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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에 의한 게임의 다양한 변화 : M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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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게임의 플레이 시간은 대략 30 ~ 60 시간 정도다. 게임의 장르나 게임을 하는 게이머에 따라서 게임을 클리어 하는 시간은 천차만별이지만 대체적으로 대개 한 달 이내에 클리어한다. 대부분의 게이머는 게임은 클리어 하면 특별한 경우가 없는 한 더 이상 플레이하지 않는다. 즉, 대부분의 게임의 수명은 게이머가 클리어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게임의 수명은 한 달 혹은 두 달에 걸려서 게임을 클리어하는 라이트 게이머와는 달리 게임 시장의 주축을 이루는 코어 게이머에게는 불만스러운 점이다. 물론 게이머가 게임을 계속 즐길 수는 있지만 그 느낌은 처음 플레이할 때와는 확연히 다르며 이는 게임에 대한 열기가 식었음을 의미한다. 게이머가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는 것은 게임제작사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다.

요즘에는 발전한 인터넷 환경을 이용한 멀티 플레이를 지원해서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도 한다. 게임회사는 일정한 패턴으로 움직이는 cpu가 아닌 사람과 직접 상대하게 하여 자칫 단순한 패턴이 되어 버릴 수 있는 게임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게임 자체의 수명을 늘리는 것이다. 한국에서 10년 이상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크래프트’가 그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 정말 오래됐다

그러나 이러한 온라인 지원 또한 게임의 수명을 늘려 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람들과 함께 플레이 하는 것도 어느 정도 패턴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게임이 패턴화되면 금방 진부해지고 식상해진다. 이러한 문제점을 막기 위해서는 게임에 다양성을 부여할 요소들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유저의 힘을 빌려라

게임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유저가 식상함을 느끼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새로운 요소들을 도입해야 한다. 특히 유저가 오랫동안 플레이하면 할 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온라인 게임 제작사에게는 ‘어떻게 하면 유저들이 자신들의 게임에 식상함을 느끼지 않고 지속적으로 플레이 하게 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과제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 회사는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서 아이템 추가 등 새로운 요소를 끊임없이 도입한다.

반면 패키지 게임 제작사들은 상대적으로 온라인 게임과 같은 방법을 도입하기 어렵다(요즘은 콘솔게임을 중심으로 DLC(DOWNLOAD CONTENTS)를 이용한 수익 모델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 DLC의 제왕 아이돌 마스터, 해도 너무한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요소를 제작사 차원에서 도입해 주는 것은 부담이 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입된 것이 ‘유즈맵’이다. ‘유즈맵’은 제작사가 만들어야 할 새로운 요소들을 유저들이 제작하도록 만든 ‘틀’이다. ‘유즈맵’을 제작하는 것은 유저들의 창작욕을 충족시켜 주고 식상함을 방지하기 때문에 제작사와 유저 모두에게 이익이다.

‘블리자드’ 사의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3’가 긴 수명을 가지게 된 것은 게임 자체의 완성도가 높았던 점도 있지만 강력한 ‘유즈맵’ 기능의 역할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워크래프트3’는 걍력한 맵 에디터 기능을 이용한 수준 높은 다양한 유즈맵들이 등장해 유저들을 즐겁게 해 주고 있다. 특히, ‘유즈맵’ 중 하나인 ‘카오스’는 국내에서 게임리그까지 열리고 그것을 모티브로 한 온라인 게임까지 등장해서 본 게임에 필적할 정도의 인기를 끌고 있다(카오스 자체가 ‘DOTA’라는 다른 유즈맵의 아류이고, ‘카오스’의 모티브 자체는 독창적이라고는 할 수 없긴 하다).

▲ 워크래프트는 몰라도 카오스는 안다

MOD의 태동

‘유즈맵’이 다양성을 부여해 주기는 하지만 역시 부족한 부분이 있다. 일단 스케일의 문제를 들 수 있다. 맵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FPS나 RTS 게임의 ‘유즈맵’은 ‘제작사가 지원하는 툴에 의해서만 제작할 수 있다’는 제약사항이 존재한다. 그리고 온라인 대전이 불가능하거나 힘든 RPG는 그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MOD’다. ‘MOD’란 ‘Modification’의 약어로 ‘유저가 게임의 내용을 수정 하거나 추가한 결과물’을 말한다. 정의상으로 보면 ‘유즈맵’도 분명 ‘MOD’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MOD’라고 이야기할 때는 단순히 맵 정도를 새로 제작하는 수준이 아닌 게임 플레이 자체를 완전히 바꾼 경우를 말한다. 높은 완성도를 가진 ‘MOD’는 원작과 비교해서 아예 다른 게임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 스머프와 함께...

