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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오브 쓰시마에서 젤다식 오픈월드의 향기가 난다

▲ '고스트 오브 쓰시마' 대표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오픈월드는 이제 흔한 요소다. 이미 수많은 게임이 오픈월드 맵을 구현하고 있는데다가, '유비식 오픈월드' 같은 말이 나올 만큼 정형화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넓은 맵만 갖춰 놓고선 오픈월드를 구현했다고 우기는 '속빈 강정'도 있다.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가 매너리즘에 젖어있던 오픈월드 게임에 새로운 활로를 제시했음에도 이런 단점은 줄곧 여러 작품에 의해 답습돼왔다.

다행히도 오는 17일 출시되는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이런 단점에서 탈피한 작품이다. 흔히 말하는 젤다식 오픈월드의 특징인 불친절한 정보 제공과 비선형적 진행, 자유로운 맵 탐방을 기반으로 대마도에 자신만의 역사를 써나가는 재미를 확실하게 구현했다. 여기에 게임을 심심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다양한 수집 요소와 비주얼, 다크소울이 떠오르는 전투 메커니즘을 더해 독특한 재미를 추구했다.

▲ '고스트 오브 쓰시마'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유튜브)

제한된 정보와 높은 자유도가 더해지면?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여몽 연합군의 1차 원정 중 쓰시마 섬 전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정확히는 쓰시마 섬의 코모다 해변에서 80명의 사무라이가 1,000명의 병력을 상대로 응전을 벌이다 전멸한 직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대체 역사물인 만큼 이 코모다 전투에서 한 명의 사무라이가 살아남았다는 판타지스러운 설정으로 시작되며, 플레이어는 바로 그 사무라이인 사카이 진이 되어 몽골군으로부터 쓰시마 섬을 탈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본래는 80명의 사무라이가 전멸해야 정상이었던 전투였지만 (사진: 게임메카 촬영)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한 명의 사무라이가 살아남았다는 판타지스러운 설정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 게임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정보가 극히 적다는 점이다. 일단 위 스크린샷에서 볼 수 있듯 화면에 출력되는 내용이 거의 없다. 전투에 돌입하거나 특정 버튼을 누르면 남은 화살이나 무기 상황 등을 알려주긴 하지만, 이동은 물론 전투할 때도 최소한의 정보만 보여준다. 심지어 미니맵조차 없다. 맵을 따로 켜도 주요 목표와 포인트 세 개 정도만 나와 있으며, 지역명이나 사이드 퀘스트에 대한 정보도 나와 있지 않다.

재밌게도 이 게임은 주요 정보를 맵이나 튜토리얼이 아닌 실제 섬에서 벌어지는 일을 통해 직접 보여준다. 몽골군이 점령한 지역에선 불길이나 연기가 솟아오르며, 사원이 있는 곳에는 연기나 신사의 문, 여우 등이 있고, 온천이나 하이쿠를 지을 수 있는 특수한 지역은 주변 환경과는 이질적인 모양의 나무나 돗자리 등이 있다. 자유롭게 맵을 탐방하다가 특이한 곳이 보일 경우 그곳에 가면 반드시 중요한 사건이나 장소 등이 있는 식이다.

화면에 비춰지는 정보는 극히 적으며 불꽃이나 연기가 나는 곳에 직접 찾아가보면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화면에 비춰지는 정보는 극히 적으며 불꽃이나 연기가 나는 곳에 직접 찾아가보면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심지어는 퀘스트도 순전히 시각적인 정보에 의존해서 헤쳐나가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심지어는 퀘스트도 순전히 시각적인 정보에 의존해서 헤쳐나가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두 번째 특징은 게임이 무척이나 자유롭다는 것이다. 이 게임의 목표는 딱 한 개다. 코툰 칸을 죽이고 몽골군을 섬에서 몰아내는 것이다. 주요 퀘스트는 이 목표를 위한 순차적인 과정에 불과하다. 이 밖에는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전혀 없다. 아예 주요 퀘스트를 싸그리 무시하고 바로 코툰 칸이 머물고 있는 시무라 성에 쳐들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굳이 스토리 진행이 아니더라도 플레이어는 쓰시마 섬의 모든 지역을 직접 탐방하고 눈으로 구경할 수 있다.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올라갈 수 있는 길이나 절벽 등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절벽이던 기어오를 수 있는 곳이 분명히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어느 절벽이던 기어오를 수 있는 곳이 분명히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실제 역사가 아닌 자신만의 설화를 써내려 간다는 것

