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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행] 비참해진 뱀파이어, 변화된 ‘월드 오브 다크니스’

최근 공개된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블러드라인2’ (사진출처: 스팀)
▲ 최근 공개된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블러드라인2’ (사진출처: 스팀)

지난 3월 ‘GDC 2019’에서 반가운 브랜드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도시에 숨어사는 뱀파이어들의 삶을 다룬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블러드라인 2’다. 겉으로는 사람과 다를 바 없지만 실은 피에 대한 욕구를 품고 살아가는 뱀파이어들의 이야기를 다룬 전작은 발매 초기 부진한 성적을 보였지만, 버그 패치와 컴퓨터 사양의 발전으로 원활한 플레이가 보장되자 방대한 텍스트 다이얼로그와 자유도 높은 선택지가 재발견돼 두꺼운 팬 층을 만들어낸 바 있다.

그렇기에 전작을 기억하는 팬이라면 15년 세월 만에 돌아온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블러드라인 2’에 관심이 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과연 세계관과 스토리는 전작에서 이어지는 것일까? 후속작이 나오기까지 이토록 오랜 시간이 지난 이유는 무엇일까? 한동안 이 브랜드에 관심을 끊고 지냈던 게이머라면 궁금할 법한 질문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도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와, 이 게임이 속한 상위 세계관인 ‘월드 오브 다크니스’는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내며 표류했으니 말이다.

이번 주에는 최근 공개된 ‘뱀파이어:더 마스커레이드– 블러드라인2’를 맞아, 지난 세월 과연 ‘월드 오브 다크니스’ 브랜드와 세계관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를 알아보기로 한다.

펄어비스가 확보했을 수도, ‘월드 오브 다크니스’ 7년 브랜드 표류의 역사

실제 역사에 고딕 호러를 결합한 어반 판타지 ‘월드 오브 다크니스’ (사진출처: Mod DB)
▲ 실제 역사에 고딕 호러를 결합한 어반 판타지 ‘월드 오브 다크니스’ (사진출처: Mod DB)

TRPG로 시작한 ‘월드 오브 다크니스’ 세계관의 유명세에 대해서는 많은 게이머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브랜드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몰락했고 다시 일어서게 된 과정은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사실 세계관 측면에서만 말할 때, 이 브랜드의 흥망성쇠는 모두 설정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역사 및 이슈를 고딕 호러 판타지와 조합한 독특하고 매혹적인 세계관으로 일어섰지만, 과도한 설정으로 무너진 것이다.

1980년대 말 TRPG 시장은 검과 마법이 존재하는 중세 유럽 풍 판타지를 그린 ‘소드 앤 소서리(Sword & Sorcery)’ 장르와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서브장르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최초의 TRPG ‘던전즈 앤 드래곤즈’ 부터 ‘소드 앤 소서리’ 장르였던 데다, 한 발 늦게 시작한 브랜드들도 기존 모험 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온 탓이었다. 그러나 비슷한 설정과 시스템의 게임이 늘어갈수록 소비자들은 지루해지기 시작했고, 그에 대한 반동으로 점차 새로운 장르에 대한 요구가 대두됐다.

판타지와 SF를 결합한 ‘어반 판타지’인 ‘섀도우런’도 1989년 출시됐다 (사진출처:Imgur)
▲ 판타지와 SF를 결합한 ‘어반 판타지’인 ‘섀도우런’도 1989년 출시됐다 (사진출처:Imgur)

그렇게 TRPG시장에 나타난 대안적 장르 중 하나가 ‘어반 판타지(Urban Fantasy)’였다. 이 장르는 오늘날 우리가 사는 도시 이면에 뱀파이어, 늑대인간, 요정 같은 초자연적 존재들이 숨어 살며 신비한 마법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공상을 다뤘다. ‘월드 오브 다크니스’는 이처럼 1980년대에 쏟아지던 ‘어반 판타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월드 오브 다크니스’는 다른 ‘어반 판타지’와 차별화되는 한 가지 특징이 있었다. 바로 플레이어가 괴물이 된다는 점이었다.