‘MOD’의 시초는 일반적으로 ‘캐슬 울펜슈타인(Castle Wolfenstein)’ 을 변형하여 만든 ‘캐슬 스머펜슈타인(Castle Smurfenstein)’으로 보고 있다(물론 그 이전에도 이러한 것을 만든 게이머가 없을 것이라고는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MOD’의 역사는 더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게임은 원래 ‘울펜슈타인’의 고성에서 나치들을 상대하는 게임이지만 ‘MOD’에 의해 거대한 버섯성에서 스머프들을 상대하는 게임으로 변했다.

▲ 명작이다

이 게임이 나온 시기는 1980년대 초반이다. 위에서는 필자가 마치 ‘유즈맵’이 발전하여 ‘MOD’가 등장한 것처럼 말했지만 그렇지 않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대다수의 게이머들의 수준 문제도 있었고, 제작사들이 게임소스를 패쇄적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MOD’가 그다지 활성화 되지 못했다. ‘MOD’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부터다. ‘둠(Doom)’이나 ‘퀘이크(Quake)’같은 3D게임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부터 ‘MOD’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고, 몇몇 회사에서 ‘MOD’ 개발을 위한 게임엔진과 모드 툴을 개발 및 공개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여러가지 MOD들

가장 간단한 ‘MOD’는 게임 속에 스킨을 도입하는 것이다. 유명한 것으로 게임메카 유저들에게 친숙한(?) ‘일루젼’의 게임들을 들 수 있다. 이 회사의 작품은 게임 자체는 단순하지만 유저들이 만든 스킨은 발전을 거듭했고 순수하게(?) 새로운 복장을 만드는 것을 즐기는 게이머도 나타났다.

스킨 위주의 ‘MOD’는 새로운 게임성이나 스토리를 기대하기는 힘들며, 대부분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이나 캐릭터들을 다른 곳에서 재현한는데 의의를 두고 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MOD’에는 건담이나 미소녀 캐릭터 혹은 유명한 게임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 미소녀와

▲ 건담과

▲ 슈퍼히어로는 MOD의 단골 손님

사실 ‘MOD’가 제작되는 게임들은 대부분 자유도가 높은 게임들이고 스킨 위주의 ‘MOD’는 비교적 쉽게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편이다. 대신 ‘MOD’의 퀄리티는 천차만별이다.

▲ 정말 그럴듯하다

한편 ‘MOD’를 통해 유명게임이 재현되기도 한다. ‘스타크래프트’는 그 열풍에 힘입어 각종 RTS게임에서 스킨들을 적용해서 재창조되었는데, ‘C&C 제너럴’의 ‘MOD’중 하나인 ‘스타크래프트 MOD’는 한 때, ‘3D 스타크래프트 개발샷’으로 돌아다녀 웹 상에서 일대 소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 그럴 듯(?) 하다

비단 ‘스타크래프트’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게임들의 유명 미션이나, 영화나 역사상의 사건을 재현하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많은 ‘MOD’들이 특정 부분을 재현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사실 일반적인 게이머의 힘으로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기도 힘들고,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제작사들이 제작하는 것만큼의 퀄리티를 내기 힘들다. 따라서 원작이 있는 것들을 재현하는데 힘을 쏟는 것이다. 원작 재현은 새로운 캐릭터나 설정을 만들어 내지 않아도 되고, 좀 어설프더라도 특정 캐릭터의 특징만 살리면 무난한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이 두 가지 요소를 만족시킨다면 열에 아홉은 ‘MOD’를 만들기 보다는 게임회사를 하나 차릴 테니 독창적인 ‘MOD’가 나오기란 정말 힘들다.

▲ MOD 게임으로서는 최고의 영예를 얻은 카스

한편, 기존 작품의 후광 없이 크게 성공한 ‘MOD’로는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들 수 있다. 1인칭 FPS 게임인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하프라이프’의 ‘MOD’중 하나로 개발되었는데, 이것이 게이머들에게 큰 인기를 끌자 ‘하프라이프’의 개발사인 ‘밸브’에서 ‘MOD’의 판권을 사고 제작자들을 개발자로 영입하였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성공한 ‘MOD’의 한 예일 뿐만 아니라 아마추어가 제작한 ‘MOD’에 원 게임의 제작사가 지원을 해줬다는 것이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하프라이프’는 수많은 ‘MOD’가 존재하기 때문에 개중에는 막장으로 이름높은 ‘WTF’ 같은 ‘MOD’도 있지만 ‘카운터 스트라이크’같은 명작이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중심으로 ‘MOD’ 게임이 성공하면서 유저의 영향력이 커졌고, 유저의 역할에 크게 의지하는 게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얼마 전 ‘PS3’으로 발매된 ‘리틀 빅 플래닛’은 비록 ‘MOD’ 게임은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을 유저가 만들어 내는 컨텐츠에 의존하는 게임이다. 이런 게임에서 제작사가 제공하는 것은 ‘게임에 대한 이해’와 ‘유저가 자신의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도구’다(제작사가 아무 것도 제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 게임을 통해 유저들은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했는데, 일본의 한 락밴드그룹은 ‘리틀 빅 플래닛’을 이용해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 굉장히 혁신적인작품

동양 게임은 MOD가 없는 것일까?

