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게임’하면 어떤 회사를 떠올리십니까? 아마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블리자드’나 ‘게임보이’와 ‘위’로 유명한 ‘닌텐도’, 그리고 오늘도 잘 나가는 게임 회사 따먹기에 여념이 없는 ‘EA’등을 떠올리실 겁니다. 전부 쟁쟁한 제작사들이지요.
그런데, 이런 제작사들의 이면에 우리가 모르고 있던 ‘과거’나 ‘굴욕’이 있다는 것은 알고 계십니까? 유명 게임 개발사들의 과거와 굴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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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격금지! 지금부터 이거 만드신 분들의 놀랍고도 굴욕적인 과거사를 폭로한다 |
일본 최초의 포르노 게임 제작사는?: 코에이 1편
일본 최초의 성인 게임을 개발한 회사는 어디일까요? ‘투하트’ 시리즈로 유명한 ‘아쿠아플러스/리프’일까요, 아니면 ‘동급생’시리즈로 유명한 ‘엘프’일까요? 정답을 듣는다면 조금 놀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삼국지’시리즈로 잘 알려진 ‘코에이’사가 정답입니다.

▲ 뭐라고?!!?
‘코에이’의 설립은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원래 염료(!)를 취급하던 업체인 ‘코에이’는 당시 막 떠오르던 시장이었던 게임 시장에 진출하기로 마음을 먹고, 1981년 시뮬레이션 게임 ‘카와나카지마 전투’를 내놓으면서 PC 게임 시장에 데뷔합니다.
그런데 1982년에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코에이는 ‘나이트 라이프(Night Life)’라는 소프트웨어를 내놓습니다. 이 소프트웨어는 게임은 아니고, 부부의 생일을 입력하면 바이오리듬을 보여준다든가 안전일을 알아내고, 어떤 날에 그걸 하면(?) 기분이 제일 좋을지 등을 알려주는 성인용 소프트웨어였습니다. 물론 별 과학적 근거는 없는 ‘먹튀’ 소프트웨어였죠. ‘노부나가의 야망’과 동일한 해에 나온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허접한 소프트웨어였습니다.

▲ 그림부터 심상치 않다.
그리고 다음해인 1983년 코에이는 ‘나이트 라이프’가 짭짤했는지, 아니면 뭘 좀 잘못 먹었는지 ‘진짜’ 성인 게임을 내놓습니다. 이것이 바로 일본 최초의 성인 게임으로 알려져 있는 ‘단지처의 유혹(團地妻の誘惑- 우리말로 옮기면 아파트 단지 유부녀의 유혹)’입니다. 일본 최초의 성인 게임답게(?) ‘단지처의 유혹’은 배경 설정부터 골 때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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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설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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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가와사키 시에 본사가 있는 ‘재일본가족계획㈜’의 영업사원. 오늘 오후 5시까지 남아있는 모든 콘돔을 팔지 못하면 그대로 해고당해 버린다. ‘뉴코시가야 아파트단지 H동’에 사는 유부녀와 여대생에게 콘돔을 열심히 파는 가운데, 평소의 흑심이… |

▲ 적의 숨통을 노리는 세일즈맨의 모습. Koey Micom System (코에이의 옛 사명)이 보인다.
뭐 이런 내용입니다. 주인공이 콘돔팔이 세일즈맨(?)이라는 배경설정도 그렇지만, 게임 내용 자체도 엽기적이기 그지 없습니다. 아무 집이나 쳐들어가서 콘돔을 파는 것 까지는 좋은데, 이 주인공이 여자만 보면 욕구가 쌓입니다. 이 욕구가 지나치게 쌓이거나, 특정 커맨드를 입력하면 말 그대로 아무 집이나 쳐들어가 범하고(!) 그 여자에게 콘돔까지 팝니다. 성인 게임이 발달한 현재도 보기 드문 말 그대로 훌륭한 막장게임이지요. (참고로 장르명은 무려 ‘성인용 포르노 롤플레잉’입니다.)

▲ 코에이 게임 답게 랜덤으로 능력치를 정하고

▲ 집집마다 다니면서 콘돔을 팔다가

▲ 만났다!

▲ 이하 생략
이 정도로도 충분하겠지만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단지처의유혹’에서 재미를 좀 봤는지 1984년 코에이는 또 성인 게임을 내놓습니다.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이 된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패러디(혹은 베낀) 한 제목인 ‘네덜란드 아내는 전기뱀장어의 꿈을 꾸는가?’라는 게임입니다.

