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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생활 속 오타쿠 코드 3부: 생활 속 오타쿠 코드 - 표절과 도용 편 |

▲ 태초에 표절이 있었나니
들어가며
비관적인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한국의 서브컬쳐는 일본이나 미국의 그것을 적절히 베껴오는 것으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태권V는 일본의 ‘그레이트 마징가’를 적당히 모사해서 만들었다는 의혹이 지금도 끊이지 않고, 초기의 국내 판타지 소설은 미국의 ‘Dungeons & Dragons’의 설정을 적당히 가지고 와서 쓴 게 시초였다는 풍문이 아직까지도 돌아다닙니다.
표절로 첫 단추를 끊었으니 그 뒤에 나오는 작품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제는 웃을 일이 아니겠지만, 표절 작품이 또 표절되어서 돌아다니고 있는 겁니다. 정리하자면 한국의 서브컬쳐는 표절이라는 토양 위에서 움직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표절의 늪' 에서 여기까지 온 게 더 신기할 정도입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일본이나 미국의 대중적인 음악, 쇼 프로그램을 노골적으로 베꼈는데, 요즘은 다들 영악해진 모양입니다.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웬만한 자료는 다 찾을 수 있으니 좀 유명한 것들은 아예 손도 안대죠. 금방 들통 날게 뻔하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걸리지 않기 위해' 표절의 대상은 더더욱 매니악 하게 변해갔습니다. 그 결과 요즘은 - 사실 예전에도 그랬지만 - 일본의 애니메이션, 게임이 표절의 원천으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생활 속의 오타쿠 코드’, 이번 시간에는 수많은 표절사례 중에서 애니메이션, 게임을 표절/도용한 것들만 모아봤습니다.
원피스? 와피스? 어떤게 진짜야?
보통 '짝퉁'(모작)의 대표격으로 중국을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진 '원피스'의 모작 '와피스'를 보면 꼭 중국만이 '짝퉁의 왕국'은 아닌 듯 합니다. ‘원피스’의 캐릭터를 적당히 이름만 바꿔 놓고, 당시 (2003년) 시류에 편승한 캐릭터를 갖다 뒀네요. 이래 놓고서 ‘와피스’가 ‘원피스’랑 다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 당당하게 베꼈습니다
문제는 이 '와피스'가 '서울캐릭터페어 2003'에 출품까지 됐다는 겁니다. 분명 그 자리에 ‘원피스’의 한국 저작권 대행사인 대원씨아이도 출품을 했을텐데, '와피스'를 만든 '개구장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저걸 출품 했을까요? 결국 대원씨아이가 ‘와피스’에 대해서 법적인 조치를 취한 후에야 ‘와피스’가 표절임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만(그리고 '개구장이'는 파산했습니다.), 당시 찍었던 ‘와피스’ 관련 상품들은 이미 문구점에 다 깔린 뒤였습니다.

▲ '와피스'의 사진은 2ch 등지의 일본 사이트에도 올라가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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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계도 예외는 아니다
뭐, 이건 3년 전 이야기고. 역시 최근 일어난 표절사례 중 대표적인 걸 꼽자면 아이비(IVY)의 '유혹의 소나타' 뮤직비디오 표절사건입니다. 여전사 아이비가 침입자(진구)와 대결하는 장면은 스퀘어사의 'Final Fantasy 7 Advent Children' 의 격투신과 하나도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FF7 Advent Children'과 다른 부분을 찾는 게 힘들 정도였으니까요.