지금까지 여러가지 ‘MOD’들을 대략적으로 살펴 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MOD’의 공통점을 보자면 대부분 ‘3D’로 개발된 ‘서양 게임’이 기초가 된 것을 알 수 있다. 왜 그럴까?

첫째, 엔진이나 모드 툴이 공개되어 있다면 3D가 ‘MOD’를 제작하기 쉽다. 3D는 기존의 캐릭터에 적당히 스킨을 붙이기만 해도 어느 정도 퀄리티는 나온다. 또한 최근에 나오는 게임들이 대부분 3D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물론 2D게임들이 안나오는 것도 아니고 ‘MOD’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뛰어난 그래픽을 요구하는 경향과 맞물려 3D 게임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기 때문에 3D 중심의 ‘MOD’가 성행하게 되었다.

▲ 크라이시스의 MOD 역시 그래픽이 대단하다

▲ MOD가 참 많은 조조전, 여포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둘째, 동양 게임은 서양 게임에 비해서 유저의 참여를 반기지 않는다. 아시아 주요 삼국의 상황을 살펴보자. 중국은 게임 산업이 아직 성장중이고 한국은 패키지 게임 시장이 거의 망해버려 온라인 게임 중심을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나마 패키지 시장이 살아 있는 곳은 일본인데, 일본은 ‘MOD’가 활성화되어 있는 PC게임 시장보다 콘솔시장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또한 일본 게임은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강해서 서양 게임에 비해 자유도가 많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게임에 ‘MOD’를 적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일본 RPG는 게임의 수명증가를 위해 숨겨진 이벤트나 코스츔 등의 요소를 도입하거나 난이도를 매우 높여서 다회차 플레이를 유도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즉, 유저 참여에 적극적이지 않은 게임제작사들의 태도가 동양 게임의 ‘MOD’ 발전을 막고 있는 것이다.

▲ 국산게임도 MOD가 있긴 있다

저작권 문제는 걱정하지 말자

한편 ‘MOD’는 기본적으로 제작사가 존재하는 기존 게임을 유저가 ‘임의로’ 고치는 것이기 때문에 저작권 문제를 걱정하는 게이머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초의 ‘MOD’로 불리는 ‘캐슬 스머펜슈타인’ 같이 오래된 게임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기 때문에 거의 문제가 안된다. 그리고 요즘 나오는 ‘MOD’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위법성은 없다고 한다. 또한, 제작사에서 ‘로컬라이징’을 금지하듯 ‘MOD’를 금지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적발하고 신고하는 과정에 드는 노력과 비용이 만만치 않고, 굳이 ‘MOD’를 단속해서 유저들에게 밉보일 이유가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MOD’에 대해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더군다나 ‘MOD’는 기본적으로 원본이 되는 게임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불법복제에 관한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이다) ‘MOD’가 인기를 끌게 되면 ‘MOD’의 원본이 된 게임 또한 잘 팔리게 된다. 여러모로 제작사에게 득이 되기 때문에 제작사는 ‘MOD’를 관대하게 지켜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하프라이프’의 제작사인 ‘밸브’는 자사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하프라이프’의 소프트웨어와 디펠로퍼킷까지 무료로 제공하면서 ‘MOD’를 장려하고 있다. 이러한 ‘밸브’의 ‘MOD 장려 정책’은 마침내 ‘카운터 스트라이크’라는 걸출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또한 ‘밸브’는 ‘게리모드’를 발매하여 유저들이 재밌는 ‘MOD’를 즐길 수 있게 하였다.

▲ 게리모드, 밸브 사는 좀 비범한 듯 하다.

▲ MOD 개발에 상금까지 걸린다

 

▲ 오블리비언, 오블리비언은 MOD의 천국이다

이외에도 ‘맥스페인’이나 RPG 명작인 ‘오블리비언’도 ‘MOD’ 지원에 적극적인 편이며 ‘언리얼’은 뛰어난 ‘MOD’에 대해 상금을 지급하는 ‘MOD 컨테스트’까지 열고 있다. 제작사들은 ‘MOD’는 근절하려고 해도 근절하기가 힘들고, ‘MOD’의 개발이 자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마치 일본에서 동인 시장이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절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묵인해 주는 대신 이를 이용해 일정한 이득을 취하는 것과 유사하다. 자신의 창작욕을 성취하려는 유저와 게임의 수명을 늘리려는 개발사가 서로 ‘Win - Win’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MOD’를 유효하게 이용한 예로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이 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의 서비스 초기에는 유저가 별로 없었으나 ‘좀비모드’를 도입하면서 유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MOD’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고 한다(MOD에 MOD를 적용한 셈이다).

이렇게 ‘MOD’는 해를 거듭할 수록 발전해 왔고, ‘MOD’는 점점 게임계에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앞으로 ‘MOD’가 어떻게 변해갈지 아니 유저들의 힘이 어디까지 닿을지 한번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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