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 전체

명예의전당: 마이트&매직 시리즈!

/ 2

게임 명예의 전당 첫번째 시간이다. 이번에는 과거 서양 3대 RPG 중 하나로 손꼽혔던  마이트 & 매직 시리즈의 모든 것을 파헤쳐보겠다. 마이트 & 매직은 1987년, 1편이 처음 등장한 후 15년간 전세계 RPG게임매니아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온 인기게임시리즈다. 또 다른 줄기인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 매직’시리즈와 확장팩, 외전격 작품들까지 합하면 현재까지 발매된 게임만 해도 30개가 넘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마이트&매직 시리즈 부활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전세계적으로 미국 뉴월드컴퓨팅(New World Computing)사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장본인이기도 한 이 시리즈는 아쉽게도 지난 2003년, 퍼블리싱을 맡고 있던 3DO의 부도와 함께 게임업계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Ubi소프트가 게임의 판권을 취득, 외전격 게임 ‘마이트&매직: 다크메시아’와 히어로즈 시리즈의 후속작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매직 5’의 개발을 지원해 두 작품 모두 올해 발매될 예정에 있다.

발매된 작품마다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었으며, 마지막 작품에 이르러서는 명성에 먹칠을 할 정도로 최악이라는 평가도 받았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자금난에 시달린 3DO가  ‘마이트&매직’이란 이름이 붙은 게임의 발매만을 남발해 새로운 게임기술개발에 소홀 해서였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시리즈는 신작이 발매될 때마다 ‘기다렸다’라기 보다는 ‘또 나왔냐’는 반응이 들 정도로 많은 게임이 출시됐지만, 팬들은 한번 더 속는 셈치고 끝까지 관심을 접지 않았다. 그러한 관심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회사가 공중분해 된 뒤에도 뉴월드컴퓨팅의 개발원들은 ‘마이트&매직 트리뷰트’란 게임개발을 발표했고, 느린 속도지만 현재까지도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여기서 트리뷰트란 감사, 보답의 의미이다).

그럼 마이트&매직 시리즈 전편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시리즈는 크게 1~5편과 6~8편, 9편이 각기 다른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특히 초창기 시리즈인 1~5편은 두 차례나 합본이 발매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마이트&매직 1(Might and Magic: Secret of the Inner Sanctum, 1987)
‘마법과 힘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세계’란 의미를 지닌 마이트&매직. 이미 위자드리 시리즈로 서양식 RPG에 익숙해진 PC게이머들에게 마이트&매직이란 게임의 발매는 그 자체로 엄청난 호응을 일으킬 만 했다. 게임은 수백시간을 투자해도 모자랄 만큼 방대한 분량을 자랑했다. 200종이 넘는 몬스터와 90여 개의 주문이 등장했으며, 여기에 마을, 감옥, 동굴, 평원, 바다, 하늘, 산악 등 다양한 무대가 게임 속에 펼쳐졌다.

지금 볼 땐 상당히 조악한 그래픽이지만, 당시로선 꽤 잘 만들었다고 평가될 만한 3D던전. 또 6명의 파티에 6개의 직업선택이 가능했으며, 선과 악의 속성이 있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었다. 1편부터 5편까지는 하나의 일관된 스토리를 지니고 있는데, 우주의 한 소행성이 무대로 등장한다. 1편은 고대인들을 피해 반(VARN) 지역의 왕이 된 쉘텀(Sheltem)의 뒤를 모험가들이 뒤쫓는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마이트&매직 2(Might and Magic II: Gates to Another World, 1988)
1편이 발매된 후 1년 만에 등장한 후속작 마이트&매직 2. 게임은 유독 인기를 끌었던 일본과 동시에 발매될 정도로 전작보다 더 큰 기대를 불러모았다. 2편은 전작보다 다채로워진 화면과 새로운 용병시스템의 도입, 추가된 몬스터, 자유로운 시나리오 진행 등 게임 질적인 측면에서도 게이머들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 특히 스토리가 전작과 이어졌는데, 전작에서 도망친 쉘텀이 크론(CRON)을 파괴 하려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펼쳐졌다.

1편에서는 처음에 선택한 6명의 주인공들만 가지고 플레이 할 수 있었던 반면, 2편에서는 용병을 최대 7명까지 고용할 수 있게 했다. 물론 함께 행동할 수 인원은 8명으로 제한, 파티원을 재구성해 새로운 동료를 영입할 수 있게끔 구성했다. 난이도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극악을 달렸지만, 이후 컨버전 된 SFC판에서는 이를 하향 조절해 더 대중적으로 어필하려는 노력도 선보였다(물론 기존의 매니악 한 게임성이 다운됐다고 비판 받는 계기도 됐다).