위 두 가지 특징은 초반엔 잡을 수 없이 강한 적이라는 제약과 결합돼 플레이어가 쓰시마 섬을 구석구석 돌아다닐 수밖에 없는 동기를 제공한다. 실제로 플레이어가 진행하거나 구경하게 되는 모든 것들은 대부분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된다. 자유롭게 맵을 탐방하다가 발견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면 체력이 늘고, 대나무 훈련장에서 검술을 훈련하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의지가 증가한다. 지나가는 몽골군을 처치하고 농민을 구해주면 갑옷이나 검술 비기에 대한 전설 등을 들을 수 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능동적으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다.

모험을 진행할수록 캐릭터는 강해진다. 이는 즉 전투의 깊이와 재미 또한 점차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퀘스트를 전투를 통해 풀어나간다. 농민을 구출하는 것, 몽골군 영역을 탈환하는 것 등 대부분의 이야기가 전투를 통해 진행된다. 때문에 게임의 주요 재미 중 반절은 전투에서 추구할 수밖에 없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전투만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캐릭터의 능력을 점차 발전시켜 나가는 구성을 채택했는데, 이를 모험을 통해서 전투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요소들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 처음엔 지휘관이었던 적이 나중엔 평범한 적으로 등장하며 (사진: 게임메카 촬영)

플레이어는 지속적인 단련과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플레이어는 지속적인 단련과 (사진: 게임메카 촬영)

탐험을 통해 스스로를 단련하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탐험을 통해 스스로를 단련하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참고로 이 게임의 전투는 세키로와 상당히 닮아 있다. 강한 공격으로 적의 체간 게이지를 깎아낸 뒤 빠른 공격으로 적의 체력을 빼면 이기는 식이다. 튕겨내기나 회피 등을 사용하면 적을 한 번에 죽이거나 보스의 체간을 한 번에 크게 깎아낼 수도 있다. 초반에는 튕겨내기 외에는 적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 점차 캐릭터가 성장하며 방패병과 창병, 거한을 상대하기에 좋은 자세나 기술들이 개방되고 적의 방어를 무시하고 공격을 넣을 수 있는 기술이나 세 명의 적을 한 번에 쓸어버릴 수 있는 기술 등이 추가된다.

전투를 풀어나가는 해법 역시 전적으로 적을 통해서 익히게 된다. 처음엔 어설프게 칼을 휘두루는 적만 나오지만 나중엔 화려한 검술을 사용하는 적들이 나와 튕겨내기나 회피를 사용할 타이밍이 점차 난해해진다. 중간 중간 만나는 보스는 어려운 패턴에 고유의 기술이 결합된 형태로 등장하는데, 그런 적의 기술도 따라서 익힐 수 있다. 가령, 중반부터는 칼에 불을 붙여 공격해오는 적이 등장하는데, 이런 불 공격은 방어로 막을 수가 없다. 플레이어는 추후 이 기술과 관련된 정보를 한 농민을 통해 접하게 되고 퀘스트를 통해 같은 기술을 배워 활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점착탄이나 불화살 또한 별다른 튜토리얼 대신 적들이 사용하는 것을 통해서 사용법과 효과를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플레이어는 적들과 함께 성장하며 게임의 깊이와 재미도 더욱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대놓고 적을 관찰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렇게 대놓고 적을 관찰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성장은 꾸준히 이뤄지며 끝이 없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보스전은 처음 보는 패턴이 난무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보스전은 처음 보는 패턴이 난무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떨어지는 번역의 질과 아쉬운 상호작용