보통 ‘어반 판타지’ 게임은 플레이어가 도시에 숨어 사는 괴물이나 비밀결사를 추적하고 문제를 해소하는 구성을 갖추고 있었다. 반면 ‘월드 오브 다크니스’에서 플레이어는 그 자신이 괴물이 돼 나름의 목적을 추구하며, 자신을 둘러싼 인간들을 속이고 정체를 숨겨야 했다. 게임 진행 또한 단순히 던전에 들어가 괴물을 처치하고 전리품을 얻는 단순한 구성 대신, 정치적 다툼과 인간적 드라마를 주제로 한 플롯에 집중했다. ‘소설이나 연극 같은 게임’을 지향한 셈이다.

오늘날 도시의 밤거리에 살아가는 뱀파이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 특징 (사진출처:Mod DB)
▲ 오늘날 도시의 밤거리에 살아가는 뱀파이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 특징 (사진출처:Mod DB)

여기에 ‘월드 오브 다크니스’는 한 가지 독특한 전략을 취했다. 실제로 있었던 역사적 사건이나 문화를 괴물과 연관 지어 재해석한 것이다. 예를 들어 ‘월드 오브 다크니스’에서는 빅토리아 시대의 유명한 소설가이자 시인 오스카 와일드가 실은 죽지 않고 뱀파이어가 돼 오늘날까지 살아있다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실제 역사에서 그는 풍기문란으로 감옥에 수감됐다가 추방된 후 프랑스에서 병으로 사망했지만, 이 게임에서는 사실 죽지 않고 프랑스에서 뱀파이어가 된 것으로 설정됐다.

이렇듯 실제 역사와 판타지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점은 ‘월드 오브 다크니스’를 엇비슷한 판타지와 SF 게임 세계관들 사이에서 부각시켰다. 제작업체 화이트 울프 퍼블리싱도 ‘월드 오브 다크니스’의 게임 시스템보다는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이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도시나, 과거 시대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 등을 ‘월드 오브 다크니스’ 설정에 맞춰 재해석한 설정자료집을 다수 출간했다.

빅토리아 시대 런던의 뱀파이어 사회를 집중적으로 다룬 설정자료집(사진출처:아마존)
▲ 빅토리아 시대 런던의 뱀파이어 사회를 집중적으로 다룬 설정자료집(사진출처:아마존)

하지만 ‘월드 오브 다크니스’의 장점이었던 독특한 세계관과 방대한 설정들은 동시에 약점으로도 작용했다. 설정자료집이 계속 출간될수록 너무 많은 캐릭터와 사건들이 쌓였다. 어느 도시에 가도 이미 유명하고 오래된 NPC캐릭터가 있고, 그들의 비중은 너무 컸다. 이러한 설정 과포화로 인해 ‘월드 오브 다크니스’는 플레이어가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을 여지가 극히 적은 세계관이 됐다.

게임 시스템 역시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가 없었다. ‘괴물의 삶과 비극’이라는 주제를 게임으로서 풀어낼 고유한 규칙은 주먹구구식에 머물러 있었다. 이에 2003년 화이트 울프 퍼블리싱은 특단의 조치를 취했는데, 바로 ‘월드 오브 다크니스’ 세계관을 끝내고 새로운 TRPG를 만들겠다는 선언이었다. 불필요하게 많은 설정을 하나씩 처리할 수 없다고 판단한 나머지 아예 세계관을 종결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이야기였다.

오죽 캐릭터가 많았는지,캐릭터 자료설정집만 해도 여러 권이 나왔다 (사진출처:아마존)
▲ 오죽 캐릭터가 많았는지,캐릭터 자료설정집만 해도 여러 권이 나왔다 (사진출처:아마존)

그러나 2004년 ‘월드 오브 다크니스’를 끝낸 후 화이트 울프 퍼블리싱이 새로이 제작한 브랜드는 팬들의 극심한 외면을 받았다. 신규 브랜드는 기존 ‘월드 오브 다크니스’처럼 괴물 캐릭터를 내세운 ‘어반 판타지’ 장르였으나, 이미 과거 설정에 매료되어 있던 팬은 화이트 울프 퍼블리싱의 새로운 브랜드에 반감을 드러낼 따름이었다. 이에 화이트 울프 퍼블리싱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헤맸고, 마지막으로 정착한 곳이 바로 디지털 게임 시장이었다.

