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의 과감하고 선정적인 표현이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중심은 역시 애 어른 할 것 없이 보는 TV에서 ‘성적인 표현을 얼마나 용납할 것인가?’ 다. 그렇다면 개인이 즐기는 게임에서 성적인 표현은 얼마나 용납될 수 있을까? 특히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번지는 일본의 성인용 게임. 검열을 거치지 않고 확산되는 이런 게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현재 이런 게임들은 통칭 미연시라고 불리며 비난받고 있다. 초등학생 싸움처럼 뜻을 몰라도 ‘미연시하면 변태~ 오타쿠~’ 하는 식이다. 물론 이 비난은 정당하다. 상식의 수위를 넘어서는 장면이 나오는 게임을 미성년자가 플레이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고 철없는 어른들도 자제해야 한다.
이런 비난에 대한 반발이 일어나는 경우는 ‘미연시’와 ‘비주얼 노벨’을 같은 장르로 생각 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달려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미연시’는 ‘미소녀 연애시뮬레이션’의 줄임말로 미소녀 캐릭터와의 연애를 즐기는 게임을 총칭하는 말이다.
대부분의 미연시 게임은 일본 게임이 주를 이루는데 정작 일본에서는 미연시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미소녀
연애시뮬레이션과 비주얼 노벨 ‘닮은 듯 다른 세계’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는 ‘미연시’는 미소녀 연애시뮬레이션이라는 의미에서 와전되어 나쁜 의미로
포르노 동영상과 비슷한 정도의 ‘내용은 없고 선정적인 게임’을 가리킨다.
이 미연시라 불리는 게임들이 주인공과 미소녀가 건전하게 손잡고 아쿠아리움이나 구경 다니는 내용이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19세 이상에게도 위험할 만큼 수위 높은 장면이 무분별하게 펼쳐지면서, 정작 내용은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한번 할까’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문제가 있다. 미연시와 비주얼 노벨을 구분하는 것이 의미 없다는 의견이 많은 것은, 대부분의 미소녀 게임이 비주얼 노벨의 형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연시와 비주얼 노벨은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같다고 볼 수 없다.
노벨이라는 장르는 글 즉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게임을 말한다. MMORPG게임에서 ‘레벨 업’과 ‘사냥’이 빠지면 안 되는 것처럼 노벨 장르에서는 ‘이야기’ 즉 ‘글’이 없어서는 안 된다. 카마이타치의 밤 같은 게임을 유명한 사운드 노벨의 예라고 할 수 있는데, 사운드 노벨은 ‘효과음’이나 실사에 가까운 화면으로 이야기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게임이다. 비주얼 노벨은 사운드 노벨에서 나아가 ‘비주얼’ 즉 일러스트와 연출도 중시한 게임을 말한다.
딱 잘라 말하자면 노벨은 게임이라고 하기엔 굉장히 애매한 장르이다. 책 읽는 것에 가까운 플레이도 그렇고, 자유도가 굉장히 낮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완결된 이야기에 끌려 다닌다. 언뜻 들으면 대체 그게 뭐가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비주얼 노벨은 선택문에 의해 갈라지는 낮은 자유도를 흡인력 있는 스토리, 훌륭한 연출, 화려한 일러스트로 보강해 플레이어가 기꺼이 결정된 엔딩을 향해 끌려가도록 만들었다.
‘루트’라고 불리는 것이 바로 비주얼 노벨 게임성의 핵심이다.
이것은 이야기 중간에 갈림길을 두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각각 다른 스토리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공원에서 ‘히로인을 따라간다’ 와 ‘공원에 남는다’의 선택문이 나왔을 때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각각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공원에 남는다를 선택해서 새로운 등장인물을 만날 수도 있고, 히로인을 따라가 사이가 더 좋아질 수도 있다. 이런 선택의 영향을 받아 최종적으로 엔딩에 영향을 미친다.
동인게임계의
뜨거운 감자, ‘타입문’의 화려한 등장
노벨장르의 게임은 여타의
게임에 비해 적은 용량과 간단한 게임 엔진을 사용한다. 그래서 초기에는 메이저
게임회사보다 동인 집단이 종종 ‘비주얼 노벨’을 만들곤 했다.
TYPE-MOON(타입문)은 비주얼 노벨 게임 ‘월희’로 메이저 회사로 발돋움한 대표적인 동인 집단이다. 지금은 메이저 회사인 ‘Notes(노츠)’의 성인용 게임 브랜드를 ‘타입문’이라고 할 수 있다.
타입문은 그 엄청난 인기에 걸 맞는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는데, ‘월희’가 바로 우리나라에서 ‘비주얼 노벨과 미연시 논쟁’에 가장 자주 거론되는 뜨거운 감자다. 논쟁에 자주 거론되는 이유는 ‘월희’라는 게임을 미연시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세계관이 너무나 매력적이고, 아니라고 하기엔 기존의 미연시가 보여준 특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9년 결성한 타입문은 2000년 12월 비주얼 노벨 ‘월희’를 발매했다. 이 게임이 동인게임으로는 놀랄만한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일대 파란을 몰고 오자, 다음해 같은 작품 ‘월희’의 플러스 디스크와 팬 디스크 ‘가월십야’를 발매했다.
