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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질병코드 도입으로 매출 5조, 고용 3만 이상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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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이용장애 질변 분류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결과 발표 및 토론회 현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 이용장애가 국내에 도입되면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예상은 많다. 그러나 실제로 매출이 얼마나 줄어들 것인지, 일자리는 어느 정도나 감소할 것인지를 수치로 뽑아본 적은 많지 않다.

2019년에 질병코드가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를 연구한 성신여대 이형민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역시 “게임 이용장애 도입에 대한 논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게임 이용장애를 도입해야 한다는 쪽이 우세하며 많은 연구결과가 축적되어 있다. 다만 우리가 지금은 미처 알 수 없는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는 연구는 미비하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게임 이용장애가 도입되면 매출과 고용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할까?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게임 이용장애 질병분류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결과발표 및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유병준 교수, 가천대학교 경영대학 전성민 교수,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강형구 교수가 진행했다.

연구 목적은 앞서 말했듯이 게임 이용장애 질병 분류가 게임 및 연관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인 직∙간접 효과를 추정하고, 게임 이용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셧다운제 등 유사한 규제와 과도한 규제로 침체기에 접어든 만화산업 등 비슷한 사례를 분석하고, 게임 이용자를 대상으로 질병코드 도입된다면 게임 이용시간, 결제금액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생산감소효과 5조 2,500억 원, 고용 감소 3만 4,0000명

게임 이용장애가 도입될 경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생산감소효과는 약 5조 2,500억 원으로 분석됐다. 게임산업 생산계수는 부동산, 공공행정, 국방, 교육 서비스업과 비슷한 1.40인데 이를 기준으로 질병 분류로 인해 게임산업 매출이 28% 감소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5조 2,526억 원에 달하는 총생산 감소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게임산업 매출에 대해서도 서울대학교 유병준 교수는 “게임산업은 연평균 1,052억 원에서 최대 3조 5,206억 원의 매출 감소가 발생할 수 있고, 연간 약 8,648억 원에 달하는 수입 대체(해외 게임 수입)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국내 게임산업 매출은 줄고, 해외 게임 수입은 도리어 늘어나는 결과가 나오리라는 것이다.

▲ 연구결과를 발표 중인 서울대학교 유병준 교수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울러 게임 이용장애 치료 등으로 인해 발생할 사회적 의료 비용은 1,131억 6,300만 원, 게임사가 부담할 의무 부담금은 1년에 약 7,000억 원으로 추정됐다. 유병준 교수는 “게임 이용장애 도입 이후 이 부분이 SNS 등 다른 인터넷 산업에도 확대될 경우 발생할 부담금만 1,416억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라고 설명했다.

게임 이용장애가 고용에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도 있다. 유병준 교수는 “게임산업 고용효과는 8만 9,000명이다. 게임산업 매출이 28%가 감소한다면 약 3만 4,000명이 취업할 기회를 잃게 된다. 특히 게임은 젊은 산업으로 유명한데,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앞서 이야기한 경제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돌렸을 때 앞서 이야기한 것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60% 이상으로 조사됐다. 매출 감소 5조, 고용 감소 3만 4,000명보다 더 많은 매출 및 고용축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50%가 넘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용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는 어떨까? 유병준 교수는 “응답자의 26.5%가 게임 이용시간을 줄이고, 28.9%가 구매 금액이 감소할 것이라 응답했다. 다만 게임 이용에 문제가 없는 사람보다 잠재적 문제이용집단으로 분류된 쪽이 소비도 더 적게 줄이고, 이용시간도 더 적게 줄인다”라며 “게임 이용장애를 도입해도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원하는 효과를 내지를 못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 교수는 “게임 이용에 문제가 있는 군을 무시하거나, 이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이 부분은 이미 게임산업에서도 신경을 쓰고 있으며, 게임문화재단에서도 치유 및 상담도 지원한다. 이것보다 더 나아가서 규제를 더할만한가는 따져볼 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게임문화재단은 게임사가 기부한 기부금을 바탕으로 운영되며, 전국 5개소에 게임과몰입힐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게임 이용장애, 정책 효과도 못 내고 산업만 죽이지는 말아야

이번 연구 핵심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게임 이용장애는 관련 정책을 도입해도 원하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산업만 죽이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유병준 교수는 “국회의원은 입안(새 법안을 내는 것)을 몇 개 했는가를 자랑하는데, 입안으로 인해 경제가 얼마나 축소되었는가에 대해 평가한다면 과연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며 “웹보드 규제도 사회가 깨끗해지면 오히려 매출이 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규제로 인해 산업이 반토막났고, 웹보드게임 이용이 줄어든 게 아니라 해외 불법 사이트로 이동한 풍선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발표 이후 진행된 패널토론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낙인효과다. 게임에는 문제가 없고, 심각한 케이스만 병원에서 치료한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이를 받아들이는 대중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게임 이용장애가 병이 되는 순간 게임도 질병물질이라 인식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은 “게임업계 종사자 8만 5,000명에 질병물질 생산자라는 오명과 낙인이 찍힌다”라고 강조했다.

▲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은 게임업계 종사자에 대한 낙인을 우려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리고 낙인은 게임업계 종사자에만 찍히지 않는다. 성신여대 이형민 교수는 “작년에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의사 및 심리상담사와도 이야기를 해봤는데 게임 이용장애를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에 대해 물으면 약물치료밖에 없다고 한다. 약물치료는 부작용 우려가 있다”라며 “의료적으로 제도권 안에 들어오면 기존에 게임 과몰입에 대한 지역 심리상담 서비스도 굉장히 무력화되고, 인권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게임 이용자가 자유롭게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회적인 부정적 인식에 대한 낙인효과로 행동이 제한되고,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 성신여대 이형민 교수는 낙인효과는 게임 이용자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이 대중적인 여가로 자리잡았다는 것에 대한 이견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중한 고민 없이 게임 이용장애를 도입한다면 업계는 물론 게임을 취미로 하는 사람에게도 엄청난 파급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이장주 소장은 “최고급 와인을 완전히 깨끗한 소변 검사 컵에 담아 준다면, 와인과 컵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꺼려진다”라며 게임 이용장애 역시 게임 자체에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우려가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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