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등급심의에 대한 문제는 어제 오늘 올라왔던 밥상 국거리는 아닙니다. 이슈가 되는 게임에 한에서 항상 논란이 되어왔고 지금도 마찬가지죠. 최근 스타크래프트2 ‘청소년이용불가’ 판정 사건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를 두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뜨거운 이슈를 받고 있으며 한동안 잠잠했던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심의기준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핵심은 ‘기준이 뭐냐’라는 것이고 논란의 골자는 고무줄 같은 등급분류 행태입니다. 한마디로 등급분류 기준이 왔다 갔다 한다는 것이죠.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지난 20일 언론매체 기자들을 상대로 등급분류심의 모의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심의등급 기준에 대해 기자들이 직접 체험해보고 평가해달라는 취지였습니다. 심사대상은 mmorpg A게임, 아케이드(오락실) 낚시 B게임, 온라인 낚시 C게임, 오픈마켓 D게임입니다. 모두 실제로 등급분류심사에 올라온 게임입니다. 정해진 기준을 토대로 일관적인 심의등급을 매겨 모두가 납득할만한 심의등급을 내릴 순 없는 것일까요? 뻔뻔하지만 매일 불만만 쏟아냈던 기자들이 한번 체험해봤습니다.
▲모의
등급분류 심의가 있었던 게임물등급위원외 2층 심의회의실
심의등급은 이렇게 진행된다
보편타당하게 알고 있었던 상식으로는 심의등급을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내린다는 것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좀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미묘하게 다릅니다. 심의는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하는 게 맞지만 진행방식은 현재 1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이 투표로 진행하게 됩니다. 투표는 최소 8명 이상이 참여해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외부적인 입김이 작용하기 힘든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수근 게임물등급위원장은 ‘투표가 서로 동률을 이루었을 때 캐스팅보트를 위원장이 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절대 그렇지 않고 ‘무조건 재투표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이슈가 된 ‘스타크래프트2’ 역시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는 게임물등급위원회 고위 간부가 사회적 분위기를 의식해 자의적으로 판단했다는 일부 음모론은 분명 지나친 해석이었겠죠. 일단 어떤 게임의 심의든 8명 이상의 심의의원이 있어야 진행됩니다.
투표 전, 업체와 이해관계가 있는 심사위원은 빠진다.
투표에 앞서 ‘등급분류회의 등급결정서’에 싸인을 해야 합니다. 결정서 맨 앞 줄엔 ‘공정하고 투명한 등급분류를 위하여 등급분류 예정 게임물에 대한 제척 및 회피 여부를 확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나와 있죠. 심사위원 중 혹시 현재 심의를 진행한 게임에 대해 업체와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경우 심의를 회피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 부분은 철저히 심사위원의 양심에 맡길 수 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심사위원을 뽑는 기준에 대해서는 설명 듣지 못했지만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게임위가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감독해야겠죠.
▲이
부분은 심사위원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을 분석하는 전문위원의 능력은 돋보였다
개발사에서 제공한 게임소개 자료를 바탕으로 전문위원의 게임 브리핑을 먼저 듣게 되었습니다. 컴퓨터를 통해 자료를 다운받아 확인할 수 있지만 제한된 시간에 일일이 읽기에는 양이 너무 많았고 요점을 파악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전문위원의 요약설명이 필요했던 것이죠. 게임 브리핑에 대한 설명은 아주 좋았습니다. 날카로운 게임 분석은 물론, 밥 먹고 게임만 했던 기자들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전문성이 묻어난 설명과 함께 객관적인 분석이 포함돼 게임을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날 모의 심사를 진행했던 게임은 총 4개 입니다. 어떤 식으로 투표가 진행되었는지 알려드리기 위해 하나씩 설명 드리겠습니다.
