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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경쟁? 파세리 도입? 카드결제로 바뀔 오락실 풍경

7월 1일부터 카드결제가 포함된 아케이드 게임 등급분류 신청이 가능해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7월 1일부터 카드결제가 포함된 아케이드 게임 등급분류 신청이 가능해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지난 1일부터 국내 아케이드 게임산업에 큰 변화가 생겼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청소년오락실에 들어가는 전체이용가 아케이드 게임물에 신용카드 등 전자결제 기능 탑재를 허가한 것이다. 아직 전자결제 단말기를 탑재한 게임물이 시중에 나오지 않아 피부로 와닿진 않지만, 물밑에서 다양한 업체들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동전 없는 오락실'을 직접 만나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과연 전자결제 탑재로 인해 국내 오락실 풍경은 어떻게 달라질까? 아케이드 게임 업계의 과거 행적과 현재 진행상황, 해외 사례 등을 통해 변화될 모습을 유추해 보도록 하자.

오락실 인구 증가, 제 3의 전성기 올까

최근 몇 년 새 SNS엔 '겨울철엔 지갑에 3,000원은 꼭 넣고 다녀라' 라는 말이 돌고 있다. 카드를 받지 않는 붕어빵이나 어묵, 타코야키 등 길거리 음식을 구매하기 위해 현금을 가지고 다니라는 얘기인데, 바꿔 생각해보면 평소엔 지갑에 현금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20~30대 현금 선호율은 고작 8.3%, 5.1%에 그쳤다.

그러다 보니 20~30대를 주 타깃으로 삼는 아케이드 게임센터는 시작부터 큰 장애물을 달고 갈 수밖에 없었다. 게임을 즐기려면 현금이 반드시 필요한데, 평소 현금을 넉넉히 가진 사람이 드물어 상대적으로 소비가 위축되기 때문이었다. 길 가다가 가볍게 들어와서 한 판 즐기고 가려 해도 현금이 없다면 ATM을 찾기보단 발길을 돌리기 십상이다. 또한 일부러 현금을 준비해 오는 마니아 유저들도 가져온 돈이 다 떨어지면 게임을 그만 하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2017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20~30대 현금 선호율이 크게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출처: 한국은행 홈페이지)
▲ 2017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20~30대 현금 선호율이 크게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출처: 한국은행 홈페이지)

카드결제가 가능해지면 이러한 불편이 줄어든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현금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어 오락실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이는 아케이드 인구 증가를 불러올 수 있다. 기존 게이머들도 현금에 비해 지출이나 환금에 대한 부담이 덜해 소비가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카드결제 도입으로 인한 매출 증가는 이미 국내외 자판기 산업에서 효과를 톡톡히 본 바 있다. 이는 최근 침체기로 접어든 아케이드 게임산업을 다시 활성화시켜, 제 3의 아케이드 전성기를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서울 서부에서 아케이드 매장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게임메카와의 전화통화에서 "긍정적으로 보면 국내 아케이드 게임업계 매출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아케이드 게임장 운영에 있어 부정적인 사태만 연달아 있었는데, 간만에 긍정적인 뉴스가 전해진 것 같다"라고 의견을 냈다.

매장 따라 자유로운 가격 책정, 저가형 오락실 나오나

현재 국내 대다수 오락실의 기본 화폐 단위는 500원 동전 혹은 1,000원 지폐다. 100원 동전 교환기가 사라진 지는 꽤 오래 됐다. 이 때문에 아케이드 게임 플레이 가격은 전국 어딜 가도 500원, 1,000원 단위로 고정돼 있다. 대체적으로 구작은 500원, 신작은 1,000원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카드결제 도입으로 인해 이러한 일괄적 가격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카드결제는 거스름돈을 내줄 필요가 없기에, 1크래딧 가격을 100원, 10원 단위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500원 게임의 경우 매장에 따라 550원, 470원 등 다양한 바리에이선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엔 '파세리' 같은 선불 크래딧 시스템을 통해 10엔, 1엔 단위 과금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교통카드로 게임비를 결제하는 것이 일반화 돼 있는 일본 (사진출처: 타이토 공식 홈페이지)
▲ 교통카드로 게임비를 결제하는 것이 일반화 돼 있는 일본 (사진출처: 타이토 공식 홈페이지)