▲ 오오, 코에이.. 오오
내용은 ‘블레이드 러너’나 ‘네덜란드 아내’와는 별 관계 없고 그냥 수배자인 주인공이 마을에 있는 여자들을 닥치는 대로 능욕하면서(!) 경찰에게 잡히지 않고 도주한다는 내용입니다. 어떻게 보면 ‘단지처의유혹’을 능가하는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 Fuck mode는 대체...
다행스럽게도(?) 코에이는 이후 성인 게임 제작을 하지 않고, 본업(?)인 시뮬레이션 게임의 제작에 종사하게 되는데…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코에이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넘어 새로운 게임 영역을 개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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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향 게임의 개척자: 코에이 2편

‘단지처의 유혹’이나 ‘네덜란드 아내는 전기 뱀장어의 꿈을 꾸는가?’가 조금 충격적일 수도 있겠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입니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에게 코에이는 역사게임 제작사의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벌써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삼국지’시리즈나 ‘노부나가의 야망’시리즈를 굳이 예로 들지 않아도 말입니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수염을 기른 장수 같은 느낌이지요. 그런데 이런 코에이가 실은 ‘여성향’ 게임의 명가라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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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상식: ‘여성향’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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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되는 일반적인 연애 시뮬레이션이나 육성 시뮬레이션과 달리 여성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되는 게임들을 지칭한다. 예를 들어 ‘미연시’로 대표되는 남성향 게임에서는 남자 주인공 곁에 다수의 미소녀가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여성향 게임에서는 반대로 주인공이 여자고 주위에 다수의 꽃미남이 있다라는 설정이 많다. 대표적인 게임으로 코에이의 ‘안젤리크’ 시리즈가 있다. 최근 들어 ‘야오이(여성용 동성애물. 주로 잘 생긴 남자끼리의 동성애를 다룬다)’의 확산과 함께 ‘여성향’이라는 단어가 기존 ‘여성향’외에 ‘야오이’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확대되어 쓰이고 있다.
▲ 꼭 이런 것만 여성향이 아니라는 이야기 |

1994년 코에이가 제작한 ‘안젤리크’는 평범한 여고생 주인공이 9명의 수호기사(물론 전부 꽃미남)의 도움을 얻어 차기 여왕이 된다는 내용의 육성시뮬레이션입니다. 이전까지 ‘삼국지’나 ‘태합입지전’ ‘노부나가의 야망’과 같은 무거운 주제의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던 코에이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와 컨셉의 작품이죠.

▲ 뭐 어쩌라고?
아버지의 신분에서 딸을 키우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인 ‘프린세스 메이커’와는 달리 ‘안젤리크’의 경우에는 주인공인 ‘안젤리크 리모쥬’의 시점에서 꽃미남 수호기사와의 연애냐 아니면 차기 여왕등극이냐 라는 요소를 놓고 갈등하는 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여성 게이머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그 무엇’이 있었고 (솔직히 멀쩡한 남자라면 꽃미남 공략하러 게임을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혹시 주위에 꽃미남 공략하는 남자가 있으면 가까운 경찰서로 신고 부탁합니다.) 자연스럽게 ‘안젤리크’는 여성향 게임의 선구자로 자리잡습니다.

▲ 그림 하단에 있는 KOEI 에 주목할 것
‘안젤리크’의 성공 이후 코에이는 ‘안젤리크’를 시리즈화 시키고, ‘아득한 시공 안에서’와 ‘금빛의 코르다’등의 여성향 게임을 계속 제작하게 됩니다. 여성향 게임의 선구자답게(?) 인기도 좋아 일본에서 여성향 게임 인기투표를 하면 매년 코에이의 여성향 게임이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코에이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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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상식: 다른 개발사들은 뭘 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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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기서는 코에이만 언급했지만 PC게임의 여명기에 성인용 소프트웨어를 만든 것은 다른 게임 회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적은 비용 투자에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게임은 성인용 게임이었던 것이다. 유명 개발사들이 과거 제작했던 성인용 게임 목록을 간단히 살펴보자.
▲ '여대생 프라이빗'(팔콤, 1983)
▲ '로리타 신드롬'(에닉스, 1984)
▲ 'めぐみちゃん三惑' (허드슨, 19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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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닌텐도 ‘버추어 보이’

게임기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 바로 닌텐도입니다. 1983년 출시된 ‘NES’부터 얼마 전 우리나라에 정식 발매 된 ‘Wii’까지 닌텐도는 언제나 콘솔 게임 시장에서 승승장구 해 왔던 기업입니다. 심지어 닌텐도의 암흑기라 불리는 ‘닌텐도64’나 ‘게임큐브’시절에도 나름대로 큰 지지를 받으면서 큰 수익을 거두고 있었습니다.

