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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원인, 게임 중독으로 몰아간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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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 중인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 (사진출처: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생중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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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은 무고한 피해자가 무자비하게 희생되었다는 내용이 보도되며 여론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에서도 그 심각성을 고려해 피의자 김성수의 실명을 공개하고, 범행을 저지른 원인을 집중적으로 수사 중이다. 이러한 와중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게임 중독’과 묶어서 언급하며 마치 사건 원인이 게임 중독인 것처럼 몰아가는 발언이 국정감사를 통해 나왔다.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은 10월 30일에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게임 중독’에 대한 질의를 이어갔다. 문제는 아직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언급한 후 게임 중독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며 두 이슈를 묶으려는 의도를 보인 것이다.

윤종필 의원은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가 게임에 몰입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고 경찰이 게임 중독 성향 및 태도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라고 입을 열었다. 강서경찰서가 김성수 게임 중독 여부와 평상시 즐기던 게임 등에 대해 조사 중이지만 그 결과도 나오지 않았고,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을 ‘게임 중독’ 하나로 압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후 윤종필 의원이 이어간 질의는 앞서 이야기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는 내용이다. 초등학생 91.1%, 중학생 82.5%, 고등학생 64.2%가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이 중 과몰입군이 2.5%라는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청소년들이 게임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음을 어필했다.

여기에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발표한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통계를 근거로 청소년 20만 명이 게임에 빠져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 과의존’ 통계 결과 역시 ‘게임’만 떼서 본 것이 아니다.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1인 미디어 영상 시청이나 채팅 등이 모두 포함된 결과다. 실제로 여가부 발표에 따르면 게임과 함께 영상 시청이 늘며 여학생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 비중이 증가했다는 설명이 있다.


▲ 윤종필 의원이 제출한 여성가족부 인터넷 또는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통계, 그러나 여기에는 게임 외에도 영상 시청 등 다양한 활동이 포함되어 있다 (사진출처: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생중계 갈무리)

여기에 윤 의원은 2000년대 후반부터 줄곧 사용되고 있는 ‘게임 중독자’와 ‘마약 중독자’ 뇌를 비교하는 사진을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자료는 마약, 게임뿐 아니라 좋아하는 것에 몰두한 사람의 뇌는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 게임 중독자와 마약 중독자 뇌가 동일한 반응을 보인다는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 (사진출처: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생중계 갈무리)

게임에 과하게 몰입하는 것이 정말 게임이 원인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앙대학교 한덕현 교수는 올해 3월에 열린 ‘게임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 현장에서 “개인 취약성이나 가족 간 문제 등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게임’만을 중심으로 진단 기준이 만들어진다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치료에도 도움이 안 된다. 진단 기준을 만든다면 제대로 된 타겟팅을 바탕으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윤종필 의원은 지난 11일에 진행된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WHO의 ‘게임 장애’ 질병 분류에 맞춰 한국에서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간 바 있다. 같은 주장을 여가부 장관을 상대로도 이어간 것이다. 윤 의원은 “WHO가 ‘게임 중독’을 등재해도 국내에는 2025년 이후 시행된다고 한다. 2025년이면 시간이 충분하다. 미래 주역인 청소년이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자라도록 상담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준비를 하길 바란다. 여가부는 게임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최소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여성가족부의 적극 대응을 함께 요구했다. 윤종필 의원은 “여가부, 교육부, 문체부 등 관련 부처가 게임 중독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각 부서에 ‘게임 중독’ 관련 사업 자료를 요청하니 인터넷 스마트폰 과의존 현상에 대한 포괄적인 사업이 제출됐다”라며 “이 중 가장 위험한 것이 게임 중독이다. 청소년 보호 업무를 주관하는 여가부가 게임 중독을 전문으로 하는 인력을 확보해 집중적인 상담과 치료를 병행하는 별도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가부 진선미 장관은 “너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여성가족부에 중요한 지적을 해주셨고, 이 부분(인력 및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겠다”라고 답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으로 시작된 윤종필 의원의 질의는 결국 여가부가 게임 중독에 대한 예산과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결론으로 끝이 났다. 직접적인 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자료와 거기에 자극적인 이슈를 붙여 ‘게임 중독’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어필한 것이 결국 여가부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귀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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