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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해외 MMORPG의 계보와 변천사 1부: RPG, 온라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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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여기저기에 PC방이 생길 즈음, 당시 대세였던 스타크래프트를 마다하고 마우스 클릭으로 캐릭터를 움직이며 즐거워하던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필자는 당시 MMORPG를 접하진 않았지만 '바람의 나라'나 리니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생판 처음 보는 게임이었다. 게다가 전부 영어. 헌데 게임은 참 재미있게 보였었다. 캐릭터가 싸움도 하고, 땅도 파고, 요리도 하고, 낚시도 하고……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울티마 온라인'과의 첫 만남이다.

그리고 '에버퀘스트', '다크에이지 오브 카멜롯'……비단 필자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MMORPG를 즐겼던 유저들이라면 그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게임들은 MMORPG가 활성화되었던 시기에 국내에서 서비스되었고, 국내 MMORPG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당시로서는 새로운 시스템과 컨텐츠들로 소수 매니아의 사랑을 받은 게임들이기도 하다. '울티마 온라인'부터부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까지 새로움과 동시에 낮설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던 해외 MMORPG들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자.

1세대 게임-MMORPG의 태동

MMORPG에서 1세대 게임이 가지는 의미는 여타의 게임성의 발전 보다는 온라인 환경을 기반으로 한 RPG세계의 구현이라는 기술적인 부분에 더 무게가 실린다.

MMORPG 이전에는 머드(MUD, Multi-User Dungeon 다중접속 사용자 던전)게임과 머그(MUG, Multi-User Graphic)게임이 있었다. 머드게임은 텍스트로 모든 상황이 표현되었고, 키보드로 명령어를 입력하여 플레이하는 방식이라 Multi-User Dialogue(다중접속 사용자 대화)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머드게임은 PC통신을 기반으로 서비스 되어 인기를 누렸다.

머드에서 발전된 형태인 머그게임은 일부 그래픽이 첨가됐고, 이후 네트워크 기술과 인터넷의 발전으로 명령어 조작을 벗어 던지면서 우리가 아는 MMORPG(Massively Multi-play Online Role Playing Game-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의 기틀이 형성되었다. 

▲머드게임은 MMORPG의 0세대라고 볼 수 있다.

 

▲머드게임에서 쓰였던 명령어 입력방식은 이후에 등장한 MMORPG의 채팅창에서 사용되는 각종 명령어에 그 뿌리가 남아있다.

  

▲ 국내에서 '울티마 온라인'과 함께 세계 최초의 MMORPG를 거론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바람의 나라'. 상용화 시기는 '바람의 나라'가 조금 더 앞서지만 기존 머그게임의 구조에 더 가까운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내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리라-'울티마 온라인'

1997년, 해외 MMORPG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울티마 온라인'(이하 '울온')이 서비스됐다. PC 패키지 게임인 울티마 시리즈에서 이어져 내려오던 방대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개발된 MMORPG다. 상용화를 시작한 지 10년 정도 된 고령게임이지만 출시되었던 MMORPG중 가장 높은 자유도를 가지고 있어 ‘최초’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지 않아도 이미 그 자체로도 완성도 높은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래 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MMORPG중 가장 높은 자유도를 가지고 있으며, 이번에 9번째 확장팩 ‘지옥의 심연’이 서비스된다.

높은 자유도 

'울온'의 높은 자유도는 캐릭터의 육성부분과 행동 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캐릭터 육성 면에서는 단순한 레벨업의 성장이 아니라 다양한 스킬을 숙련시켜 성장하는 방식으로 자유도를 부여하였다. 또한 캐릭터의 행동에도 제한을 두지 않아 일반 사회에서의 범죄로 치부될 수 있는 행위인 도둑질, 살해(PK-Player killing, 플레이어 살해 등)도 허용되었다. 

이러한 높은 자유도는 많은 온라인게임에 영향을 주었다. 이후 등장하는 MMORPG에서는 범죄적인 자유도의 상징인 PK가 플레이어간 전투인 PvP(Player vs. Player)와 플레이어 집단 간의 전투인 RvR(Realm vs. Realm)로 발전하게 된다. 

▲'울온'의 스킬은 전투와 생산, 기타 등등의 종류를 다 합치면 약 50가지가 된다.

 

▲꼭 전투를 하지 않아도 생산직으로도 먹고 살 수 있다는 점은 당시 신선한 충격이었다.