▲ 닌텐도의 '게임큐브'
그런 닌텐도도 소비자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으면서 처참한 실패를 거둔 적이 있다면 믿어지십니까? 그것도 닌텐도의 ‘게임보이’ 등장 이후 ‘닌텐도의 절대영역’이라고 생각되어 온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서 말입니다.

▲ 절대본좌 '게임보이'
1995년, 세계 콘솔 게임 시장은 들썩이고 있었습니다. ‘게임보이’와 ‘SNES’로 승승장구해 온 업계 고참 닌텐도가 신개념 휴대용 게임기를 발매한다고 발표했으니까요. 과연 닌텐도가 어떤 게임기를 내놓을지에 세계 콘솔 게이머와 개발사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1995년 7월 21일 마침내 닌텐도의 새로운 휴대용 게임기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 3D 가상현실을 구현한다는 모토 아래 나왔던 '버추어 보이'
‘버추어 보이’로 명명된 이 휴대용 게임기는 기존의 어떠한 휴대용 게임기와도 달랐습니다. 기존의 휴대용 게임기가 2D의 밋밋한 화면을 보이는데 반해, ‘버추어 보이’는 현실감 있는 3D 화면을 구현할 수 있었고 실제로 ‘버추어 보이’의 3D 기능을 이용한 게임도 선보였습니다. 이 혁명적인 게임기가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 대한 닌텐도의 지배력을 더욱 확고히 해 줄 수 있었을까요?

▲ 이런 화면을 계속 보고 있으라고?
결론부터 말하면 ‘버추어 보이’는 크게 실패했습니다. 전 세계를 통틀어 불과 77만대가 팔려나가는데 그쳤고, ‘버추어 보이’에 대한 게이머들의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출시 1년만인 1996년 닌텐도는 ‘버추어 보이’를 단종시켜 버립니다. 웬만한 게임기들도 2년을 버티는데, ‘버추어 보이’는 1년조차 버티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것이지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단종 된 게임기 일 겁니다.

▲ 이걸 들고 다니면서 플레이 하란 말입니까?
‘버추어 보이’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은 휴대용 게임기 치고는 너무 컸고, 빨강색의 LED를 적용한 화면은 눈에 큰 부담을 주었다는데 있었습니다. 보통 휴대용 게임기라고 함은 자동차 안이나 침대 위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버추어 보이’는 쌍안경처럼 생긴 본체에 삼각대까지 달려 있었으니 휴대용 게임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습니다.

▲ 보기만 해도 눈이 아파온다
게다가 빨강색의 LED를 사용한 화면은 게이머가 장시간 게임을 플레이 하면 ‘토할 것 같은 감각’을 느끼게 해 주었고, 실제로 ‘버추어 보이’의 사용시 주의사항 안내에는 ‘장시간 플레이 하지 말 것’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들고 다닐 수도 없고, 오래 즐길 수도 없는 황당한 휴대용 게임기를 게이머들은 외면해 버렸고 결국 1년 만에 ‘버추어 보이’는 단종되어 버립니다.

▲ '버추어 보이'를 오래 플레이 했을 때 정상인의 모습
닌텐도로서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야심 차게 계획했던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 프로젝트가 어이없게 무너져 버렸습니다. ‘버추어 보이’에 대한 게이머들과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는 말 그대로 최악이었고, 제대로 된 서드파티도 없었습니다. 고작 1년이었던 ‘버추어 보이’의 짧은 생애 동안 22개의 게임이 출시되었지만, 이 게임들도 ‘버추어 보이’의 단종과 함께 역사의 저 편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닌텐도는 ‘버추어 보이’의 뼈아픈 실패를 겪고 난 후,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서 당분간 모험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게임보이’를 개량한 ‘어드밴스드’등의 제품을 만드는데 주력했고, 닌텐도의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DS’가 나온 것은 약 10년 후인 2004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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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회 예고: 우리가 몰랐던 유명 개발사의 과거와 굴욕 (2) - 서양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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