2000년대 초반 화이트 울프 퍼블리싱은 이미 ‘월드 오브 다크니스’ 디지털 게임 몇 개를 발매한 적이 있었다. ‘디아블로’ 스타일 RPG에 고유 세계관을 더한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리뎀션(Vampire the Masquerade: Redemption)’이나, 신비한 힘을 얻어 괴물을 사냥하게 된 사냥꾼들의 이야기를 다룬 핵 앤 슬래시 ‘헌터: 더 레커닝(Hunter the Reckoning)’ 등이 그러한 작품들이었다. 이 게임들은 특별히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나름의 시장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004년 발매된 ‘뱀파이어:더 마스커레이드– 블러드라인’은 발매 초기 부진한 성적을 보였으나,훗날 버그 패치와 컴퓨터 사양의 발전으로 재평가되었다 (사진출처:스팀)
▲ 2004년 발매된 ‘뱀파이어:더 마스커레이드– 블러드라인’은 발매 초기 부진한 성적을 보였으나,훗날 버그 패치와 컴퓨터 사양의 발전으로 재평가되었다 (사진출처:스팀)

결국 화이트 울프 퍼블리싱은 TRPG 시장을 떠나 디지털 게임업계로 투신하는 도전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2006년 11월 ‘이브 온라인’으로 유명한 아이슬란드 게임 개발업체인 CCP 게임즈와 합병 선언을 한 것이다. 합병 후 화이트 울프 퍼블리싱과 CCP 게임즈는 ‘월드 오브 다크니스’ 중에서 가장 인기있던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를 MMORPG로 만든 게임을 제작하겠다고 공표했고, 이는 TRPG와 디지털 게임 시장 양쪽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월드 오브 다크니스’ MMORPG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시도는 생각만큼 그리 잘 진행되지 않았다. 뱀파이어의 정치 역학, 인간을 대상으로 한 기만, 사냥, 인간성의 마모 등 복잡한 주제를 게임으로 다루겠다던 포부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임에 반영한 구체적인 기획은 여러 해가 지나도 공개되지 않았다. 새로운 발표 때도 그저 구체성 없는 막연한 방향성과 콘셉트 일러스트 정도만 선보여졌다.

발표 당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MMORPG (사진출처:Mod DB)
▲ 발표 당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MMORPG (사진출처:Mod DB)

그 사이 본가인 TRPG 사업은 점점 세가 기울었다. 급기야 2012년 CCP 게임즈는 전통 있는 TRPG행사인 젠콘에서 더 이상 ‘월드 오브 다크니스’ TRPG를 만들지 않을 것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처럼 원작을 포기하고 매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월드 오브 다크니스’ MMORPG는 끝내 완성되지 못했다. 프로젝트를 처음 공개한 후 8년이 지난 2014년, CCP 게임즈는 결국 ‘월드 오브 다크니스’ MMORPG를 공개적으로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이 시기 CCP 게임즈는 ‘이브 온라인’의 소액결제 논란으로 곤란한 처지였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오랜 시간과 많은 예산을 투자했던 ‘월드 오브 다크니스’ MMORPG까지 엎어지자 심각한 재정적 위기가 닥치게 됐다. 이에 CCP 게임즈는 어쩔 수 없이 ‘이브 온라인’을 제외한 다른 게임 개발을 중단하며 애틀랜타와 샌프란시스코 스튜디오를 닫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야 했는데, 그 대상에는 화이트 울프 퍼블리싱도 포함되어 있었다.

‘월드 오브 다크니스’ MMORPG 실패로 정리 당한 화이트 울프 퍼블리싱 (사진출처:위키피디아)
▲ ‘월드 오브 다크니스’ MMORPG 실패로 정리 당한 화이트 울프 퍼블리싱 (사진출처:위키피디아)

‘월드 오브 다크니스’ MMORPG 프로젝트가 취소된 이듬해인 2015년, CCP 게임즈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화이트 울프 퍼블리싱과 ‘월드 오브 다크니스’ IP를 완전히 매각했다. 매입 당사자는 같은 북유럽인 스웨덴 게임개발업체 패러독스 인터랙티브였다. 패러독스 인터랙티브는 본디 테이블탑 게임을 취급하는 타겟 게임즈의 부서로 시작했기에 자체 게임개발업체로 독립한 이후로도 늘 TRPG 브랜드에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마침 기회를 잡고 매입에 나선 것이었다.

