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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자 6배 증가, 보는 재미 뒤늦게 터진 '카트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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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트라이더'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넥슨)

원조 국민게임 ‘카트라이더’가 광폭의 질주를 보여주고 있다. 게임과 e스포츠 양쪽에 모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우선 게임의 경우 올해 2월 일간 접속자 수가 작년 여름보다 6배 증가했다. 이어서 지난 23일에 열린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 1 결승전은 누적 시청자 수 47만 명을 달성했다. 47만 명은 국산 e스포츠 종목 중 유일무이한 수치다.

‘카트라이더’는 올해 15년 차를 맞이한 올드비다. 새로운 게임을 띄우기보다 더 힘든 것이 역주행이다. 오래된 게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것이다. 매월 새로운 게임이 쏟아져 나오고, 게임 외에도 하고 놀 것이 넘치는 요즘 시대에 오래된 게임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아울러 예전에 게임에 크게 실망해 마음을 접고 떠난 유저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카트라이더’가 이토록 어려운 일을 해낸 원동력은 무엇일까?

짧고 굵은 한 판을 앞세운 기본기가 시대의 흐름을 탔다

가장 큰 원동력은 ‘카트라이더’라는 게임 자체에 있다. ‘카트라이더’가 출시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04년이지만 기본적인 게임성은 요즘 시대와 100% 딱 맞아떨어진다. 최근에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은 짧고 굵은 한 판을 앞세운 대전 게임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카트라이더’가 최근 트렌드에 딱 맞는다. 본래도 남녀노소가 가볍게 할 수 있는 캐주얼 레이싱을 지향했기에 게임 자체도 배우기 쉽다. 여기에 한 판 당 플레이 시간이 5분을 넘기지 않고, 친구들과 팀을 이루어 상대와 대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친구들과 함께 PC방에 찾아가서 1시간이나 2시간 정도 짧게 즐기기 좋다는 것이다.

▲ '카트라이더'는 본래부터 쉽고 가벼운 게임성을 앞세웠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여기에 온라인 신작이 사라진 국내 시장 상황도 있다. 특히 온라인 레이싱의 경우 새로운 게임이 씨가 말랐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을 하던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유저는 있지만 신작은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은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어온 기존 게임이다. 가벼운 한 판을 찾는 유저에게 15년 간 축적된 다양한 콘텐츠에, 배우기 쉬운 게임성을 앞세운 ‘카트라이더’는 매력적인 정착지다.

쉽고 가벼운 게임이라는 점은 e스포츠에도 큰 강점으로 통한다. 게임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해도 그 재미를 느끼기 충분하다면 보다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유리하다. 넥슨 김세환 팀장은 “카트라이더는 게임 자체가 매우 직관적이다. ‘카트라이더’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무슨 상황인지 알기 쉽고, 한 판이 진행되는 시간 자체도 매우 짧은 편이라 보기에 부담 없다”라고 설명했다.

▲ 넥슨 e스포츠팀 김세환 팀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김 팀장이 언급한 ‘짧은 한 판’은 현재 중계 환경과도 궁합이 딱 맞다. e스포츠 중계에서 새로운 플랫폼으로 떠오르는 것은 ‘모바일’이다. PC나 TV가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생중계를 보는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년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e스포츠 시청자 중 모바일로 경기를 보는 비중은 50.6%에 달한다.

스마트폰으로 경기를 볼 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시간이다. 네트워크 환경 자체도 불안정하고, 출퇴근 시간에 짬을 내서 보는 경우가 있기에 긴 영상을 시청하기에는 부담스럽다. 그런 의미에서 한 판이 5분 이상 늘어지는 경우가 없는 ‘카트라이더’는 모바일로 보기에 딱이다. 김세환 팀장 역시 이 부분에 공감했다. 김 팀장은 “경기 외에도 선수들을 조명해주는 영상을 만들어서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 올리고 있다. 이 때 느끼는 점은 시청자들이 긴 영상을 안 본다는 것이다. 유튜브는 5분이 마지노선이고, 페이스북은 1분 이내다”라고 전했다.

▲ 2018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e스포츠 시청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기기는 모바일이다 (자료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공식 홈페이지)

‘카트라이더’의 숨은 매력 찾아준 개인방송

앞서 말한대로 ‘카트라이더’는 이 시대에 맞는 ‘준비된 게임’이다. 하지만 오래된 게임이기에 10대나 20대에 숨은 매력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준 새로운 영역이 있었다. ‘카트라이더’ 선수와 전문 스트리머가 선보이는 개인방송이 그 주인공이다. 방송을 보며 ‘아 이런 게임도 있었네’라며 ‘카트라이더’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카트라이더’ 간판 선수이자 지난 시즌 1 개인전 우승을 차지한 문호준은 ‘카트라이더’ 개인방송 진행자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유튜브에서 문호준은 44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김세환 팀장은 “문호준이 개인방송에서 인기를 얻자 주변 선수들도 영향을 받아서 본인이 좋아하는 방송을 많이 하는 흐름이 생겼다. 덕분에 선수들에 대한 팬도 생기고, 개인방송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이 리그에도 출전하니 e스포츠와 게임도 동반 상승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 '카트 황제' 문호준은 개인방송에서도 대활약했다 (사진제공: 넥슨)

‘카트라이더’ 개인방송을 떠올리면 ‘달리는 것만 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예상보다 다양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본래 게임 목표는 남들보다 빨리 달러서 1등을 차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방송에서 게임을 쓰는 방식은 180도 다르다. 기상천외한 곳에 꼭꼭 숨은 다른 유저를 찾아내는 숨바꼭질도 되고, 1등이 아니라 남을 방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막자’도 된다.