마이트&매직 3(Might and Magic III: Isles of Terra, 1991)
마이트&매직 3은 전작이 발매된 후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후 게이머들 앞에 찾아왔다. 2편이 그래픽과 시스템적인 면에서 1편보다 개선되기는 했지만 파격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 만큼, 제작사에서 꽤 공을 들여 내놓은 게임이다. 이후 시리즈는 3, 4, 5편이 매년마다 발매됐는데, 거의 동일한 그래픽과 인터페이스를 구성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3편의 개발에 사용됐던 기술이 그대로 답습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편은 기존 시리즈에서 사용됐던 시간의 개념을 더욱 구체화시켰다(이미 1편에서는 특정주문을 외면 주인공이 나이를 먹어 죽기도 했다). 시간은 실세계와 동일하게 하루를 24시간으로, 1시간을 60분으로 구성했다. 단, 건물 안과 밖의 시간을 달리 흐르게 해 공간적인 특성도 절묘히 접목시켰다(야외에서는 시간이 더 빨리 흘러가 광활한 세계를 잘 반영했다). 스토리는 쉘텀이 4, 5편의 중심이 되는 씬(Xeen)에 들어서게 되는 과정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마이트&매직 4(Might and Magic IV: Clouds of Xeen, 1992)
마이트&매직 5(Might and Magic V: Darkside of Xeen, 1993)
마이트&매직: 소드 오브 씬(Might and Magic: Sword of Xeen, 1995)

4편과 5편, 그리고 외전으로 발매된 ‘마이트&매직: 소드 오브 씬’은 씬 지역의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어 함께 얘기해야 더 이해하기 쉽다. 일단 세가지 게임은 전작의 인터페이스 화면에 약간의 수정을 가하고, 새로운 주인공들을 등장시켜 전작과는 다른 분위기를 어필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골격은 3편을 그대로 답습했다. 특히 4편과 5편은 1998년, 1~5편을 모두 수록한 ‘울티메이트 마이트&매직 아치브(The Ultimate Might and Magic Archives)’란 작품에서 하나로 통합될 정도로 유사함을 보였다.

아마 이 때부터 뉴월드 컴퓨팅사가 마이트&매직 시리즈에 약간의 수정만을 가해 차기작을 개발하는 못된 습관을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어차피 ‘마이트&매직’이란 이름만을 붙여 타이틀을 발매하면 고정팬들이 게임을 구매해주니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6, 7, 8편에서도 똑같은 3D엔진과 세계관이 채용됐고, 히어로즈 시리즈에 이르러서는 확장팩을 남발하는 상황까지 만들어 냈으니 말이다.

어쨌든 당시만 해도 마이트&매직 시리즈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256색의 화려한 컬러로 장식된 게임화면과 기존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다른 시나리오만 제공된다면 충분히 즐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 것이다. 4편은 씬의 하늘에서 스스로 황제라고 칭하는 쉘텀의 부하, 로드 씬(Lord Xeen)을 없애는 것, 5편은 고대인들이 파견한 코락과 함께 쉘텀의 숨통을 끊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소드 오브 씬’은 4편 엔딩 후 악의 힘이 가득한 혼돈의 세계에서 광폭한 신들을 제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이트&매직 6(Might and Magic VI: The Mandate of Heaven, 1998)
5편이 발매되고 시리즈 정통 후속작인 마이트&매직 6가 발매될 때까지 뉴월드컴퓨팅사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좀 더 자본력이 강한 퍼블리싱 업체 3DO의 밑으로 들어가 턴제시뮬레이션RPG게임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매직’시리즈를 탄생시켰다는 것. 히어로즈 시리즈는 6편이 발매되기 전까지 1, 2편과 확장팩이 발매될 정도로 꾸준히 개발됐다.

이 때부터 실질적으로 마이트&매직과 히어로즈 시리즈가 함께 개발됐다. 3DO의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개발된 이 두 시리즈는 뉴월드컴퓨팅사를 단숨에 세계최고의 개발사 반열에 올려놓았다. 마이트&매직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6편은 획기적으로 변한 3D그래픽과 방대한 시나리오, 짜임새 있는 시스템 등 모든 면에서 게이머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기존의 한걸음씩 이동할 수 있었던 3D공간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도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점프나 플라이 주문을 사용해 장애물을 넘거나 하늘에서의 전투를 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전작과의 연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뉴소피갈 마을이나 반의 지하감옥도 등장시켰다. 시스템면에선 스킬포인트를 새로 채용해 무기나 특수기술에 대한 레벨개념을 더욱 강화시켰는데, 이 시스템은 향후 9편까지 사용될 정도로 게임속에서 크게 자리매김했다.

나이트, 팔라딘, 아처, 클레릭, 소서러, 드루이드의 6종류 직업이 등장했는데, 각각 퀘스트 수행에 따른 체력상승의 요소를 두어 퀘스트 몰입도를 더욱 증가시켰다. 이 때까지 전직은 불가능했지만, 승직의 요소를 추가해 상위클래스로의 발전을 가능케 했다. 그 밖에 텍스트로만 구분할 수 있었던 각종 아이템들을 그림으로 볼 수 있다는 것, 더 세련되게 디자인된 인터페이스 화면과 캐릭터들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마이트&매직 7(Might and Magic VII: For Blood and Honor, 1999)
6편 발매 후 1년 만에 등장한 마이트&매직 7. 게임을 한번 개발하면 우려먹을 때까지 우려먹는 개발사의 노하우가 이 게임에서도 다시 한번 사용됐다. 일단 전작의 3D엔진을 그대로 사용해 게임의 전반적인 모습은 6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던전과 몬스터들의 모습은 더 세련되게 바뀌었지만, 주인공들의 투박한 3D모습은 전작을 즐겼던 게이머들에게 오히려 거부감을 일으키게 했다.