▲이런식으로
게임브리핑이 이루어집니다
1) MMORPG A게임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을 받고 현재 서비스 중인 MMORPG A게임은 최근 미니게임 형태로 `포커`를 업데이트 하고 게임위에 내용신고 수정을 하다가 등급거부 판정을 받았습니다. 전문위원이 말하는 포커시스템은 우선 스톤이라는 제 3의 화폐를 사용해 포커를 즐길 수 있고 게임의 결과에 대한 보상으로 아이템이 제공되는 형태의 시스템입니다. 포커라는 것이 다분히 사행성을 담보로 하는 게임이긴 하지만 게임머니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제 3의 화폐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최소한 사행성을 부추기는 시스템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브리핑이 끝나자 곧바로 15명의 기자들이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브리핑이
끝나면 곧바로 질문할 수 시간으로 이어집니다
투표는 게임위가 제공한 심의전용 웹페이지를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투표가 끝나면 게임물등급위원장의 컴퓨터에서 결과값이 정리되고 심의등급이 결정되는 방식입니다. 투표란을 보니 간단히 의견을 쓰는 공간과 함께 심의등급을 결정하는 버튼이 있더군요. 서툰 솜씨로 평가를 마치고 빨리 투표를 완료했습니다. 잠시 후 이수근 위원장이 투표결과를 발표하고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을 내렸습니다. 물론, 이번 심의는 가상으로 이루어진 테스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의견쓰는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2) 아케이드(오락실) B모 게임
B모 게임은 오락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체험형 낚시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시작 후 버튼 또는 미니 낚싯대를 작동시키면 바늘이 바닷속(모니터)에 넣어지며 물고기가 물렸을 때 버튼 또는 미니낚싯대를 작동하면 물고기가 잡히는 단순한 게임입니다. 전문위원의 설명에 따르면 80초 동안 잡은 물고기의 무게 합이 100kg가 넘으면 경품이 배출된다고 합니다. 제공되는 경품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16조의 2에 의거 5,000원 이하의 경품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당연히 이를 어기면 처벌받게 되죠.
단순히 게임설명만 듣고 보면 전체이용가를 줘도 특별히 문제가 없을 것 같은 게임인데 전문위원의 게임물 검토의견을 보면 총 4가지의 문제점이 걸려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낚시로 잡을 수 있는 물고기의 종류는 사용자의 노력과 관계 없이 랜덤으로 결정된다는 것. 두 번째는 사용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값은 프로그램에 의해 랜덤으로 결정된다는 것. 세 번째는 게임위에 제출한 게임설명서에 기술되지 않은 별도의 설정이 존재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payout보너스 order등 별도의 당첨 시스템이 있다는 것. 결과적으로 봤을 때 업자가 임의로 확률을 조작해 사용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투표결과는 `등급거부`로 결정됐습니다.
▲게임분석은
물론 시스템적인 오류도 찾아낸다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3) 온라인 낚시 C모게임
C모게임은 주위에서 흔히 볼수 있는 온라인 낚시 게임입니다.
▲외형적으로
봤을땐 특별히 문제될게 없어 보입니다
헌데 기존 심의 내역을 보면 08년, 09년, 그리고 최근까지 무려 3차례나 등급거부 판정을 받았습니다. 매년 꼬박 꼬박을 심의를 넣고 있었더군요. 검토사항을 살펴보니 그럴만해 보였습니다. 일단 개발사에서 제출한 게임설명서와 게임내용이 상이했습니다. 또한, 게임 내 여러 가지가 버그가 산재해 있었습니다. 물론 버그가 많다는 것이 등급거부 사유는 되지 않지만, 전체적인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것은 충분히 문제를 삼을 수 있는 내용입니다. 결정적으로 플레이어의 실력으로 결과값이 반영되지 않고 편법으로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으며 온라인게임임에도 불구하고 200명 이상이 접속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전문위원의 말을 빌리자면 이 같은 게임은 충분히 성인PC방 등에서 사행성 게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투표결과 등급거부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런식으로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4) 오픈마켓 D모게임
마지막으로 심의등급을 매긴 게임은 오픈마켓 게임 중 하나인 D모 게임이었습니다. 게임방식은 터치조작으로 상대방의 따귀를 때리는 아주 단순한 방식의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과거 ‘따귀 때리기’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올라와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플래시 게임이죠.