‘월드 오브 다크니스’는 2004년 공식적인 브랜드 종료 후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현재 패러독스 인터랙티브에 정착했다. 최근 공개된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블러드라인2’도 이처럼 다사다난한 과정 끝에 패러독스 인터랙티브 주도로 개발에 착수한 작품이다. 만약 2015년 CCP 게임즈가 패러독스 인터랙티브에 ‘월드 오브 다크니스’ IP를 매각하지 않았다면, 지난 해 CCP 게임즈를 인수한 펄어비스가 ‘월드 오브 다크니스’ IP까지 확보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패러독스 인터랙티브가 뒤집어 엎은, 혼란에 빠진‘월드 오브 다크니스’

2018년 출시된 TRPG ‘뱀파이어:더 마스커레이드5판’ (사진출처:화이트 울프 공식 페이스북)
▲ 2018년 출시된 TRPG ‘뱀파이어:더 마스커레이드5판’ (사진출처:화이트 울프 공식 페이스북)

화이트 울프 퍼블리싱이 CCP와 합병한 이래 ‘월드 오브 다크니스’ TRPG는 한동안 침체를 겪었다. CCP 게임즈가 ‘월드 오브 다크니스’ TRPG 출판 중단을 선언한 이래 리차드 토마스라는 전 화이트 울프 퍼블리싱 직원이 오닉스 패스 퍼블리싱이라는 출판사를 설립해 얼마간의 신간을 발매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기존 서적 내용을 일부 갱신한 기념판 수준에 가까웠다. 실제로 오닉스 패스 퍼블리싱이 발매한 판본은 원작 발간 20주년을 기념하는 ‘20주년 기념판’으로 명명되어 있다.

2015년 패러독스 인터랙티브는 ‘월드 오브 다크니스’ IP를 획득한 후 그간 침체돼 있던 브랜드를 새롭게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 시작은 원류라고 할 수 있는 TRPG부터 이루어졌다. 패러독스 인터랙티브는 디지털 게임 개발에 앞서 원작이 될 TRPG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5판’을 제작하여 세계관에도 큰 손질을 가했다. 앞으로 출시될 ‘월드 오브 다크니스’ 게임은 모두 세계관에 있어 이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5판’을 기준으로 할 예정이다.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20주년 기념판’은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다 (사진출처: 알라딘)
▲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20주년 기념판’은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다 (사진출처: 알라딘)

패러독스 인터랙티브의 ‘월드 오브 다크니스’도 기본적으로는 기존 세계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세계 이면의 음지에는 뱀파이어를 비롯한 온갖 괴물이 숨어 존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패러독스 인터랙티브는 여기에 두 가지 변화를 주었다. 하나는 각국 정부가 뱀파이어의 존재를 알고 박멸을 개시했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뱀파이어 사회에서 막강한 힘과 권위를 지닌 오래된 ‘장로 뱀파이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관의 변화는 미국 9.11. 테러 이후 발생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실제로 미국은 9.11. 테러 이후 광범위한 정보수집과 사찰을 가능하게 할 애국자법(Patriot Act)을 도입하고 이를 총괄하는 부서로 국토안보부를 설립했다.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5판’은 이 신설 국가정보기관에 범세계적인 뱀파이어 연맹 ‘카마릴라’가 영향을 행사하던 도중, CIA 시절부터 뱀파이어의 존재를 주장하던 인사들에 의해 그 증거가 포착되어버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개정된 세계관은 9.11. 테러 후 뱀파이어들이 인간 사회에 대한 은밀한 지배권을 크게 상실하며 시작된다 (사진출처: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5판’ 코어 룰북)
▲ 개정된 세계관은 9.11. 테러 후 뱀파이어들이 인간 사회에 대한 은밀한 지배권을 크게 상실하며 시작된다 (사진출처: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5판’ 코어 룰북)

이후 미국과 바티칸 주도로 세계 각국은 실제 뱀파이어가 존재할 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 침투해 숨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뱀파이어의 존재를 대중에 공표할 시 발생할 혼란을 걱정한 각국 정부는 이 사실을 숨기고 비밀조직을 운용하여 조직적으로 뱀파이어를 박멸하기로 합의한다. 뱀파이어를 없애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는 다국적 연맹이 설립된 것이다. 그리고 각국 정부는 곧 대테러 활동을 명분으로 비밀스러운 뱀파이어 사냥 작전을 개시한다.