특히 ‘막자’는 개인방송 인기에 힘입어 ‘카트라이더’에 ‘막자 모드’가 추가되기까지 했다. 김세환 팀장 역시 “카트를 이용해서 ‘막자’나 ‘숨바꼭질’과 같은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주고, 이 방송이 인기를 얻다 보니 방송에서 뛰는 선수들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진 것 같다. 이러한 인기가 리그까지 도달한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숨바꼭질’은 일종의 버그성 플레이다. 전체 트랙 중 본래는 갈 수 없게 막힌 장소가 있는데, 이를 뚫고 들어가서 숨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비밀의 공간을 활용해 일발역전을 노리는 플레이도 가능한데, 게임이 오래 서비스되다 보니 여기저기 꼭꼭 숨는 ‘숨바꼭질’이라는 새로운 플레이가 발굴된 것이다. 그리고 개인방송은 숨어 있던 ‘숨바꼭질’이라는 재미를 대중적으로 알리며 예전에 미처 몰랐던 재미를 시청자에게 준 것이다.

▲ '카트라이더' 하나로도 다양한 방송이 가능하다 (사진출처: 문호준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여기에 방송을 하는 사람이 선수거나 오랫동안 선수로 활동했던 사람이기에 그들만의 이야기도 있다. 경기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색다른 면모를 개인방송을 통해 드러내거나, 공식 석상에서 미처 다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팬들에게 직접 전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선수가 함께 방송하는 ‘합방’도 수시로 일어난다. 게임을 보기 위해 방문했던 팬들이 그들이 살아가는 e스포츠 리그에도 관심을 보일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 셈이다.

개인방송을 바탕으로 e스포츠 종목이 오래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스타 마케팅’이 자연스럽게 된 셈이다. 김 팀장은 “여러 종목을 해보며 깨달은 점은 ‘스타 선수’를 만들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유저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리그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인플루언서 식으로 방송을 해준 것이 잘 맞아떨어지며 이 부분이 자연스러운 스타 메이킹으로 이어진 것 같다. 그 점에서 방송에서도 열심히 활동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 지난 결승전의 구름관중에는 방송에서도 열심히 '카트라이더'의 매력을 알린 선수들의 노고가 서려 있다 (사진제공: 넥슨) 

게임과 e스포츠, 물 들어올 때 열심히 노를 저었다

마지막 요인은 ‘승리 타이밍’을 놓치지 않은 넥슨의 노련함이다. 새로 유입된 유저와 e스포츠 팬들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것이다. 우선 게임적으로는 작년 여름과 겨울에 레이싱에서는 보기 드문 콘셉을 앞세운 업데이트에 힘을 줬다. 여름에는 ‘도검’ 테마를, 겨울에는 ‘아스가르드’를 무대로 한 ‘GOD’ 테마를 선보였다. 아울러 과금 없이도 단계적으로 좋은 카트를 얻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새로 방문한 유저가 정착할 수 있게 도왔다.

e스포츠적으로도 마찬가지다. e스포츠 리그에서 종목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과 관중들이 제대로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김세환 팀장은 지난 시즌에는 ‘선수’ 그 자체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개인방송을 통해 선수들이 이름을 알렸으니, 각 선수를 부각시켜주는 방향으로 짧은 영상을 자주 제작해 유튜브, 네이버 등 여러 플랫폼에 뿌린 것이다. ‘카트라이더’가 다시 뜬 이유는 시기적인 추세일 수 있으나, 이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 넥슨에서도 '카트라이더' 개인방송을 진행한 바 있다 (사진제공: 넥슨)

김세환 팀장은 “지난 시즌에는 선수 중심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선수 한 명을 조명하는 영상 인터뷰나 하이라이트 외에도 경기석에서 선수들이 나누는 대화를 보여주는 ‘카트 인 더 박스’, 선수와 중계진이 함께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 ‘카트라이더 리그 ++’ 등을 선보였다. 이 외에도 특정 선수가 잘했던 경기 TOP5를 뽑아서 보여주는 등 관련 영상을 많이 만들어, 최대한 많이 노출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따라서 오는 7월에 개막할 차기 시즌에는 선수들이 좀 더 안정적으로 ‘카트라이더’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 한다. 가장 큰 부분은 ‘카트라이더’ 게임단을 만드는 것이다. 김세환 팀장은 “기존에도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후원사를 구하기도 했으나 그 과정에서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키보드나 마우스 같은 주변 기기만 지원받는 형태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따라서 선수들이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안정적인 게임단을 만드는 것을 고려 중이다. 필요하다면 게임단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라며 “아울러 ‘카트라이더’ 개발팀과 함께 각 게임단 아이템을 만들고, 매출 일부를 게임단에 지원하는 것도 내부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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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라이더 2004년 6월 1일
플랫폼
온라인
장르
레이싱
제작사
넥슨
게임소개
'카트라이더'는 다양한 코스에서 레이싱을 즐기는 게임이다. 쉽고 간편한 조작으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내세운 '카트라이더'는 사막, 마을, 숲 속, 빙하 등 다양한 테마로 구성된 3차원 트랙...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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