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가 게임을 들썩이고 있다
최근
영화와 게임업계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좀비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와 게임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이렇듯 80년대
B급영화의 반짝 스타인 좀비가 요즘에 다시 부활한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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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가 온갖 매체에서 판을 치고 있다 |
게임에서 좀비가 잘 나가는 이유?
1. 세기말적 분위기
최근 좀비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했음에도 더욱 확산되고 있는 세기말적 분위기에 그 첫 번째 원인이 있다. 꿈과
희망으로만 가득했던 2000년 초반과는 달리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온갖 자연재해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수 천명 이상 사망하는 기록적인 재해가 빈번히 발생하는가
하면, 세계평화라는 명분아래 테러리스트들과의 전쟁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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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곳곳에선 테러와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
▲ 자연재해도 여느 때보다 자주 발생한다 |
이러한 사회의 암울한 분위기는 사삼들에게 절망감을 심어주었다. 좀비는 인간시체의 모습에 가장 근접하며, 또 그 동안 매체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게임과 영화의 새로운 소재로 각광 받고 있다. 특히 지난 두 달 동안 등장한 좀비게임의 수만도 6가지나 되니 최근 좀비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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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비다 |
▲최근에 발매된 좀비게임 |
2. 인간경시풍조
좀비가 인기 있는 두 번째 이유. 무덤덤할
정도로 인간경시풍조가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한 사회분위기 아래 사람들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점점 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것만을 추구한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폭력적이다’라는 것으로 자극을 느끼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사람을 죽이고 고문하는 영상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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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회에서 다른 사람이야 알 바 없다 |
▲ 잔인한 고문장면도 이젠 쉽게 접할 수 있다 |
그러한 가운데 인간의 존엄성은 점점 땅으로 곤두박질치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은 더욱 자극적인 것을 원한다. 그래서 선택된 것이 좀비다. 같은 사람의 뇌를 갉아먹고, 신체의 일부가 몸에서 떨어져 나가도 살아 움직인다는 자극적인 설정. 벌레가 파먹은 듯한 피부에 벌겋게 튀어나온 내장들은 당장 사람들의 폭력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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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를 소재로 한 닌자영화 |
▲조지 로메로는 좀비감독으로도 유명하다 |
3. B급 문화에 대한 향수
세 번째로
과거 B급 문화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금은 블록버스터
급의 웰메이드 영화나 게임들이 대세다.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판타지 모험담이나
멜로, 영웅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고,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똑같은 소재만 반복되니 신선함을 느끼기엔 힘들다. 대작을
보고 ‘A급이다’라고 인정하면서도 ‘신선하지는 않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필자
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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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칭찬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해리포터 |
▲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처음의 흥분은 사라져간다 |
그러면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A급이라고 하기엔 뭔가 껄끄러운 좀비라는 소재는 어떠한가? 좀비는 그 동안 매체에 자주 등장했어도 비주류 캐릭터로만 취급당해왔다. 그래서 아직까지 사람들에겐 신비한 요소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영화와 게임이 그리 대중적이지 않았을 때 새로운 것을 접하면서 느꼈을 쾌감을 이제는 좀비를 소재로 한 매체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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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여럿이서 등장하는 좀비들 |
▲시체놀이도 일종의 좀비놀이다 |
게임 속에서의 좀비
그럼 이제
게임속에 등장한 좀비들의 변천사를 살펴보자. 게임 속 좀비들이 처음부터 지능이
높은 것은 아니었다. 초창기 오락실 게임 ‘마계촌’에서 좀비는 그저 던전에 등장하는
몬스터 중 하나로 한 두번의 공격이면 쓰러져버리는 힘없고 나약한 존재였다. 이
때의 좀비들은 세밀한 그래픽표현마저 불가능했던 시대에 태어나서 그런지 잔인성의
표현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게이머가 좀비와 마주치면 ‘개가 지나가는 구나’라며
무시하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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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의 좀비는 어슬렁 거리는 것이 전부였다 |
▲좀비는 여러 몬스터 중 하나였을 뿐이다 |
한편 좀비는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지능이 더 발달하고, 더 공포스런 캐릭터로 재탄생 됐다. 호러 어드벤처 ‘바이오하자드(Resident Evil)’나 슈팅게임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The House of The Dead)’에서 좀비는 주인공을 향해 단체로 공격해온다. 여기에 좀비들은 전체적인 압박을 주는 것은 물론, 신체가 떨어져 나가도 잘 안 죽는 막강한 체력을 지닌 존재로 거듭난다. 또 시체의 뇌를 파먹는 것과 같은 동영상을 통해 인간이 범접하기 어려운 극악무도한 캐릭터임을 어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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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기술이 발달하니 이제야 좀비다워졌다 |