갑작스러운 국가 단위 비밀 작전으로 미국과 유럽에 있던 대다수의 뱀파이어들은 저항도 못한 채로 일망타진 당하고 만다. 영국에서는 런던 대테러부서인 SO13이 시내에 거주하던 대부분의 뱀파이어를 제거했고, 이렇게 희생된 이들 중에는 수천 살에 육박하는 고대 뱀파이어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빈에서는 뱀파이어 클랜 하나의 본산이 특수진압팀에 의해 완전히 불타버리고, 그 안에 있던 대부분의 뱀파이어도 살해되는 일이 발생한다.

바티칸 요원과 대테러부대에게 진압 당하는 뱀파이어 (사진출처: ‘카마릴라’ 설정자료집)
▲ 바티칸 요원과 대테러부대에게 진압 당하는 뱀파이어 (사진출처: ‘카마릴라’ 설정자료집)

그러나 아직 각국 정부는 뱀파이어에 대한 세부 정보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태양광이 아닌 자외선으로도 뱀파이어를 죽일 수 있는지, 이들이 피를 마시면 체내에 어떠한 작용이 발생하는지, 인간이 어떻게 하면 뱀파이어로 변화하는지는 알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정부는 생포한 뱀파이어를 생체실험하여 이들의 비밀을 완전히 파헤치고자 시도하고 있다. 뱀파이어인 캐릭터 입장에서는 매우 공포스러운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이에 뱀파이어들도 나름대로 연대해 당면한 범국가적 위기를 타개하고자 애쓰고 있지만, 실상은 분열만 가속되고 있을 따름이다. 가장 규모가 큰 뱀파이어 연맹체인 ‘카마릴라’는 인간 사회 뒤에 숨어 배후조종 하는 것을 장기로 삼았는데, 이번 사건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됐다. 그러자 과거 ‘카마릴라’에 억압받던 소규모 뱀파이어 집단들은 이 기회를 틈타 정부에 ‘카마릴라’ 정보를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사보타주에 나선다.

각국에서는 뱀파이어를 심문하거나 생체 실험해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사진출처: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5판’ 코어 룰북)
▲ 각국에서는 뱀파이어를 심문하거나 생체 실험해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사진출처: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5판’ 코어 룰북)

이러한 혼란 속에 어린 뱀파이어들은 수세기를 넘게 살아온 오래된 뱀파이어인 ‘장로’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했다. ‘장로’들도 중동에서 들리는 어떠한 ‘부름’에 홀리고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강한 ‘장로’들조차 이 ‘부름’에는 오래 저항할 수가 없었고, 자기 재산과 토지를 관리할 대리인만 남긴 채 하나씩 행방불명되고 만다. 이처럼 ‘장로’가 하나씩 실종됨에 따라 수세기 동안 쌓아 올린 뱀파이어 사회의 위계질서는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한다.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5판’은 이처럼 뱀파이어 사회가 반쯤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싹트는 혼란기를 다루고 있다. 정부 정보기관이 SNS와 정보통신 내역을 조회해 뱀파이어의 뒤를 쫓고, 정체가 발각되면 특수진압팀에 문을 박차고 들어가 첨단 화기로 진압한다. 여기에 문제를 정리할 만한 힘과 권위를 지닌 ‘장로’들은 이미 실종되거나 은거에 들어간 상황이다. 원래 뛰어난 전사나 생존 전문가였다면 모를까, 보통 민간인 뱀파이어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다.

돈도 힘도 없는 많은 어린 뱀파이어들은 뒷골목에서 비참한 밤을 보낸다 (사진출처:‘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5판’ 코어 룰북)
▲ 돈도 힘도 없는 많은 어린 뱀파이어들은 뒷골목에서 비참한 밤을 보낸다 (사진출처:‘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5판’ 코어 룰북)

이처럼 국가기관에 의해 추적 당하고 뱀파이어들끼리는 서로 피와 재산을 빼앗기 위해 뒤통수를 치는 상황에 더해, 기존 판본 주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보통 사람이 뱀파이어가 돼 직면하게 될 혼란, 살기 위해 타인을 속이고 정체를 감춰야 하는 데서 오는 고립과 외로움, 그리고 이성을 압도하는 피에 대한 갈증 등이다. 플레이어는 이러한 위기와 욕구 속에서 무고한 사람과 주변인을 얼마나 희생시킬 것인지 선택해야 하며, 그 결과 점점 괴물로 변해갈 수도 있다.

