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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PvP와 RvR의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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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은 급류를 타고 있다. 과거 온라인 게임의 중심에 서있던 MMORPG가 캐주얼 게임이라는 바위에 부딪혀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게이머들의 크게는 게이머들의 패턴변화에서 작게는 ‘빅 3의 침몰’ 등 여러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의 인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재미’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현재 ‘MMORPG에 게이머들이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이야기도 된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국내 MMORPG는 새로운 활로를 찾아 나서고 있다. 그 활로의 중심에 RvR이 있다. 이번 시간엔 국내 MMORPG의 현재와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해서 진지하게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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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RvR이 대세인가?
변혁의 도화선이 된 ‘와우’

모든 상품이 그렇지만 게임 개발에도 ‘유행’ 즉, ‘트랜드’라는 것이 존재한다. 과거 ‘리니지’가 MMORPG의 절대권좌에 앉아 있을 당시 온라인 게임계는 리니지를 중심으로 돌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당시 트랜드는 ‘리니지의 PvP 시스템’이였다. 몬스터를 처치해 자신의 무기와 방어구를 강화시키고 그 장비들로 공성전과 필드전을 펼치며 혈맹의 끈끈한 정을 느끼는 것이 리니지의 참맛이었다.

리니지의 강철 같은 왕좌는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2003년 와우의 등장으로 MMORPG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와우는 국내에서 리니지 이상의 성공을 거뒀으며 리니지의 동접자 기록을 갈아 치웠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트랜드의 중심은 리니지에서 와우로 바뀌기 시작했다. 기존 리니지의 PvP시스템에 익숙해 있던 게이머들은 서서히 RvR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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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온라인 게임의 왕좌에서 절대권력을 휘둘렸던 '리니지'. 당시의 온라인 게임 트랜드는 '리니지와 같은 PvP'였다

와우 성공의 일등 공신은 RvR 시스템이다. 리니지에서 PvP의 재미를 느껴본 게이머들은 와우의 RvR에 더욱 빠져들었다. 리니지에선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할 때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동맹을 맺고 있는 혈인가? 나보다 레벨이 높은가? 나보다 아이템이 더 좋은가?

내가 PK의 불이익(카오)은 받지 않을 것인가? 등등 정말 많은 것을 고민해야 한다. 이런 부분은 적극적인 PvP를 방해하고 ‘장비가 깡패’라는 리니지 속담을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RvR에선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적과 아군이 뚜렸하게 나뉘어져 있으므로 상대진영을 아무런 부담 없이 공격할 수 있다. 거기에 장비보다는 플레이어의 컨트롤 실력이 승패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액션 게임 못지 않은 재미를 안겨준다. 와우(RvR)와 리니지(PvP)를 한 문장으로 비교한다면 PvP 게임에선 필드에서 플레이어 100명을 죽이면 연쇄 살인범이지만 RvR 게임에선 영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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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우(WOW)는 순식간에 국내 유저들의 컴퓨터를 점령했다. 와우의 중심에는 RvR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RvR 시스템이 와우 성공요인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맥없이 침몰한 빅3의 공통적인 특징이 리니지 스타일의 일명 ‘사냥 노가다’라는 점을 봤을 때 이미 게이머들의 마음은 와우와 같은 RvR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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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MMORPG의 트랜드가 RvR이란 점은 PvP 중심이었던 '빅 3의 침몰'에서 볼 수 있다. 또 앞으로 출시될 기대작 MMORPG엔 RvR 게임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PvP와 RvR이란 무엇인가?
적과 아군을 나누는 경계선

게이머들이 가장 많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은 PvP와 RvR의 개념이다. ‘PvP의 규모가 커지면 RvR이 되는 게 아닌가?’라는 점이다. 답부터 말하자면 ‘No’다. PvP와 RvR은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 바로 ‘아군과 적군이 캐릭터 생성부터 확실한 구분되는 시스템의 지원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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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때 '빅 3'로 꼽혔던 제라. 제라는 PvP 게임으로 분류할 수 있다. 캐릭터를 생성할 때 반드시 '진영'을 선택해야 한다면 그것은 RvR 게임이다