2002년 12월에는 동인게임 ‘퀸오하’시리즈로 유명했던 ‘와타나베제작소’와 공동 제작으로 ‘월희’의 속편격인 ‘Melty Blood’를 발매 했다. 대전형 격투 게임과 비주얼 노벨의 결합이라는 신선한 시도와 높은 퀄리티로 멜티 블러드 역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런 월희 시리즈의 성공을 발판으로 2003년 노츠를 설립하고 동인 집단으로의 타입문은 해산했다. 그리고 노츠는 2004년 1월 첫 작품인 ‘Fate/stay night’을 발매. 2005년 10월에는 Fate/stay night 팬디스크인 ‘Fate/hollow ataraxia’를 발매했다.
타입문의 대표작인 ‘월희’는 흡혈귀의 이야기이다. 물론 단순한 흡혈귀 이야기라고 하기엔 그 세계관과 캐릭터 설정이 정밀하다. 차기작인 Fate/stay night(이후 페이트)역시 ‘마법사들의 성배전쟁’이라는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타입문의 특징은 이 모든 작품이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상과
판타지의 독특한 만남, ‘월희’와 ‘페이트’
이런 타입문 특유의
독특한 세계를 만든 것은 원화 담당인 타케우치 타카시씨와 시나리오 담당인 나스
키노코씨이다. 나스 키노코 월드라고까지 불리는 월희와 페이트의 독특한 세계는
판타지와 일상이 섞인, 익숙하지만 어딘가 다른 세상이다.
월희의 주인공은 직사의 마안이라는 죽음을 보는 눈으로 뭐든지 죽일 수 있다. 페이트의 주인공은 어설프지만 잠재능력은 엄청난 마법사이다. 하지만 그들은 평범한 학생으로 살고 있었다. 흡혈귀 공주(-_-;) 알퀘이드와 서번트인 세이버 등 인간이 아닌 자를 만나 일상에서 벗어나도, 주인공은 원론적인 자신의 문제로 고민하고, 힘든 싸움을 통해 성장해 나간다. 줄거리만 들어서는 기존의 판타지 소설이나 만화의 내용과 다를 것이 없다.
앞서 말한 비주얼 노벨의 ‘루트’라는 것은 보통 여주인공 한 명당 하나씩 존재한다. 이것을 다르게 말하면 어떤 여주인공을 공략 할 것인가에 따라 이야기가 바뀐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주인공 공략의 마지막 혹은 클라이맥스에 여주인공과의 성관계가 나타난다.
월희나 페이트의 경우 그런 장면을 삭제해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다. (마력을 나눠주기 위해 성관계를 맺는다 같은 억지스러운 설정은 오히려 없는 편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주인공과의 성관계를 굳이 보여주는 것은 플레이어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동인 게임으로서의 서비스다. 또 그런 장면을 삭제한다하더라도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많기 때문에 성인용 게임으로 분류되는 것이 당연하다.
결국 월희나 페이트는 성인용 게임이다. 19금의 빨간 딱지가 붙는 것은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장면과 관련된 것이지 내용의 좋고 나쁨으로 매겨지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월희의 탄탄한 스토리와 세계관이, ‘미소녀와 성관계를 맺느냐 마느냐’는 해묵은 논쟁과는 관계없이 빠져들 정도로 매력적이라는 것. 페이트에서 보여준 화려한 CG의 연출이나 효과음들이 책을 읽는 것과 다른 비주얼 노벨만의 장점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매니아게임에서
대중 속으로, PS2로 만나는 ‘페이트’
타입문의 창립 멤버이면서
노츠의 대표인 타케우치 타카시씨와 시나리오를 담당하는 나스 키노코씨는 학창시절부터의
친구이다. 페이트는 나스 키노코씨가 학창 시절부터 써오던 이야기를 게임화 한 것이다.
동인 게임 집단에서 메이저 게임 회사가 되었기 때문에, 제작자가 어릴 때부터 꿈꾸던
이상을 실현시킨다는 굉장히 이상적인 모습을 보인다.
월희와 페이트는 노츠가 설립된 후 애니메이션, 만화책, 피규어 산업 등 다방면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대한 많은 영역으로 넓히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연말로 예정된 페이트의 PS2와 PSP용 소프트의 발매는 노츠의 새로운 승부수라고 할 만하다.
타입문은 이미 동인 집단에서 벗어나 노츠라는 어엿한 메이저 게임회사가 되었다. PS2은 보급률 높은 가정용 게임기이기 때문에, 동인게임 특유의 의미 없는 ‘성적표현’ 등이 분명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풀 보이스’ 지원이라는 요소가 플레이어의 아쉬움을 달래 준다. 프로 성우 기용이라는 동인 집단으로는 하 힘든 일을 메이저화한 노츠의 힘으로 이루어 낸 것은 사운드의 측면을 강조해 플레이어의 몰입도를 높이려는 시도이다. 이런 시도는 기존의 ‘비주얼 노벨’에 또 한 번의 질적인 향상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마법사 간의 전쟁’이라는 줄거리에 관련된 액션의 비중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월희나 페이트는 미연시냐 아니냐의 논쟁이 아닌 게임의 시나리오나 연출에 관련된 새로운 논란을 낳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동인 게임 시절부터 즐겨왔던 팬들은 기존의 메이저 노벨 장르의 게임들과 비교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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