일단 게임방식은 앞서 말한 설명을 약간 보충해서 여자 두 명이 서로 마주보고 서서 타이밍에 맞춰 스크린을 터치해 따귀를 치는 게임입니다. 플래시 게임으로 했을 때는 맞는 대미지가 누적될수록 멍이 들거나 코피를 흘리는 등 다소 폭력적인 장면이 있었지만 오픈마켓 게임으로 들어오면서 모두 삭제되고 따귀를 때리는 것만 남았습니다. 저는 일단 소재 자체는 다분히 선정적이지만 폭력적이거나, 중독성이 심하거나, 욕을 내뱉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이용가로 투표했습니다.
▲폭력적이다고
볼 수 있긴하지만...
헌데 결과는 매우 의외였습니다. 집계결과 전체이용가 5명, 12세이용가 4명, 15세이용가 5명, 등급거부 1명이 나온 것이죠. 과반수가 넘는 등급이 없어 결국 재투표로 넘어갔지만 다음 결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애초에 가장 쉽게 결론이 나올 거라 예상했고 아무리 봐도 15세이용가 이상의 등급이 나올 것 같지 않았던 게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후문이지만 가정에 아이가 있었던 기자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맹목적으로 따귀를 때리는 게임에 대해 경계를 했던 눈치였습니다. 이처럼 심의등급 투표는 심사위원의 주관적인 의견이 상당히 많이 반영이 되었습니다.
전문성, 효율성 모두 갖췄지만 일관적인
심의기준이 아쉬워...
작년 기준으로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하루 평균 심의를 내리는 게임은 약 39건 정도였다고 합니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수치입니다. 직접 등급분류를 내려본 소감을 말씀 드리면 간추린 정보를 토대로 짧은 시간에 투표를 해야 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지만 전문위원이 작성하고 설명하는 정보는 매우 자세하면서 객관적이었습니다. 처음 해 본 투표였지만 특별히 어렵지 않았다는 것이 이를 반증합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이 하는 평가는 게임위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하기보다는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다수결로 한다는 것이 조금 걸리긴 했습니다. 이는 심사위원도 인간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이슈에 따라 심경변화가 등급분류에 영향을 준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이 정확한 예가 될 수 있겠죠. 심의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테스트 버전과 정식출시 버전에 특별한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테스트 버전은 15세, 출시버전은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을 받았다는 것은 심의기준의 일관성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는 것이죠.
게임위도 이 같은 사실을 일부 인정했습니다. 지난 14일 게임위는 ‘스타크래프트2’ 청소년이용불가 등급결정에 따른 입장을 발표하면서 "최근 청소년의 게임과몰입 문제 등 게임이용에 대한 사회적인 정서를 고려하여 등급기준의 적용이 보다 강화된 측면도 있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자체 심의 가이드라인보다 사회적 이슈가 심의기준에 영향을 끼쳤다는 말이 됩니다. 가정법으로 풀이하면 만약 최근 문제가 되었던 과몰입 이슈가 없었다면 ‘스타크래프트2’ 등급은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이 나오지 않았을 수 있다는 말이 될 수 있겠죠. 물론 어디까지나 가정법입니다.
국내 게임물등급위원회의 게임물 심의등급 방식은 언제나 논란거리이기는 하지만 사실 해외에서는 이런 방식을 벤치마킹하려고 연수를 오거나 한국의 심의방식을 듣기 위해 강연을 해달라고 초대장을 보내기도 합니다. 이는 전세계 그 어떤 심의등급 분류 방식과 비교해도 단연 빠르고 효율적이며 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공정성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의 사례처럼 일관적이지 않은 심의기준은 제2, 제3의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입니다. 게이머들은 사회적 여론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심의기준보다 조금 아쉬울지언정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일관적인 기준을 바라고 또 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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