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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웨어·블리자드·베데스다 ‘명가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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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축구 팀 AC 밀란은 세브첸코, 카카, 말디니, 피를로 등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거쳐 갔고, UEFA 챔피언스 리그 최다 우승팀이자, 유럽에서 두 번째로 많은 우승을 차지한 축구의 명가(名家)였다. 2002년을 시작으로 최고 전성기를 보내며 팬과 실력 모두 갖춘 정상급 축구팀이었지만, 2010-2011 우승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침체기를 겪으며 리그 우승은 물론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도 실패하고 있다. 현재 AC 밀란을 보고 있자면 그야말로 ‘명가의 몰락’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게임계에도 이러한 사례가 관측되고 있다. 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완성도 높은 게임을 연달아 출시하며 대박을 터뜨린 게임사들이 있었다. 바로 RPG 명가 바이오웨어, PC게임 명가 블리자드, 오픈월드 명가 베데스다다. 한때 팬들은 이들의 이름값을 믿고 설레는 마음으로 신작을 기다렸다. 하지만 최근 이 명가들이 최근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바이오웨어] RPG 명가의 몰락, 회복하기 힘든 ‘앤썸’의 상처

RPG 명가 바이오웨어 (사진출처: 바이오웨어 공식 사이트)
▲ RPG 명가 바이오웨어 (사진출처: 바이오웨어 공식 사이트)

1995년, 캐나다에서 설립된 바이오웨어는 ‘발더스 게이트’, ‘네버윈터 나이츠’, ‘스타워즈 구 공화국의 기사단’, ‘매스 이펙트’, ‘드래곤 에이지’ 등 수많은 RPG 명작을 선보이며 ‘RPG 명가’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특히 ‘발더스 게이트’는 현대 RPG 표준을 재정립했다고 평가받았고, 최근까지도 ‘발더스 게이트’에 영감을 받은 게임이 만들어질 정도로 그 영향력이 지대하다. 실제로 옵시디언과 CD프로젝트레드도 바이오웨어 RPG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알려졌다.

그런 RPG 명가 바이오웨어가 최근 기울고 있다. 시작은 2017년 출시된 ‘매스 이펙트: 안드로메다’였다. ‘매스 이펙트’ 시리즈가 쌓아온 게임성에 대한 믿음과 완성도에 어울리지 않고, 오히려 퇴보한 작품이 나온 것이다. 공감할 수 없는 스토리와 허술한 게임성, 버그와 어색한 모델링 애니메이션까지 혹평을 받았다. 그 결과 ‘매스 이펙트: 안드로메다’는 결국 메타크리틱 평점 72점, 유저평점 4.9점을 기록하며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때부터 팬들은 바이오웨어의 이상 징후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에 바이오웨어는 명예 회복을 위해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 카드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IP를 활용한 ‘앤썸’이었다. ‘매스 이펙트: 안드로메다’를 통해 큰 손해를 본 바이오웨어 입장에서도 ‘앤썸’은 꼭 성공해야 할 게임이었다.

하지만 올해 2월 출시된 ‘앤썸’의 결과는 처참했다. ‘앤썸’은 기대에 부응하기는 커녕, 바이오웨어 최악의 게임 타이틀을 갈아치우는 불명예를 안겨주었다. ‘앤썸’은 출시 초기 콘텐츠 부족과 게임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하고 잦은 버그 때문에 혹평을 받았다. 바이오웨어는 출시 후 꾸준히 ‘앤썸’의 버그를 고쳐나갔지만, 이미 대중은 등을 돌린 후였다.

'앤썸'이 준 상처는 쉽게 회복하지 못할 것 같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사이트)
▲ '앤썸'이 준 상처는 쉽게 회복하지 못할 것 같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사이트)

여기에 게임 외적인 악재도 터졌다. 바이오웨어 회사 내부에 산재해 있는 많은 문제가 ‘앤썸’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이유가 되었다는 인터뷰와 폭로 기사가 쏟아진 것이다. 해외 게임 전문지 코타쿠가 지난 2일 게재한 기사에 의하면 ‘앤썸’ 개발 당시 바이오웨어에는 일명 ‘크런치’라고 불리는 과도한 업무 부담이 있었고, 이에 많은 직원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또한 ‘앤썸’과 어울리지 않는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으로 무리하게 개발을 진행했다는 것과 사내 정치 싸움도 도마에 올랐다.

이에 바이오웨어는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인정하지만, 이를 해결하고 있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바이오웨어 문제에 대한 관련 기사와 폭로가 계속되며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연이은 기대작의 실패에 회사 내부 문제가 겹치며 바이오웨어는 사상 최악의 침체기를 겪고 있다.

[블리자드] 잘나가던 PC게임 명가, 이어지는 실망작에 실추하는 이미지

PC게임 명가 블리자드 (사진출처: 블리자드 공식 사이트)
▲ PC게임 명가 블리자드 (사진출처: 블리자드 공식 사이트)

1991년 설립된 블리자드는 ‘디아블로’,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등 굵직한 시리즈를 다수 내놓은 PC게임 명가다. ‘디아블로’는 핵 앤 슬래시 RPG 장르의 대표주자로 자리했다.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완성형 MMORPG라는 평가를 받았다. ‘스타크래프트’는 국내를 넘어 전세계 e스포츠 문화의 기반을 다져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PC게임 시장을 선도해 오며 두터운 팬층을 유지해 온 블리자드도 최근 불안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그 시작은 2010년도부터다. ‘스타크래프트 2’와 ‘디아블로 3’ 등 기대를 한 몸에 받던 후속작들이 생각만큼 저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대중들은 언제나 최고의 작품을 보여줬던 블리자드의 이런 행보에 조금씩 실망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블리자드 모든 IP를 총동원해서 2015년에 출시한 AOS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 부진을 거듭하자 블리자드 개발력이 예전에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2016년에 신규 IP ‘오버워치’로 체면치레를 했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기 IP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불만은 여전했다.