7편은 몽크와 시프, 레인저가 새로운 직업으로 추가됐으며, 전작에서 채용된 스킬의 랭크를 3개로 확대시켰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주문에 랭크별로 제한을 두어, 전작보다 마법을 사용하는데 다소 답답한 느낌이 들게 했다. 그 외에도 아코메이지(ArcoMage)란 카드게임을 통해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물론, 연금술(Alchemy)을 사용해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 수 있게 한 것은 게임의 부수적인 재미를 높여줬다는 평가도 받았다.

6, 7, 8편은 하나의 세계를 그 무대로 하는데, 각각 엔로스, 에라시아, 자데임 지역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7편의 무대인 에라시아는 로랜드의 아내 캐서린이 다스리는 나라로 게임초반 주인공들은 에머랄드섬에서 게임방법을 익히면서 모험을 시작한다. 이후 시나리오는 게임중반까지는 한 방향으로 진행되지만, 중반 이후엔 다양한 분기로 많은 퀘스트와 시나리오를 제공했다.

마이트&매직 8(Might and Magic VIII: Day of the Destroyer, 2000)
마이트&매직 시리즈의 인기를 한풀 꺾어버린 비운의 게임이기도 한 마이트&매직 8. 급속도로 발전하는 게임산업에서 신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2년 전부터 써먹었던 3D엔진을 그대로 사용했다는데 게이머들의 원성을 자아내기도 했던 게임이다. 게임은 오른쪽에 붙어있던 메뉴화면을 화면상단으로 옮기는 등 인터페이스 면에서 큰 변화를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파티구성에 있어서 다운그레이드 됐다며 이래저래 욕을 많이 먹은 작품이다.

모험가 파티는 게이머가 직접 디자인한 주인공 1명과 동료 4명으로 구성됐다. 그동안 몬스터로만 취급 받던 트롤, 다크엘프, 네크로맨서, 미노타우르스를 동료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좋았지만, 종족에 따른 직업이 정해져 있는 시스템은 게임의 자유도를 저해했다. 동료로 만들 수 있는 종족은 총 8개가 등장했는데, 종족별로 상성이 있어 이후 퀘스트를 수행함에 있어 동맹과 적대의 관계까지 생각하게 했다.

8편은 6, 7, 8편의 세계관을 하나로 완성해준다. 예를 들면, 전작들에서 마을에 뱀파이어와 네크로맨서가 함께 살았던 이유 등 각 지역에 얽힌 이야기를 수시로 들을 수 있게끔 구성했다. 8편은 자데임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데, 게임의 큰 줄기는 네크로맨서와 인간 성직자들간의 대립이다. 레이븐쇼어 마을에 생긴 크리스탈로 인해 세계에 나눠져 있던 4개의 대륙이 자데임과 합쳐지고, 각 대륙의 몬스터들이 자데임을 침공한다. 이에 대륙의 문을 제거해 자데임 지역의 평화를 되찾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마이트&매직 9(Might and Magic IX, 2002)
전작과 더불어 마이트&매직 시리즈 최악의 쓰레기라고 평가 받는 게임. 이전에 발매된 3개의 게임이 똑같은 3D엔진을 사용해 욕먹었던 것을 의식이라도 한 듯, 9편은 모노리스사의 3D엔진 리스텍을 사용해 개발됐다. 물론 캐릭터나 던전 디자인 등 그래픽면에서는 전작들보다는 더 높은 퀄리티를 보였다. 하지만 퀘스트 진행이 안되거나 장비가 사라지고, 아이템이 폭주하는 등 수많은 버그로 결국 게이머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게임은 특이하게도 전작들에서 의례 있기 마련이었던 게임의 부제가 붙질 않았다. 게임을 한 문장으로 표현할 만한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해서 였을까? 아니면 제작 후 게임을 다시 검토할 시간이 없어서 였을까? 바뀐 엔진만큼이나 그래픽은 더욱 세련되어졌다. 공격이나 주문이 보다 생동감 있게 바뀌었고, 산적이 출현하는 이벤트들도 꽤 리얼하게 표현됐다.

하지만 반년 만에 뚝딱 만들었다는 소문이 들릴 정도로 날림으로 제작된 마이트&매직 9은 경영악화로 돈을 벌기 위해 온갖 시리즈의 확장팩을 남발하던 3DO가 ‘궁여지책’으로 내세운 카드라 더욱 애처로운 최후를 맞았다.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매직 4편’과 원본이 발매된 지 1년도 안돼 발매된 두개의 확장팩 역시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만평동산
2018~2020
2015~2017
2011~2014
2006~2010
게임일정
202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