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인줄 알면서도 믿고 싶다, 2019 게임업계 만우절 장난들

게임업계에서 만우절은 일 년에 단 하루 찾아오는 축제의 날이다. 게임사들은 터무니없는 신작을 발표하기도 하고, 꿈의 신기술을 발표하기도 한다. 게이머들도 이 날 만큼은 어떤 허무맹랑한 소리라도 유쾌하게 받아들인다. 가끔은 이런 만우절 농담이 진짜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농담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둘도 없는 홍보의 기회고, 듣는 사람에게도 재미있는 이슈가 생기는 셈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만우절, 게임업계엔 어떤 기상천외한 농담들이 있었을까?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25주년을 맞아 플레이스테이션 아시아 유튜브 채널을 통해 ‘PS1’부터 ‘PS4’까지 실사크기 열쇠고리를 발표했다. 이 열쇠고리는 PS 시리즈 하드웨어의 크기, 모양, 소재, 심지어 무게까지 본래 기기를 그대로 살렸다. 영상 속 사람들은 실사크기 PS를 핸드폰에 달고 힘겹게 사진을 찍거나, 열쇠에 달아서 열쇠구멍을 찾다가 팔에 힘이 빠지기도 한다. 25주년 기념으로 미니 열쇠고리가 나온다면 멋있겠지만, 실제 제품 크기 열쇠고리를 들고 다니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닌텐도의 대표 귀염둥이 커비가 네모로 변했다. ‘별의 커비’ 시리즈는 공식 사이트 내 모든 커비를 네모로 만들어버렸다. 현재 ‘별의 커비 스타 얼라이즈’와 ‘털실 커비 이야기 플러스’ 공식 사이트 이미지에서 네모 커비를 만날 수 있다. 동글동글한 귀여움이 매력인 커비지만 만우절 기념으로 정육면체로 변한 커비도 나름 귀엽다. 특히 사이트 하단에 커비 관련 상품 중에 사각형 모양 케이스, 외장 배터리, 책받침, 거울만 모아놓은 것도 재미있다. 네모 커비를 보고 놀란 게이머들을 배려했는지, “동그란 분홍 커비는 절대 변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라는 메시지도 덧붙였다.

아이렘이 만든 횡스크롤 슈팅 게임 ‘R 타입’은 뛰어난 게임성으로 고전 명작 반열에 올랐다. 1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인기를 끌었지만, ‘R 타입 파이널’이라는 최종작을 내놓으며 시리즈는 종료됐다. 후에 ‘R 타입 택틱스’ 시리즈가 출시되긴 했지만, 슈팅 게임이 아닌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 그런데 만우절에 맞춰 슈팅게임 ‘R 타입’ 후속작 ‘R 타입 파이널 2’ 티저 영상이 공개됐다. 생각보다 퀄리티 높은 영상과 SNS 계정, 공식 홈페이지까지 공개된 상황이다. 홈페이지에는 스크린샷, 게임 시스템 설명, 기체 소개까지 나와있다. 이 영상은 ‘R 타입’ 후속작을 원하는 팬들 사이에서 이미 화제가 되고 있다. 만우절 장난일지, 오랜만에 돌아오는 ‘R 타입’ 후속작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세가는 ‘용과 같이’ 신작을 개발하고 있는 영상을 공개했다. 그런데 우리가 알던 ‘용과 같이’가 아니다. 개발 중인 게임은 ‘용과 같이’를 턴제 RPG로 만든 게임이다. 배틀 시스템은 영락없는 턴제 RPG지만, 구사하는 기술이나 전투는 영락없는 '용과 같이' 시리즈 전통의 야쿠자 싸움이다. 영상 말미에는 4월 1일이라는 달력을 크게 클로즈업하며 만우절 장난을 암시하며 마무리했다. 턴제 RPG 방식의 새로운 시스템이 '용과 같이' 신작 전투의 새로운 시스템이 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팬들은 미니게임 방식으로라도 나오기를 바란다는 반응이다.

지포스는 ‘RTX R.O.N’이라는 게임 보조 인공지능 스피커를 발표했다. 지포스가 세계 최초 홀로그래픽 게임 도우미라고 소개한 이 제품은 게임 플레이를 실질적으로 도와주는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AR을 이용한 게임 플레이 코치 기능, 음성 채팅으로 욕을 했을 때 자동으로 욕을 순화해주는 기능, 게임 커뮤니티에서 아는 척하며 논란을 일으키는 글에 자동으로 팩트를 검색해서 대신 싸워주는 어그로 파괴 기능, 각종 어플을 이용해 컴퓨터를 함께 쓰는 사람들의 게임 플레이를 방해해서 게임 시간을 벌어주는 게임시간 벌기 기능이 있다. 너무 허무맹랑해서 빵 터지면서도 탐나는 실질적 기능이 많다. 지포스가 만든 진짜 같은 영상을 보다 보면 거짓임을 알면서도 ‘사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특히 지포스는 2017년 만우절 영상으로 소개했던, 게임을 대신 플레이해주는 USB ‘지포스 GTX G 어시스트’를 발표 1년 후인 E3 2018에 실제로 출시 한 바가 있다. 물론 기능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겉모습만 똑같은 보통 USB였지만, 만우절 영상을 기억하는 게이머들에게는 소장 가치가 있었다. 이처럼 이번 인공지능 스피커도 언젠가는 출시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

최근 ‘바이오하자드 RE: 2’를 발매한 캡콤은 추가 좀비 채용에 대한 공지를 올렸다. 캡콤은 1월 25일부터 시작된 라쿤 시티 내 좀비 개체 감소가 7억 명에 이른다며, 감소 원인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낯선 이에 의한 폭력이라고 말했다. 이런 위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나이, 성별, 학벌 따지지 않고 좀비를 채용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급여는 실적에 따라 지급하고 입은 총상에 따라 추가 수당이 주어진다. 또한 근무 시간에 먹을 수 있는 녹색 약초가 지급되고, 근무 위치는 직종에 따라 라쿤시티 내 장소에서 배정된다. 캡콤의 이번 채용 공고가 자신의 적성과 맞는다고 생각하는 좀비가 있다면 자신 있게 지원해보자.

플래티넘 게임이 새로운 IP를 발표했다. 마치 아이언맨 슈트를 연상시키는 고퀄리티 로봇 안에 타고 있는 조종사는 바로 회사 대표 사토 켄이치다. 사토 켄이치는 2017년 4월 ‘니어: 오토마타’에서도 투기장 보스로 출연한 바 있다. 또한 작년 만우절에는 사토 켄이치 피규어를 3달러에 발매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었다. 이쯤 되면 만우절 시즌마다 찾아오는 사토 켄이치 대표 얼굴이 익숙해질 지경이다.

펄어비스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MMORPG ‘검은사막’ 공식 SNS에서 ‘검은사막’ 보드게임이 공개됐다. ‘검은사막’ 일러스트가 담긴 보드게임 상자와 보드판, 카드, 주사위로 구성 되며, 특히 카드 이미지에서는 캐릭터의 직업 설명 및 카드 별 능력치가 포함되어 있다. 정말로 ‘검은사막’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카드게임이 출시되는 것인지, 단순한 만우절 장난인지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