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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권 5 DR 대회의 이모저모를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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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권 5 DR 대회에서는 신예 주정중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며 막을 내렸다. 하지만 단순한 우승결과 외에 경기장에서는 많은 볼거리가 있었으니, 이곳에서는 경기장 내의 이모저모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승이요? 그거야 아무도 모르죠
2005 투극 대회 우승자로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박현규 씨. 그가 속한 배틀팀 ‘프리스타일’은 박현규 씨를 포함해 3명의 선수를 32강 본선에 진출시켰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3명이 모두 B 블록에 속해 있어 결승전 전에 어떻게든 승부를 내야 하는 상황. 첫 경기 전에 소감을 들어보니 “쟁쟁한 실력자들이 워낙 많아 누가 우승할지 전혀 짐작할 수 없다”며 “팀원들이 같은 조에 속해 있어 초반에 탈락할지 모른다”며 짐짓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이 너스레가 현실이 될 줄이야….

▲ 2005 한국 챔피언에 빛나는 박현규 씨의 캐릭터

◀ 박현규 씨의 경기는 일본에서도 집중취재 대상이었다

 

저게 인간이야?
아케이드용 철권 5에는 IC카드 시스템이 도입됐다. 이 IC카드는 게이머의 전적을 비롯해 게임 플레이 후 얻은 골드를 통해 다양한 액세서리를 구입, 캐릭터를 치장할 수 있는 일종의 외부 메모리 장치. 대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저마다 이 IC카드를 이용해 자신만의 톡특한 캐릭터를 선보이곤 했는데, 그 중 필자의 눈을 끈 것은 화려한 전적이었다.

500백 승은 기본이며 심지어 1,500승 이상을 기록한 게이머들도 있었다. 물론 더 놀라운 것은 승수가 아니라 그들의 승률! 아무리 낮은 승률의 선수라도 70% 이상을 기록하고 있었으며 그 중에서는 승률 91%를 기록하고 있는 선수들도 눈에 띠었으니…. 경이적인 승률에 필자를 비롯한 관중들은 “저게 인간이냐”며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최대의 이변, 16강에서 터지다
이 대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것은 2005 투극 참가자 선발대회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이 기세를 몰아 일본에서 열린 투극 2005에서 일본인을 제외한 외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박현규 씨가 어떤 성적을 거둘지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박현규 씨는 대회 최대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우승후보 1순위 박현규 씨가 같은 팀 소속의 김정우 씨에게 16강전에서 1:3으로 패배한 것이다. 국내 최고의 철권 배틀팀 ‘프리스타일’에 소속된 두 사람은 사실 팀내에서도 우위를 쉽게 판가름할 수 없는 백중세의 실력자들. 지금까지는 박현규 씨가 조금 운이 좋아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이번 철권 5 DR 대회에서는 김정우 씨의 컨디션이 조금 더 좋았던 것이 이번 승패의 원인이었다. 이후 김정우 씨는 다크호스로서 우승후보 1순위로 꼽혔으며, 박현규 씨는 패배의 울분(?)을 한-일 대항전에서 깨끗이 씻어냈다.

▲ 16강에서 첫 번째 이변 발생! 왼쪽이 박현규 씨, 오른쪽이 김정우 씨다

 

나는 졌어도 팀은 이긴다
16강전에서 김정우 씨에게 패한 박현규 씨는 패배에 낙담하지 않고 경기를 하는 팀원들에게 끊임없이 조언을 해 주위의 이목을 끌었다. 8강전을 치르는 김정우 씨 뒤에 앉아 “어퍼 넣어”, “잡기 조심해” 등 계속해서 코치했으며, 이어 주정중 씨의 8강전에서도 “너무 지르지 마”, “흥분하지 말고 천천히” 등 상황에 맞게 조언을 해주었다. 이 덕분인지 김정우 씨와 주정중 씨는 무난히 8강전을 승리하고 4강전에서 서로 맞붙게 됐다.

▲ 아쉽게 16강에서 탈락했지만 같은 팀원들과 이후 전술을 논의하고 있는 박현규 씨(왼쪽)

 

우승을 향한 최대 고비, 잭 5를 물리쳐라
8강전 최대의 백미는 폴과 잭 5의 경기였다. 잭 5의 긴 리치에 밀려 0-2로 끌려가던 주정중 씨는 뒤에서 코치해주던 박현규 씨 덕분이었는지, 이후 상대의 헛손질이나 가드 경직을 놓치지 않고 잡아내며 내리 3경기를 승리해 3-2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두 사람 모두 흥분해서인지 상대의 경직시간을 서로 놓치는 등 실수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관중들은 탄식을 자아내며 아쉬워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4강 결과
프리스타임 팀원끼리 맞붙은 4강전. 박현규 씨를 격파하고 우승후보 1순위로 꼽혔던 김정우 씨와 주정중 씨의 대결이 펼쳐졌다. 주정중 씨는 팀내 대전에서 김정우 씨에게 자주 약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정우 씨의 승리를 점쳤던 것이 사실. 하지만 드라구노프(주정중 씨)의 파워풀한 공격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종일관 거센 공격을 펼친 폴(주정중 씨)이 붕권에 힘입어 3-2로 승리를 거뒀다. 이 뜻밖의 경기 결과에 모든 참가선수들은 환호를 내질렀다. 주정중 씨는 우승 후 김정우 씨를 이긴 건 자신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라고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