전작인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블러드라인’ 또한 원작의 세계관과 나름 충실히 따랐던 만큼,이번에 발표된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블러드라인2’ 역시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5판’ 기본 분위기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즉, 정부에 의한 뱀파이어 사냥과 실험, 그리고 ‘장로’들의 실종과 뱀파이어 사회 위계질서의 재구성이 주요한 소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러한 혼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괴물이 될 것인지 도덕적 선택을 내리는 것도 빠질 수 없는 주제다.

앞으로 나올 ‘월드 오브 다크니스’ 게임,어떤 것들 있나?

‘뱀파이어:더 마스커레이드–블러드라인2’ 트레일러 이미지 (사진출처: 유튜브 영상 갈무리)
▲ ‘뱀파이어:더 마스커레이드–블러드라인2’ 트레일러 이미지 (사진출처: 유튜브 영상 갈무리)

그렇다면 앞으로 ‘월드 오브 다크니스’는 어떠한 작품이 출시될까? 아직 디지털 게임 방면으로는 최근 공개된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블러드라인2’가 유일하다. 단, 패러독스 인터랙티브가 원작이 될 TRPG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5판’을 출시한 이후 다양한 제품 제작에 나선 것을 보면 이후로도 ‘월드 오브 다크니스’ 브랜드 작품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는 앞으로 나올 ‘월드 오브 다크니스’ 세계관 게임을 확인해본다.

우선 2018년 발매된 원작 TRPG는 2020년까지 제작 예정이 공개된 상태다. 다만 가장 먼저 의욕 있게 시작됐음에도 TRPG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5판’은 벌써부터 큰 난관에 부딪친 상황이다. 첫 번째 설정자료집인 ‘카마릴라’에서 사회적 물의를 빚을 설정이 나온 탓이다. 실제로 희생자가 나온 체첸 동성애자 수용소 사건을 ‘월드 오브 다크니스’ 세계관에 무리하게 도입했다가 질타를 받고 화이트 울프 스튜디오 자체가 해체되기도 했다.

졸지에 화이트 울프 독립 스튜디오의 종말이 된 ‘카마릴라’ 설정자료집(사진출처:아마존)
▲ 졸지에 화이트 울프 독립 스튜디오의 종말이 된 ‘카마릴라’ 설정자료집(사진출처:아마존)

사건 내용인즉 이러하다. 2017년 체첸에서는 정부가 성 소수자를 체포 및 납치하여 일종의 노동 수용소인 굴라그에 수감했다. 폭로에 따르면 이렇게 수감된 성 소수자는 굴라그 안에서 육체적 학대를 당했고, 일부는 살해되기도 했다. 그런데 ‘카마릴라’ 자료설정집에서는 사실 체첸 국가원수 람잔 카디로프가 최근 뱀파이어가 됐으며, 성 소수자 굴라그는 카디로프와 측근 뱀파이어들에게 피를 공급하기 위해 설립됐다고 설정한 것이다.

이 설정으로 인해 패러독스 인터랙티브는 인권단체와 성 소수자 단체는 물론 체첸 정부로부터도 항의를 받아야 했다. 결국 패러독스 인터랙티브는 발간을 앞두고 선 공개된 상태였던 ‘카마릴라’ 자료 설정집에서 체첸 파트를 완전히 삭제하고, 이 설정을 기획하고 제작한 책임자인 화이트 울프 독립 스튜디오를 해체했다. 이후 ‘월드 오브 다크니스’ 브랜드는 패러독스 인터랙티브에서 직접 관할하게 됐으며, TRPG 자체 출간을 제한하고 다른 출판사에 라이선스를 대여해 제작하기로 했다.

뱀파이어로 묘사될 뻔한 람잔카디로프(사진출처: Kremlin.ru)
▲ 뱀파이어로 묘사될 뻔한 람잔카디로프(사진출처: Kremlin.ru)

보드게임 측면에서도 패러독스 인터랙티브의 ‘월드 오브 다크니스’ 게임이 활발히 제작 중이다. 지금 공개된 게임은 두 종류로, 하나는 뱀파이어 캐릭터를 조종하여 약 7세기의 역사 동안 서로 계략과 음모를 주고 받는 정치 게임인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 헤리티지’, 나머지 하나는 스토리 중심의 역할극 보드게임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챕터스’다. 두 게임 모두 패러독스 인터렉티브의 공식 라이선스를 받아 개발 중인 상태다.