▲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지?
이 뮤직비디오를 처음 봤을 때는 자막으로 저작권 표시가 뜨길래 라이센스를 딴 줄 알았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무단으로 자막만 깔아둔 것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불거지게 되자, 이 뮤비의 감독은 '이것은 패러디에 불과하다' 라고 항변해서 조용히 묻힐 문제를 더 크게 만들고 말았지요. 저작권자인 스퀘어에닉스에서는 해당 뮤직비디오에 가처분 신청을 했고, 이후 법원에서는 감독 홍종호씨와 기획사 '팬텀 엔터테인먼트'에 표절혐의로 벌금형이 선고됐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스퀘어에닉스에서는 손해배상 청구까지 해서 홍종호씨와 팬텀측에게 추가로 3억(재산적 손해 2억 5천만원, 정신적 손해 5천만원)을 받아냈다고 합니다. ‘뮤직비디오 제작 기간이 짧아서 연락을 못했다.’ 라는 변명이 언제까지나 통할 수는 없었던 겁니다. 제작 기간이 짧다고 표절이 패러디가 될 리가 없으니까요.
그나마 아이비 뮤비 표절사건은 제대로 마무리가 되었으니 다행입니다. 가요계에서 표절임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김민종의 '귀천도애' 외에는 다른 표절논란은 대부분 소문 수준에서 묻혀졌습니다. 조성모의 '천년의 사랑' 역시 '묻힌' 경우에 속합니다. 이 음악을 들어보면 애니메이션 '전영소녀'의 엔딩곡 '그날로' 와 후렴구 부분이 절묘하게 똑같습니다.
그러나 당시 1998년에는 애니메이션이 지금보다 더 소외된 장르였고, 때맞춰 터진 다른 표절문제 (이승환의 '그대가 그대를'/ZARD의 'good day')의까지 터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성모의 '천년의 사랑'은 사람들의 입에서 몇 번 오르내리다가 잊혀지게 되었습니다.
▲ '마법선생 네기마' OP - Happy Marterial, 국내 아이돌그룹 키로츠 노래와 비교해 들어보자
▲ 키로츠 - 청소슝슝, 마법선생 네기마 오프닝과 후렴구 부분이 비슷하다
이렇게 표절이 공론화되지 않고 음지에서만 소문으로 돌다 사라져가니, 이후에도 비슷한 사건들이 자꾸 일어나게 됩니다. 아이돌 그룹 '키로츠'의 '청소슝슝'은 애니메이션 '마법선생 네기마' 의 오프닝곡 'Happy Material' 과 후렴구가 비슷합니다. 차이점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말입니다. 이것 또한 잘 알려지지 않은 채 잊혀지고 말았습니다. 키로츠가 원더걸스나 소녀시대보다 덜 유명해서 그럴까요?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비슷하긴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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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과 주얼 게임까지 표절이?
지난 편의 서두에서 모 핸드폰 게임의 일러스트 도용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에서 이런 사례는 아무것도 아닌 듯 합니다. '역전재판'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온 '법정불패 강검사' 같은 경우처럼, 표절이 말 그대로 적나라하게 이뤄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 어디서 많이 본 구조가 아닌가!
최근에 발매된 모바일 게임 '미녀들의 수다'도 그 한 예입니다.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미녀들과 사귄다는 것이 이 게임의 기본 설정인데, 이는 Leaf의 게임 '화이트 앨범'과 똑같은 설정입니다. 뭐, 이건 우연의 일치라고 넘어간다 칩시다. 설정이 비슷한(?) 경우야 비일비재하니까요. 하지만 이 게임의 일부 CG는 F&C의 미소녀 게임 '피아캐롯에 어서오세요 3' 의 CG를 적당히 색만 바꾼 것에 불과합니다. 공개된 스크린 샷 만으로도 이정도 분석이 가능할 정도니, 이 게임에서 표절과 CG도용이 얼마나 일어났을지는 안 봐도 뻔한 것입니다.


▲ '미녀들의 수다'와 '피아캐럿3' 비교. 다른 CG들도 모두 게임에서 베껴온 것이지만 예의상 여기까지만.
모바일 게임만이 아닙니다. 주얼게임(패키지를 간략화 한 PC게임) 쪽으로 가면 상황은 더 심각해집니다. 여기는 아예 창작게임이 없다고 봐도 될 정도입니다. 정식 라이센스도 받지 않은 게임을 어떻게든 팔아보려 하다 보니 어처구니 없는 조합이 나오기도 합니다.