이렇게 팬들의 불만이 조금씩 쌓여가던 때, 블리자드는 2018년 블리즈컨을 앞두고 “올해 보여줄 것이 있을 것이다”라며 팬들의 기대를 한껏 올려놓았다. 오랜 시간 만족할 만한 신작이 없음에 아쉬워하던 팬들은 이번에야말로 정식 후속작 ‘디아블로 4’를 통해 블리자드가 다시 상승세에 오를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블리자드가 블리즈컨을 통해 발표한 것은 중국 넷이즈와 협업해 만든 모바일게임 ‘디아블로 이모탈’이었다. 팬들은 크게 실망했다. 이미 ‘디아블로 3’ 패치가 오랫동안 끊긴 상황이었고, 지금이야 말로 ‘디아블로’ 후속작이 나올 타이밍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블리자드를 맹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동안 쌓여왔던 실망감이 ‘디아블로 이모탈’을 통해 한 번에 터진 것이다.

'디아블로 이모탈'이 팬들이게 준 실망감은 컸다 (사진제공: 블리자드)
▲ '디아블로 이모탈'이 팬들이게 준 실망감은 컸다 (사진제공: 블리자드)

여기에 27년 동안 블리자드를 이끌어 온 마이크 모하임이 물러나며 한번 팬들은 한번 더 충격을 받았다. 마이크 모하임은 블리자드 창립 멤버이며, 20년 넘게 블리자드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단순한 경영자를 넘어 팬들에게는 상징적인 인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징적인 인물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소식은 팬과 업계에 부정적인 신호로 인식되었다. 

최근 블리자드는 본사 뿐 아니라, 해외 지사까지 아우르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행하기도 했다. 과연 블리자드가 다시 PC 게임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오를 수 있을지, 올해 '블리즈컨'이 주목된다.

[베데스다] 오픈월드 명가에 떨어진 핵폭탄 ‘폴아웃 76’

오픈월드 명가 베데스다 (사진출처: 베데스다 공식 사이트)
▲ 오픈월드 명가 베데스다 (사진출처: 베데스다 공식 사이트)

베데스다는 ‘엘더스크롤’, ‘폴아웃’ 등 자유도 높고, 방대한 세계관을 자랑하는 여러 게임들을 만들며 명가의 자리에 올랐다. 특히 ‘엘더스크롤: 스카이림’은 플레이어의 자유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세계 3,000만 장 이상 판매고를 올린 바 있다.

핵폭발로 폐허가 된 세계를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폴아웃’의 판권을 구입해서 만든 ‘폴아웃 3’도 기존에 베데스다가 자랑하던 높은 자유도와 황량한 방사능 오염을 잘 구현한 뛰어난 분위기, 매력적인 NPC들과 흥미로운 스토리를 ‘폴아웃’ 시리즈로 잘 옮겨오며 호평을 받았다. ‘폴아웃’ 시리즈는 2015년 출시한 ‘폴아웃 4’까지 이어지며 흥행을 했다.

특히 ‘엘더스크롤 스카이림’은 원하면 그야말로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자유도를 보여주며 큰 인기를 끌었다. 퀘스트를 깨는 순서도 유저 마음이었고, 중요하지 않은 퀘스트를 생략해도 아무 상관 없었다. 그야말로 판타지 세계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게임이었다. 유저 모드도 많이 만들어졌다. 버그를 고치는 간단한 모드부터, 그래픽 개선, 종족 추가, 심지어 확장팩 급 콘텐츠 추가 모드가 지금까지도 활발히 만들어지고 있다. 베데스다는 게임을 통해 유저들에게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바탕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엘더스크롤’과 ‘폴아웃’으로 수많은 마니아를 양성했던 베데스다는 ‘폴아웃 76’이라는 핵폭탄을 터뜨리고 만다. ‘폴아웃 76’은 ‘폴아웃 4’ 기반 온라인게임이었다. 하지만 게임 속에서 인간형 NPC는 전혀 만나볼 수 없었고, 스토리도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맵은 ‘폴아웃 4’의 4배나 됐지만, 즐길만한 콘텐츠는 눈을 씻고 찾아도 없었다. 그야말로 텅 빈 세계였다. 거기에 온갖 버그투성이인 게임은 완성됐는지조차도 의심스러울 정도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폴아웃 76'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사진제공:
▲ '폴아웃 76'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사진제공: 에이치투인터렉티브)

또한 ‘폴아웃 76’은 아토믹 샵이라는 소액결제 시스템을 내놓았는데, 콘텐츠의 품질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게임 자체 완성도는 떨어지는데, 추가 결제 유도만 하는 이러한 행태는 팬들의 분노를 샀다. 게다가 최근에는 PvP 승패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수리키트를 아토믹 샵에서 파는 업데이트를 예고하며, 'Pay-to-Win' 이냐는 팬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폴아웃 76’을 통해 보여준 최근 베데스다의 행보는 그동안 베데스다 게임을 사랑한 팬들의 기대를 무너뜨렸고, 수익만을 쫓는 미완성 게임을 내놓는 회사라는 꼬리표를 달게 만들었다. 베데스다는 현재 ‘엘더스크롤 6’, ‘스타필드’등 신작을 개발 중이다. 이런 신작들이 베데스다가 과거의 명성을 찾는 계기로 작용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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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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