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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업법’ 초안, 산업 진흥도 이용자 보호도 모호하다

▲ 대토론회 현장에서 게임법 개정안 취지를 밝히고 있는 문체부 김용삼 1차관 (사진: 게임메카 촬영)

2006년에 시행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새로운 이름과 함께 완전히 내용이 달라진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서 15년 동안 유지해온 게임법에 대한 전면개정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문체부 김용삼 1차관은 18일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토론회’ 현장에서 달라진 법에 대해 “게임문화와 게임 이용자 보호 기반을 조성하고,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내용이 포함됐다”라고 밝혔다.

이번에 발표된 개정안은 초안이며 의견수렴 등을 통해 보완해나갈 예정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달라지는 법에 대한 의견서를 문체부에 제출했으며, 문체부에서도 확정된 법 내용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초안을 공개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과정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올해 상반기 중에 관계부처 협의를 거친 후 법 내용을 발표하고, 21대 국회에서 법안을 내서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다.

문체부가 게임법 전면 개정을 준비한 시점은 작년부터로, 업계에서도 관심이 많았다. 이름만 ‘진흥’이 아니라 정말 게임산업을 키워줄 내용이 담기리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일단 진흥은 확실히 아니다. 게임산업 진흥보다는 이용자 보호와 규제가 더 많다. 법 이름을 ‘게임사업법’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개정안 마련 연구용역에 참여한 순천향대학교 김상태 교수는 “비슷한 진흥법을 분석한 결과 규제가 많아서 게임사업법으로 바꿨다”라고 설명했다.

▲ 개정안 초안 주요 내용을 설명 중인 순천향대학교 김상태 교수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렇다면 앞서 이야기한 이용자 보호가 잘 되는가를 살펴봐야 되는데 이 역시 부족하다.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업계가 진행하고 있는 ‘확률 공개’ 이상이 없고, 아이템 성능을 높이는 강화나 캐릭터 여러 개를 합쳐서 더 등급이 높은 캐릭터를 얻는 ‘합성’ 등도 빠져 있다. 여기에 해외 게임사도 국내 게임 이용자 보호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국내 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해외 업체에 국내법을 적용할 수 있는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에 게임메카는 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달라진 개정안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가를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내용이 많기에 법 관련 내용은 네 가지 단락으로 나누려 한다. ▲게임에 관한 정의 및 용어 변경 ▲게임 이용자 보호 ▲규제 합리화 ▲ 게임문화 및 산업 기반 진흥 순이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게임사업법으로

우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게임사업법으로 바꾸고, ‘게임물’이라는 단어도 ‘게임’이라고 변경한다. 법에서 정의하는 게임도 달라진다. 개정안에서 정의하는 게임은 ‘컴퓨터 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 등을 이용하여 일정한 규칙에 따라 게임 이용자가 상호작용을 통해 재미를 추구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이기 위한 문화활동과 그에 제공되는 것을 말한다’라고 되어 있다.

다만 현재 게임법에 있는 ‘사행성게임물’은 달라지는 법에서 게임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아울러, 무작위로 득실을 결정해 그 결과에 대해 돈이나 현물을 주는 것 역시 ‘게임’에 포함되지 않는다. 국내 게임사가 서비스 중인 고스톱이나 포커 게임처럼 실제 돈을 걸고 하지는 않지만 사행행위를 모사하는 웹보드 게임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을 통해 보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독, 도박 등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는 단어도 삭제하고, 기본적으로 게임은 건전하지 않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건전한’이라는 표현 대신에 ‘올바른’이라는 단어를 쓴다. 아울러 PC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을 ‘온라인게임’으로 통합하고, 이 게임을 제공하는 사업을 ‘온라인게임제공사업’이라 부르고 그 정의를 새로 만든다. 마지막으로 게임법에 있는 청소년 연령을 청소년보호법에 맞춰 만 18세 미만에서 만 19세 미만으로 바꾼다.

두 번째는 게임 이용자 보호다. 먼저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를 반드시 공개해야 하고, 불법 광고에 대한 규제 근거도 마련한다. 환전 금지, 성인 오락실에서 많이 사용하는 자동진행장치(똑딱이) 금지, 고액경품 제공 금지도 담긴다. 아울러 게임 사업자가 이용자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기관 내지 단체를 마련해 운영하도록 하는 ‘자율적 분쟁조정제도’를 새로 만든다. 이에 따라 해외 사업자는 국내 이용자 보호를 위해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는 국내 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

세 번째는 규제 정비다. 가장 큰 부분은 다른 법에서 게임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을 경우 게임법을 우선으로 적용한다는 내용을 넣은 것이다. 여기에 여성가족부가 맡은 셧다운제는 2년마다 적용 범위를 새로 정하는데, 범위를 정할 때 문체부 장관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도 명시된다. 김상태 교수는 “다른 법률에서 게임 규제 조항을 두기 시작해서, 게임사업법이 게임에 대한 기본법이자 일반법임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여성가족부는 2년마다 셧다운제 적용 범위를 정해 고시하고 있다 (사진출치: 여성가족부 공식 홈페이지)

