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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 부활, 넥슨이 실험적인 신작 개발을 재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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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표 당시 모바일 어드벤처 게임으로 소개됐던 데이브 (사진출처: 데이브 지스타 2018 프리뷰 영상 갈무리)

넥슨은 지난 12일 신규 직원 채용 계획과 함께 내부에서 추진 중인 신작 9종을 발표했다. 각 게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게임메카 취재 결과 ‘DR’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신규 프로젝트의 정체는 2018년에 실험적인 게임으로 주목 받았던 ‘데이브’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모바일게임으로 제작됐던 데이브를 PC와 콘솔 게임으로 다시 만든다는 것. 넥슨 관계자는 게임에 대한 상세 내용을 밝히기는 어려우나, 'DR'이 데이브 활용 신작인 것은 사실이라 밝혔다.

데이브가 첫 공개된 시점은 2017년 11월 초였고, 1년 후인 지스타 2018에 시연 버전으로 출품됐다. 당시 개발을 맡은 곳은 네오플 산하 개발 스튜디오 ‘스튜디오포투’였다. 스튜디오포투는 2017년에 보스전만 하는 2D 액션 게임 ‘이블 팩토리’, 부분유료화가 아닌 유료 게임으로 출시했던 어드벤처 게임 ‘애프터 디 엔드’를 내며 ‘튀는 게임’ 제작사로 널리 알려졌었다.

이러한 방향성은 데이브에도 이어졌다. 당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데이브는 해양 생태계와 해저 문명을 탐사하는 과정을 다룬 어드벤처 게임이었다. 발표 당시 내셔널지오그래픽과 협업해 제작하는 해양 게임이라는 점도 특이한 부분으로 조명됐고, 지스타 2018에 출품된 시연 버전에서도 바다를 탐험하며 다양한 물고기 사진을 찍어 기록하고, 함정과 퍼즐을 풀어내며 심해에 숨은 비밀을 밝혀내는 부분이 독특한 재미를 줬다고 평가됐다.

스튜디오포투를 이끌던 황재호 디렉터는 지스타 2018 현장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흔히 우리 스튜디오를 소규모 인디라고 묘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보다는 회사와 전략적인 얘기를 하며 특이한 것을 하는 회사다. 트렌드에 쫓기지 않으면서도 작지만 단단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 앞으로 이런 것들이 성과를 내면 다양한 게임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 데이브 지스타 2018 프리뷰 영상 (영상제공: 넥슨)

라이브 서비스에 집중했던 작년, 올해는 달라진 모습 보여줄까?

본래 데이브는 2019년 출시를 예고했으나, 세상의 빛을 보지는 못했다. 2019년 넥슨을 관통한 핵심 이슈는 회사 매각이었다. 당시 넥슨은 시장성이 약하다고 평가되는 내부 프로젝트를 다수 정리했고, 그 과정에서 데이브를 개발하던 스튜디오포투도 해산됐다. 이후 넥슨 행보는 실험보다는 안정에 가까웠다.

이러한 방향성은 작년 넥슨 게임사업에 그대로 반영됐다. 작년에 넥슨은 국내 게임사 최초로 연매출 3조를 돌파했고, 영업이익도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피파 온라인 4 등 기존 온라인게임 성과에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바람의나라: 연 등 넥슨 대표작을 원작으로 한 모바일 신작이 더해진 결과였다. 목표를 충실히 이행해 괄목할 결실을 만들어낸 점은 분명 사업적으로 긍정적인 부분이다. 다만 과거에 종종 실험적인 신작으로 업계에 경종을 울렸던 모습은 한동안 찾아볼 수 없었다.

▲ 넥슨 판교 사옥 (사진제공: 넥슨)

돌이켜 생각하면 넥슨은 데이브 이전에도 여럿 실험적인 게임에 도전했던 회사였다. 대표작은 2014년에 첫 발표된 ‘듀랑고’였다. 현대에 살던 주인공이 모종의 사건으로 공룡 세계에 떠밀려 오고,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마을을 만들어 살아가는 과정을 다룬 오픈월드 MMORPG였다. 듀랑고는 2014년 당시 넥슨이 강조했던 ‘개발 DNA 회복’을 대표하는 타이틀이었고, 국내에서 보기 드문 게임성으로 게이머 사이에서도 많은 기대를 모은 바 있다.

다만 듀랑고 엔딩은 쓸쓸했다. 약 5년 6개월에 달하는 개발 기간을 들였으나, 정식 서비스 후 2년여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그러나 당시 국내 게이머가 주목했던 부분은 ‘서비스 종료’로 끝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임은 문을 닫고 말았지만 넥슨은 서버 없이 자유롭게 게임에 들어가 섬을 꾸밀 수 있는 ‘창작섬’을 남겼다. 넥슨은 창작섬을 모바일은 물론 PC로도 제공하기 위해 게임위를 통해 별도 심의까지 진행했고, 올해 1월까지 1년 간 무료로 배포했다. 서비스 종료에 있어서도 굉장히 실험적 시도를 한 셈이다.

▲ PC 버전 창작섬은 12세 이용가로 배포됐다 (사진출처: 듀랑고 공식 페이스북)

지금 주목할 부분은, 넥슨이 잠시 멈췄던 실험적인 게임을 다시금 내놓으려 한다는 점이다. 앞서 소개한 데이브는 그 한 축을 이루며, 함께 공개된 신규 프로젝트 면면을 봐도 작년 넥슨이 집중했던 ‘라이브 중심’과 ‘자사 대표작 모바일화’에서 벗어난 타이틀이 눈길을 끈다. PC와 콘솔을 지원하는 팀 대전액션 P2, 새롭고 창의적인 재미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도전적인 프로젝트로 소개된 게임 메이킹 플랫폼 MOD, 중세 판타지 세계관에, 백병전을 메인으로 한 PC 액션 게임 HP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시도가 게이머로 하여금 '넥슨에서 이런 게임이 나오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의 결과물로 빚어지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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