 

▲PK에 대한 요소들은 국내 게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리니지'의 경우 플레이어 캐릭터가 사망할 경우 일정 확률로 해당 플레이어의 장비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한 때 수많은 PK가 자행되었었다.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한 자유도는 양날의 검

기존의 오프라인 환경의 RPG는 엔딩이 존재했지만, MMORPG인 '울온'은 엔딩이 존재하지 않는 게임이다. 엔딩이 없는 게임은 지루해질 수 있다. '울온'에서는 높은 자유도로 많은 할 것을 주었다. 하지만 너무나 높은 자유도 때문에 뭘 할지 몰라하는 초보 유저들, 흥미를 못느끼고 포기해버리는 유저들도 많이 있었다. 유저들이 처음부터 게임에 대해 겁을 먹는 현상이 발생했다.

2세대 게임에서는 이러한 높은 자유도에서 생겨나오는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국내 게임 중에는 마비노기가 '울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본격 퀘스트 MMORPG - '에버퀘스트'

'에버퀘스트'는 2세대로 분류되는 게임 중 가장 먼저 나온 게임으로 최초의 풀 3D MMORPG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게임이다. 2D에서 3D로 넘어간 시점의 게임인 만큼 이후의 3D MMORPG에서 등장하는 인터페이스나 조작환경에 대한 모태가 된 게임이다. 기존의 '울온'과는 달리 주로 전투 위주의 컨텐츠를 늘렸고, 파티플레이 시스템을 도입해서 좀 더 체계적인 방식으로 단체 사냥을 가능하게 하였다.

▲WASD 키를 이용한 이동 조작을 MMORPG에서 처음 선보였다.

 

▲국내 초창기 3D 온라인 게임인 '뮤 온라인'의 경우 이전 2D에서 많이 쓰이던 인터페이스와 조작 방식을 가지고 왔다.

 

▲'울온'의 경우 파티플레이는 존재했지만 파티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다. (차후에 추가되었지만 대다수의 유저는 잘 사용하지 않았다.) 현존하는 MMORPG의 파티 시스템의 원형은 '에버퀘스트'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퀘스트를 통한 스토리텔링

'울온'은 게임을 시작했는데 뭘 할지 몰라 유저들을 당황하게 했었다. '에버퀘스트'는 이러한 단점을 퀘스트 시스템 도입으로 보완하였다. 퀘스트 시스템으로 유저에게 할 일과 보상이라는 목적으로 게임을 계속하게 만든 것이다.

또한 솔로잉 보다는 파티플레이를 유도하여 유저들간의 커뮤니티 구성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협력적 커뮤니티 지향의 게임을 만드는데 적극적인 시스템을 제공해주었다. 

▲'에버퀘스트'에서 퀘스트를 받는 방식은 좀 복잡했는데, 키워드를 통한 NPC와의 대화로 의뢰 조건을 이끌어내는 방식이었다. 키워드를 통한 대화라는 점에서 '마비노기'의 NPC 대화 시스템과 닮아있다.

다양한 고정직업

'울온'은 필요한 스킬을 선택적으로 수행하여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만들 수 는 장점이 있었다. '에버퀘스트'에서는 클래스와 그에 해당하는 스킬을 다양화시켜 캐릭터 육성의 자유도 부재로 인한 단점을 어느 정도 보완하였다.

 

▲엄밀히 말하면 클래스 시스템은 기존의 RPG 관련 컨텐츠(보드게임, 콘솔, 패키지 게임)에서 나왔던 직업 시스템을 차용한 것이다. 이후 타 게임이나 '에버퀘스트'2에서 사용된 2차 클래스의 선택, 전직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의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인스턴스 던전과 레이드 

그리고 요즘 MMORPG에서 많이 쓰이는 인스턴스 던전 시스템, 최고 70명의 플레이어가 함께 모여 강력한 대형 몬스터를 사냥하는 레이드 시스템이 최초로 도입된 게임이기도 하다. 또한 레이드 전리품에 대해서 적용했던 드래곤 킬(DK)포인트라는 이름의 기여도 방식을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그로나 메즈, 탱킹 등의 파티플레이 용어들도 이 때 생겨났다. 

▲인스턴스 던전의 시초는 '에버퀘스트'였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꽃을 피웠다고 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형태로 국내 MMORPG에서는 채널별로 나뉘어진 던전들이 있다.

 

RvR의 등장-'다크에이지 오브 카멜롯'

'다크에이지 오브 카멜롯'(이하 다옥)은 '에버퀘스트'에서 보였던 퀘스트와 레이드 등의 PvE 컨텐츠를 가져가면서 한편으로는 RvR 요소에 비중을 두었다. '에버퀘스트'가 플레이어들의 단합을 통한 재미추구를 모토로 삼았다면 '다옥'은 플레이어 집단간의 대립과 갈등조장을 통한 재미를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PvE에서는 동반관계의 경쟁자는 있지만 대립관계에 놓인 경쟁자는 없었다.