자율규제와 심의 관련 내용도 포함된다. 우선 정부는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관련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게임사업자로 구성된 ‘게임산업협의체’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 협의체에서 자율규제 내용을 정한다. 이어서 정부가 자율규제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이 외에도 기존에 전체이용가와 청소년이용불가로 나뉜 아케이드 게임 연령등급을 전체이용가, 12세, 15세, 청소년이용불가로 세분화한다. 마지막으로 비영리게임 심의 면제를 법에 명시하고, 경미한 내용수정에 대해서는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으로 게임문화 및 게임산업 진흥 기반 조성이다. 게임산업진흥을 위한 한국게임진흥원 설립과 게임산업 협의체 구성, 게임산업진흥단지 조성 등이 포함되며, 원활한 실태조사를 위해 정부에서는 게임사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여기에 게임 문화 진흥을 위한 재정지원과 ‘게임의 날’ 신설도 포함됐다. 여기에 게임물관리위원회 이름을 게임위원회로 바꾸고 사후관리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업무 범위를 구체화한다.

이 법이 정말 게임 유저와 사업자가 원하는 법일까?

▲ 달라지는 게임법에 대한 장시간 토론이 진행됐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달라지는 게임법은 주요 부분만 추려도 내용이 상당할 정도로 분량이 많다. 국회입법조사처 배관표 입법조사관은 “문체부 소관 법률 조항 숫자를 모두 세봤는데 가장 조항이 많은 것은 저작권법, 두 번째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다. 그리고 이 법률(게임사업법)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3위가 된다. 법률 조항이 많지만, 게임 이용자, 게임 사업자, 정부까지 이해 관계자가 원하는 부분이 불명확하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에 참여한 토론자들의 공통된 의견도 내용은 방대한데 모호하고, 취지와 반대되는 내용도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자율규제에 대한 내용이다. 정부에서는 자율규제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그 내용을 정해주는 곳은 정부 소속 공무원이 소속된 ‘게임산업협의체’다. 공무원이 섞여 있는 협의체서 만든 내용을 관련 단체가 받아서 진행하는 것은 진정한 자율규제라고 볼 수가 없다는 의견이다.

법무법인 온새미로 이병찬 변호사는 “한국게임산업협회처럼 업계 대표성을 가진 단체가 스스로 하는 것이 자율규제이지, 정부에서 구성한 협의체에서 정한 강령대로 하는 것은 자율규제라 보기 힘들다. 자율규제를 포기하기는 힘들고, 정부 영향력을 배제하기도 싫어서 이러한 이질적인 기준이 마련되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이병찬 변호사는 정부가 구성한 협의체가 자율규제 강령을 정하는 것은 자율규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내용도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첫 번째는 이미 게임업계에서 확률 공개를 자율로 하고 있는데 이를 법으로 명시하는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확률 공개만으로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느냐다. 따라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법에 넣는다면 왜 법에 넣어야 하는지, 어떻게 넣어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양대학교 정정원 연구원은 “현재 법에 있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의에는 몇 가지가 빠져 있는 것 같다. 아울러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왜 나왔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확률 정보를 알려준다고 해서 소비자 불만이 사라지는가를 생각해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따라서 우연성과 판단 기준, 범위를 어떤 방식과 수준으로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정정원 연구원은 왜 소비자가 확률형 아이템에 불만을 갖게 됐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와 함께 많이 지적된 부분은 바뀐 게임법이 전체적으로 규제에 힘을 싣고 있다는 것이다. 등급심의 기준이 되는 사행성, 폭력성, 선정성 기준이 모호하고, 폭력성과 선정성을 ‘치료한다’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현재 세태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법으로 정해진 이것만 하라’라는 포지티브가 아니라 ‘법에서 금지하는 이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허용한다’라는 네거티브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표적으로 언급된 것은 게임 사업자에 대한 인허가 제도다. 게임 사업자는 다른 분야와 비교하면 사업장에 대한 인허가가 빡빡하고, 이는 개정안에도 그대로 담겼다. 구글코리아 이정운 변호사는 “아마도 바다이야기 사건 후 사업장을 규제하기 위해 이러한 진입 규제를 마련한 것으로 파악한다. 그러나 지금 현재 게임 제작자나 성인에게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을 제공하는 게임제공업소(오락실) 사업자에 이 정도의 인허가가 필요한지는 한 번 더 생각해볼 부분이다”라고 밝혔다.

▲ 이정운 변호사는 게임사업법이 전체적으로 바다이야기로 대표되는 과거의 잔재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마지막으로 법에서 정하지 않고 대통령령(대통령이 직권으로 행사하는 것)으로 넘기는 부분이 많다. 이 경우 정권 교체에 따라 법이 크게 바뀔 수 있어 안정적인 사업 진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법무법인 세종 임상혁 변호사는 “실태조사 부분에서 게임사가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할 자료가 어느 정도 범위인지 명확히 규정되지 않고, 게임사가 이용자에 제공해야 할 정보 종류가 모두 대통령령으로 빠져 있어서 무엇을 표시하라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는 것에 대한 한계를 규정하지 않으면 행정법 상 위헌시비에 걸릴 수 있다”라고 전했다.

▲ 임상혁 변호사는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는 것에 대한 한계를 구체적으로 잡아야 한다고 전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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