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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계 ˝게임 이용장애, 약물보다 심리사회적 접근 필요˝

▲ 게임중독 문제의 다각적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 이용장애를 두고 각계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부각된 것은 정부에서는 문체부와 보건복지부, 산업적으로는 게임업계와 의학계다. 이 와중 새로운 곳에서 게임 이용장애에 대한 의견을 냈다. 바로 심리학계다. 심리학계 입장은 게임 이용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을 돕기 위해 질병 코드를 붙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당사자가 겪는 사회적, 심리적인 문제를 해소해주면서 게임을 올바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전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했다.

한국중독심리학회는 7월 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게임중독 문제의 다각적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조승래, 김세연, 이동섭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중독심리학회가 주관했다. 현장에서 확실히 전달된 메시지는 게임 이용장애를 해결하는 창구가 약물치료로 대표되는 병원 하나로 굳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병원의 도움도 받아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심리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발제를 맡은 한국중독심리학회 신성만 회장은 “보통 ‘장애’라는 말은 병의 원인이나 병이 진행되는 과정 중 한 가지만 근거가 충분할 때 사용한다. 그런데 게임 이용장애는 진단명을 부여하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근본적인 원인이 게임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라며 “병의 진행과정에서 보아도 알코올, 헤로인, 코카인, 대마 등은 환자가 1년 뒤에도 같은 진단을 유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으로 꾸준히 보고되는 반면 게임의 경우 연구마다 비율이 들쭉날쭉하다”라고 말했다.

▲ 한국중독심리학회 신성만 교수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게임 이용장애의 지속 기간에 대한 연구결과는 들쭉날쭉하다 (자료제공: 이동섭의원실)

▲ 술이나 헤로인 같은 중독물질은 70%에서 90%가 넘는 지속율을 보여준다 (자료제공: 이동섭의원실)

아울러 사회환경과 심리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게임 이용장애에 질병 코드를 붙이면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신성만 회장은 “우리 사회가 정신장애에 대해 치료받아서 나아지고, 복귀하는 경우가 흔하다면 ‘게임 이용장애’라는 진단명이 생겨도 큰 문제는 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라며 “청소년에게는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청소년은 가족이 함께 치료에 참여하고 약을 가급적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현재 국내에는 정신과 전문의 수가 부족하다. 신성만 회장은 “국내 정신과 전문의 수는 3,584명(2019, 통계청)인데 중증정신장애인 수는 42만 명(2019, 보건복지부)에 달한다. 중증정신장애인을 돌보는 데에도 전문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게임 이용장애로 찾아오는 사람들까지 어떻게 감당하려 하는지 의문이다”라고 전했다.

▲ 국내 정신과 전문의 수는 중증정신장애인 지원에만 집중해도 손이 부족한 현실이다 (자료제공: 이동섭의원실)

심리학계에서 아쉬움을 표하는 부분은 질병으로 규정된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 심리학자가 치료에 개입할 여지가 없는 법이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안우영 교수는 “현재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행위를 하면 징역 5년 혹은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며 “심리치료도 의료행위에 포함되기에 심리학자가 질병에 대한 인지행동치료를 진행할 경우 감옥에 가거나 벌금을 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하면 징역 혹은 벌금에 처하며, 임상심리학자는 국내법상 의료인이 아니다 (자료제공: 이동섭의원실)

아울러 게임 이용장애는 당사자를 둘러싼 사회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이어나갔다. 안우영 교수는 “게임중독이라며 찾아온 내담자와 상담을 진행하면 기본적으로 가족관계에서 문제가 있는 경우 많기에 부모 상담이 필요하다. 아울러 한국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미국은 가족과 저녁을 함께 하고 아이들도 빨리 재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안 교수는 “어린아이에게는 잠이 중요하다. 갓난아기는 12시간, 취학 전 아동은 10시간 정도 자야 뇌가 발달되는데 한국은 기본적으로 부모가 늦게 오고, 퇴근해서 아이들과 놀다 보면 밤 11시, 12시가 되어 버린다. 그 때부터 자면 아침에 출근을 해야 되기 때문에 아이도 일찍 일어나야 한다”라고 밝혔다.

▲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안우영 교수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안우영 교수는 게임 이용장애는 게임 자체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기보다는 가족관계, 스트레스, 사회구조적 측면 등이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게임에 중독됐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있다면 무엇을 먼저 해줘야 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약물을 사용해야 하지만 환자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가능하면 심리사회적인 접근으로 먼저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패널로 참여한 한국문화및사회문제심리학회 이장주 이사도 이에 동감했다. 이장주 이사는 “놀이터에 놀러 나온 아이들을 보면 대부분이 부모가 있어야 하는 아주 어린아이들이고 혼자 놀러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나이를 먹은 아이는 학원에 가 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밤늦게까지 부모가 일을 하고, 아이는 학원에 가 있다. 아이도, 부모도 힘든 것이 반복되고 있다. 그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숨구멍이라도 뚫어준 것이 게임이다”라며 문제가 될 정도로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 만드는 요인을 사회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 한국문화 및 사회문제심리학회 이장주 이사 (사진: 게임메카 촬영)

심리학계 의견을 종합하면 게임 이용장애는 정신질환으로 삼기에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상심리학자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임 이용장애가 한국에서 질병으로 등록되면 이에 대해 심리학자가 관여할 문이 닫히고 만다. 임상심리학자는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행위를 하는 것인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참석자들은 심리학계 의견이 밥그릇 싸움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총신대학교 조현섭 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마무리 멘트를 통해 “이후에는 의학계 전문가들도 초청하여 난상토론을 해보고 싶다. 의학계와 심리학계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게임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이번 토론회가 그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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