▲ 주정중 씨와 김정우 씨의 4강전에서 주정중 씨가 의외의 승리를 거두자 환호하는 관중들

▲ 자신도 믿어지지 않는 듯 겸언쩍게 웃고 있는 주정중 씨

 

떠오르는 신예 VS 백전노장의 결승전
결승전은 5판 3선승의 단판제가 아니라 5판 3선승을 두 번 먼저 따내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단판제 경기는 의외성이 있는 만큼 실력에 차이가 있더라도 요행수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두 경기를 먼저 따내는 방식은 그런 우연을 기대할 수 없는 게 사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10년차 경력의 이승훈 씨가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결승전 역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첫 경기를 무난히 승리한 주정중 씨가 0-2로 뒤지던 두 번째 경기마저 3-2로 뒤집고 단숨에 우승을 차지한 것! 주정중 씨는 우승이 확정되자 팀원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으며, 이승훈 씨는 후배의 승리에 박수로 화답했다.

▲ 드디어 시작된 결승! 왼쪽이 이승훈 씨, 오른쪽이 주정중 씨

▲ 좋은 기회를 놓치자 아쉬워하는 주정중 씨

▲ 불꽃튀는 결승전에 눈을 떼지 못하는 같은 팀원들

▲ 우승이 확정되자 팀원들과 기쁨을 나누는 모습

 

2005 투극 지존의 맹활약, 한-일 대항전
철권 5 DR 한국 대회의 1, 2위와 2005 투극 챔피언 박현규 씨가 한국대표로 참여한 번외경기 ‘한-일 대항전’. 일본 측에서는 2004년 투극 챔피언이자 팀 ‘역경나인’의 최강자 TKYM(이하 닉네임), 레볼루션 2005의 준우승자이자 세계 2위의 선수 Yuu, 일본 최강의 미시마 플레이어인 Mishimaster가 출전했다. 경기 방식은 일본의 한 선수와 우리 측 세 선수가 5판 3선승의 단판 경기를 치른 후 다른 일본 선수가 등장해 다시 이를 반복하는 풀리그 방식. 즉, 한 선수가 3경기씩 총 9경기를 펼쳐 승부를 가르는 팀전이었다.

초반전의 백미는 투극 2004 챔피언과 2005 챔피언이 붙은 제 3경기였다. 주정중 씨의 승리로 1:1을 이룬 상황에서 박현규 씨의 스티브와 TKYM의 리리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를 펼쳤는데, 박현규 씨가 3-2로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거둬 종합전적 2:1의 우위를 만들어냈다.

중반전은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는 주정중 씨의 폴과 Yuu의 펭웨이 대결이 가장 볼만했다. Yuu 선수는 상대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빈틈을 노려 콤보를 넣는 아웃복서 스타일의 경기를 펼쳤는데, 과감하게 돌진하는 인파이터 스타일의 주정중 씨와 묘하게 매치를 이뤘던 것. 경기는 주정중 선수가 아깝게 2-3으로 패했지만, 경기 내용만큼은 가장 박진감이 넘쳤다.

종반전이자 한-일 대항전 최대의 하이라이트는 박현규 씨와 Mishimaster의 제 9경기였다. 8경기에 나선 이승훈 선수의 승리로 4:4의 동률을 이뤘던 상황이라 이번 대결에서 승리한 팀이 한-일 대항전의 승리자가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른 바 에이스 결정전이었던 것. 박현규 씨는 첫 번째 판을 내주었지만 이후 3경기를 스티브의 화려한 기술로 잡아내며 3-1 승리를 거두어 한국 팀의 승리를 결정지었다. 박현규 씨는 한-일 대항전 세 경기를 모두 승리해 5:4 승리를 견인했으며, 2005 투극 지존의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경기 후에는 개인전에서 진 아쉬움을 털기 위해 “죽을 각오로 플레이했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 왼쪽이 TKYM, 가운데가 Mishimaster, 오른쪽이 Yuu 선수

▲ 한-일 양국의 최종승리를 확정하는 에이스 결정전이다

▲ 대회참가자들이 다함께 모여 한 컷

▲ 프리스타임 팀원들과 이승훈 씨는 밖에서도 절친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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