 인기에요. 수업시간에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고 게임을 하려면 한손으로 해야 하니까요. 양손을 사용해야 하는 복잡한 게임은 들키기 십상이기 때문에 안되요. 선생님에게 들킬 것 같을 때는 폴더를 닫아야 하는데 세이브도 못하면 낭패잖아요”

“수업시간에도 게임을 하니?”라는 질문에 “시도 때도 없이 할 수 있는 게 모바일게임이잖아요”라는 학생의 대답은 10분 동안의 짧은 휴식시간에 잠깐 즐길 것으로 생각한 필자의 생각을 보기 좋게 깼다. 중고생은 물론 초등학생들에게 까지도 휴대폰이 필수품처럼 보급되면서 어느 새 10대들의 문화코드로 자리 잡은 모바일게임이 이제는 수업시간까지 확산된 것이다.

▲성인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게임은 맞고 등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것들 뿐. 대부분의 모바일게임은 이제 10대 청소년을 겨냥해서 개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폴더를 닫으면 게임이 자동 저장되거나 휴대용게임기처럼 슬립모드로 전환되는 기능이 제공됐으면 좋겠어요”

등굣길을 재촉하는 학생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모바일게임 리뷰에 공략…10대가 대부분

이렇듯 최근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돼 몇 년 새 몇 천억 규모로 성장한 모바일 게임시장. 매월 수많은 모바일게임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원버튼류 게임뿐만 아니라 RPG, 어드벤처, 네트워크 대응기능이 탑재된 게임까지 현재 모바일게임은 휴대용게임기 못지않다.

덕분에 일부 모바일게임은 리뷰뿐만 아니라 공략이 등장할 정도.

▲모바일게임을 주도해나가는 것은 10대가 대부분이다

PC, 비디오, 온라인게임 등에서는 공략이란 컨텐츠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간단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모바일게임에서 공략컨텐츠가 등장하는 것은 상당히 의아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모바일게임은 과거에 비해 게임내용도 많이 늘어난데다 RPG나 시뮬레이션과 같이 공략이 필요한 장르의 게임이 많이 출시되기 때문에 공략이 생소한 컨텐츠로 인식되지는 않는다.

게임빌 김주영 기획팀장은 “주 유저층이 어린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략컨텐츠 등장이 의아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다른 플랫폼의 게임처럼 제작사에서 공략을 미리 염두에 두고 개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게임진행을 위해 특별히 공략컨텐츠가 필요하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하지만 대부분의 공략컨텐츠들은 유저들이 능동적으로 만들어낸 것들이기 때문에 특이할 만하다”며 “그 중에서도 주를 이루는 유저층은 10대 중, 고등학생”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리뷰, 공략 뿐만 아니라 개발에 대한 의견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주 이용층 10대. 부모들 비용 부담 돼

모바일게임의 주 이용층이 10대인만큼 요금결제는 큰 문제.

대부분 10대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휴대폰의 명의는 부모님으로 돼 있으며 월 사용료도 부모가 대신 지불하기 때문에 요금결제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 박연희 씨는 요즘 모바일게임에 빠진 자녀들 때문에 고민이다.

박연희 씨가 고민하고 있는 것은 자녀들의 휴대폰 요금과 잦은 휴대폰 교체 등 크게 두 가지.

“요즘에는 덜하지만 한창 때는 모바일게임 다운로드 및 이용에 해당하는 정보이용료만 4만원 이상이 나온 적도 많았어요. 보통 모바일게임이 한 개 다운로드 받는데 필요한 비용이 평균 3,500원(게임요금 2,000원+패킷요금 1,500원(400k 기준))이라고 하면 월 8~9개 정도의 게임을 다운로드 받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게임다운로드보다 네트워크 모드를 실행하는데 들어가는 정보이용료가 대부분이었더라고요. 요즘에는 아이들이 사용하는 휴대폰은 정액요금제를 신청해놓은 상태에요. 부담이 되지만 큰 불 막으려면 어쩔 수 없죠”

휴대폰 사용료도 사용료지만 박연희 씨는 목돈이 들어가는 휴대폰 교체에 더 고민이다.

박연희 씨는 자녀들이 모바일게임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부쩍 신형휴대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요즘에는 게임전용폰이 등장했다는 둥, 지금 가진 휴대폰으로는 3D 모바일게임을 즐길 수 없다는 둥 하면서 휴대폰을 바꿔달라고 성화에요. 휴대폰 바꾼지 1년이 채 안되는데도 말이죠. 최신 휴대폰이 1~20만원 하는 것도 아니라 쉽게 바꿔주지는 못하겠고…”

비디오게임이나 PC게임, 온라인게임에 비해 중독성이 덜하고 상대적으로 자녀들을 단속하기가 쉽기 때문에 자녀들이 모바일게임에 빠져있어도 아직까지 큰 걱정을 해 본 적이 없다는 박연희 씨. 하지만 행여나 휴대폰 때문에 아이들이 의기소침해질까봐 내심 걱정이라고 한다.

▲때문에 다양한 요금제와 휴대폰으로도 쉽게 요금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는 이제 기본이 돼 가고 있다

“공부 열심히 한다는 조건으로 휴대폰을 바꿔줄 수밖에요. 자식이기는 부모있나요. 생활비 쪼개서 아이들 데리고 전자상가 나가야죠. 이번에는 반에서 몇 등 하면 사줄 거라고 할지 그것도 고민이네요”

10대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대한민국 모바일게임 신풍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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