PvE의 맹점을 RvR로 극복하다.

이전 '에버퀘스트'에서 유저들의 전투대상이 오로지 몬스터(NPC)였다면 '다옥'은 몬스터에만 몰리는 전투 대상을 플레이어로 확장시켰다. 그리고 그 전투 대상이 되는 플레이어는 기존의 PK처럼 불법적인 요소가 아닌 합법적인 전투 대상(적대 국가에 소속된 적군)의 설정으로 당위성을 부여했다.

그리고 같은 패턴만 반복하는 몬스터를 잡는 것 보다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플레이어를 상대로 싸우는 게 더 재미있기도 하다. '다옥'의 이러한 부분이 기존의 PvE의 단점을 보완해준다. 

▲외부 환경이나 유저들 내부에서의 변수를 제외한다면 정해진 패턴에 의해 움직이는 거대 몬스터를 잡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일은 아니다.

 

▲플레이어간의 대결구도를 가진 게임은 수명이 제법 길다. 국내에서 스타크래프트가 국민게임의 반열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다옥'은 캐릭터의 레벨업에 한계치가 존재했다. 이를 통해 무한레벨업 위주의 게임플레이방식을 탈피하고 최고레벨의 캐릭터를 RvR 컨텐츠로 유도하여 플레이어 집단 간의 전투에 대한 흥미를 자극하였다.

그리고 단순히 플레이어끼리 싸우고 끝나는 게 아니다. 승리했을 경우 자신과 아군 진영에큰 혜택이 돌아간다. 이런 조건 때문에 RvR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RvR을 중점적으로 하는 게임 시스템은 국내의 ‘나이트 온라인’이 많은 영향을 받았고, 후에 등장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역시 2개의 대립세력을 통해 명예 포인트나 전장 포인트 등의 보상으로 RvR 컨텐츠에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알비온, 하이버니아, 미드가르드의 3국 대립이라는 세계관 설정은 1:1:1의 3파전이나 2:1의 연합세력 구축을 통한 대항으로 좀 더 유기적인 방식의 RvR을 유도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외의 2세대 게임들

국내에서는 '에버퀘스트'와 '다옥'만 서비스되었던 것은 아니다. 비록 많은 국내 유저들이 접하진 못했지만 쉐도우베인이나 '애쉬론즈 콜' 같은 MMORPG도 서비스되었다. 위에서 소개한 2세대의 두 게임이 '울온'이 가진 자유도를 탈피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했다면 아래에서 소개할 두 게임은 '울온'의 자유도를 어느 정도 계승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쉐도우베인' 

'쉐도우베인'은 '울온'의 자유로운 시스템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게임 자체가 PvP를 권장하고, 이에 대한 행동도 매우 자유로웠다는 점이 기존의 '울온'에서 보여줬던 시스템과 유사하다.

또한 플레이어들이 자유롭게 집을 지어 마을을 건설하는 등의 행위로 게임의 세계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도 가능했다. 베이스가 되는 직업을 선택해 캐릭터를 만들고, 이후 레벨업을 통해 2차적으로 직업 설정이 가능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종족의 특성들이 맞물려서 같은 클래스라도 어떤 베이스를 두고 어떤 종족인지에 따라 능력치와 전투 스타일이 각기 다른 형태를 취한다.

  

▲현재 외국에서 부분유료화로 서비스되고 있다.

'애쉬론즈 콜'

'울온'의 제작에 참여했던 프로듀서 제시카 멀리건이 제작한 게임으로 스킬의 자유도에 편리성을 부여했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울온'의 스킬 숙련도 시스템을 계승, 보완해 캐릭터 레벨에 주어진 스킬포인트 안에서 스킬의 레벨을 자유롭게 재분배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자유로운 스킬 세팅 시스템은 이후 와우의 특성 시스템과도 연관이 있다. 총 2편이 제작되었다.

▲'애쉬론즈 콜' 시리즈를 개발한 터바인 스튜디오는 이후 '던전 앤 드래곤즈 온라인', '반지의 제왕' 온라인을 개발하게 된다.

 

다음 편

해외 MMORPG의 계보와 변천사 2부: 조화, 그리고 혁신의 단계로

MMORPG의 시장 규모를 본격적으로 늘렸던 3세대의 등장과 그 뒤를 잇는 4세대 게임의 출현, 외국 게임 안의 한국 유저들, 해외 MMORPG에 냉담했던 국내 시장의 이야기. (위 제목을 클릭하시면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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