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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게임광고] 마지막 승부, 장동건이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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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마지막 승부 2 on 2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6년 4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마지막 승부 2 on 2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6년 3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마지막에 비로소 나 웃는 그날까지, 포기는 안해 내게 꿈이 있잖아" 응답하라 1994에도 주제가가 삽입되며 다시 한 번 유명세를 탄 마지막 승부. 장동건과 손지창, 심은하 주연으로 90년대 중반을 흔들어 놓은 하이틴 스포츠 드라마였죠. 만화 슬램덩크와 함께 국내 농구 붐을 일으킨 작품으로, 당대 청년들을 농구장으로 이끈 주역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상민, 우지원, 서장훈, 현주엽 등을 '마지막 승부 세대'로 부르기도 하죠.

드라마의 인기가 어찌나 높았던지, 국내 게임산업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던 90년대 중반에도 이를 바탕으로 한 게임이 나왔습니다. '마지막 승부 2 on 2'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이 게임은 드라마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재해석했는데요, 당대 기술력으로 드라마의 역동성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었지만 드라마와 너무 동떨어진 이미지로 인해 그리 주목을 받진 못했습니다.

마지막 승부 2 on 2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마지막 승부 2 on 2 광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위 사진은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6년 3월, 4월호에 실린 마지막 승부 2 on 2 광고입니다. 출시 시기가 조금 애매한데, 원작 드라마가 1994년 초 발매된 데 비해 게임은 1995년 연말에나 나왔거든요. 지금처럼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시대가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원작 드라마 수혜를 입기엔 텀이 조금 길었습니다. 광고는 이듬해 봄에나 나와서 게이머들이 이 게임의 존재를 안 것은 드라마 완결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일단 광고를 봅시다. 장동건과 손지창 주연 드라마였던 원작과는 달리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해, 주요 캐릭터들의 인상이 꽤나 달라졌습니다. 맨 오른쪽의 초록색 옷을 입고 있는 캐릭터는 이종원이 배역을 맡은 김선재, 그 옆에 소매를 걷고 있는 미남 캐릭터는 드라마의 주인공인 장동건의 배역 윤철준입니다. 왼쪽 아래 머리띠를 한 여성 캐릭터는 심은하 배역의 정다슬로 확인됩니다. 게임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확인은 불가능하지만, 보라색 후드티를 입은 파란머리 캐릭터는 앞머리를 볼 때 손지창이 열연한 이동민이 아닐까 싶네요.

사실, 이렇게 설명을 드려도 한 눈에 드라마 속 인물들이 연상되진 않습니다. 게다가 당대 기술로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다 보니 군데군데 작화 붕괴도 심했고요. 장르는 애니메이션을 따라가며 군데군데 선택지 조작을 통해 게임을 진행하는 인터렉티브 드라마로 스토리에 강점을 둔 게임이었지만, 가장 중요한 인물 몰입이 어렵다 보니 전체적으로 애매해진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원작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동건과 손지창, 위 애니메이션과 비교해 보자 (사진출처: imbc 영상 갈무리)
▲ 원작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동건과 손지창, 위 애니메이션과 비교해 보자 (사진출처: imbc 영상 갈무리)

게임 내 모든 진행이 애니메이션으로 되다 보니, 당시 게임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용량을 자랑합니다. 무려 CD-ROM 3장에 달하는데요, 그 중 1장은 오디오 CD라는 것을 감안해도 상당합니다. 참고로 당시 나온 게임들을 보면 CD는 커녕 플로피 디스크로 출시된 게임들도 많았는데요, 일례로 1995년 12월 출시된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 1은 디스켓 11장에 담겨 있었죠. 그런 점에서 CD-ROM 2장이라는 용량은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역시 원작과의 괴리감은 감출 수가 없네요. 저 역시 어릴 적 마지막 승부를 꽤나 재밌게 본 애청자였고 엔딩에서 이어지는 새로운 이야기가 나온다면 꼭 한 번 보고 싶지만, 애니메이션은 그다지 끌리지 않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삼성전자의 자금력으로 원작 배우들을 섭외해서 짧게나마 전용 영상과 사진을 찍은 후, 그것으로 실사형 인터렉티브 드라마나 비주얼 노벨형 게임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덤으로 보는 광고

실사 영상 바탕으로 제작된 스카티 피펜의 길거리 농구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 실사 영상 바탕으로 제작된 스카티 피펜의 길거리 농구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당시는 마지막 승부와 슬램덩크 외에도, 마이클 조던이 활약하던 NBA에 대한 관심도 높았습니다. 한국 프로농구도 전성기였으니, 90년대는 농구의 시대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군요. NBA로 돌아오자면, 마이클 조던과 함께 시카고 불스의 전성기를 이끌던 스카티 피펜 역시 엄청난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를 주인공으로 한 인터렉티브 드라마 게임이 바로 위 '피펜의 길거리 농구'입니다.

이 게임은 위에 나오는 마지막 승부 2 on 2와는 달리, 실제로 스카티 피펜을 섭외해 영상을 찍었습니다. 전문 배우가 아니라 연기가 약간 어색하긴 하지만, 당대 톱스타였던 그가 화면에서 생생히 움직이며 내 선택지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화제였습니다. 위 게임은 미국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나름 흥행했는데, 이 게임과 비교하면 위의 마지막 승부 게임이 더욱 초라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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