▲ 기괴한 '짬뽕'의 향연. 이 쯤 되면 뭘 베꼈는지 알 수도 없다.
예를 들어 ‘스쿨럼블 파이팅 에볼루션’이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이 게임의 표지는 유명 애니메이션 ‘스쿨럼블’의 캐릭터가 그려져 있지만, 게임 소개에는 난데없이 애니메이션 '시스터 프린세스'의 캐릭터가 들어가 있고, 거기에 캐릭터 이름은 '아즈망가 대왕'에서 따온 것이 붙어있습니다.
게다가 내용물은 위에서 말했던 애니메이션들과는 하등 관계도 없는 '쓰르라미 울적에'의 동인게임인 '쓰르라미 데이브레이크' 입니다. 즉, 어디서 대충 짜집기해서 만든 '국적불명'의 게임인 겁니다. 이런 게임들은 허름한 문구점, 대형 마트 같은데 아직도 버젓이 진열되어있습니다. 살 사람이 없을 것 같지만, 나름대로 팔리기는 팔리나 봅니다. 멋모르고 사는 초딩이나, 아이들의 등쌀에 밀린 부모들이 '아무 게임'이나 집어서 사주기 때문이겠지요. 그 결과 동인 게임 '퀸 오브 하트'나 '철권3'(PS 에뮬레이터:당연히 불법입니다)같은 게임이 그들의 PC에 깔리게 됩니다. 그게 뭔지도 모른 채로.

▲ 그 '아무 게임'의 한 예제. 남의 동인 게임을 돈 받고 팔아먹어도 되나?
마치며
표절 도용은 단순히 어른들의 상술이나 근근히 이야기가 나오는 업계의 뒷 소문으로 볼 문제가 아닙니다. 젊은 창작자들 역시 벗어버리지 못한 굴레이기도 합니다. 젊은 창작자들 역시 습관적으로 표절을 하고, 그런 물건을 습작이라고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 좌측이 '천국에서 내린 비' / 우측이 '카우보이 비밥'
'춘천 애니 페스티벌 단편(2003년도)' 에 출품된 작품 '천국에서 내린 비'는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을 그대로 베꼈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이 작품은 장려상을 수상했습니다. 수상 소식이 알려진 뒤에야 인터넷에서 '카우보이 비빔밥'이란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수상이 취소되기는 했지만, 이걸 심사한 주최측이나 표절한 당사자나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겁니다. ‘카우보이 비밥’이 어디 매니아들만 보는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StrikerS' 원본
이것 말고도, 작년에 판매되었던 국산 동인게임 '닷지볼 매니저 2007' 에서는 홍보용 그림에 애니메이션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StrikerS'의 일러스트를 그냥 써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거기다가 CM에 '럭키☆스타'의 음성을 무단으로 사용하기까지 했다더군요. 창작을 한다는 사람들이 표절과 도용의 전통(?)을 끊기는 커녕, 자신들이 스스로 그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 국산 동인 게임이라면서 Ctrl + V를 쓰면 되나
물론 사람이 처음부터 독창적인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모든 작품이란 그 이전 작품들의 모방에서 시작된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도 말합니다. 그러나 '이 정도면 모르겠지' 하는 식으로 대충대충 베껴내는 행위는 범죄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지구 반대편의 자료를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는 시대이니, 그런 정보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고, 누구나 다 알 수 있습니다. 표절은 절대로 '완전범죄' 가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표절이 범죄인지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표절/도용은 타인의 지적 성과를 도둑질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았으면 합니다. 그런데, 남의 논문을 표절해서 교수자리 얻어내는 이 나라에서 사람들이 그걸 깨닫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릴 것 같네요.
* 글/그림: 게임메카 수시아(http://docean.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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