국내 대표적인 PvP 게임 리니지를 예로 들어보자. 리니지에서는 서버마다 성을 차지하고 있는 ‘성혈’과 성혈의 반대세력인 ‘반왕’이 존재한다. 이들은 대부분 ‘혈맹’이란 단체로 묶여 있으며 서로 대립관계에 놓여있다. 결국 ‘단체 Vs 단체’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리니지도 RvR 게임일까?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성혈과 반왕을 확실히 구분 짓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플레이어가 원한다면 성혈이나 반왕에 들어갈 수 있고 성혈에서 반왕으로, 반왕에서 성혈로의 이동이 가능하다. 또 두 세력과는 관계없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즉, 진영(단체)을 이동, 선택할 수 있고 심지어 중립적인 위치에까지 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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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국내 게이머들에게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워해머 온라인'. 워해머 온라인은 '카오스'와 '오더' 중 한 진영을 선택해야 하는 RvR 게임이다

그럼 이번엔 RvR에 대해서 알아보자. 여기선 대표적인 RvR 게임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를 예로 들어보겠다. 와우를 처음 시작하면 캐릭터 선택보다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진영’선택이다. 반드시 ‘얼라이언스’와 ‘호드’ 두 진영 중 한 진영을 선택해 캐릭터를 생성해야 한다. 이 시스템이 PvP 게임과 RvR 게임이 확연한 구분시킨다.

즉, 자신이 특정 진영에 속할 것인지 아닌지를 플레이어가 결정할 수 있는 PvP 게임과 달리 RvR은 진영선택에 강제성을 띈다. 때문에 진영을 선택한 플레이어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게임 내에서 확실히 구분되는 아군과 적군을 가지게 된다. 즉, 같은 캐릭터로는 진영 이동이 불가능하고 중립적인 입장도 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보다 단체적 서향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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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게이머들에게 'RvR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보여준 '다크 에이지 오브 카맬롯'.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시장에선 성공하진 못했다

 

PvP와 RvR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
개발자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직접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은 PvP와 RvR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 물음의 답을 일선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개발자들에게서 들어보았다.

현재 오픈베타 테스트 중인 R2의 김대일PD는 “R2를 포함한 PvP 게임은 유저들이 쓰는 전국시대 역사서와 같다”고 표현했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PvP 게임에선 삼국지처럼 다양한 세력이 존재하고 이 다양한 세력들이 부딪히고 화해하면서 새로운 질서가 끊임 없이 형성된다. UCC(유저 크리에이티브 컨텐츠). 이것이 PvP의 핵심이다. R2는 이런 점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스팟공성’의 개념을 넣은 것이다.

RvR 게임의 경우 개발자가 정해둔 세력, 형태, 장소 등만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유저들이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되어 있다. 또 한가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세력 차다. 유저들이 선호하는 캐릭터의 형태나 배경에 따라 강한 세력과 약한 세력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

세력 차는 곧 재미의 반감을 뜻한다. 이런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약소진영에게 메리트를 준다면 자칫 밸런스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플레이어간 전투를 유도할 수 있는 점은 좋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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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CC(유저 크리에이티브 컨텐츠)의 대표작 '쉐도우베인'. 유저들이 직접 마을을 건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호평을 받았었다. 흥미로운 점은 아시아 통합서버가 생기면서 나라별로 한국, 중국, 일본으로 나뉜 진영이 생겨나 RvR 형태를 띄게 됐다는 것이다

김PD 말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개발자가 만들어 놓은 컨텐츠뿐만 아니라 유저들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세력 구도가 PvP 게임의 재미이자 장점이다. 하지만 다양한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칫 과도한 경쟁과 감정싸움에 휘말릴 수 있다. RvR은 강제성을 띄기 때문에 유저들이 만들어 가는 컨텐츠가 부족하고 세력간 인구차가 발생한다면 재미가 반감된다. 반면 진영이 확실히 구분되기 때문에 플레이어간 전투를 적극적으로 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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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저들이 만들어 낸 세력으로 '전국시대'와 같은 재미를 표현하고자 한 'R2'. 이런 재미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성'과 '스팟'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거점을 창조했다

이번엔 게이머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RvR 게임 아이온 개발자 장주영 팀장을 찾아가 봤다. 장팀장은 “온라인 게임의 가장 기본적인 재미는 ‘협동’과 ‘경쟁’인데 PvP는 경쟁쪽에 치우쳐 있다”고 말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PvP 게임의 경우 유저들이 창조할 수 있는 범위가 넓지만 협동 부분보단 경쟁 부분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는 게이머를 경쟁 외의 컨텐츠를 즐기기 힘들게 만들 수 있다. RvR 게임은 이 협동과 경쟁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공공의 적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소속감을 높일 수 있고 이런 소속감은 단합, 즉 협동으로 나타난다. 경쟁 요소는 지역을 차지하거나 승리하는 적 진영과의 전투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인구비율이 맞지 않는 경우 RvR 게임의 재미가 반감된다”.