이를 통해 일차적으로 예상되는 광경은 업소 간 가격 경쟁이다. 자유로운 가격 책정을 통해 업소 간 경쟁이 붙을 경우 소비자들은 가격 선택권을 갖게 된다. 실제로 가격 차별화가 어려운 지금도 1크래딧 당 2게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간접적 가격 경쟁이 진행되고 있기에, 신용카드 결제 도입 시 이 같은 직접적 가격 경쟁이 일어날 것은 자명하다. 물론 본격적으로 100원, 10원 단위 가격경쟁을 하려면 해당 기기는 현금 결제를 막아놓아야 하기에 다소의 과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치킨 게임으로 인한 아케이드 시장 공멸 가능성도 존재한다. 2010년대 들어 PC방 업계에서는 초저가 가격 경쟁이 가속화돼 1시간 300원 같은 극단적인 요금제가 등장하기도 했다. 사실상 업주 입장에서는 매장을 운영하면 할 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PC방의 경우 수년 간의 암흑기를 거쳐 자정 분위기가 생기고 음식과 음료 제공으로 사업 모델을 재설정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됐으나, 아직도 그 폐해가 이곳 저곳에 남아 있다.

실제로 한 아케이드 게임장 업주도 이 같은 치킨 게임을 우려했다. 그는 "리듬게임 구작 기준 1판 500원을 받아도 힘든 상황인데, 저가 경쟁까지 시작되면 그야말로 '너 죽고 나 죽자'는 분위기가 가속화 될 수 있다"라며 가격 경쟁으로 벌어질 부작용을 우려했다.

반면 다른 업주는 "그 동안은 과금 체계 변경이나 기기값 증가, 물가 상승이 있더라도 가격을 변동하기가 쉽지 않아 그로 발생하는 손실을 업주가 다 끌어안는 형태였다"며 "오락실이 전면 카드결제와 되면 이 같은 체계를 바꾸고 소액 단위 가격 인상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긍정적인 시각을 비추기도 했다.

경영 악화로 폐업한 '그린게임랜드', 가격 경쟁까지 시작되면 이런 사례가 더 많아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경영 악화로 폐업한 '그린게임랜드', 가격 경쟁까지 시작되면 이런 사례가 더 많아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카드 수수료로 인한 게임비 인상 가능성도

아케이드 게임 카드결제가 승인됨에 따라, 이미 몇몇 여신금융협회 단말기 제작사와 교통카드사, 결제대행사(PG사) 등이 아케이드 게임산업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일본 아케이드 게임센터 역시 스이카로 대표되는 교통카드 결제부터 IC 신용카드, 모바일페이 등 다양한 방식을 지원하기에 국내 역시 이러한 구도로 향할 것이라는 예측은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아직 구체화 되지 않은 수수료 문제가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결제대행사(PG사)를 예로 들면 초기등록비, 연 관리비 등 이용료가 수십 만원 단위로 들어가며, 신용카드 수수료 비율도 업체와 사업자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오프라인으로 영업하는 아케이드 게임장의 경우 2% 가량의 신용카드 수수료가 예상된다. 이러한 추가 비용 부담은 그대로 소비자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언급했듯 10원 단위 가격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업주 입장에서도 세금이나 수수료 등의 문제로 도입을 망설일 가능성이 커, 단기간에 큰 변화가 이루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또한, 카드 결제 시스템 도입으로 인해 그 동안 국내 도입되지 않았던 일본산 프리미엄 과금 방식이 도입될 가능성도 커졌다. 대표적인 시스템이 바로 코나미 e-amusement 시스템에 포함된 결제 방식 '파세리(PASELI)'다. 이 시스템은 자신의 계정에 선불로 금액을 충전(자동 충전도 가능)하고, 등록된 카드를 통해 이용료 결제와 계정 관리를 동시에 하는 것이다. 사용이 편리할 뿐 아니라 부분유료 콘텐츠를 별도로 구매할 수도 있고, 이용자에 한해 프리미엄 서비스에 준하는 콘텐츠 혜택을 주는 등 일본 내에서는 일종의 아케이드 문화로 자리잡기도 했다.

'파세리'는 일본 마니아층에서 지지를 받으며 국내에서도 도입을 원하는 목소리가 꾸준했다. 그동안은 국내법에 의해 도입이 어려웠으나, 이번 카드결제 허용으로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그동안 파세리 국내 도입이 어렵다던 코나미 국내 파트너사 유니아나 역시 “파세리 국내 도입과 관련하여 지속적인 논의는 진행 중” 이라며 “다만, 해당 시스템이 다양한 부분에 연관되어 있다 보니 국내 도입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고 도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일본에서 '파세리'를 지원하는 게임들, 국내의 경우 코나미 리듬게임 마니아 사이에서 도입 요구가 높다 (사진출처: 코나미 공식 홈페이지)
▲ 일본에서 '파세리'를 지원하는 게임들, 국내의 경우 코나미 리듬게임 마니아 사이에서 도입 요구가 높다 (사진출처: 코나미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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