이 중 특기할 만한 작품은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챕터스’다.이 게임은 캐나다 몬트리올을 지배하던 뱀파이어 조직이 붕괴한 후 생존자들이 살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특징으로는 미리 짜인 여러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사건이 제시되며, 여기서 각 플레이어가 어떠한 선택을 했는지에 따라 캐릭터가 변화해 나가는 점이다. 뱀파이어가 된 보통 사람이 극단적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데서 오는 갈등을 다룬 원작 TRPG의 핵심 주제를 보드게임으로 압축한 셈이다.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챕터스’공식 홍보 이미지 (사진출처:‘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챕터스’공식 홈페이지)
▲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챕터스’공식 홍보 이미지 (사진출처:‘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챕터스’공식 홈페이지)

디지털 게임도 빼놓을 수 없다. 우선 가장 먼저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된 것은 앞에서도 언급한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블러드라인 2’다. 사실 패러독스 인터랙티브는 이번 GDC에서 공식 공개에 앞서 이 게임에 대한 정보를 ‘텐더’라는 가상 데이트 앱으로 풀고 있었다. ‘텐더’는 사실 처음부터 ‘뱀파이어:더 마스커레이드– 블러드라인 2’ 정보를 흘리기 위한 플랫폼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 앱을 사용하다 납치된 사람이 있다거나 하는 식의 설정이 뒤따른 것이다.

실제로도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블러드라인 2’에는 혈액 연구소를 묘사한 콘셉트 아트가 나오거나, 혈액 사업을 언급한 소개문이 등장한다. 이를 바탕으로 볼 때 이번 게임은 인간의 눈을 피해 안전하게 피를 수급 하고자 하는 뱀파이어들의 소위 ‘혈액 사업’이 주요한 소재로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통 인간이 이 사업에 휘말리며 뱀파이어가 되고, 결국 희생자인 자신도 사업을 둘러싼 뱀파이어들 사이의 이권 싸움에 뛰어들게 되는 구조 말이다.

범상치 않게도 시작 단계부터 혈액형을 물어보는 ‘텐더’ (사진출처: https://app.tenderbeta.com/)
▲ 범상치 않게도 시작 단계부터 혈액형을 물어보는 ‘텐더’ (사진출처: https://app.tenderbeta.com/)

지금까지는 주로 뱀파이어에 대해 언급했지만 ‘월드 오브 다크니스’에는 다른 종류의 괴물도 등장한다. 그 중 하나인 늑대인간을 다룬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도 디지털 게임으로 개발 중이다. 최근 ‘콜 오브 크툴루’를 출시해 화제가 된 프랑스 게임개발업체 사이어나이드에서 제작 중인 이 게임은 자연의 흉포한 투사 종족인 늑대인간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대기업들과 그 배후에 도사린 사악한 힘에 맞서 싸우는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

사이어나이드의 ‘웨어울프: 디 아포칼립스’ 게임에 대해 공개된 정보는 아주 적다. 공개된 단 한 장의 일러스트는 벌목 된 숲과 매연을 내뿜는 공장을 배경으로 포효하고 있는 거구의 늑대인간을 그리고 있어, 원작의 주제를 그대로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작으로 과거 세계관을 따를 것인지, 혹은 패러독스 인터랙티브가 개정 중인 새로운 세계관을 따를 것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웨어울프:디 아포칼립스’는 PC와 콘솔을 지원하는 RPG로, 발매 날짜는 미정이다.

사이어나이드의‘웨어울프:디 아포칼립스’ 홍보 이미지,과연 어떤 모습으로 출시될까? (사진출처:사이어나이드 공식 홈페이지)
▲ 사이어나이드의‘웨어울프:디 아포칼립스’ 홍보 이미지,과연 어떤 모습으로 출시될까? (사진출처:사이어나이드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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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C | PS4 , Xbox One
장르
액션
제작사
패러독스 인터렉티브
게임소개
'뱀파이어 마스커레이드'는 '월드 오브 다크니스' 세계관을 기반으로 뱀파이어 클랜 간의 분쟁일 다룬 게임이다. 전작으로부터 수 년이 흐른 시애틀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각종 분쟁과 배후, 음모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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