▲ 당시 국산 게임으로선 특이하게 RvR 시스템을 구현한 '릴'. '휴먼'과 '아르컨' 진영으로 나뉜 릴은 극심한 인구 불균형을 경험했다. 이를 '약소진형 능력상향'이란 극단적인 처방으로 치료하려 했다. 하지만 결과는 게임의 '밸런스 파괴'였다. 이 후 릴은 부진을 면치 못한다

장팀장은 PvP 게임의 경우 유저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컨텐츠는 다양하지만 온라인 게임의 기본적인 재미 요소 중 하나인 ‘협동’을 즐기기엔 힘들다. 하지만 RvR은 협동과 경쟁 두 요소를 두루 즐길 수 있다. RvR의 약점인 기울어진 인구비율을 극복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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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vR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영간 인구비율이다. '아이온'은 인구비율 불균형에서 오는 재미반감을 방지하기 위해 NPC진영인 '용족'과 '새로운 분배 시스템'이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미래의 PvP와 RvR은 어떻게 바뀔까?
특징을 더욱 ‘진화’시켜야 한다

과거 리니지가 온라인 게임을 대표하던 시절에 캐주얼 게임이나 RvR 게임이 온라인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PvP와 RvR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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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 3중 한 축을 담당했던 '그라나도 에스파다'. 컨텐츠 부족이란 문제로 유저들의 신임을 잃게된다. 꾸준히 유저들이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컨텐츠가 부족했던 점이 그라나도의 패전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R2의 김PD는 “유저 크리에이티브 컨텐츠 즉, 다양한 세력 구도가 PvP의 중요한 재미인 만큼 유저들에 의해 형성되는 세력 간 관계를 지금보다 유연하게 시스템적으로 지원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전략시뮬레이션 ‘삼국지’ 시리즈처럼 각 세력끼리의 관계(동맹, 연합, 선전포고 같은)를 보다 유연하고 편리하게 유저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등장할 것이란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즉, PvP의 강점인 유저들이 만들어가는 재미를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될 것이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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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는 '선(SUN)'. 더 분발해야하지 않을까란는 생각이 든다. 우선 반복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깨야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RvR은 어떨까? 아이온의 장팀장은 “RvR의 특징은 진영간 전투다. 전투를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선 (상대진영을 상대하는 것이)너무 쉽거나 어려워서는 않된다. 때문에 이 밸런스 조절을 잘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예로 아이온의 용족처럼 약소 진영을 도와주는 NPC진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서 플레이어간 전투뿐만 아닌 NPC와의 전투를 구현하는 PvPvE(Player vs Player vs E) 시스템을 바라보고 있다”.

즉, RvR 게임의 중심이 되는 진영간 전투가 더욱 재미있고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란 것을 뜻한다. 한 단계 나아가 사람뿐만 아니라 NPC가 한 세력을 담당해 PvP와는 다른 PvE의 재미를 극대화 시킬 수 있을 것이란 말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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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vP와 RvR, 두 시스템을 잘 조합한다면 '퓨전음식'같은 색다른 MMORPG가 탄생하지 않을까?

PvP와 RvR, 라이벌이 아닌 동반자
지금까지 우리는 PvP와 RvR에 대해 알아보았다. 천 명의 사람이 있으면 천 개의 개성이 있듯이 두 시스템은 각자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두 시스템의 장단점이 콘센트처럼 딱 들어맞는 다는 것이다. 때문에 어떤 시스템이 더 좋다, 나쁘다를 따질 수는 없다.

오히려 두 시스템을 잘 조합한다면 색다른 MMORPG가 탄생하지 않을까? 마치 동, 서양의 음식이 만나 새로운 맛을 내는 퓨전음식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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