PS4에서는 전례를 찾기 힘들 만큼 정교하고 멋지게 짜인 오픈월드이지만 눈에 띄는 단점도 있다. 일단 번역 상태가 좋지 않다. 지나치게 의역을 하다 보니 주인공의 어조나 게임 내 정확한 상황, 말장난 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하이쿠 또한 글자 수를 섬세하게 맞춘 일본의 정형시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 밖에도 게임 중간중간 소위 말하는 '흥을 깨는' 버그들은 정말 아쉬운 편이다. 특히 가만히 서 있는데 같은 편을 공격하는 버그는 출시 후라도 하루빨리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더불어 캐릭터의 입체성이 없다는 점도 분명한 단점이다. 주인공은 게임이 진행될수록 무사도를 버리고 백성을 위한 '망령'이 되어 가는데, 이 부분이 사실 엔딩을 보기 전까지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개발사 써커펀치의 전작인 인퍼머스 시리즈는 이 과정에서 슈퍼 히어로가 될지, 빌런이 될지가 조금씩 결정되고 그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킬도 변하는 등 입체적인 인물상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모든 캐릭터가 자신의 신념에 입각해서 행동하고, 플레이어는 NPC의 대사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주입당하다 보니 캐릭터성은 다소 밋밋하게 다가온다.

하이쿠를 만들지만 정형시의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하이쿠를 만들지만 정형시의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의역이 많아 번역과 실제 말의 뉘앙스가 다르게 다가오기도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더불어 전반적인 구성은 젤다식 오픈월드가 맞지만, 게임 내 요소들이 그만큼의 상호작용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비가 온다고 모닥불이 꺼지는 것도 아니며, 눈이 온다고 캐릭터들이 추위에 떨지도 않는다. 물론 마른 풀에 불을 쏘면 불이 더 잘 번지고, 화약통 불화살을 사용해 터뜨리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냥 전략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향에 머물러 있다. 유저로 하여금 '창발적 플레이'를 유발하는 요소가 없다는 점은 오픈월드로서 분명한 약점이며, 이 게임에 섣불리 젤다의 전설급이라는 찬사를 붙일 수 없게 만든다.

PS4를 떠나보내기 전 마지막 송가

미처 말하지 못한 게임의 큰 장점을 이야기하자면 비주얼을 빼놓을 수 없다. 이 게임은 독특하고 다양한 채색으로 쓰시마 섬을 보여준다. 이런 색감은 그냥 멋진 비주얼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게임 내에서 독특한 색이 보인다면 그곳에는 필히 중요한 사연이나 의미가 담겨 있다. 이를테면 백성의 희생을 담보로 무사도를 강조하는 주인공의 숙부는 붉은 단풍잎이 많은 공간에서 등장해 그곳에서 퇴장하며, 백성을 지키려는 주인공은 흰 갈대밭에서 등장해 벚꽃잎 밑에서 퇴장한다. 노련한 방식으로 색을 활용하며 시종일관 눈을 즐겁게 해준다.



조용히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눈이 즐거워 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조용히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눈이 즐거워 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쿠로사와 모드로 즐기면 70년대 필름 영화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젤다식 오픈월드의 장점과 기존 오픈월드 게임들의 편의성, 세키로를 닮은 전투를 조합해 나름대로의 재미를 구현하는 데 성공한 수작이다. 부족한 부분들이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수준 높은 오픈월드 게임이 많지 않아 아쉬웠던 PS4 유저들에게는 충분히 괜찮은 선택이 될 듯하다. 종합하자면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인퍼머스: 세컨드 선'으로 PS4의 출시를 함께 한 서커펀치가 PS4를 떠나보내기 위해 만든 마지막 송가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마무리였다.

PS4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PS4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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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오브 쓰시마 2020년 7월 17일
플랫폼
비디오
장르
액션
제작사
서커펀치
게임소개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서커펀치의 오픈월드 액션 신작으로, 원나라가 일본 원정을 나서던 1274년을 배경으로 한다. 게임 주인공은 원나라 침략군으로 인해 파괴된 쓰시마에서 살아남은 사무라이다. 참사를 겪은 후,...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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