▲좀비들의 외모도 다양해졌다 |
한편 ‘사일런트 힐’에 등장했던 좀비들은 공포를 극대화하는데 성공했다. 이 게임의 좀비들은 전염이 아닌 특수한 주술에 걸려 만들어진다. 어두운 곳에서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좀비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아도 게이머에게 큰 공포를 안겨줬다. 또 좀비들의 모습도 형용할 수 없는 모습으로 묘사되 게이머에게 공포감을 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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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의 공포를 극대화시킨 게임 |
▲이 게임의 좀비는 분위기로 승부한다 |
그렇지만 좀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차례 더 진화한다. ‘바이오 하자드 4(Resident Evil 4)’에 등장하는 좀비들은 무기를 사용하며 주인공의 공격을 피하는 등 지능적인 면을 보여준다. 이전보다 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소수를 희생해 다수의 피해를 줄인다. 이런 좀비의 고차원적인 행동으로 게이머는 이제 ‘좀비를 더 이상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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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가 뛰고 점프도 한다 |
▲사다리도 타고 무기도 쓰고 완전 사람 잡는다 |
좀비들의 집단행동을 제대로 보여준 게임으로 ‘랜드 오브 더 데드’가 있다. 게임은 영화에서의 스케일 그대로 어마어마한 양의 좀비들이 등장한다. 이 게임에서 좀비들은 양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박해하는 인간들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하는 등 생각하는 존재로 표현된다. 비로서 좀비는 사고하는, 인간과 대등한 존재로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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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을 연상시키는 듯한 좀비들 |
▲이젠 엄연히 좀비들도 군대다 |
마지막으로 게이머가 직접 좀비가 되는 게임도 등장했다. ‘스텁스 더 좀비(Stubbs The Zombie: Rebel Without a Pulse)’에서는 인간과 좀비의 입장을 바꾼다는 신선함을 선보였다. 좀비의 입장에서 총기난사를 거듭하는 인간이 참 미워보이기도, 잡아먹고 난 후엔 불쌍해보이기도 하다. 게이머의 감정이 이입된 좀비는 어느새 인간과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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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로서 못할게 없는 게임 |
▲좀비가 주인공이다 |
그 외 이색적인 좀비 게임도 많이 등장했다. 키보드 타이핑을 통해 좀비들을 쓰러뜨리는 ‘타이핑 오브 데드(The Typing of The Dead)’, 공을 던져 좀비들을 떨어뜨리는 ‘좀비볼(Zombie Ball)’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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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연습을 하듯 좀비를 쓰러뜨린다 |
▲볼로 좀비를 맞춰 떨어뜨리는 게임 |
올해에는 다른 해와 비교해 특히 좀비 게임이 많이 발매됐는데, 그 타이틀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바다를 항해하는 배 위에서의 공포를 다룬 ‘콜드 피어(Cold Fear)’, 학원물의 공포를 다룬 ‘옵스큐어(Obscure)’, 섹시한 여전사가 등장해 좀비들을 농락한다는 ‘블러드 레인 2(Blood Raine 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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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좀비가 등장한다는 옵스큐어 |
▲섹시포즈로 좀비들을 농락하는 블러드레인2 |
또 교도소에서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는 ‘서퍼링(Suffering: Ties that Bind)’, 좀비를 코믹하게 묘사한 ‘이블 데드: 리제너레이션(Evil Dead: Regeneration)’, 좀비들의 반란을 다룬 ‘랜드 오브 더 데드(Land of the Dead: Road to Fiddler's Green)’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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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서의 사투, 서퍼링 |
▲코믹좀비의 진수 이블데드 |
그리고 앞에서 소개한 ‘스텁스 더 좀비’와 ‘좀비볼’,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3’도 올해 발매된 좀비 게임이다. 이런 추세로 본다면 내년에도 좀비게임은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다.
2006년에 발매될 게임으로는 2월 초 발매예정인 ‘시티 오브 데드(George Romero's City of The Dead)’와 ‘헬게이트: 런던(Hellgate: London)’, 3월 예정인 ‘콜 오브 출후(Call of Cthulhu: Dark Corners of the Earth)’, ‘엘더 스크롤 4(Elder Scrolls IV: Oblivion)’가 좀비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발매일 미정인 타이틀도 6가지 이상이니 이쯤이면 좀비 게임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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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좀비게임은 쏟아진다 |
▲헬게이트 런던에도 좀비가 등장한다 |
영화속에서의 좀비
한편 지난
9월 22일에는 ‘랜드 오브 데드’란 좀비영화가 국내에 개봉됐다. 거장 조지 A로메오가
감독하고 80년대 어설픈 소품이 최첨단 그래픽을 만나 잔인성이 더욱 극대화 됐다.
이 영화에서 묘사한 좀비들은 더 이상 인간을 잡아먹기만 하는 공포의 존재가 아니었다.
그들은 서로 의사소통하며 학습을 통해 자신을 진화 시켜나간다. 또 하나의 리더를
중심으로 좀비들만의 사회도 구성한다. 여기서 묘사된 좀비는 인간과 아주 비슷한
사회구성원으로 보여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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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들의 반란, 랜드 오브 데드 |
▲좀비를 이제 무시할 때가 아니다 |
대세는 좀비인가?
이 정도면 “시대가
좀비를 원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미 좀비는 과거 공포물의
이미지를 떠나 의인화된 캐릭터로 인간과 함께 숨쉬기에 이르렀다. 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함은 물론 감정까지 표현할 줄 알게 된 셈이다. 이런 시점에서 좀비 관련 게임과
영화들은 시대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게이머들이여, 올 겨울, 좀비와
함께 따뜻한 겨울을 지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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