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출시된 ‘저니’는 게이머와 업계에 모두 충격을 줬다.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유저끼리 소통하는 방법이었다. ‘저니’에는 채팅이 없다. 말이 아니라 몸짓으로 뜻을 주고받는다. 빛을 내며 통통 튀어 오르거나 특정 장소에 앉는 식이다. 설명만 들으면 불편할 것 같지만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얼굴도 못 본 낯선 게이머와 마음을 주고받는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다.
‘저니’를 통해 낯선 사람과 게임에서 친구가 되는 즐거움을 전해준 미국 인디 개발사 ‘댓게임컴퍼니’가 모바일 신작으로 게이머를 찾아왔다. 지난 18일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출시된 ‘스카이: 칠드런 오브 라이트(이하 스카이)’은 ‘저니’에서 느꼈던 감정을 모바일에서 다시 한 번 체감할 수 있게 했다.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명확하고, 마음을 울린다.
고대영혼이 남긴 귀한 보물은 ‘소통’
‘스카이’에서 유저들은 황폐한 왕국에 빛을 전하고, 곳곳에 흩어진 고대영혼을 수색하는 ‘빛의 아이들’이 된다. 여기에서 ‘아이들’이라 표현한 이유는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한 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혼자서 여행을 다니는 것도 가능하지만 모든 지역을 샅샅이 탐험하고 싶다면 다른 게이머와 힘을 합쳐야 한다. 특히 후반부에 열리는 ‘지식의 동굴’은 4명이 있어야 열리는 문이 있고, 최종 스테이지라 할 수 있는 ‘에덴의 문’은 혼자서 공략하기 어려운 난이도를 자랑한다.
협동 플레이는 까다롭지 않다. 친구가 없이 시작해도 각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여행 중인 다른 게이머가 보인다. 이렇게 우연히 마주친 사람과 함께 플레이하면 된다. 플레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 협동하는 맛을 느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죽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났다면 ‘친구’를 맺으면 된다. 친구가 되면 ‘손 잡기’를 통해 친구를 따라다니거나 ‘하트’를 주고 받을 수 있다.
‘스카이’는 ‘저니’와 마찬가지로 채팅이 없다. ‘촛불’을 밝히고 앉으면 다른 게이머와 말을 주고받는 ‘벤치’가 있지만 주요 플레이가 진행되는 맵에서는 채팅을 할 수 없다. 대신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감정표현’이 있다. 캐릭터를 꾹 누르면 황금빛을 내며 악기와 같은 소리를 낸다. 이 외에도 몸을 떠는 동작, 박수를 치며 호응해주는 동작, 상대에게 인사를 건네는 동작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게임을 하면 할수록 표현할 수 있는 동작은 점점 늘어난다. 게임 목표 중 하나는 7개 세계에 흩어진 고대영혼을 찾아서 하늘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다. 하늘로 돌아간 고대영혼이 보상으로 주는 것이 바로 ‘감정표현’이다. 웃고, 울고, 마음을 전하는 ‘감정표현’이 고대영혼이 남긴 보물인 셈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다른 사람과 마음을 주고 받는 과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보물이라는 것이다. 고대영혼을 하늘로 돌려보내며 전할 수 있는 감정표현은 더 많아진다. 영혼과 교류할수록 감정이 점점 풍부해진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아무것도 모르고 태어나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사회적인 관계를 맺어가는 인간의 모습과 비슷하다.
아울러 ‘빛의 양초’나 ‘하트’를 통해 ‘감정표현’을 업그레이드하거나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머리모양이나 옷, 얼굴 등을 개방할 수 있다. ‘빛의 양초’는 불이 꺼진 곳에 촛불로 불을 붙이거나 맵 곳곳에 있는 검은 넝쿨을 태우면 얻을 수 있고, ‘하트’는 친구에게 받을 수 있다. ‘스카이’의 세상은 만만치 않다. 괴물도 돌아다니고, 차가운 비도 내린다. 험한 세상이지만 빛을 나눠주고, 다른 사람과 더 많이 교류할수록 마음이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깨달을 수 있다.
아름다우면서도 만만치 않은 ‘빛의 아이들’의 여행
황량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막을 보여줬던 ‘저니’ 개발진의 특기는 ‘스카이’에서도 빛을 발했다. 대충 찍어도 화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스카이’의 각 세계는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비주얼을 앞세우고 있다. 넓은 도시를 홀로 걸어도 구경할 맛이 날 정도다. 여기에 다른 사람과 경쟁할 부분이 없기에 시간을 많이 들여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숨은 영혼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렇다고 해서 여행이 만만하다는 것은 아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어려운 장벽이 하나씩 등장하며 도전심을 자극한다. ‘스카이’의 핵심이자 백미는 비행이다. 몸에 두르고 있는 망토를 펼쳐 공중을 날 수 있으며, 구름을 헤치고 날며 특유의 속도감도 맛볼 수 있다. 공중을 날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맵 곳곳에 있는 ‘날개 빛’을 모아서 레벨도 올려야 한다. 레벨을 올릴수록 더 오랫동안 비행할 수 있고 후반부로 갈수록 나는 구간이 많아져서 초반에 부지런히 ‘날개 빛’을 모아놓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중요한 비행을 위협하는 것이 비와 ‘크릴(Krill)’이라 부르는 검은 괴물이다. 비를 오래 맞거나 괴물과 마주치면 점점 비행에 소모되는 ‘에너지’가 내려가기 시작한다. 여기에 ‘에너지’가 완전히 꺼지면 애써 모아둔 ‘날개 빛’ 조각이 떨어지고 만다. 떨어진 곳에 가서 다시 주우면 되지만 돌아가는 여정도 만만치 않다. 이처럼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을 주는 요소가 곳곳에 있다.
아쉬운 점은 조작이 생각보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화면을 꾹 누르면 캐릭터가 공중에 떠오르고 가상패드를 상하좌우로 움직이면 그 방향으로 날아간다. 조금씩 방향을 바꾸는 것은 괜찮지만 ‘스카이’는 수직으로 방향을 꺾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손가락을 오랫동안 화면에 대고 있는 상황에서 앞에 있는 벽을 타고 오르기 위해 급격하게 수직으로 방향을 꺾기란 쉽지 않다. 수직으로 꺾고 싶은데 옆으로 돌거나, 180도 돌아 왔던 곳으로 날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즐기는 게임이지만 이 때만큼은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저니’의 감동을 모바일에서도 느껴보자
‘스카이’는 댓게임컴퍼니의 대표작 ‘저니’와 닮았다. 동료와 힘을 합쳐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간다는 스토리에, 몸짓으로 뜻을 주고받는 간접적인 소통 방식, 간결한 느낌을 강조한 캐릭터와 동화 속 세계 같은 그래픽을 앞세웠다. 하늘 왕국을 배경으로 한 모바일 ‘저니’라 해도 부족하지 않다. 따라서 제작진의 게임을 해온 유저라면 ‘스카이’에서도 특유의 매력을 느끼기 충분하다. 아울러 ‘저니’를 해보지 않았다면 멀티플레이를 이런 식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신선함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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